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51화 신성 제국 27차 정벌전 종료
“이 정도면 만족할 수 있겠어요, 누님?”
드레니카는 눈웃음을 살살치면서 조니를 꽉 끌어안고는 키스를 쭈압 날렸다.
“역시 너라면 수를 내줄 줄 알았어, 조니. 아니, 주인님.”
“말만 주인님인 건 아니겠죠?”
“당연하지. 나도 괴물들에게 트집 잡힐 일은 할 생각 없어. 정말 평범한 노예처럼 행동하고 살아갈 거야. 뭐, 너무 모질게 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지만, 차라리 이판사판이니 다 같이 죽자고 생각될 정도만 아니면 받아들일 거고.”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난 오래 살고 싶으니까.”
“그럼 우린 좋은 노예와 좋은 주인이 될 수 있을 거야, 주인님. 참, 그 필터인가 하는 미약은 절대로 먹일 생각 하지 마. 그것만 아니었어도 내가 니렐리스 그 개자식의 머리를 날려 버리진 않았을 테니까. 아니, 기껏 사랑에 빠지게 해 놓고 붕대갈이라니, 개만도 못한 자식.”
조니는 드레니카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약을 써서 반하게 해 놓고 붕대만 갈게 했으니 욕구가 얼마나 쌓였을 것인가. 다 자업자득이었다. 그냥 붕대갈이로 쓸 생각이었으면 복종심만 심었어야지.
‘하긴 그러고 보면 일리아스만 봐도 그렇고 고위 귀족들도 다 어디 한 군데씩은 빠져 있다니까. 치열하게 산 지가 오래돼서 풀어진 거겠지. 성격과 약점을 잘 찾아보면 공략 못 할 것도 없을 거야.’
“마법 낙인뿐만 아니라 미약까지 먹고도 주인을 배신하고 죽였다고?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그리고 일리아스가 또 한 번 경악하자드레니카는 조니에게 물었다.
“쟨 뭔데 저렇게 말이 많아, 주인님? 노예 아냐?”
“노예 맞아. 마법 낙인은 찍었는데 마스터 칭호를 부여받은 지배 가문의 대마법사여서 그런지 저항력이 센 것 같아.”
“흐응. 그래서 저렇게 아는 것도 많고 까불거리는 건가?”
“뭐? 까불? 너 지금 나한테 말한 거야?”
일리아스가 쌍심지를 돋우며 그렇게 말했지만 드레니카는 귀엽다는 듯이 웃어 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도 머리 날아가 볼래?”
“…….”
“앞으로 언니라고 부르렴. 알겠니?”
“……조니.”
일리아스는 슬며시 시선을 피하며 조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기분 나쁘기는 해도 솔직히 마법을 시전하게 해 주는 스파크 없이는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조니?”
하지만 조니는 일리아스의 말을 따라 하면서 딴청만 부렸다. 그 행동이 가리키는 바가 뭔지는 명확했기에 일리아스는 이를 악물고 한숨을 내쉬면서 조니의 뜻에 따랐다.
“자꾸 이럴 거야? 주.인.님.한테 다 털려서 이런 애한테 핍박받고 있는 거잖아.”
“음, 내가 볼 땐 드레니카한테 정신 교육 좀 받는 게 나한테 좋을 것 같은데?”
“알아서 잘할게. 잘하면 되잖아. 잘한다고 했고!”
“하하. 그게 잘하는 말투야?”
“……주인님, 제발요. 나 괴롭히지 마, 응?”
“알았어, 알았어. 우리 일리아스가 귀여우니 봐주도록 할게. 드레니카. 그 정도까지만 해. 이래 봬도 수백 년은 살았다고 하더라.”
“뭐야, 할망구였어? 내가 따박따박 언니라고 불러 드려야겠네. 아이구, 언니 죄송해요. 제가 언니 나이를 몰라 뵈는 바람에 실례를 저질렀네요? 이거 언니한테 죄송스러워서 어쩌죠? 따귀라도 때리실래요?”
체격은 훨씬 큰 드레니카가 눈웃음을 살살 치며 그렇게 말하자 일리아스는 화도 못 내고 따지지도 못하고 눈썹만 치켜세운 채로 노려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서로 이판사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싸워 봐야 그녀만 손해였다.
“나 심장 터져 죽을 것 같아. 너 나한테 말 걸지 마. 알았어?”
“네, 언니~ 언니 말에 따를게요~”
“……조니. 나 200스파크만.”
“아,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자고 싶다. 가자, 얘들아.”
“야, 조니! 너 거기 안 서?”
일리아스는 분해서 발을 동동굴렀지만 끝내 조니는 집에 들어갈 때까지 200스파크를 주지 않았다.
