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38화 아리스톨 암캐 피학 조교 (3)
여러 대를 맞는 것은 한 대만 맞는 것과는 또 다른 쾌감이었다. 맞은 자리들의 욱신거림이 겹치는 곳은 훨씬 강하고 오래가는 욱신거림이 남아 살 속까지 저릿저릿해졌다. 그리고 그 저릿저릿함이 다시 달콤한 쾌감으로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으니 새로운 성감대가 생겨난 자리 잡은 것과도 마찬가지였다.
십수 대의 묵직한 주먹이 그친 뒤에도 살 속까지 파고든 저릿함들은 여전했다. 여러 대를 세게 맞은 만큼 멍이 들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만큼 더 확실한 통증이 여러 곳에 남아 잔류해 있었고 욱신거리면서 간지럽고 기분 좋은 감각이 곳곳에서 피어났다.
실험 삼아 멍들까 싶을 정도로 욱신거리는 곳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눌러 보니 엄청난 통증과 함께 짜릿한 쾌감이 느껴져 허리가 휘어졌다.
“하아아아앙!”
확실했다. 그녀 자신은 아픈 것과 기분 좋은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암캐였다. 또한 아픈 것마저 기분 좋은 암캐였다. 등 이곳저곳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통증에 몸을 비비 꼬다 침까지 흘러내렸다. 아픈 부위들을 꾹꾹 눌러 더 자극하고 싶을 정도로 달콤한 감각이었다.
‘아픈 거 너무 좋아…… 아파서 욱신거린 만큼 기분 좋게 저릿해…… 통증이 이런 거라면 평생 맞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 하아앙…….’
그러나 아리스톨은 맞아서 느끼는 통증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건 모르고 있었다.
주먹이나 손바닥에 맞는 통증, 채찍 혹은 회초리에 맞는 통증, 바늘에 찔리는 통증, 칼에 베이는 통증, 집게에 꼬집히는 통증, 손톱에 긁히는 통증, 단검으로 쓸어 주는 통증, 뜨거운 촛농이나 밀랍을 떨어트리는 통증, 숨이 막히거나 목이 졸리는 통증 등등 수많은 종류가 있었고, 어디에 통증을 주는지, 얼마나 강하게 주는지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이었다.
또한 조합하는 것에 따라서도 색다른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니 이제 아리스톨이 겪어 본 것은 겨우 손바닥과 채찍, 불에 달군 쇠막대기, 허리띠에 주먹이 다였고 그나마도 등을 제외하면 전부 다 엉덩이에 국한돼 있었다. 엉덩이가 신체 부위 중에서 가장 둔감하고 쾌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면 통증의 기쁨을 아는 데에 있어서는 이제 막 눈을 뜬 초심자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런 주제에 맞아 죽어도 행복할 것 같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조니 눈에는 웃기면서도 귀여울 수밖에 없었다.
‘남이 가하는 통증과 스스로 가하는 통증이 다르다는 것까지 가르쳐 주면 자학하다 죽는 거 아냐? 그건 좀 조심해야겠네. 적당히 음란한 암캐여야지, 이거 참.’
자학은 약하게 할 때는 강도를 조절하기가 쉽지만 강하게 할수록 조절하기가 어려웠다. 술꾼이 얼큰하게 취했을 때 끊지 못하고 계속 마시다 뻗는 것과도 비슷했다. 때리는 것에 맛이 들려 버리면 더 기분 좋아지고 싶어서 과하게 때리고 찌르다 출혈 과다로 죽거나 목이 졸려 죽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노예 도시에서 노예들에게 자학을 조교할 때는 반드시 주인님이 보는 앞에서만 하게 하고 몰래 할 경우 아주 강력한 처벌을 가하고 있는데, 아리스톨은 체벌마저도 꿀물을 질질 흘려 대면서 받을 만한 암캐인지라 육체적인 고통을 주는 처벌인 체벌은 앞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봐야 했다. 그러니 자학을 가르쳐 주게 되면 빠른 시일 내로 몇 군데 병신이 되거나 죽어 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차라리 상으로 체벌해 주는 쪽을 생각해 봐야겠군. 다음 포상 때 깨물리는 것부터 해서 차근차근 강도를 높여 나가야지.’
처음엔 깨물리는 것과 꼬집히는 것까지 조교할 생각이었지만 꼴을보니 더 맛들렸다가는 성적 취향의 균형이 어긋나게 될 것 같았다. 어떻게 된 정신머리인지 수치 플레이보다 학대 플레이가 세 배는 더 좋은 모양이었다.
‘다음은 구속과 방치 플레이를 가르쳐서 균형을 좀 맞추도록 하고, 일단 맥을 끊어 볼까.’
