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31화 아리스톨 피어싱 & 전신 타투 (2)
“정말 간만에 받아 보는 전신 타투 주문이군, 허허. 어떤 걸로 그려 줄까?”
“발키리가 연상되면 좋겠어요. 기왕이면 금발과 잘 어울리는 걸로요.”
“흠. 발키리라. 외모와 몸매가 좋으니 그림보다는 문양으로 가는 게 좋겠군. 알겠네.”
보 아저씨는 나무망치와 속이 빈 바늘을 쥐고 작업대 위에 엎드려 있는 아리스톨에게 갔다. 그러고는 바늘을 목 뒤에 대고 나무망치로 가볍게 톡 두드렸다. 바늘이 아리스톨의 매끄러운 피부를 부드럽게 파고들어 갔고 바늘 속에 들어 있던 검은 물감이 피부 밑에서 번져 나갔다.
“흡.”
타투를 처음 받아 본 아리스톨은 맨살을 뚫고 들어오는 바늘의 촉감에 살짝 놀랐다. 바늘이 생각보다 두꺼웠고 또 아팠다.
‘이런 작업을 전신에 다 한단 말야?’
“힘 빼는 게 좋을 거야. 힘줘서 참다 보면 근육이 긴장돼서 완전히 녹초가 될 테니까.”
보 아저씨는 간단하게 말하며 계속 나무망치로 바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받고 있는 아리스톨은 간단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 아파. 몇 바늘 찌르지도 않았는데 이, 이 정도라니. 게다가 엉덩이는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하지?’
마법 연고는 분명 손으로 만질 때의 촉감도 맨살처럼 느껴지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낙인 찍힌 공간을 연고가 덮고 있는 것이기에 바늘로 찔러 넣으면 단번에 들키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조니가 보는 앞에서 황소 주인님의 낙인을 들킨다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곳이 젖어 오는 기분이었다. 아니, 실제로도 축축해지고 있었다. 바늘이 목에서 등으로 점점 밑으로 내려간다는 긴장감과 피부를 가볍게 뚫고 들어오는 그짜릿한 통증이, 아픔이 아니라 점점 다른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하, 하읏. 아, 안 돼. 아픈데 아프지 않아. 이, 이러다가는…… 이러다가느읏!’
울컥.
바늘이 허리 부근까지 내려오자 결국 아리스톨은 참지 못하고 꿀물을 흘리고 말았다. 두 다리를 붙이고 엎드려 있었기에 바로 들키지는 않았지만, 작업이 계속되고 흘리는 양이 많아지게 되면 작업대 위로 흘러넘쳐 들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시술이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순간 낙인까지 들키면 아리스톨은 구제받을 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될 것이었다.
“자, 잠깐만요. 잠깐만요…….”
아리스톨이 다급하게 한 손을 들고 멈춰 달라고 사정하자 보 아저씨가 아리스톨을 힐끗 쳐다봤다.
“왜 그러나?”
“너무 아파요…… 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면 안 될까요?”
타투는 이제 허리까지다 새기고 막 엉덩이로 내려갈 참이었다. 아리스톨은 일어나는 순간 칠칠맞게 흘린 꿀물을 들키게 되는 것도 부끄러웠지만, 낙인만큼은 어떻게든 들키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결국 들키게 된다 하더라도 적어도 마음의 준비는 필요했다. 아니면 버림받을 것을 각오하고 조니에게 털어놓고 용서를 구하든가. 그러나 지금은 아무 준비도되어 있지 않았다.
“원래 타투 시술이 힘들기는 하지. 더 참기 힘들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색을 채우는 건 다음에 받게나. 어떤가, 젊은 친구?”
보 아저씨가 조니에게 묻자 조니도 선선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게 할게요. 어차피 전신 타투는 한 번에 다 못 끝내니까요.”
“이 정도 참을성이면 6회 정도 걸릴 것 같군. 다음엔 등에 색을 채워 넣고 그 후 하반신이나 상체 앞면에 밑그림을 그리도록 하지. 혹시라도 마음이 바뀔수 있으니까 전신 밑그림부터 그리기보다는 부위별로 완성시켜 주겠네. 자네도 그러는 게 부담이 덜 되겠지?”
무조건 전신 타투를 그리게 할 생각이었던 조니는 딱히 부담이 없었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보 아저씨 입장에선 호의를 갖고 건넨 제안이었으니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진행하면 저도 한결 편하겠네요. 감사합니다, 보 아저씨.”
“뭘 이 정도 가지고.”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체력 상황을 보고 내일이나 모레 다시 올게요.”
“그렇게 하게나.”
보 아저씨와 일정 조율을 마친 조니는 밑그림 작업비 10스파크를 건네고 아리스톨을 불렀다.