조니가 집에 들어간 그 시각, 27차 정벌전도 마침내 끝을 맺었다. 티에라 델 성채, 집정관의 첨탑, 레이븐 타워, 하얀 궁전, 교황청 등으로 침입해 들어간 빛의 기사단원 전원이 쓰러져 사로잡히거나 죽었다. 노예 도시가 입은 피해는 미미했고 피해라고는 가치 없는 노예 상인들 몇이 죽은 것과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귀족들 몇이 죽은 정도에 불과했다.
그리고 거리에서의 싸움 또한 종말을 고했다.
“허억…… 허억…….”
대악마가 될 조짐이 보이는 미노타우르스를 맡았던 13조의 조장이 숨을 헐떡였다. 그녀의 아래에는 미노타우르스가 쓰러져 깔려 있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그녀는 땀으로 범벅이었고 검을 놓친 지도 오래였다. 미노타우르스 위에서 숨을 헐떡이는 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그녀의 유일한 움직임이었다.
“……크훅. 겨우 그 정돈가?”
밑에 깔린 미노타우르스가 거친 숨결을 뿜어내며 눈동자만 굴려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조장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 안 끝났어……!”
그리고 이를 악물고 남은 힘을 모두 쥐어짜서 어떻게든 움직이려 애를 썼지만, 그녀의 몸은 그녀의 의지를 배반했다. 결국 먼저 움직인 것은 미노타우르스였다. 허리가 한 번 들썩였고, 그것만으로도 조장은 전신을 부르르 떨며 절정에 올랐다.
“하으으으으으으윽!”
거대한 황소 자지에 꿰뚫려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우,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으면서!”
“크훅…… 아직도 주제를 모르는군, 빛의 창녀. 어떻게 말하라고 했지?”
팔짱을 낀 채 드러누워 있는 미노타우르스가 붉은 눈을 빛내며 그렇게 말하자 조장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조, 좀 더 봉사해 드리겠습니다, 흐윽…….”
접전 끝에 검을 떨어트리고 패배한 조장에게 남은 길은 죽음이 아니었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시작일 뿐이었다.
자위 경험도 없는 처녀에게 애무도 없이 강제로 황소 자지를 삽입당하는 고통은 이제껏 겪어 본 모든 고통보다도 극심했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극통에 조장은 뭐든지 다 할 테니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애원할 수밖에 없었고, 그 조건이 바로 이것이엇다. 스스로 허리 위에 올라타서 만족시키는 것. 그러나 이제 막 개통당한 처녀에게 노예 도시의 조교사를 만족시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때려치워라. 네년에겐 불가능한 일이니까, 크훅…… 이제부턴 내가 움직여 주지, 쿡쿡…….”
“아아, 주인님, 제발 자비를……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흐흑.”
“이것이 나의 자비다.”
미노타우르스는 몸을 일으켜 세운 뒤 조장을 뒤집어엎어 개처럼 엎드리게 했다. 그리고 준열한 황소의 교미를 시작했다.
퍽퍽퍽퍽퍽.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너무 강해애애애애애앳!”
“크훅, 쿡쿡…… 계속 울부짖어라, 빛의 창녀. 주인님을 만나지 못한 암캐가 들을 수 있게끔.”
오늘 새벽이 5일 뒤에 만나기로 한 날이었지만 예기치 못하게 신성 제국이 쳐들어오는 바람에 마중을 가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낙인을 박아 넣어서 침을 흘리게 만들어 줬어야 하는데 바람을 맞았으니 버림받은 게 아닐까 전전긍긍하고 있을 게 눈에 선했다.
“방치 플레이를 한다고 생각해도 되지만 급수가 떨어지는 창녀를 길들이느라 못 가게 된 거라 기분이 좋지는 않군, 크훅…… 내 기분이 풀릴 때까지 더 기쁘게 울부짖어라, 노예. 이 몸의 노예가 된 게 행복하다고 소리 지르는 거다, 쿡쿡…….”
심기가 뒤틀린 미노타우르스는 새로 손에 넣은 장난감이 울부짖다 혼절할 때까지 황소 교미를 멈추지 않았다.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것을 끝까지 믿지 못하다 해가 뜨기 시작할 때가 되자 정벌 함대는 결국 안개 항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악의 도시 바티칸은 사악한 마법으로 안개를 조종할 수 있었고 해가 떠 대주교들이 신전에 들어서게 되면 결코 안개 군도를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역대 최강의 기사단장과 최고의 성녀를 회수하지 못했고 3대 신기 중 2가지를 잃게 되는 셈이었지만, 가만히 있어 봐야 함대마저 잃을 뿐이니 별다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정벌 함대가 떠난 것을 확인하고 전리품을 세며 축배를 들던 지배 가문의 지배자들은 신전 하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것을 깨닫고는 서둘러 네크로폴리스의 레이븐 타워로 향했다. 니렐리스 대주교가 관리하는 사원에서 봉화가 피어나지 않은 것이었다.
