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화 〉32화 아리스톨 피어싱 & 전신 타투 (3) (33/95)



〈 33화 〉32화 아리스톨 피어싱 & 전신 타투 (3)

 말을 듣는 순간 아리스톨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그리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브랜드 낙인만 지워 준다면 지금이라도 모든 걸 잊고 다시 조니의 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집의 위치를 알고 있으니 새벽마다 찾아올 수는 있겠지만 함부로 문을 열고 들어오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제안을 과연 받아들여도 괜찮은 것일까? 사실은 지울 방법 따위 없는데 충성심을 확인하기 위해서 던져 본 말이라면?

지워 달라고 말하는 순간 그대로 끌려가서 두 번 다시 빛을 보지 못하고 영원히 황소 자지에 허덕이는 암캐가 되어 살아가게 될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런 꼴이 된다 해도 자업자득이라 생각하고 체념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동생들을 지킬 수가 없게 된다. 자신이 아무 말 없이 사라지면 조니가 리즈와 베티를 위해 굳이돈을 쓰고 노력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가 없었다.

‘안 돼…… 지금은 모험을  때가 아냐.’

찰나 동안 별별 생각을 다 한 아리스톨은 그대로 무릎을 꿇고 미노타우르스의 다리에 매달리며 간절히 빌었다.

“저, 전 지우고 싶지 않아요. 절 버리지 말아 주세요, 주인님…… 제 몸이 주인님의 것이라는 증표를 평생토록 간직하게  주세요, 주인님…….”

그러면서 두터운 황소 다리를 끊임없이 핥고 얼굴을 비비며 복종의 맹세를 했다.

“크훅…… 쿡쿡쿡.”

그리고 머리 위에서 만족스러워하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자 아리스톨은 자신의 선택이 잘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황소 주인님은 암캐를 시험한 것이 맞았던 것이다.

“전신 타투를 다 새기고 나면 다시 찍어 줄 것이다. 그러니 걱정 말도록, 암캐. 쿡쿡쿡…….”

“아아…… 감사해요, 주인님…… 제 몸과 마음은 영원히 주인님의 것이에요.”

“그럴 것이다, 크훅…….”

미노타우르스는 그 길로 아리스톨을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다음에 불 고문용 쇠막대기를 달궈 브랜드 낙인을 지져 버렸다. 그리고 메디컬 센터로 가서 불 고문 흉터 복구 수술을 한 뒤, 다시 조니의 집 앞으로 데리고왔다.

 데리고 놀기에는 시간도 많이 흘렀고 타투에 불 고문, 수술까지 받은 아리스톨의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져서 기절할 지경이기에 오늘은 어쩔 수가 없었다.

“5일 뒤에 다시 찾아오지, 크훅…….”

“네, 주인님……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리스톨은 미노타우르스를 애절한 눈빛으로 배웅하고 집 안으로 들어와 기절하듯 잠들었다.

잠에서 깨 눈을 뜬 아리스톨이 제일 먼저 본 것은 조니의 얼굴이었다. 조니가 그녀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일어났어요, 공주님?”

“아…… 미, 미안. 내가  늦잠을 잤나 보네. 타투 시술이 좀, 피곤했었나 봐…….”

“그러셨나 봐요. 오늘도 계속 시술을 해야 하는데…….”

“아냐, 괜찮아. 받을  있어…… 조금만 더 쉬고 나면 괜찮을 것 같아.”

노예 도시에 온 뒤론 계속 아침 일찍 일어나다 보니 습관이 되어 약간 늦게나마 일어나긴 했지만, 아직 잠이 부족했다. 몇 시간은 더 자고 일어나야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올 듯한 느낌이었다.

“그럼 저도 경매장이랑 길드 좀 둘러보고 올 테니까 한숨 더 주무세요. 점심때 깨워 드릴 테니 점심 먹고 시술받으러 가요.”

“응, 그러면  것 같아…… 걱정 끼쳐서 미안해, 조니.”

아리스톨은 조니의 목에 팔을 두르고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못 해 준 알람시계 겸 사과의 의미를 담은 짧은 키스였다.

그런데 떨어지려고 하는 순간 조니가 더 달라붙어 오더니 혀를 깊숙이 집어넣었다.

“흡?!”

