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34화 아리스톨 공개 레즈비언 수치 쇼 (1)
아리스톨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단검이 아니라 채찍을 들고 있다는 것도 그랬지만 전신 무장을 갖춘 건 더욱 그랬다. 게다가 딱 봐도 지금까지 나왔던 B급 검투사들의 실력이 아니었다.
검보다 다루기 어려운 무기가 채찍이었다. 길이가 길어 유리해 보이지만 길수록 다루기가 어렵고, 충분한 힘을 실어 휘두르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눈앞의 상대인 신드라는 화살조차 눈으로 보고 쳐 낼 수 있는 아리스톨이 눈으로 쫓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채찍을 휘둘렀다.
짝!
또 한 번 채찍이 휘둘러지고 왼쪽 허벅지에서 피가 흘렀다. 따끔한 통증은 그 뒤에나 느껴졌다.
‘빨라. 중간까지는 볼 수 있는데 타격 직전에는 아무리 집중해도 보이지가 않아. 어째서 저런 상대가 1회전에 나오게 된 거지?’
척 봐도 평범한 상대가 아니었다.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채찍을 2개나 들고 나온 것도 문제지만 방어구 역시 다 갖춰 입은 전신 무장이었다. 그나마 다행으로 플레이트 메일이 아니라 짐승 가죽으로 만든 레더 아머였지만, 그것만 해도 맨주먹인 아리스톨로서는 제대로 된 대미지를 입히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흔히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건 진행자의 소개 문구에서도 알 수 있었다.
- 누가 주인인지 몰라도 작정을 한 모양입니다!
정말 그녀가 보기에도 그랬다. 오전과 오후 모든 경기 수준이 고만고만한 것을 보면 정말 이번 상대는 챔피언 이상을 노린다는 각오로 작정을 하고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전 상대에 대한 의문을 언제까지 갖고 있을 수만도 없었다.
‘거리를 좁혀야만 해. 기회는 공격당한 바로 그 순간뿐.’
짝!
또 한 번 채찍이 날아오고 어깨에서 핏줄기가 튄 순간, 아리스톨은 땅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저 채찍을 회수하고 다시 날리기 전에 최대한 근접할 생각이었다.
다른 손에 한 개의 채찍을 더 들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의 거리까지 잴 여유는 없었다. 나머지 채찍의 거리를 재는 동안 대미지는 누적되고 자신의 정보 역시 상대에게 넘어가니 이로울 게 없었다.
‘다른 채찍은 팔로 감아 내고 접근하면 승산이 있어!’
맨발이라 전력으로 달리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땅이 고르고 돌멩이가 박혀 있지 않아 다행이었다. 아리스톨은 지면을 박차고 최대한 빠른속도로 상대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두 번째 채찍이 날아들었다.
팡!
짧은 파공음과 함께 빛살과도 같은 속도로 채찍이 날아왔다. 먼저 날린 채찍보다 더 빨랐다. 애초에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길이였고 접근해 오는 상대를 타격하기 위한 길이였다.
‘정확히 못 본다 해도 어디로 오는지는 알 수 있어!’
아리스톨은 신드라의 어깨와 채찍의 손잡이에서부터 중간 부분까지의 각도를 보고 어디로 날아올지를 예측했다. 그리고 그곳으로 왼팔을 내밀어 일부러 묶이는 것을 유도했다. 팔뚝으로 묶이면 잡아채서 당길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리스톨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채찍은 팔뚝에 와서 감기지 않았다. 그 앞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다음, 한 바퀴 돌아 다시 날아왔다.
휘리릭!
“큭!”
다시 날아온 채찍은 손이 아니라 발을 노리고 있었고 미처 대비하지 못한 아리스톨은 왼 발목을 그대로 묶이고 말았다. 신드라가 잡아당기면 그대로 끌려가다 자빠질 상황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 아리스톨은 신드라가 잡아당기는 힘에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이용해 오른발로 땅을 박차고 점프했다.
왼발 정강이를 칼날처럼 세우고 신드라에게 날아가는 아리스톨. 그 허를 찌른 공격에 신드라의 눈이 커졌다.
‘잡았어!’
아리스톨은 희열을 느끼며승리를 예감했다. 이대로 품 안으로 파고들어 가기만 하면 채찍은 쓸모가 없어지니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하지만 아리스톨은 채찍을 너무 몰랐다. 사용하는 자가 지극히 적은 무기인 만큼 그 사용법이나 응용법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퍽!
“꺄악!”
아리스톨은 허공에서 난데없이 무언가에 머리를 얻어맞고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채찍이 아니라 무언가 단단한 것이었다.
‘뭐, 뭐에 맞은 거지?’
얻어맞은 옆머리를 손으로 누르며 한쪽 눈만 떠서 신드라를 바라보니 어떻게 된 영문인지를 알 수 있었다.
가죽 노끈 부분이 아니라 손잡이였다. 긴 채찍의 잡는 법을 순간적으로 바꿔서 손잡이 위쪽의 가죽 노끈을 잡고, 손잡이를 휘둘러 후려친 것이었다.