“고생하셨어요, 공주님. 집에 갈 테니까 일어나세요.”
“……으, 으응, 주인님.”
아리스톨은 내키지 않는다는 투로 대답하며 빨개진 얼굴로 작업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허벅지 밑에 흥건하게 고여 있는 꿀물이 훤히 드러났다.
그걸 본 보 아저씨는 흥미롭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으며 아리스톨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이거 참, 지금까지 많은 노예들에게 시술을 해 왔지만 시술받으면서 느낀 노예는 또 처음이로군. 아픈 게 아니라 가 버릴 것 같아서 다음에 하자고 한 거였나?”
“…….”
“내 취향은 아니지만 철 장미 샵의 포이즌이라면 상당한 구미를 보이겠군. 그녀는 신체 예술의 장인이거든, 허허.”
그렇게 말한 보 아저씨는 아리스톨의 젖꼭지를 집어당기며 비틀었다.
“하읏!”
무방비 상태로 갑작스런 자극을 받은 아리스톨의 허리가 활처럼 휘며 부르르 떨리고 꿀물이 꿀쩍 흘러내렸다. 필사적으로 참았기에 가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번만 더 자극을 받으면 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달아오른 아리스톨은 빨개진 눈으로 보 아저씨를 보면서 눈빛을 보냈다.
그것이 그만하라는 것인지더 해 달라는 것인지는 보 아저씨로서도 판단할 수가 없었다. 그만하라고 하는 눈빛이라기엔 지나치게 얌전하고 저항이 없었고, 더 해 달라고 보기에는 반응이 너무 밋밋해서 긴가민가했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을 내맡기고 처분을 기다리는 모습 같기도 했다.
“허허. 재미난 노예군. 꼭 한번 포이즌에게 보여 줘 보게나. 제법 괜찮은 값을 치를지도 모르네.”
“하하…… 우리 공주님이 좀 예민하긴 하지요. 어쨌든 다음에 다시 올게요. 수고하세요.”
“잘 들어가게나.”
조니는 아리스톨을 데리고 타투 샵을 나왔다. 타투 시술을 받느라 누적된 통증과 흥분 때문에 혼자서는 잘 걷지 못해 허리에 손을 두르고 부축하고 있는 상태였다.
“괜찮으세요, 공주님?”
“으응…… 미, 미안해.”
“아니에요. 몸이 예민한 게 공주님 탓도 아닌데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고마워, 조니…… 쪽.”
아리스톨은 부끄러운 모습을 자상하게 덮어 주는 조니의 말에 보답하듯 뺨에다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노예 도시에 오기 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미 노예의 삶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맞춤이 나갔다.
하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은 아리스톨은 또 살짝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외출하고 귀가할 때마다 입술에 입맞춤을 하는 데다 성기에도 키스하고 진한 페팅도 여러 차례 한 것에 비하면 오히려 달달한 느낌마저 있었다.
아리스톨은 허리를 안아 주고 있는 조니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포근한 마음을 느끼며 집으로 걸어갔다.
집으로 돌아온 조니는 아리스톨을 침대로 데려가 눕히고는 이불을 덮어 주었다.
“오늘은 푹 쉬세요, 공주님. 콜로세움 출전 전에 전신 타투를 다 마치려면 꽤 강행군이 될 거예요. 그때까지는 집안일도 하지 마시고 그냥 쉬면서 체력 보존만 집중하세요.”
“그래도 되겠어? 그럼 헤나 혼자 정리해야 할 텐데…….”
“헤나도 처음 왔을 때보단 체력이 많이 붙었잖아요. 며칠간 정도는 혼자 해도 괜찮아요.”
“응, 알았어…… 고마워. 쪼옥.”
아리스톨은 조니의 목을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이번엔 아까 한 입맞춤보다도 좀 더 길고 진한 키스였다. 조니도 거부하지 않고 다정하게 키스를 받아 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응…… 그럼 먼저 잘게, 조니. 내일 봐.”
“좋은 꿈 꾸세요, 공주님.”
아리스톨은 방문을 닫고 나가는 조니에게 손을 흔들어 준 뒤 한숨을 가볍게 내쉬었다. 마음 같아선 좀 더 매달려서 달아오른 흥분을 가라앉혀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상한 조니는 그런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몸 걱정만을 하고 있었기에 먼저 꺼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혼자 손으로 위로라도 하고 싶었지만 밤이 되면 조니와 헤나도 침대 안으로 들어올 테니 이불과 시트를 젖게 할 수도 없었다.
‘그냥 참고 자는 수밖에 없겠네. 그래도 새벽이 되면 또…… 주인님을 만나니까…….’
아리스톨은 건드리기만 해도 꿀물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그곳으로 손가락을 가져가지 않으려고 애쓰며 힘들게 잠을 청했다.
4월 17일.