동시에  손은 가슴으로 올라오고  손은 밑으로 내려가 두 곳을 동시에 애무하기 시작했다. 위아래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쾌감에 아리스톨은 눈썹을 파르르 떨었지만, 이내 몸의 긴장을 풀고 조니의 키스와 애무를 받아들였다. 끈적하기보단 자상한 애무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자상한 애무도 계속되니 흥분이 쌓이고 달아올라 점점 안달이 났다. 좀 더  것이,  더 격렬하게, 좀 더 깊숙이 들어와 줬으면 하는 소망이 커져 견딜 수가 없어졌다. 아리스톨은 숨을 헐떡이면서 조니에게 애원했다.

“그, 그만…… 하아, 하아…… 더 하면 나…… 못 참을…….”

“보내 드릴 테니까 마음껏 가세요, 공주님. 점심때 깨우러 올게요.”

“……응.”

아리스톨은 조금 부끄러웠지만 가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기에, 결국 눈을 감고 조니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기고  손길이 주는 쾌감에 집중했다.

“응, 거기 좋아…… 아…… 좀 더 깊이…… 아앙…… 앙…… 앙…… 아아앙……!”

엉덩이를 들어 올리며 조니의 손을 더욱 깊숙이 받아들이면서 절정에 오른 아리스톨은 꿀물을 울컥울컥 쏟아 내며 무너지듯 쓰러졌다. 기분 좋게 달아오른 채로 절정을 느낀 아리스톨은녹아내리는 듯한 기분과 함께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조니는 귀엽게 상기된 얼굴로 잠든 아리스톨을 보고 미소를 머금고는 침실 밖으로 나왔다. 제대로 일어났던 헤나는 이미 먼저 나와서  안 청소를 하고 있었다.

“너무 무리하진 말고 쉬엄쉬엄하렴, 헤나야.”

“에헤헤, 괜찮아요. 언니는 아직도 자요?”

“점심때까지 더 주무시라고 했어. 못 일어나도 깨우지 말고 그냥 놔두렴. 나갔다가 점심때 다시 돌아올 테니까.”

“네, 오빠! 잘 다녀오세요~ 쪽.”

조니는 헤나의 마중 인사를 받고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게이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리스톨한텐 경매장과 길드를 다녀온다고 했지만 그곳으로 갈 생각 따윈 없었다.

“점심때까지 우리 고양이 밥이나 주고 놀아 주다 와야지.”

오늘 먹일 우유와 사료를 산 조니는 기분 좋게 웃으면서 리즈를 보러 갔다.

그리고 점심때가 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오자 아리스톨이 이미 일어나 씻고 있었는지 욕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수 있었다.

“일어났어요, 공주님?”

“응, 방금 막 일어났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아니에요. 그럼 타투 시술하러 가요.”

조니의 손을 잡고 타투 샵으로 간 아리스톨은 오늘은 어제처럼 흥분하지 않고 얌전히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엉덩이의 브랜드 낙인을 지웠다고 생각하니까 신기할 정도로 긴장도 흥분도 되지 않았다.

시술을 하던 보 아저씨가 오히려 놀랄 정도였다.

“어제는 그렇게 질질 흘리더니 오늘은 침착하군. 이제 이 정도 자극으론 안 된다는 건가, 아니면 자네가 이미  주고 온 건가?”

“아하하…… 그렇게 됐어요.”

조니는 멋쩍게 웃으면서 뒤통수를 긁었고 아리스톨은 엎드린 채로 희미하게 웃었다. 조니가 달래 준 것도 있긴 하지만 그보단 낙인을 지운 탓이 더 컸지만, 두 사람이  리가 없었다.

‘안 들켜서 다행이야.’

그리고 그 순간 보 아저씨가 작업이 다 끝났다는 말을 알려 왔다.

“좋아. 등 쪽은 다 끝났네. 피부가 고운 데다 독특한 금발이라 특별히 백금색으로 넣어 봤네. 마음에 드나?”

조니가 아리스톨의등을 보니 기기묘묘한 백금색 문양들이 예쁘게 자리 잡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자체로 특별한 뜻이나 의미가 담긴 문양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모양과 컬러는 확실히 발할라의 전쟁 처녀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었다.

“네. 멋진 문양이네요.”

