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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16화 드레니카 공략 (2) (17/95)



〈 17화 〉16화 드레니카 공략 (2)

“뭐야! 무슨 일이냐!”

지하 창고 전체를 흔든 그 진동과 소음에 경비병들과 안젤리카가 급하게 뛰어 내려왔다. 그리고 뽑혀 있는 쇠사슬과 멱살을 잡혀 있는 조니를 보고 사색이 되어 창을 앞으로 내밀었다.

“얌전히 놔라!  이상 가면 아무리 희귀 상품이래도 처분될 테니까!”

“조니,괜찮아? 뭘 어떻게 자극해서 멱살을 다 잡힌 거야? 받들어 모시랬더니 약 올린 건 아니지?”

“그, 그게 좀…… 성감대를 건드렸더니…….”

“……뭐?”

“……?”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리에 경비병들과 안젤리카가 눈을 깜빡거렸다.

그리고 노예의 웃음소리가 지하 창고에 울려 퍼졌다.

“파하하하하하! 성감대, 그래, 성감대, 성감대를 건드렸지, 아하하하하핫!”

웃을 때마다 조니의 작고 가벼운 몸이 낙엽처럼 이리저리 휘둘렸다.

“그럼 이제 성감대를 자극한 대가를 받았으면 좋겠는데? 어때, 땅꼬마. 해도 되겠어?”

“아하하…… 그건 좀 봐주세요. 그러지 말고 우리 데이트나 나가지 않을래요?”

“……뭐?”

조니는 멱살을 잡혀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쑥스러워하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묶여서 갇혀있는 동안 답답하셨을  아녜요. 저랑 같이 바람 좀 쐬고 도시 구경하러 나가요. 제가예쁜 옷도 사 드리고  에스코트해 드릴 테니까요.”

“……이봐, 지금 이 땅꼬마가 뭐라고 하고 있는 거냐? 데이트? 에스코트?”

안젤리카 역시 입만 쩍 벌리고 멍하니 조니가 하는 양을 바라보고 있다가, 노예의 물음에야 정신을 차리고서 허둥지둥 대답했다.

“아아, 이 도시 특유의 전문 용어인데, 데이트는 둘이서 오붓하게 밖에 나가 애인처럼 즐기자는 거고, 에스코트는 아가씨처럼 잘 모시겠다는 뜻이야. 근데 조니, 너 이미 한 대 맞아서 정신줄  버린 거냐?”

“저 안 맞았거든요? 이 누님이래 봬도 섬세하시다고요…… 얼른 쇠사슬이나 풀어 주고 데이트 다녀올 테니 200스파크만 주세요.”

“뭐?  진심이야?”

조니의 말은 D급 노예 납품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의미였다.

“네. 빨리 풀어 드리세요. 저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노예는 대롱대롱 잡혀 있는 조니를 잠시 멍하니 보다가 땅에 발을 디딜 수 있게  주었다. 멱살은 아직 잡고 있는 채였다.

“땅꼬마. 그러니까  지금 나랑 연인처럼 나가서 밀회를 즐기자는 거냐?”

“에이, 그 정도는 아니고요…… 그냥 바람이나 쐬게 해 드린다는 거지요.  드리지는 못해도 그 정도는 해 드릴  있어서…….”

노예가 다시 입술을 야릇하게 핥으며 눈빛을 빛냈다.

“난 그냥 대 주는 게  좋은데?”

“자꾸 겁주시면 저 그냥 도망갈 거예요.”

“파하하하하! 좋아,좋아. 네 말대로 하지. 나도 이 안에만 있는 것보단그게 나으니까.”

그렇게 조니는 선금 200스파크를 받고 노예와 함께 길드 바깥으로 나올  있었다. 조니는 노예의 손을 잡아끌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면 누님, 일단 옷부터 사러 가요.”

“옷을? 노예는 아무것도  입는 거 아니었나? 다른 노예도  벗고 있는 걸 봤는데.”

“처음에는 노예에게 수치심을 안겨 주고 자신의 처지를 인지시켜주기 위해서 그런 거고요, 이제 상황 파악 좀 했구나 싶으면 입혀 주기도 해요. 물론 비용이 드는 만큼 웬만큼 상품의 노예가 아니고선 그냥 헐벗은 채로 팔아 버리지만요.”

“오호. 그럼 나는 상품의 노예란 말이렷다?”

“당연하죠. 이렇게 아름답고 몸매도 좋으신걸요.”