자정을 막 넘었을 무렵, 아리스톨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바로 옆에서 조니와 헤나가 자고 있는 게 보였다.
‘둘 다 푹 잠들었구나.’
슬며시 이불을 치우고 몸을 일으킨 아리스톨은 소리 나지 않게 조용히 침대에서 나와 침실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 황소 주인님을 만나 마법 연고를 발라야 할 시간이었다.
그리고 물론,점잖게 마법 연고만 발라 주고 끝날 리는 없었다. 그녀의 주인님은 결코 점잖은 신사가 아니었으니까.
‘응…… 조금만 더 참으면 돼.’
조용히 집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우뚝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주인님…….”
“크훅…… 아우스펙스.”
아리스톨을 본 미노타우르스는 아우스펙스부터 시전했다. 그리고 해일처럼 난폭하게 날뛰고 있는 성욕을 보고 만족스런 미소를 흘렸다.
“시킨 대로 제대로 달아올랐군, 암캐. 기특하다, 쿡쿡…….”
“네. 손이나 시선이 엉덩이에 닿을 때마다 참을 수가 없어서…… 보고 싶었어요, 주인님. 아아…….”
아리스톨이 경외하는 눈으로 미노타우스를 바라보며 다가가자 미노타우르스가 거대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그곳을 쓰다듬었다.
“하으읏!”
이미 한계였던 아리스톨은 더 이상 참을 필요 없다는 해방감과 함께 그것만으로 절정에 올라 버렸다.
“크훅…… 쿡쿡쿡. 마셔라, 암캐.”
미노타우르스는 아리스톨이 흘린 꿀물을 손으로 받아 내어 그녀의 입으로 내밀었다. 거대하고 두꺼운 손바닥 위에 그녀의 꿀물이 고여 있었다. 아리스톨은 뺨을 붉히면서도 천천히 고개를 숙여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자신이 흘린 꿀물을 천천히 핥았다.
할짝, 할짝…….
그 모습을 기특하게 바라보던 미노타우르스는 고개 숙인 아리스톨의 등에 저번에는 없던 문양이 새겨져 있단 것을 보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타투를 새겼군, 크훅…….”
아리스톨은 황급히 고개를 들고 주인님에게 대답했다.
“네, 오늘 새기고 왔어요. 그게 사실…… 전신 타투를 해서 이국적으로 꾸며 준다면서…….”
콜로세움 때문이라고 말하려고 했던 아리스톨은, 순간적으로 챔피언을 노리고 있다고 말하게 되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을 직감하고 다급하게 말을 돌려 말했다. 자유를 바라고 있다고 말하는 순간 지금처럼 쉽게 풀어 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낙인을 지우고 자유의 몸이 되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으실 거야. 들키면…… 절대 안 돼.’
“크훅…… 그것도 나쁘지 않지, 쿡쿡쿡…….”
타투로 한껏 잘 꾸민 몸은 노예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치장 중 한 가지인데 돈이 많이 들었다. 그런 작업을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노예 상인이 대신 해 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얌전히 받도록, 크훅…… 다 받고 나면 특별히 더 귀여워해 주도록 하마, 쿡쿡…….”
“네, 주인님. 근데 저기…… 엉덩이에 시술할 때 들키지 않나요? 그것 때문에 오늘도 정말 조마조마해서…….”
“아, 그렇군…… 크훅. 물감이 좀 다르게 번져 나갈지도 모르겠군. 흐으음…….”
마법 연고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강하게 후벼 파지 않는 한 촉감은 살갗과 똑같지만 타투 시술은 피부 밑으로 물감을 흘려 넣어 그림을 그리는 것이니 그가 생각해도 뭔가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그리고 들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법 연고를 교체할 때 타투 역시 지워질 테니 그것도 문제였다.
‘200스파크 정도 하는 전신 타투를 대신 해 주는 걸 마다하긴 아깝고 놔두자니 들키겠군…… 메디컬 센터에 가서 고치는 수밖에 없나, 크훅…….’
노예 도시의 메디컬 센터는 수준이 굉장히 높아서 목이 떨어지지 않는 한 못 고치는 병과 상처가 없었다. 전신 화상마저도 원 상태로 복구가 가능하니 브랜드 낙인을 지우는 것 역시 가능할 터였다.
물론 노예의 몸에 찍힌 브랜드 낙인은 유통처를 확실히 하는 수단이기에 노예 상인이 직접 가서 지워 달라고 해도 거절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브랜드 낙인을 통째로 지져 버리면 어떻게 알 것인가. 단순한 일반 화상이나 불 고문 자국으로 보고 의심 없이 고쳐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노타우르스는 아리스톨을 쳐다보다가 숨결을 내뿜으며 말했다.
“암캐. 브랜드 낙인을 지워 주지, 크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