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47화 일리아스 & 잔느 & 달리아니 입수 (2)
마스터 일리아스는 깜짝 놀라 눈이 커지다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도움을 요청했다.
“도와줘. 보상은 확실히 할 테니까.”
“일리아스 님의 보상은 믿을 수 있지요. 그런데 저기 저거…… 레비아단 아닌가요? 큰 상처는 없어 보이는데 쟤는 왜 더 안 조종하시나요?”
레비아단은 상처를 좀 입기는 했지만 치명적이진 않은지 체액을 흘리면서도 촉수로 사로잡은 기사들의 구멍을 뚫으며 놀고 있었다. 그런데 주인임이 분명해 보이는 마스터 일리아스가 위험에 처해 있는데도 그녀를 도울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놈은 번식 중일 땐 말이 안 통해. 지금 거기 쓰러져 있는 것들 다 임신시키기 전엔 안 움직일 거야. 도와줄 사람 너밖에 없으니까 빨리 오기나 해!”
손이 온통 피투성이가 된 일리아스가 마음이 급해졌는지 급기야 소리까지 질렀다.
‘촉수 괴물 나이스.’
조니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그제야 노예들을 데리고 신성 결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 빛의 막 같은 건 뭐지? 왠지 훈훈한 것 같은데?”
“확실히공기가 따스한 게 느껴져요, 주인님. 결계 같은 게 아닐까요?”
조니와 페넬로페는 뭔지 잘 몰랐지만 마법사인 리즈는 감이 온다는 듯이 말했다.
“신성 마법으로 펼친 결계네요. 대부분 이런 건 악마를 배제하는 결계라 인간에게는 활력을 주면 줬지 해는 안 끼친답니다, 야옹~”
“우리 야옹이 똑똑하네?”
“그럼요. 누구 고양인데요, 후후.”
조니 일행이 두런거리며 결계 안으로 들어오자 잔느는 마음이 급해졌다. 이제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악마를 처단할 수 있는데 예상치 못한 방해꾼이 들어오고 말았다. 사실 마스터 일리아스가 정말 악마인지도 긴가민가한 상황이었던지라 방해꾼들의 등장은 그녀의 혼란을 극대화시키고 있었다.
‘결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하는 걸 보면 저들도 평범한 인간인데, 이 악의 도시에는 악마들만이 살고 있던 게 아니었단 거야? 하지만 추기경님들이나 교황님은 이 도시엔 악마만이 산다고 하셨는데…….’
그리고 그런 혼란을 틈타 조니가 움직였다.
“잡아.”
명령과 함께 손가락을 내밀자마자 아리스톨과 페넬로페가 앞으로 뛰어나가 한 명은 달리아니의 검을 막고 한 명은 뒤에서 두 팔을 구속했다.
다 잡은 상대를 뺏긴 달리아니는 분통을 터트렸지만 팔을 제압당한 이상 어떻게 더 이상 손쓸 도리가 없었다.
“인간이 악마를 돕다니! 저 악마의 겉모습에 현혹되지 마세요! 당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합니까!”
“잘 알지. 어여쁘신일리아스 님 돕는 거잖아.”
“겉모습만 저럴 뿐 속은 악마예요! 당신은 속고 있는 거라고요!”
달리아니의 고함에 조니는 웃기지도 않았다. 이 노예 도시에 악마가 아닌 사람은 노예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티에라 델 성채에는 아예 인간도 없었다.
“난 또 무슨 소릴 하나 했더니. 이 티에라 델 성채에는 애초에 인간이 한 명도 없어. 키마이라 가문이 기거하는 곳이거든. 내가 그런 것도 모르면서 이 도시에서 노예 상인을 하고 있는 줄 알아?”
“다, 당신도 노예 상인이라고?”
“그래. 그리고 넌 노예 상인에게 붙잡힌 전리품일 뿐이고. 일리아스님, 이건 제가 가져도 될까요?”
“그렇게 해. 네가 잡은 거니까. 저쪽은 성녀인데 저것도 네가 가지고. 가장 비싸게 팔리는 상품 중 하나니까 형편에 도움이 꽤 될 거야.”
“감사합니다. 보상으로 내주시는 건가요?”
“아니, 내 목숨 값은 따로 줘야지.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 봐. 웬만하면 다 들어줄 테니까.”
마스터 일리아스의 말에 조니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말해 봐.”
“여자끼리 하는 걸 구경하는 취미가 있어서 그런데…… 제 노예랑 어울려 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 앞에서 레즈비언 쇼를 하라는 거야?”
마스터 일리아스가 눈을 상큼하게 치켜뜨고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거절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보상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내 몸을 요구하는 게 낫지 않겠어? 그렇다 해도 들어줄 생각인데.”