“이제 이런 문양을 전신으로 확대할 걸세. 문제없겠지?”

“네, 그렇게 해 주세요. 아, 그런데 피부색과 백금색이 비슷해서 환한 데서는  안 보이진 않나요?”

조니의 우려에 보 아저씨는 두툼한 손가락으로 작은 안경을 추어올리며  웃었다.

“환한 데서 더 잘 보이는 거네. 마력이 흘러서 빛을 반사시키거든. 맑은 날 콜로세움에 서게 되면 진짜 발키리가 강림한 것처럼 보일 걸세.”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감사는 뭘. 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 나야말로 이런 소재에 작업하게  줘서  고맙지.”

“남은 작업도  부탁드릴게요.”

“나도 잘 부탁하지. 오늘 작업비는 25스파크네.”

조니는 25스파크를 내고 아리스톨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엔 오전부터 오후까지 나머지 전신에 밑그림을 그리고, 이튿날엔 색을 채워 넣는 마무리 작업까지 끝마칠 수 있었다. 처음엔 6회 작업을 예상했지만 아리스톨이 잘 참아 주어서 하루에 오전과 오후로 나눠 2회씩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이틀간 낸 작업비만 150스파크에 달할 정도였다.

전신 타투 작업이 끝난 아리스톨은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오딘을 수행하는 발키리처럼 보였다. 기기묘묘한 문양과 선들, 그리고 화려하게 채워진 백금색의 무늬들은 각각 갑옷과 날개 등을 형상화하고 있었다.

“정말 예뻐요, 공주님! 콜로세움의 관중들도 눈을 떼지 못할 거예요!”

“……고마워.”

아리스톨은 열정적으로 말하는 조니의 눈을 피하며 뺨을 붉혔다. 그리고 타투 샵에 세워져 있는 전신 거울 앞에서 몸을 요리조리 돌려보며 자신의 몸을 감상했다.

처음엔 꺼려지는 기분도 분명 있었고 어떻게 될지 걱정이 많았지만,이제 보니 확실히  아저씨의 예술 감각은 뛰어난 장인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도 이렇게 아름답고 화려한 문양이라면 여자라고 해도 못 하고 다닐 구석이 없어 보였다.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멋지긴 하네. 속이 비치는 하얀 드레스를 입어도 예쁠  같아. 하얀 갑주도 잘 어울리겠고.’

그대로 하얀 갑주를 차려 입고 전장의 선두에 서도 위엄이 서려 보일 만큼 멋진 문양이었다. 집에서 정원을 가꾸고 자수만 놓는 아가씨였던 게 아니라 검을 들고 기사단의 선두에 서던 기사여서 그런지 받아들이기가 더욱 쉬웠다.

“그럼 이제 피어싱만 하면 되겠어요. 처음엔 좀 아프고 따가울 텐데 참기 어려울 정도는 아닐 거예요.”

“응, 피어싱이 남았구나…… 알았어. 어차피 하기로 했던 거니까 그것도 빨리 끝내자.”

아리스톨은 그렇게 마음먹고 조니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철 장미 샵에 도착한 아리스톨은 내부 분위기와 주인이라는 여자의 생김새를 보고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무슨 고문실 같았고, 벽에 걸려 있는 것들은 온갖 고문 도구와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를 기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저기…… 여기 제대로 온 거 맞아, 조니?”

“네, 맞아요. 원래는 여러 가지 조교에 필요한 도구들을 파는 곳이거든요. 여자가 보기엔  섬뜩하죠?”

“으응…… 저, 저런 흉악한 걸 사용해서 여자를 조교하다니…….”

아리스톨은 한쪽 구석에 위풍당당하게 놓여 있는 고문 도구 중 하나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녀에게 사용하면 울고불고 난리치다가 기절할지도 몰랐다. 그것은 척 봐도 알몸으로 위에 올라타게 되어 있는 삼각형의 받침대였다.

‘그냥 올라타게 하는 게 아니라 손을 묶기라도 하면…….’

꿀꺽.

아리스톨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고개를 돌렸다. 더 이상 바라보면 기분이 이상해질 것 같아서였다.

“손님인가?”

그때 안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전문적인 고문가처럼 차려 입은 여자가 나른한 표정으로 조니와 아리스톨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 피어싱 좀 하려고요.”

