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28화 마스터 일리아스 & 검희 라셴드 첫 만남 (2)
“성장형 아티팩트? 고작 도망친 노예 하나를 데려온 보상으로 그런 걸 요구하겠다고?”
대마법사인 그녀는 분명 아티팩트도 제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장형 아티팩트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한계가 없는 성장형 아티팩트는 자아가 서린 에고 아티팩트만큼이나 만들기 어려운 아이템이었고 재료도 수만 스파크는 필요했다. 바닥으로 떨어질 뻔한 명성을 지켜 준 건 분명 크게 보상할 일이었으나, 아우스펙스를 항시 적용시켜 주는 아티팩트만 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막 화가 나려는 찰나, 조니가 난처해하는 미소를 지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그렇게 대단한 위력을 가질 필요는 없는 거예요. 제가 바라는 건 교육용 아티팩트거든요. 착용자에게 특정 기술을 알려 주고 그 기술을 숙지하면 다음 기술을 알려 주는, 일종의 교보재 아티팩트 같은 거요. 아, 제가 말을 너무 거창하게 했네요. 그냥 교보재 아티팩트라고 해도 되는데.”
“…….”
그러나 마스터 일리아스는 그게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태연자약하고 난처해하는 미소 뒤에는 냉철한 계산이 숨어 있으리라는 직감이었다.
정말 생각이 짧고 어수룩한 녀석이었다면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바꿀 수 있을까? 실수했구나 하는 티라도 조금은 내는 게 보통일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꼬마는 태연해도 너무 태연했다. 또한 말을 꺼내는 타이밍부터가 지나치게 완벽했다.
“……이름이 뭐지?”
마스터 일리아스의 물음에 조니는 쑥스러워하며 뒷머리를 긁었다.
“조닌데요.”
“기억해 두겠어. 보상은 네 청대로 성장형 교보재 아티팩트로 줄게. 내가 어릴 때 썼던 것이니 효과는 확실해.”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 로브 한 벌이 나타났다. 새까맣지만 잘 보면 온갖 마술적인 문자가 더 짙은 까만색으로 새겨져 있는 칠흑의 로브였다.
“그걸 입으면 일반인도 아우스펙스를 쓸 수 있어. 아우스펙스에 익숙해지면 크루시아토를, 크루시아토에 익숙해지면 델리카시아를 쓸 수 있게 되고 최종적으론 애드베르토 세르빌리까지 쓸 수 있게 해 주지. 시전에 필요한 스파크는 있어야 하지만 일반인도 대마법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아티팩트니 불만은 없을 거야.”
“제가 딱 바라던 아티팩트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마스터 일리아스.”
조니가 순박하게 웃으며 꾸벅 허리 숙여 감사를 표했지만 마스터 일리아스는 그냥 손만 저어 축객령을 내렸다.
“그럼 돌아가 보겠습니다.”
조니가 밖으로 나가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리자 마스터 일리아스는 그제야 도망쳤던 펫 노예를 바라봤다.
“너 때문에 손해가 매우 크네. 그 몸뚱이로 이 대가를 받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펫 노예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이었다. 그 정도만 해도 지금껏 어떤 노예도 보여 주지 못한 엄청난 정신력이었다.
“썩어도 준치라더니 검희라 불릴 만하긴 해. 그래 봐야 자정이 지나면 너도 별수 없겠지만, 네 정신력에 대한 경의로 특별한 상을 줄게. 제이크. 나오렴.”
마스터 일리아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옥좌의 뒤쪽에서 시꺼멓고 거대한 개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신이 근육질로 뒤덮여 있고 윤기가 흐르는 사냥개였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펫 노예를 가리키며 말했다.
“새 암컷이란다. 가서 길들여 주렴.”
“크르릉…….”
주인의 명에 제이크는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펫 노예를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갔다. 걸을 때마다 침이 뚝뚝 떨어지고 성기가 충혈되며 일어나고 있었다.
펫 노예, 일찍이 대륙 전체에서 검희로 칭송받았던 라셴드는 저항하거나 도망치고 싶었지만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서 수없이 떠드는 사악한 목소리에 저항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모든 힘을 쏟고 있었다. 잠시라도 딴 데 신경을 썼다간 그 사악한 목소리가 요구하는 대로 굴복하게 될 것을 알았기에 검은 사냥개가 다가옴에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빨을 드러낸 제이크가 주둥이로 밀치는 대로 엎어져서 자세를 취하게 된 다음, 개의 성기가 그녀의 처녀를찢고 들어와 질 내부를 강하게 쑤셨다.
아니, 그렇게 느낄 정도의 착각이었다.
실제로 제이크는 삽입을 하지 않은 채 처녀막 바깥에서 사정만을 해 처녀막을 손상시키지 않은 채로 질내 사정을 한 것이었다.
“하윽?!”
그리고 정액 삽입은 한 차례가 아니었다. 두 차례, 세 차례, 네 차례! 계속해서 쉬지 않고 처녀막 안쪽을 쑤시며 들어와 질 내부를 가득 채웠다. 처녀인 채로 범해지며 개의 정액을 받아들인 라셴드는 그 충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건 말도…… 안 돼…… 하으으으읏! 이, 이런 쾌감이라니……!’
손으로 하는 자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강한 쾌감이 전신을 엄습했다. 처녀막은 그대로 둔 채 질내 사정을 당하고 있다는 충격도 이미 쾌감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그냥 정액만 삽입당하는데 이렇게 좋은데…… 직접 삽입을 한다면 얼마나 더…… 하으읏!’