“상당히 민첩하고 상황 판단이 빠르군. 이것까지 꺼내게 만든 상대는 간만이야. 무기를 들고 있었다면 좀 더 재미있는 싸움이 됐을지도 모르겠는데?”
신드라는 손잡이를 좀 더 길게 빼서 잡고는 채찍처럼 휘둘러 아리스톨의 전신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악! 악! 아악!”
손이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우툴두툴 돋아 있는 돌기 부위들이 무슨 둔기처럼 느껴졌다. 맞을 때마다 온몸이 욱신거리고 뼈가 시큰거렸다. 처음엔 몸을 웅크리고 머리를 두 팔로 감싸고 버텨 보려 했지만 이건 맨몸으로 견딜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빠, 빠져나가야 해…… 이대로 계속 맞다간 버틸 수가 없어…….’
이기기 위해서는 파고들어야만 했지만 지금처럼 맞기만 해서는 패배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아리스톨은 채찍 손잡이가 한 번 더 몸을 때린 순간 옆으로 구른 다음 기어서라도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상대가 들고 있는 무기는 채찍이었다.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어도 그 거리를 한 번에 좁히지 못했는데 기어서 도망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오히려 제대로 휘두를 수 있게 거리만 내준 셈이 된 아리스톨은 뒤이어 날아온 채찍에 목을 휘감기게 되었다.
차르륵!
“커, 커으윽.”
목을 꾹 조여들어 오는 채찍을 벗겨 내려 두 손을 채찍과 목 틈으로 밀어 넣으려 했지만 신드라가 잠자코 지켜보고 있을 리가 없었다.
짝!
짧은 채찍이 아리스톨의 하얀 엉덩이에 날아들어 빨간 자국을 새겼다. 그리고 한 대로 그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연달아 내리치며 엉덩이를 새빨갛게 물들여 갔다.
목이 졸리며 숨이 막히는 상태에서 엉덩이에 무수한 채찍질을 맞는 아리스톨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당장에라도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고 엉덩이에 작렬하는 채찍질도 비명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끈거리고 아팠다. 목을 졸린 상태에서 비명을 지르니 당연히 소리도 이상하게 새어 나왔다.
“흣! 학! 흐읏!”
아니, 그것은 비단 목이 졸려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개처럼 엎드려 목에 채찍이 감긴 채 엉덩이에 채찍질을 당하고 있다는 자각을 한 순간부터 고통과는 다른 무언가도 함께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네발로 엎드려 엉덩이를 맞는 경험을 전에도 해 본 적이 있었다.
‘하읏! 아, 안 돼! 이런 데서 느끼면, 흣! 흐읏! 흐앗! 하앙!’
그러나 피부를 찢는 날카로운 채찍질이나 손잡이로 두들겨 패는 것이 아닌 평범한 채찍질은 느낌부터가 달랐다. 지금 엉덩이에 내려쳐지고 있는 채찍질은 살갗에 짝 달라붙어 화끈거리는 깊은 통증을 속까지 아릿하게 전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릿함이 겹쳐지고 겹쳐져 안까지 파고들어 올수록 통증보다는 점점 다른 감각이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앙! 안 돼! 더, 더 이상 치지 마! 하앙! 하아앙! 치지 마아앗!’
아리스톨은 침을 질질 흘리면서 도리질을 쳤지만 신드라의 채찍질은 멈출 줄을 몰랐다. 오히려 더욱더 세게 몰아치며 아리스톨을 매도했다.
“어떻게든 참아 보려 하는 신음 소리가 섹시한데? 주인님이랑 이런 플레이를 해 본 적이 있나 보지?”
아리스톨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미친 듯이 좌우로 흔들었지만 신드라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머리로 아니라고 하는 것과는 다르게 허벅지 사이의 그곳에서는 이미 꿀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외모와는 다르게 암캐 같은 본성을 숨기고 있는 계집이었군. 마침 나는 채찍질을 좋아하는데 관중들에게 여흥이나 좀 안겨 줄까?”
“시, 싫어! 하지 마! 하읏! 하앙!”
아리스톨은 목을 묶이고 개처럼 엎드려 채찍질을 당하고 있는 모습을 수만 관중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는 수치심과 비참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더욱이 복종할 상대도 아니고 이겨 쓰러트려야 할 상대에게서 비난과 채찍질을 당하며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데서 더욱 참담함을 느꼈다.
차라리 저항을 포기하고 죽어 버리고 싶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엉덩이에 내려쳐지는 채찍질은 그런 마음도 오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맞을 때마다 소름이 돋고 엉덩이가 옴찔거렸다. 좀 더 강하게, 좀 더 안쪽에 맞고 싶다는 본능이 그녀의 이성을 점차 밀어내고 있었다.
살집에 맞아도 이 정도인데, 살집이 아니라 은밀한 그곳에 맞는다면…….
짝!
그 순간 마치 보상처럼 그녀의 그곳으로 채찍이 날아들었다.
“흐아아아앙!”
