〈 53화 〉52화 티아마트 첫 만남 & 일리아스 앙탈 조교 시작
조니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드레니카는 혀를 내밀고 눈을 찡긋했다.
“주인님도 참. 그걸 먼저 말했으면 안 받아 줬을 거 아냐?”
“당연히 안 받아 줬지.”
“그래서 지금 말하는 거야. 그나저나 손님 오셨는데 문 안 열어 봐도 괜찮겠어?”
“……너 이따 보자.”
“나도 무사히 살아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
조니는 골머리가 아파지는 것을 느끼며 현관으로 나갔다. 애초에 지배 가문의 방문을 염두에 두고도 쓸모 때문에 받아 주긴 했지만, 그래도 드래곤이라니. 이건 예상 범위 내를 명백히 벗어나는 일이었다.
아무리 엔터테이너라는 예명으로 불리며 각본을 짜고 판을 연출하는 데 도가 텄다고 해도 감당할 수 있는 선이 있고 없는 선이 있는 거였다. 드래곤? 혼자서 왕국 하나를 불태울 수 있는 괴물이었다. 그런데 난생처음 듣는 태초의 드래곤이라니. 나이를 먹을수록 강해지는 족속이 드래곤이라는 걸 생각하면얼마나 강할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러나 어쨌든 이미 집 앞에 도착해서 문을 두드리고 있었으니 나가 보긴 해야 했다. 문 안 열었다는 이유 때문에 성 하나를 통째로 녹여 버린다는 브레스 같은 걸 맞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까.
끼익.
문을 열자 은발의 웬 아가씨 하나가 서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새벽에 봤던 드레니카의 용인화한 모습 따위를 상상하던 조니는 잠시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을 만큼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그런데 말투는 해괴했다.
“그대가 이 집의 주인인가?”
“네, 그런데요……?”
“이 집에 머무르고 있는 것에게 용건이 있다. 어제 새벽에 들어온 것. 아마 그대는 정체도 모르고 주웠다고 생각했을 테지. 그것은 그대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니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말하는 내용을 보니 아무것도 모르면서 길 가다 노예 하나 주운 노예 상인이라고 보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잘하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겠는데?’
조니는 아주짧게 각본을 짜고는 거기에 맞춰서 대답해 나갔다.
“하도 많이 주워서 뭘 말하는지 모르겠네요. 딱히 정체를 모르고 주운 것도 없는데.”
“많이 주웠다고?”
조니의 말에 여주인은 잠시 집 안을둘러보았다. 직속 노예들은 전부 침실에 들어가 있었기에 볼 수 없었지만 오늘해가 뜨면 바로 내다 팔려고 했던 빛의 기사단원들은 거실에 대충 던져 놨기에 그녀도 볼 수 있었다.
“……정말 많이 줍기는 했군. 검투 실력도 형편없고 마력조차 담고 있지 못하는데 어떻게 한 거지?”
“그거야 영업 비밀.”
“그렇군. 이해한다. 내가 찾는 것은 드래곤의 피가 흐르는 노예다. 이마에 뿔이 나 있으니 쉽게 구별할 수 있을터. 그것은 그대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드레니카요? 내가 어디 붕대도 혼자 못 가는 미라로 보이시나…… 듣는 사람 기분 나쁘게 뭘 자꾸감당 못 한다고 얘기하시는지?”
“…….”
“…….”
두 사람 사이에 심각한 침묵이 흘렀다. 여주인은 상상도 못 한 반응을 받아서였고 조니는 여주인이 반응을 보일 때까지 더 이상 말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벙찐 거 보니 사람 상대는 별로 해 본 적 없는 티가 확 나네. 하여간 태초의 드래곤이라고 해서 뭐 무시무시할 줄 알았더니 그냥 집에 처박혀서 노예가 건네주는 포도나 받아먹는 사모님이었구만? 그럼 내 상대는 아니지.’
조니의 생각대로 여주인은 인간을 상대해 본 경험이 별로 없었다. 주변에 있는 인간이래 봐야 지배 가문에 존재하는 소수밖에 없었으니 말상대는 더더욱 경험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직설적으로 말하는 인간도 처음이었고 어떤 반응을 보여야 적절한지도 알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참을 당혹감에 머뭇거리다 힘들게 입술을 떼었다.
“……그대의 화법은 나를 당혹케 하는군.”
그러나 조니는 여주인이 정신을 차릴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이럴 때는 끝까지 밀어붙여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게 만드는 게 최선이었다.
“그리고 드레니카가 급할 때가 아니지 않나? 대마법사 아가씨 하나도 집 나갔을 텐데.”
“…….”
“내가 알기론 생명의 은인에게 기꺼이 몸을 팔아 노예가 되길 자처했다고 알고 있는데, 뭐 드레니카가 더 중요하다고 전해 주면 노예가 되길 잘했다고 말하긴 하겠네.”