“에이, 아니에요. 여자끼리 하는 걸 보는 게 더 재미있는데요.”
“……그런 취향인 줄은 몰랐네. 알았어. 원한다면 그렇게 해 줄게. 목숨 값에 비하면 오히려 더 싸지.”
흔쾌히 허락하자 조니는 옅은 웃음을 지으면서 리즈에게 턱짓을 했다.
“야옹아, 주인님이 어떤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지 알지?”
“야옹…… 야옹야옹!”
리즈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눈빛을 빛내며 야옹거렸다. 그러고는 네발로 땅을 짚고는 고양이 같은 몸짓으로 일리아스에게 다가갔다.
“내 로브를 펫 노예에게 입힐 줄은 또 몰랐네. 마법에는 소질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서, 결국 평범한 레즈비언 쇼가 아니라 암고양이 레즈 플레이를 보길 원한 거였어?”
“아하하…… 잘 못하시면 그냥 상대만 해 주셔도 되고요.”
“가르쳐 본 게 있으니 못 할 건 없지. 아니, 그런데 지금 여기서 바로? 지금 나보고 네 노예랑 저것들 보는 앞에서 암고양이 레즈 플레이를 하란 거야?”
마스터 일리아스가 달리아니와 잔느에게 번갈아 삿대질하며 눈썹을 찌푸렸지만 조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는 사람이 힘든 거지 보는 사람은 힘들 게 하나도 없었다. 외려 그러는편이 훨씬 더 재미있었다.
“네. 그게 더 재미있잖아요. 보상인데 못 들어주시는 거예요?”
“하…… 정말 당돌한 녀석이구나, 조니. 좋아. 약속은 약속이니 들어줄게.”
결국 조니의고집을 꺾지 못한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빠르게 체념한 마스터 일리아스는 차라리 빨리 보여 주고 보내 버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암고양이 레즈 플레이에 들어갔다.
리즈와 마찬가지로 고양이처럼 네발로 사뿐사뿐 걸어가며 서로의 코를 스쳐 간 후에, 혀를 할짝이며 상대의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뺨을 맞대고 비비적거리며 야옹야옹 울었다.
“야옹~”
“냥~”
“일리아스 님도 참 귀엽네요. 소질이 있으신 것 같아요.”
“……냥냥.”
목숨을 구해 준 보상으로 하는 쇼였으니 차마 뭐라 대꾸도 못 하고 그냥 냥냥거리고 마는 게 전부였다.
“자, 그럼 고양이끼리 키스 찐하게 해 봐요. 애액도 먹여 주고.”
“야옹야옹!”
“……냥냥.”
리즈는 활기차게 웃으며 야옹거렸지만 마스터 일리아스는 한숨이 나올 뻔한 걸 겨우 참아 내고 어쩔 수 없이 요구하는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짜 속을 알 수가 없네. 내 목숨을 구해 주고 원하는 게 고작 이런 거라니. 내 가치를 그것밖에 안 본다는 거야, 뭐…… 으음, 이 아이 혀놀림이 정말 고양이스럽네…….’
한참 조니를 씹던 마스터 일리아스는 입안에 들어와서까지 고양이처럼 할짝거리는 리즈의 기교에 살짝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아무리 쇼라고 해도 이런 농밀한 키스를 받으면 젖고 마는 건 여자의 몸을 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물며 섹스에 관한 한 전문가 중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데다 경험도 그만큼 많았으니 더했다.
결국 진심으로 기분을 내며 키스를 주고받는데, 펫 노예의 손이 그녀의 깊은 곳으로 들어오더니 휘젓기 시작했다.
꿀쩍꿀쩍.
이미 꿀물이 스며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휘젓는 손가락에 맞춰 음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노예들과 신성 제국의 암컷들, 그리고 맹랑하고 건방진 조니까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뺨이 달아올랐다. 창피도 이런 창피가 다 없었다.
‘조니 저 녀석 진짜 나중에 한번 혼내 줘야겠어. 나한테 이런 수모를 겪게 하다니…… 으음, 그건 그렇고 이 펫 노예 정말 대단하네. 어떻게 손놀림까지 고양이스러울 수가 있는 거지? 펫 소질이 엄청난 노예잖아? 으음…….’
그녀조차도 처음 느껴 보는 손놀림이었지만 정말 고양이스럽다가 아니면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장난스럽지만 도도하게 보지를 가지고 노는 듯한 기분? 마치 보지가 쥐가 되어 고양이의 희롱을 받는 기분이었다.