조니의 말에노예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입술을 핥았다.마치 어디 하나 빈틈이라도 보이면 바로 잡아먹어 버리려는 암사자의 눈매였다.

“그럼 그냥 벗은 몸을 보는 게  좋진 않고?”

“그, 그건…… 솔직히 말하면 좋기도 한데요…… 누님처럼 몸매가 좋은 분은 제대로 입혀서 꾸며 놔야 진정한 매력이 보일 것 같아서…….”

얼굴을 붉힌 조니는 노예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이리저리 애꿎은 땅만 쳐다볼수밖에 없었다. 눈만 잘못 마주쳐도 흥분시켰다면서 그대로 맞아 죽을 것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이었다.

“후후. 어린놈이 아첨에 능숙하네? 뭐, 좋아. 얼마나 잘 꾸미는지 지켜보고 판단하겠어. 자, 앞장서라.”

조니는 앞장서서 걸으면서도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분명히 그가 제안해서 리드해 나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등골이 섬찟섬찟했다.

만약 그녀의 성격이 조금만 더 모나거나 과격했으면 납품 계약은 절대 맺지 않았겠지만, 태도와 말투에서 무례하진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하룻밤을 고민한 끝에 시도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또한 제대로 다룰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조니의 성격상 그런 확신이 들지 않았다면 아무리 만만해 보여도 결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노예의 손을 잡고 화이트 타운 광장에 있는 세르빌라 퀸트의 부티크로 간 조니는 유행하는 숙녀복 코너에서 화려한 드레스를 들추며 구경을 시켜 줬다.

“이 드레스는 어떠세요? 누님 보자마자 이게 떠올랐거든요. 누님에게  어울릴 것 같지 않으세요?”

“호오…….”

노예는 작게 감탄을 하고는 화려한 드레스를 이리저리 만져 보며 몸에 대 보았다. 그리고 곧 흡족스런 표정으로 조니를 칭찬했다.

“화려하면서도 우아하고 감각 있는 디자인이군. 확실히 나랑 잘 어울릴 것 같아. 내 뿔도 어색해 보이지 않는 색 조합이고. 땅꼬마, 보는 눈이 제법인데?”

“알아주시니 감사하네요. 그럼 이 드레스랑 팔꿈치까지 오는 레이스 장갑하고, 신발은…… 하이힐이랑 부츠 중에서 어떤 게  맘에 드세요?”

조니는 높고 날카로운 굽이 달린 우아한 하이힐과 마찬가지로 역시 굽이 달린 가죽 롱부츠를 보여 줬다. 허벅지까지 오는 정열적인 빨간색의 가죽 롱부츠는 마치 억제되지 않는 노예의 기질을 드러내 주는 것 같은 섹시함이 있었다.

“힐 달린 부츠 쪽이  마음에 드는군. 밟아 주기 딱 좋은 디자인이야, 후후.”

“……하이힐로 하지요.”

“안 돼. 부츠다.”

노예는 조니의 손에서 부츠를  잡아채서는 드레스와 레이스 장갑을 챙겨 탈의실로 들어갔다.

다만 갈아입는 모습을 가려 주기 위한 탈의실이 아니라 비싼 옷이 바닥에 끌리는 걸 방지하기 위한 탈의실이었기에 갈아입는 모습은 고스란히 조니에게 다 보였다.

물론 노예는 암사자 같은 미소를 지은 채 조니를 노려보며 갈아입었고, 조니는  갈아입고 나올 때까지 얌전히 등을 돌리고 있었다.

“역시 눈치가 참 좋아, 땅꼬마. 후후.”

착의를 마치고 나온 노예는 조니 앞에서 옷맵시를 마음껏 뽐냈다. 아름답고 우아한 귀부인 같으면서도 가죽 롱부츠와 뿔로 인해 야성적인 섹시함이 공존해 있었다.

“역시……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잘 어울려요, 누님.”

“후후. 이런 옷은 밖에서도 잘 입어 보지 못했지. 칭찬해 주마. 제법 안목 있어.”

“이 정도 가지고 뭘요. 그럼 이제 보석상으로 가요. 생각해 둔 귀걸이랑 반지가 있어요.”

“좋아, 기대하지.”

조니는 75스파크로 셈을 치르고 노예와 함께 아슈라의 보석상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곧바로 유행하는 액세서리 코너에서 스타일리시한 안경을 꺼내 들었다.

2중으로 된 테를 지니고 있었는데, 테의 사이에 보석으로 무늬를 새기고 장식을  두어 감각 있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디자인이었다.