“……일리아스도 그대가 ‘주웠다’고 말하는 것인가?”
“노예 도시의 모든 여자는 노예니까.”
여주인은 잠시 조니의 말을 음미하다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정설이었으니 노예 도시의 여주인인 그녀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면 내가 두 사람을 사겠다. 30,000스파크를 내지.”
“안 팔아요.”
“50,000스파크를 내지.”
“싫은데요.”
“100,000스파크.”
“팔 이유가 없는데 끈질기시네.”
“따로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하라.”
여주인의 말에 조니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 명백하게 불쾌한 시선에 여주인이 눈썹을 찌푸렸다.
“그대는 나마저여자로 보는 것인가?”
“노예 도시에 여자가 어디 있어? 다 노예지.”
“…….”
조니의 당돌한 말에도 여주인은 달리 무어라 말할 수가 없었다. 그저 눈을 감고 이 악의 도시 바티칸을 세운 그날을 떠올릴 뿐.
지금은 노예 도시라 불리는 이 바티칸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세워진 도시 국가였다.
그것은 바로 여신 포획.
그를 위해 자연의 법칙마저 뒤틀고 ‘모든 여자는 노예로 만들 수 있는’ 절대성을 이 땅에 부여했다. 때문에 여신이라 해도 이 땅에 떨어져 노예 낙인을 찍히면 결코 벗어날 수 없었으나, 이는 여주인을 비롯해 여성으로서 고위 귀족에 오른 모든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절대 법칙이었다.
‘감히 고위 귀족에게 노예 낙인을 찍는 짓을 시도해 볼 자가 나타날 줄은 몰랐군. 여자라 해도 귀족은 건드릴 수 없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대대로 노예 상인 길드 마스터를 여자로 두고 포럼에도 출입을 시켰거늘.’
알게 모르게 세뇌되어 있을 터라 노예 도시의 거주민들이라면 감히 여귀족들을 감히 노예로 바라보고 심지어 노예 낙인까지 찍는 짓을 실행까지 옮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실제로 바티칸이 세워진 이래 수백 년간 그런 노예 상인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눈앞의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젊은 노예 상인은 아니었다.
스스로는 아우스펙스조차 시전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마스터의 칭호를 받은 일리아스를 사로잡아 노예 낙인을 찍었는지는 몰라도, 지위와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든 여자를 노예로 보고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나 그 자체는 실로 노예 상인다운 왕의 배포.
이대로 별 탈 없이 성장한다면 언젠가는 결국 여신마저 손에 넣고, 나아가 지배 가문을 뒤흔들고 바티칸의 정점에 서게 될지도 몰랐다.
여성성을 지니고 태어난 티아마트에게 있어서는 필히 죽여야 할 자, 하지만 바티칸의 숙원을 위해서는 필히 모셔야 할 자.
바티칸의 여주인, 티아마트는 눈을 뜨고 조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은 무어라 결정을 내리기 어렵군. 조만간 다시 볼 날이 있을 것이다, 노예 상인이여.”
그 결정은 그녀 자신을 대가로 일리아스와 드레니카를 넘겨받겠단 것이 아니라 조니의 처우에 대한 것이었지만, 조니는 목소리에 담긴 흉포함을 느꼈으면서도 피식 웃기만 했다. 바로 건드리지 못하고 일단 돌아간다는 것 자체가 칼자루를 쥔 쪽이 어느 쪽인지 명확히 알려 줬기 때문이었다. 이 자리에서 태초의 드래곤의 힘이든 뭐든 드러내서 협박을 하든가 두 노예를 뺏어 가면 모를까 그러지 않았다는 건 그럴 수 없다는 의미와 다름없었다.
즉, 태초의 드래곤이라고 하는 저 괴물조차도 노예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상 노예 도시의 규칙에 따라야만 하는 신세라는 뜻이었다.
‘드레니카보다 훨씬 강하다니 쉽게 손에 넣을 순 없겠지만, 내가 언제 힘을 앞세워서 노예를 손에 넣었나? 살다 보면 언젠간 기회가 생기겠지. 아니면 만들어내든가.’
조니는 돌아가는 티아마트의 뒤태를 눈에 담으며 문을 닫았다.
“자, 그럼 이제 감히 주인님께 사실대로 고하지 않은 버릇없는 노예를 혼내 줄 시간이렷다?”
조니는 이를 갈면서 침실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입을 쩍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드레니카가 일리아스를 홀딱 벗겨서 엉덩이를 이쪽으로내밀게 하고 개처럼 엎드린 자세를 취하게 만들어 놓고 눈웃음을 살살 치고 있었다.