어느새 그런 생각까지 들고 있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라셴드는 점점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 움직이는 허리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제이크가 안겨 주는 쾌락에 굴복한 라셴드는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어 제이크의 성기를 삽입시키면서 외쳤다.
“머, 멍! 멍멍! 제이크의 암컷이 될게요! 멍멍! 강아지 낳게 해 주세요!”
사악한 목소리에 대항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따윈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저 머릿속의 목소리가 요구하는 대로, 강한 수캐가 요구하는 대로 암컷이 되는 것만이 라셴드의 유일한 바람이자 기쁨이었다.
“흥.”
마스터 일리아스는 이성을 잃은 채 제이크와 교미하고 있는 라셴드를 보고 입가를 뒤틀었다. 첫날 자정이 되기 전까진 애드베르토 세르빌리가 완벽하게자리 잡지 못한다는 걸 새로이 알았지만 검희라는 년도 딱 저기까지였다. 만약 제이크의 유혹까지 저항해 냈다면 그녀는 검희를 풀어 줄 용의도 있었다.
“네가 필요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지. 그대로 평생 제이크의 암캐로 살아가도록 해. 자궁도 곧 암캐의 것으로 교체해 줄 테니까 원하는 대로 강아지나 실컷 낳고.”
“멍! 멍멍!”
티에라 델 성채의 가장 깊은 곳에서는 한동안 수캐와 암캐의 열락에 가득 찬 신음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성채 밖으로 나온 조니는 마스터 일리아스에게 받은 칠흑의 로브를 입어 봤다. 워낙 재능이 없어서 그런 건지 무슨 변화가 있는지도 느껴지지 않았다.
“써 보면 좀 느껴지려나.”
그렇게 중얼거린 조니는 돈주머니를 뒤적거리며 2스파크를 꺼냈다.
“아우스펙스면 분명히 2스파크짜리였었지?”
노예 도시에서 사용하는 화폐인 스파크는 단순한 동전이 아니었다. 안개를 몰아내고 환상을 유지하고 노예 도시의 모든 방벽과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마나가 응축된 화폐였다. 또한 노예 도시의 모든 것들이 정찰제인 까닭도 스파크 동전에 함유된 마나의 가치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마나석을 최소 단위로 쪼개서 화폐로 쓰는 게 스파크였고, 마나가 함유돼 있는 만큼 본인에게 마나가 없거나 본인의 마나를 소모할 것 없이 돈을 내고 마법을 쓸 수 있게 개조한 곳이 노예 도시였다.
그리고 아우스펙스의 필요 마나량은 조니의 기억대로라면 2스파크였다.
“아우스펙스.”
대마법사들에 의해 노예 도시 전체에 적용되어 있는 시동어가 조니의 입 밖으로 흘러나오자 스파크 동전 두 개가 보랏빛 화염으로 증발하면서 마법이 시전됐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아우라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야, 진짜 되네. 완전 봉 잡았잖아.”
자신이 정해 둔 원리원칙대로 살아가는 꼬장꼬장한 성격이란 건 보자마자 알았다. 그래서 한번 찔러 본 건데 정말로 이런 물건을 내줄 줄은 몰랐다. 마법에 대한 재능이 아예 없어도 마법을 쓸 수 있게 해 주고 수준이 올라갈수록 한 단계 더 높은 마법을 쓰게 해 주는 아티팩트라면, 원가는 모르지만 최소 수만 스파크는 주고 살 만한 물건이었다.
“아우라로 감정 상태가 이렇게 눈에 훤히 보이니 노예들이 꼼짝 못 하는 거였구나. 근데 뭐 나는 아우라를 못 봐서 촉이 좋아졌으니 이젠 딱히 필요하지도 않지만.”
기초 마법인 아우스펙스도 못 쓰는 조니는 주변 사람이든 노예든 가릴 것 없이 항상 눈치를 봐야만 했다. 덕분에 남의 시선과 반응을 살피는 촉이 압도적으로 성장했고 지금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으니 이젠 아쉬울 게 없었다. 오히려 지금은 아우라를 보는 다른 노예 상인들보다도 노예의 상태와 숨겨진 속마음을 더 잘 판단할 자신이 생긴뒤였다.
그 눈치가 없었으면 아리스톨도 몰랐던 노출증 소질을 밖으로 끄집어내고 암캐로서의 본성도 자각시켜 주지 못했을 것이고, 리즈 역시 사육의 편안함을 깨우쳐 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베티뿐. 노예 경매장에서 보여 주던 눈빛과 몸짓만으로 이미 베티의 본성을 파악한 조니는 그녀의 내면을 활짝 열어젖히기 위해 신사 클럽의 낙찰을 방관했다. 그 결과는 곧 알게 될 수 있을 테지만, 조니는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이 본 것이 확실하다는 것을.
“25일이지만 금방 오겠지. 당장 오늘만 해도 할 게 참 많으니까.”
조니는 기대감으로 두근거리는 자신의 아우라를 보면서 걸음을 옮겼다.
내일 새벽이면 아리스톨이 또 미노타우르스를 만나러 나갈 테니 오늘은 준비할 게 많았다. 조니가 은밀히 새벽마다 노예를 탈주시켜 작업한 미노타우르스에겐 5일과 10일짜리 마법 연고가 있는데 그 암캐의 본성이라면 5일짜리로 발라 달라고 했을 게 분명했으니까.
“이제 슬슬 누가 진정한 주인님인지 새겨 줄 테니까 기대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