“잡손님이었군.”

한마디로 그렇게 폄하한 철 장미 샵의 신체 예술 장인, 포이즌은 그녀의 날카로운 손톱을 혀로 슥 핥았다. 일반적인 사람 손톱이 아니라 무슨 육식 동물의 갈고리 발톱처럼 길쭉하고 날카로운 손톱이었다. 니렐리스 대주교와 같은 코르버스 가문의 일원인 포이즌 역시 인간이 아니라 언데드였다.

“어디에 뚫어 줄까?”

“전신에 다 해 주세요.  링만 빼고요.”

“그건 그나마 낫군. 근데 코 링은  빼고? 코뚜레 채워서 젖 짜게 하면 잘 어울리겠는데.”

“검투 노예라서요. 그리고 가급적 타투에 어울릴 만한 액세서리 추천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러지. 어이, 노예. 이리로 와.”

“네…….”

아리스톨은 살짝 기가 죽은 채로 포이즌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젖꼭지에서 화끈한 통증이 느껴지더니 핏방울이 솟아올랐다.

“하읏!?”

“민감도는 괜찮군. 흐음, 싸우는 여전사를 형상화한 문양인가? 링보단 체인이 잘 어울리겠네.”

별다른 기구도 사용하지 않고 손톱으로 그대로 젖꼭지에 피어싱할 구멍을 낸 포이즌은 카운터 안쪽을 뒤적거리더니 금빛으로 빛나는 니플 체인 하나를 꺼냈다. 젖꼭지에 끼우는 체인으로 마치 장신구처럼 세 가닥으로 늘어져  자체로 미적 요소를 돋보이게 한 액세서리였다. 물론 길이가 다른  가닥의 체인은 주인의 기분에 따라 골라서 잡아당겨 노예를 벌주거나 흥분시킬  있는 용도였다.

“이거 어때?”

“잘 어울리겠네요.”

“내가 보는 눈이 있지.”

포이즌은 아리스톨의 젖꼭지에 작은 링을 끼운 후 삼단 니플 체인을 끼웠다. 그리고 손톱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혀 내밀어.”

“네? 네…….”

이미 한  당해서 움찔한 아리스톨은 긴장한 채로 혀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그리고 역시나 화끈한 통증이느껴지고 입안에서 피 냄새가 맡아졌다. 그래도 젖꼭지보다는 훨씬 덜 아팠다.

“눈가를 찡그리는 게 무척 귀엽군. 피어싱 말고 여러 가지로 개조해도 재미있겠는데?”

“개, 개조요?”

“혀를 뱀처럼 가르거나 이마에 뿔을 달거나 날개뼈 위에 날개를 붙이거나 하는 거지. 아,  문양은 발키리인 건가? 타천사의 날개를 달면 예술적이겠는데?”

“잘 어울리긴 하겠지만 콜로세움에 나갈 거라서요. 무게 중심도 달라질 테고 움직이는  걸리적거려서 내키진 않네요.”

조니가 얼른 나서서 반대의 의사를 표시했지만 포이즌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손톱을 좌우로 까딱거렸다.

“날 뭐로 보는 거야? 살아서 움직일 수 있는 진짜 날개를 달아 줄  있다고. 적응 기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익숙해지면 어느 정도  수도 있지. 테크노스피어의 정예병들 중에도 타천사의 날개를 이식한 애들이  있어. 그것만으로도 전력이 세 배는 올라갔지. 물론 스파크가 많이 들어가니까 검투 노예에게 해 주긴 아깝긴 하지만, 대주교들이나 장군들에게 납품하게 되면 최고의 대우를 받을걸?”

“오호…… 테크노스피어의 정예병들 중에 날개를  사람들이 있다는 건 본 적 있지만 그게 여기서 붙인  줄은 몰랐네요. 하도 이종족이 많다 보니 타고난 조인족인 줄 알았어요.”

“조인족 애들은 독수리 날개나 하피 날개 같은 거지. 봤으면 알 거 아냐? 타천사의 날개는 검을 뿐 진짜 천사의 날개라고. 천계에 게이트를 열어 납치한 천사들을 암캐로 타락시켜 뽑은 날개야. 아무리 조인족이라고 해도 그런 날개는 못 달고 있지.”

“……얼마나 하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