꿀쩍꿀쩍.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쾌감과 비참함에 아리스톨은 엉덩이를 부르르 떨면서 눈물과 침, 꿀물을 동시에 질질 흘렸다. 자극이 어찌나 심한지 정신이 아득해질 판이라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 채찍질만 당해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
‘더, 더 이상은…….’
그리고 그 생각을 못 이겨 몸을 지탱하던 팔에서 힘이 빠지려는 순간, 신드라가 목을 감은 채찍을 확 잡아당겼다.
“커, 커억.”
아리스톨의 팔에 힘이 다시 들어가고 목이 뒤로 젖혀졌다.
“칠칠치 못하게 바닥에 엎어지면 예쁜 모습이 안 나오지. 계속 네발로 버티고 서서 엉덩이 내밀고 있어.”
“내, 내가 왜.”
아리스톨은 눈물범벅과 침범벅이 된 얼굴을 좌우로 저었지만 이미 설득력 없는 저항이었다. 신드라는 아리스톨의 엉덩이에 한쪽 발을 올리고는 채찍을 짧게 잡은 뒤 다시 한 번 엉덩이를 채찍질했다.
짝!
“하앙!”
아리스톨의 입에서는 다시 반사적으로 달콤한 교성이 흘러나오고 그곳에서는 꿀물이 넘쳐흘렀다.
“그렇게 좋아하면서 왜냔 소리가 나와?”
“…….”
“이제 와서 자존심 챙기려고 해도 이미 늦었어. 채찍질당하면서 기쁘게 울부짖는 모습을 관중들이 다 지켜봤다고.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도도한 척하려고 하면 당장 죽이라고 소리칠걸? 그러니 잔말 말고 엉덩이 세워, 예쁜이. 원하는 만큼 울려 줄 테니까.”
“…….”
아리스톨은 대답하지 않았다.
“호오, 참아 보시려고?”
짝! 짝! 짝!
연달아 세 번의 채찍질이 아리스톨의 엉덩이에 내리쳐졌다.
“흣! 흐앗! 하앙!”
동시에 채찍질에 당할 때마다 엉덩이가 조금씩 곧추세워졌다.
그 모습을 본 신드라가 냉혹한 미소를 지으며 또 한 번 힘차게 채찍질을 했다.
짜악!
“하아앙!”
부르르르.
아리스톨의 등이 초승달처럼 파이고 엉덩이가 꼿꼿하게 세워졌다. 그녀의 의지가 아니라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그리고 소중한 그곳에서는 다시금 꿀물 한 방울이 흘러내려 지면으로 떨어졌다.
꿀쩍…….
이미 온몸이 예민해진 아리스톨은 그 소리마저도 듣고 또 한 번 스스로의 피학심에 부채질을 했다.
‘역시 난 글러먹은 암캐인 거야……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엉덩이를 맞으면 기분이 좋아져 버려……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도…… 조니가 보고 있는데도…… 흑.’
눈물이 멈추지 않고 쏟아져 내렸지만 비참하다고 해서 기분 좋은 게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반대로 개처럼 엎드려 엉덩이를 맞으면서 기분이 좋아진 데서 비참해진 것이었고, 이제는 그 비참함이 커질수록 기분 좋은 것도 커져 가고 있었다.
눈 쌓인 언덕 위에서 굴러 떨어지는 눈덩이와도 같았다. 기분이 좋아지면 비참해지고, 비참해지면 기분이 좋아지고. 떼어 놓을 수 없는 그 이율배반적인 관계는 아리스톨을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아리스톨을 지켜보고 있던 관중들도 이제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신드라와 아리스톨은 더 이상 목숨을 걸고 치고받는 검투 노예가 아니었다.
“어째 흐름이 이상한데? 때리는 쪽이나 맞는 쪽이나 좋아하는것 같잖아?”
“내가 보기에도 그렇군, 흘흘. 이건 더 이상 검투 경기가 아니라 쇼야.”
“긴박감은 사라졌지만 이런 것도 지켜보는 묘미가 있지, 크크크. 계속해라, 암캐들아! 강간해 버려!”
- Rape! Rape! Rape! Rape! Rape! Rape!
흐름을 알아본 관중들이 점차 손을 들고 한 단어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 외침은 콜로세움의 이곳저곳에서 작게 들리다가, 점차 열광적으로 퍼져 나가 콜로세움 전체에 울려 퍼졌다. 결승전의 열기를 뛰어넘는 광기 그 자체였다.
- Rape! Rape! Rape! Rape! Rape! Rape! Rape! Rape! Rape! Rape! Rape! Rape! Rape! Rape! Rape! Rape! Rape! Rape! Rape! Rape!
신드라는 관중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듯 채찍을 머리 위에서 세차게 한 바퀴 돌린 후에 있는 힘껏 아리스톨의 엉덩이를 내리쳤다.
짜아아악!
그리고 아리스톨 역시 눈물과 침, 꿀물을 미친 듯이 흘려 대면서 그 채찍질에 부응했다.
“흐아아아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