조니는 이제 입술을 핥아 가며 통증을 음미하고 있는 아리스톨의 엉덩이로 오른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약지와 중지만 접어 세손가락을 편 후, 손을 뒤집어 검지는 꽃잎에 대고 소지는 항문에 댄 체 입을 열었다.
“암캐 같은 년아, 주인님이 기분 좋게 해 줄까?”
“……하아…… 하아…… 마음대로…… 해…… 하아…….”
기대하고 있으면서도 앙탈을 부리는 게 귀엽기는 했지만 조니는 더 이상 응석을 받아 줄 생각은 없었다. 암캐란 자각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도록 만들었으니 이제는 복종과 굴종을 가르칠 때였다. 딸을 기르는 게 아니라노예를 기르고 있다는 걸 머릿속까지 새겨 넣어 줘야 했다.
조니는 검지로 꽃잎을 한 장 슬쩍 열어 꿀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게 하고 소지로는 항문을 지분거리며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넣으면 지금보다 열 배는 더 기분 좋은데 넣고 싶지 않은가 보네. 부탁할 때는 공손하게 말하는 법도 못 배웠어?”
그런데 아리스톨의 반응이 가관이었다.
“……아앙…… 넣어 줘, 자기야…… 심술궂게 하지 말고…… 응……?”
“…….”
노예 도시에서 자라 산전수전 다 겪은 조니마저 잠시 어안이 벙벙해질 소리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조니는 악의적인 미소를 얼굴 가득 지으며 두 손가락을 콱 쑤셔 넣었다. 버릇없는 암캐에게는 매가 약이었다. 물론 이 경우의 매는 체벌이 아니라 고문이 될 것이다.
“이년이 미쳐 가지고.”
“하, 하읏……!”
두 구멍에 손가락을 꽂아 넣자 엄지는 자연스럽게 클리토리스 앞으로 위치하게 되었다. 조니는 그 위에 엄지손가락을 올려놓고 지금부터 가할 고문 아닌 고문의 이름을 알려 줬다.
“뎀프시 롤이라는 거다, 암캐야.”
조니는 오른손을 인정사정없이 흔들고 진동시켰다. 위아래와 좌우보다는 중지와 약지를 축으로 삼아 좌우로 짧고 빠르게 롤링시켰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뎀프시 롤. 노예 도시의 전설적인 핑거 마스터였던 골든 핑거 뎀프시 롤의 필살기였다.
“하아앙! 뭐, 뭐야, 이거엇! 자극이 너무 세에에에에엣!”
세 손가락을 이용해 클리토리스와 보지, 애널을 동시에 공략하는 이 기술은 본래 성적 포상의 용도로서 개발되었지만 그 자극이 너무 강렬하고 연속적이기에 결국은 고문이나 벌주기의 용도로도 쓰일 수 있다는 게 알려진 경우였다.
스스로 기분 좋아지고자 자위를 할 때도 보통은 한 구멍만 사용하고 아주 큰 자극을 원할 때에나 클리토리스를 같이 자극한다. 아리스톨도 자위를 해 본 경험은 있었지만 소녀다운 감성으로 꽃잎에 두 손가락을 넣어 본 게 전부였었다.
그런데 애널 자위는 해 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보지와 애널, 거기에 클리토리스까지 한꺼번에 자극을 받으니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눈이 돌아가고 꿀물이 미친 듯이 튀었다. 아프게 때리는 게 아니라 가장 아픈 곳을 쉬지 않고 직접적으로 계속 누르고 문질러 통증만 안겨 주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롤링하고 있는 축을 어디로 삼느냐에 따라 세 손가락의 빠르기와 각도가 전부 다 달라졌다. 심플하면서도 무궁무진한 그 변화에 아리스톨은 몸이 달아오르기도 전에 절정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하아아앙! 하아아앙! 하아앙! 하아앙! 나 곧……! 이제 고오옫……!”
세 군데에서 동시에 느껴지는 짜릿짜릿한 쾌감에 아리스톨은 눈물을 흘리며 급기야 스스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짧고 강렬한 자극이었지만 아주 약간 모자랐다. 조금만 더 깊이 들어오면 이대로 녹아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리스톨은 점점 자극이 줄어드는 것을 느끼고 눈이 동그래졌다.
“에? 에……?”
허리는 분명히 빠르게 요분질을 치고 있는데 쾌감이 점점 가라앉더니 이내 아무런 자극도 느껴지지 않았다. 조니가 그녀의 요분질에 맞춰 손을 똑같이 흔들고 있었다. 그냥 맞붙어 있기만 한 것과 마찬가지였으니 자극이 느껴질 리 없었다.