“한번 써 보시겠어요?”

“이건 좀 화려하지 않을까?”

“제 생각엔 뿔이랑 참 잘 어울릴  같아서요. 한번  보세요.”

“흠.”

노예는 반신반의하면서 안경을 쓰고는 가게 벽에 붙어 있는 거울을 확인했다. 그리고 바로 탄성을 질렀다.

“호오…….”

보석으로 치장된 은색의 안경은 분명히 그녀의 뿔과도 잘 어우러져 뿔을 어색하지 않게, 아니, 오히려 처음부터 한 쌍인 것처럼 잘 어울렸다.

“예쁘군. 정말 내가 봐도 예쁘다. 안경 하나로 훨씬 더 예뻐질 수도 있었을 줄이야.”

“더 있어요, 누님. 잠시만요.”

조니는 곧 여기저기 다니면서 품질과 디자인을 확인하고는 2개의 반지와 1개의 목걸이를 가지고 왔다.

전부 최상급의 보석으로 치장된 기품 있는 장신구들이었다.

“반지는 오른손 검지랑 중지에 끼워 보세요. 제가 볼 땐 그게 가장 누님에게 어울릴 것 같아요.”

노예가 조니 말대로 반지를 끼고 목걸이를 찬 후에 거울을 보니,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어우러져 그녀의 매력과 미를 한껏 발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음에 든다. 내가 예쁜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빛이 날 줄은 오늘 처음 알았군,후후.”

“원판이 좋아서 그래요. 제가 왜 허름한 옷만 입고 다니는 줄 아세요? 다른 거 입으면 제가 토할 정도로 더 못생겨 보여서 그래요…… 옷에 비교되더라고요…….”

“……힘내라. 응원 정도는 해 주지…….”

액세서리의 총 가격은 40스파크였다. 200스파크의 선금 중에서 벌써 115스파크를 써 버렸지만, 조니가 생각하고 있는 코스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조니는 노예를 데리고 디저트점으로 가서 향수병처럼 생긴 아주 작고 앙증맞은 디저트를 하나샀다. 그  병의 가격이 16스파크였다. 조니는 평생 먹어 본 적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았지만 이 노예의 마음을 풀어 주기 위해서 거침없이 가격을 치렀다.

아직 스파크의 가치를 모르는 노예는 그 디저트의 가격을제대로 느끼지 못했지만, 그래도 옷과 장신구를 샀던 때 치렀던 값을 생각하면 굉장한 고가품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게 무엇이지?  비싼 것 같은데.”

“이 노예 도시에서 취급하는 모든 먹을거리 중에서 가장 맛있는 거예요. 분위기 괜찮은 데로 가서 드릴게요.”

“기대하지, 후후.”

노예는 즐거운 미소를 띠고는 조니의 뒤를 따라 기꺼이 이동했다.

잠시 후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도시 지하의한 동굴이었다. 평범한 동굴은 아니고 모래가 깔려 있고 안에는 물이 차 있는 동굴이었다.

그런데 걸음을 안으로 옮긴 순간, 갑자기 장소가 바뀌더니 시원한 파도가 치는 넓은 바닷가가 펼쳐져 있었다. 심지어 멀리로는 아득한 수평선까지 보이고 부드러운 바닷바람과 따스한 햇살까지 느껴졌다.

“이건…… 뭐지? 어떻게 도시 안에 바닷가가?”

“환상이에요. 노예 도시의 대마법사들이 펼친 환상 마법진으로 유지되고 있죠. 덕분에 입장료가 들긴 하지만 이 도시에선 최고의 휴양지로 유명해요.”

노예는 잠시 감격한 표정으로 파도치는 바다를 보고 있다가, 눈시울을 붉혔다.

“내 고향도 이렇게 예쁜 파도가 치는 곳이었지. 언젠간 반드시 돌아가고  것이다.”

“그러셨군요. 그래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죠?”

“그래, 마음에 든다. 데려와 줘서 고맙다, 땅꼬마.”

“그럼 여기 앉아서 파도 구경하면서 좀 쉬어요. 여기 아까 산 디저트도 드셔 보시고요.”

“호오. 이곳에서 먹게 해 주려고 했던 건가?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하면서 먹어 보도록 하지.”

노예는 작은 병의 마개를딴 후 안에 있는 액체를 입안으로 흘려 넣었다.

그리고 부르르 떨면서 모래사장에 털썩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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