“주인님, 왔어? 고생한 우리 주인님 몸보신시켜 주려고 내가 준비해 놨는데…… 어때? 마음에 들어?”
“야, 너 이거 못 놔? 감히 누구 옷을 벗겨서 이런 꼴을 하게 만들어? 잘못은 네가 저질러 놓고 왜 내 몸을 파는 건데? 너 진짜 혼나 볼래?”
“이 언니는 나이를 어디로 먹어서 이렇게 앙칼진지 모르겠네. 어차피 다 같이 주인님 거 된 신센데 먼저솔선수범하는 것도 좋잖아?”
찰싹.
드레니카는 아예 일리아스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내려치면서 그녀의 허리를 손으로 잡고 흔들었다.
“흐읏! 야, 너 진짜 그만 안 해? 너 자꾸 이러면…….”
그러나 일리아스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꽃잎을 가르고 두꺼운무언가가 들어오고 있었다.
“조, 조니? 우리 이런 사이 아니잖아? 말도 없이 갑자기 이러면…… 흣!”
“후우…… 무슨 레비아단에게 잡아먹히는 기분이네. 흡입력이 왜 이렇게 좋아?”
“그거야 나도 조교를 많이 했으니, 흐읏! 야, 안 빼? 너 진짜 나한테 이럴, 흣! 흣!”
조니는 일리아스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서 완급 조절도 없이 그냥 힘으로 거세게 밀어붙였다. 처음 만났을 때 섹스 교습을 시켜 준다더니 정말 솜씨 하나는 일류였다. 단순히 힘으로 찍어누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알아서 조였다 풀고 물고 빨아들이며 조니의 자지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것도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반사적으로.
“얼마나박아 댔으면 보지가 주인 마음대로 움직여 대는 거야? 남자 노예도 없는데 연습은 어떻게 했어?”
“그건 페, 페니스 밴드로, 흣! 흐읏!”
남자가 없으니 여자에게 모조 자지가 달린 밴드를 입혀서 박게 했단 소리였다. 아니면 직접 올라타서 허리를 흔들었든가.
“기가 막히네, 아주 그냥.”
어쨌든 조니에게는 기교 부릴 것도 없이 그냥 박기만 하면 알아서 보지가 기교를 부려 준다는 게 중요했다.
“이렇게 맛있을 줄 알았으면 어제 한 번먹고 잘 걸 그랬네. 너도 먹히고 싶었지? 이렇게 잘 박히는데 안 조르고 어떻게 잘도 참았네?”
“아, 아니거든? 흣! 난 하기 싫으니까 좀, 흣! 흣! 빼! 인간아!”
일리아스는 도리질을 하면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 와중에도 그녀의 보지는 조니의 자지를 물고 놓아주질 않았다. 입으로는 싫다고 하면서 보지는 쉴 새 없이빨아 대니 조니의 눈에는 앙탈을 부리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역시 일리아스는 귀여웠다. 좋으면서 토라진 척하는 앙탈쟁이.
“앞으로 오빠가 잘해 줄게. 예쁨받고 싶으면 계속 앙탈 부려라. 알겠어?”
“뭐? 지금 뭔 헛소리를, 흣!”
“그래, 그렇게 앙탈 부리라고. 그게 네 매력 포인트니까.”
“……흣!……흣!”
싫다고 하는 걸 빌미 삼아 놀리기만 하자 일리아스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보니 나오는 건 신음 소리뿐이었고 이는 또 조니를 색다른 면에서 흥겹게 만들어 줬다.
“처음엔 싫을 줄 알았는데 박히다 보니까 기분 좋지? 이젠 앙탈도 안 부리고 얌전히 허리만 흔드네?”
“……야! 아니거든? 흐으읏!”
결국 일리아스가 다시 입을 열고 화를 내자 조니는 생글생글 웃으며 허리를 잇는 힘껏 쑤셨다.
“그래, 역시 넌 그렇게 투정 부려야 귀엽다니까. 오빠한테 귀여움받고 싶었구나?”
“……흣! ……흐읏!”
“오빠한테 박히는 게 얼마나 좋으면 말도 못 할까…… 그렇게 좋아할 거면 진작 박아 달라고 애원하지 그랬어.”
“……야! 너 진짜…… 흣! 흐읏! 그런 거 아니거든? 흣!”
“예쁘다가 귀엽다가 오빠도 너 때문에 미치겠다. 어쩜 그렇게 귀엽게 앙탈질이니? 그런 애교는 누구한테 배운 거야?”
“……흣! ……흣!”
“근데 이쯤 되면 너도 슬슬 알 것 같지 않아? 이다음에 오빠가 뭐라고 할지.”
“……나쁜 놈. 흣! 흐윽! 이 나쁜 놈아! 흐앙!”
결국 조니는 그날 일리아스를 제대로 울리고 오빠라고 부르게 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