어쩔 수 없이 애액을 울컥 흘리고 말았는데 손가락으로 그 액들을 깊게 훔쳐 내더니보지 속에서 뽑아내었다. 그러고는 그녀가 흘린 애액이 잔뜩 묻어 있는 손가락 두 개를 입 앞으로 내밀었다.
“야옹~”
미소를 지으며 부추기는 그 울음소리에 그녀 또한 응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냥~”
마스터 일리아스는 그냥 눈을 감고는 펫 노예의 손가락을 깊숙이 물었다. 그리고 혀로 그 손가락을 할짝거리며 자신의 애액을 청소하는데, 손가락이 가만히 있지 않고 혀를 만지작거리며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이번엔 혀가 쥐가 된 기분이었다.
‘이 아이 정말 대단하네. 이 정도면 정말 타고난 펫 노예잖아? 어디서 이런 노예를…….’
그런 생각을 하며 혀를 가지고 노는 손놀림에 맞춰 손가락을 빨고 애액을 청소하는데, 그녀의 귓가로 펫 노예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야옹거리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애드베르토 세르빌리.”
“냥…… 냥?!”
마스터 일리아스는 화들짝 정신을 차리며 손가락을 뱉어 내고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머릿속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며 눈앞에 있는 펫 노예에게 강한 종속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지?”
“혀에 찍힌 낙인이 참 예쁘네요.”
“…….”
조니의 비아냥거림에 마스터 일리아스는 급하게 입을 다물었지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막지 못했다. 설마 펫 노예에게 노예 도시의 마법을 가르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그게 하필이면 애드베르토 세르빌리이고, 찍은 장소가 또 혀라니. 이런 꼴로는 다른 사람 앞에서 말도 잘 할 수 없었다. 디자인한 사람의 악의가제대로 느껴지는 낙인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고나 있어?”
“노예에게 제 브랜드 낙인을 찍었지요. 왜요? 문제 있나요?”
“난 노예가 아니야. 우리 가문의 귀족들이 이 사실을 알면 가만있을 것 같아?”
“어떻게 알고 절 찾아오지요?”
“……내가 따라가지 않는다면.”
“아리스톨, 잡아서 기절시켜.”
“네, 주인님!”
“……잠깐만. 우리대화로 풀어 가.”
“아리스톨.”
“네~”
조니가 아리스톨을 멈추게 하자 마스터 일리아스는 잠시 조니를 노려보다가 한숨을 하 내쉬었다. 조니의 노예에게 마법 낙인을 찍힌 이상 조니의 노예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신성 결계도 유지 중인 상태라 저항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빛의 기사단장 델리아니도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눈치로 깨닫고 놀라다가, 이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일리아스를 비웃었다.
“꼴을 보아하니 노예가 되고 만 건가? 너 같은 악마도 노예를 잡아 부릴 생각만 했지 본인이 노예가 될 생각을 못 한 것 같네? 꼴좋구나, 악마야.”
그런데 대답은 일리아스가 아니라 조니 쪽에서 해 줬다.
“뭘 쪼개고 있냐. 너도 같은 노옌데. 리즈.”
“네, 야옹~”
“무, 무, 무슨 짓을 하려고! 이거 놔라! 놔!”
사색이 된 델리아니가 뒤로 도망가려 했지만 두 팔을 구속하고 있는 페넬로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중갑 기사 출신인 그녀의 힘은 모진 고문을 받은 지금도 굉장했고 이미 뒤로 꺾여 완벽하게 제압된 상태였기에 델리아니는 힘을 제대로 쓸 수도 없었다. 그 상태에서 아리스톨까지 달려들어 턱을 꽉 쥐고 억지로 입을 벌리자 델리아니는 죽음보다 더한 공포를 느껴야만 했다.
“웁! 웁웁! 우우웁!”
그러나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이었다.
“애드베르토 세르빌리.”
마법진이 떠오른 리즈의 검지가 델리아니의 혀에 닿는 순간 마법 낙인이 혀 위에 예쁘게 찍히고 말았다.
하트를 아래서 위로 관통한 화살 모양.
혀에 찍혀 있으니 참으로 음란하게 보이는 낙인이 아닐 수 없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년이 창녀 노예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로.
일리아스 역시 델리아니의 혀에 찍힌 마법 낙인을 통해 자신의 혀에 찍힌 낙인의 모양을 깨닫고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젠 키마이라 가문의 귀족들을 만나도 절대 입을 열 수 없었다. 이런 꼴을 보이느니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는게 나았다.
“자, 그럼 하나 남았네?”
그리고 조니의 미소가 이제는 지팡이를 든 채 굳어 있는 잔느에게로 향했다.
‘나, 나한테도 찍는 거야? 내가 노예가 된다고? 아, 아프로디테 님. 제발 당신의 딸을 버리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