요분질을 멈춰 봤지만 조니 역시 손을 흔들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여 주면 바로 느낄 수 있는데 움직여 주질 않으니 아리스톨은 애가 탔다.
“……움직여 줘어…….”
“가고 싶어?”
“……응…… 빨리 움직여 줘어…….”
“가고 싶어?”
그런데 조니의 입에서 똑같은 말이 한 번 더 나왔다. 어조와 억양마저 완전히 똑같았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아리스톨이 못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
“가고 싶어?”
그리고 세 번 똑같이 반복되었을 때, 아리스톨은 결국 조니가 원하는 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네…… 가고 싶어요…….”
“암캐 주제에 어디서 건방지게 애인 행세를 해? 기분 좀 좋아지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
“…….”
“아직도 주제 파악이 안 됐네. 그럼 빼야지.”
조니는 밀고 당기기를 할 것도 없이 그냥 슥 빼 버렸다. 덕분에 애가 타는 건 아리스톨뿐이었다.
“자, 잘못했어요!”
“뭘 잘못했는지 알기는 하고?”
아리스톨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자신이 노예란 건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순결한 창녀이자 처녀인 암캐라는 진정한 정체성을 깨닫고 나니 성노예 취급을 받아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정말로 조니가 계속 이렇게 괴롭혀 주고 때려 준다면 마음 깊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기왕이면 예쁜 모습을 보여 주고자, 귀여움을 받고자 응석을 부렸다. 난 이제 완전히 네 여자라고 하는 애교의 표시였다.
그러나 조니의 지금 이 말로 인해 아리스톨은 완전히 깨달아 버렸다. 조니는 연인이나 사랑 따위를 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곳 노예 도시에 연인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런 곳에서 나고 자랐기에 정상적인 사랑과 연애를 모르는 것일 수도 있었다. 누군가가 가르쳐 준다면 조니도 바뀔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리스톨은…… 그게 자신이 아니라는 것 또한 뼈저리게 잘 알았다.
정말 잘못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일에 대해 사과하며 빌어야 하는 비참한 처지임에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입가에 분홍빛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조니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기에는 이 음란한 몸뚱이가 참을성이 너무 없었다. 오히려 쾌락을 얻을 수만 있다면 주인조차 배신할 수 있는 음탕한 육체였다.
“네…… 암캐 주제에 주인님을 몰라보고…… 잠시 정신이 나갔었어요…… 주인님이 너무 기분 좋게 해 주셔서…… 하앙…… 본분을 잊고 건방져졌었어요…… 부디 이 건방지고 음란한 암캐를…… 용서해 주세요…… 하아앙…….”
“이제야 좀 정신을 차렸네, 이 암캐 년. 근데 용서를 빌면서도 흥분하는 건 뭐야? 공주라는 년이 예의범절도 못 배웠나 보지?”
“죄송해요, 주인님…… 주인님께서 가르쳐 주세요…… 이 건방진 암캐에게…… 주인님의 것으로 예의범절 가르쳐 주세요…….”
아리스톨은 필사적으로 신음을 참아 내면서 그렇게 애원했다. 그리고 꿀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꽃잎을 자신의 두 손가락으로 활짝 열어젖히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주인님 허락 없이는 상스럽게 느끼지 못하게…… 주인님 없이는 절대 느끼지 못하게 지도해 주세요…… 주인님의 음란한 암캐에게…… 누가 주인인지 평생 잊을 수 없게 자궁에 낙인 찍어 주세요…….”
순결은 미노타우르스 앞에서 엉덩이를 흔들고 스스로 낙인을 박아 넣을 때도 지켰던 아리스톨의 최후의 보루였다. 아무리 육체적으로 음란해지고 더러워져도 순결을 지킨 채 집으로 돌아가면 사람들은 믿어 줄 테니까. 그런 곳에서조차 순결을 지켰느냐며 칭찬하고 추켜세워 줬을 테니까.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은 아무 상관도 없었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왕궁이 아니라 이곳이었으니까. 오로지 지금 등 뒤에 계시는 주인님만이 안타깝게 애타는 이 갈증을 풀어 줄 수 있었으니까. 한번 마시게 되면 평생 동안 마시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결코 끊을 수 없는 그 달콤하고 끈적한 것을 마시게 해 줄 수 있었으니까.
아리스톨은 분홍빛 미소가 걸린 청순한 입술로 보조개를 그리며 사랑에 빠진 소녀의 얼굴로 애원했다.
“이 상스러운 암캐에게 주인님의 자지를 넣어 주세요.”
더없이 암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