“이게 대체어떻게 된 일이지? 침입자들은 모두 구속시켜 놨는데 서재에서 죽음을 맞이하다니?”
“노예, 노예가 없어졌소. 용인 노예는 어디 갔지?”
“설마 노예가 니렐리스 대주교를 죽이고 도망친 건가?”
“그런 일은 불가능하오. 이미 위험성이 보고된 터라 노예 상인 길드에서 도미니 딕텀과 필터를 사용하는 방법을 전해 줬으니까. 애드베르토 세르빌리가 찍힌 상태에서 필터를 마셔 사랑에 빠진 노예가 주인을 죽이고 달아날 수 있었으면 지금 살아 있는 노예 상인이 누가 있겟소?”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일어났으니 이유를 밝혀내고 대책을 찾아야겠지. 그 노예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주인이 죽었으니 마법 낙인도 지워졌을 테니 바로 알아낼 수는 없소. 게이트를 빠져나가진 못했을 테니 경비병들을 풀어 전 구역을 다 뒤져봐야지.”
“……그랬다간 불안감이 커질 텐데. 다른 방법은 없소?”
“드래곤의 피가 흐르는 용인이니 여주인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겠소?”
“여주인께서 직접 나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오만…… 다른 수도 없겠군. 이번만큼은 부탁드리는 걸로 하지. 그건 그렇고 사원을 관리하지 않으면 안개가 침범해 올 텐데 대체자는 있소?”
“그거라면 티에라 델 성채에서 후보 하나를 데리고 있던 걸로 아는데. 카니스 장군?”
고위 귀족들의 물음에 키마이라 가문의 총사령관인 카니스는 침음을 흘렸다.
“……사라졌소. 상처 입은 레비아단만 풀어 둔 채로. 우리도 찾는 중이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대주교급 마스터가 둘이나 손실됐다고? 바티칸이 이제껏 이런 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던가?”
백 년 전 성국(聖國)을 무너트리고 수호 여신을 지상으로 떨어트려 목줄을 채웠을 때조차도 그런 피해는 입지 않았었다. 하물며 고작 미의 여신 따위가 다스리는 신성 제국의 일개 정벌전에 그런 피해를 입었다는 건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도대체 어떤 변수가 생겨나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지 반드시 찾아내야 합니다.”
“동의하오.”
“카니스 장군은 일단 여주인에게 이 일을 알리고 도망친 노예를 잡아 주시오. 일단 그것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겠소?”
“그렇게 하겠소. 니렐리스 대주교의 죽음만큼이나 우리 가문의 피해도 만만치 않으니.”
티에라 델 성채로 되돌아간 카니스 장군은 그 즉시 여주인에게로 가 모든 일들을 알렸다. 그러자 여주인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눈을 뜨며 말했다.
“큰일이 벌어지긴 했군. 위치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 다녀오겠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여주인이시여.”
“후아암…… 따끈따끈하게 자고 일어나니 기분이 좋네. 이거 중독되면 혼자선 못 자겠는데?”
수많은 여자 노예에게 둘러싸여 자고 일어난 조니는 기분이 몹시 좋았다. 따끈한 여체에 둘러싸여 자는 것은 단순히 불을 때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포근함이 있었다. 실제로도 포근했고.
그런데 어째 새로 들인 노예 한 명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아 보였다. 어디 아픈 것 같진 않은데 불안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드레니카, 왜 그래?”
“아, 그게…… 왠지 괴물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 같아서…….”
“괴물? 새벽에도 그런 말 하더니만 괴물이 누군데?”
그러고 보니 새벽에도 괴물 때문에 얌전히 강아지처럼 살겠다고 한 드레니카였다. 노예 도시에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많이 사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드레니카가 괴물이라고 할 정도의 존재도 있는지는 잘 모르던 조니였기에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게도 괴물 같은 존재들이 몇 있어. 하지만 그중엔…… 진짜 괴물이 하나 있거든. 그게 누구냐면…….”
그리고 그 순간, 조니의 집 문을 누군가가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드레니카가 괴물의 정체를 밝힌 것도같은 순간이었다.
“태초의 드래곤, 티아마트라고…… 혹시 알아? 지금 방금 문 두드린 게 그 괴물인데.”
“……뭐 이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