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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15화 드레니카 공략 (1) (16/95)



〈 16화 〉15화 드레니카 공략 (1)

한참 울음바다를 터트렸던 노예 소녀는 감정을 정리한 후에 꾸벅 허리 숙이며 인사를 했다.

“제 이름은 헤나예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주인님이랑 공주님  분.”

“주인님이 아니라 오빠라고 불러. 널 노예 취급 할 생각은 없으니까.”

“나도 그냥 언니라고 부르렴.”

“에…… 저기 그럼…… 오빠랑 언니?”

잠시  사람의 눈치를 보며 망설이던 헤나는 이내 혀를 쏙 내밀고 귀엽게웃었다.

“그럼 앞으로 헤나  부탁할게요, 오빠랑 언니!”

그렇게 조니의 집에는 군식구가 하나  늘게 되었다.

그리고 단지 한 사람이 추가된 것만으로도 집 안에는 활기와 생명력이 가득해진 느낌이었다.

“와, 언니 몸매가 참 예뻐요. 어떻게 관리하면 그렇게 돼요?”

“어, 어어? 그,그냥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 건데?”

“타고난 거예요? 와아, 진짜 공주님은 달라도 많이 다른 거구나. 피부도 말랑말랑하고 보송보송하고…… 에헤헤, 가슴도 탄력 있네요. 부럽다.”

“저, 저기, 헤나야? 아무리 여자끼리라도 너무 그렇게 만져 대면…… 저기 음흉한 눈을 한 사람도 지켜보고 있거든?”

헤나가 자꾸 여기저기 만져 대고 감탄하며 칭찬하는 바람에 얼굴이 빨개진 아리스톨은어쩔 줄을 몰라 했다. 둘만 있을 때와 다른 사람도 있을 때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는  이제야 알았다.

“조니 오빠는 원래 주인님이잖아요? 봐도 되는 게 당연한 거죠. 경매장에서 교육받을 땐 막 어른 놀이도 하고 그런다고 들었는데…… 에헤헤, 두 사람 설마 아직?”

“…….”

아리스톨은 아무 말도 못 했고 조니도 어색한지 얼굴을 붉힌 채로 딴청만 부리고 있었다.

확실히 헤나는 강적이었다. 어쩌면 오늘만 사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거침없음일지도 몰랐다.

“얼마 못 산다는 애가 왜 이렇게 경망하고 촐랑대니? 넌 언니한테 숙녀 교육부터 받아야겠다. 이리 와.”

결국 아리스톨은 언니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헤나의 손목을 콱 잡고 침실로 들어갔다.

“아, 아앙. 언니 너무 과격행.”

“…….”

끝까지 귀여운 앙탈을 부리며 끌려간 헤나는 문이 닫히기 직전 조니를 보면서 윙크까지 날렸다. 명백히 즐기고 있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참으로 무시무시한 적응력의 소유자였다.

“그래도 뭐, 공주님한텐 저런 성격이 더 도움이 될 테니 다행이네. 여동생분들 못 찾아서 우울해 보이셨는데.”

헤나의 존재가 아리스톨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안겨 줄 것이라 확신한 조니는 집 밖으로 나섰다. 이제 다시 대출금을 갚고 자금을 모으기 위해 노예를 골라야 할 시간이었다.

“344스파크라…… 빨리 좀 모아야 하는데 말야.”

오전 노예 경매는 끝났으니 남은 건 노예 상인 길드뿐이었다. 오늘은 괜찮은 계약이 있을까 하고 길드로 향했다.

“뭐야, 또 온 거야, 조니?”

조니를 맞아 준 건 노예 상인 길드의 마스터인 여조교사 안젤리카였다.

“네. 제가 받을만한 계약이 있을까 해서요.”

“없어, 없어. 그냥 가라.”

“안젤리카도 씨도 참…….”

이곳 노예 도시는 모든 여자를 노예로 취급하고 신생아 때부터 관리하지만, 극소수의 예외는 있었다.

바로 고위 귀족의 딸이었다.

공작의 딸로 태어난 안젤리카는 다른 신생아들과 달리 테크노스피어의 메디컬 센터로 끌려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철이 들고  이후부터는 그저 노예를 데리고 놀며 살기보다는 스스로조교하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절치부심하여 모든 노예 상인 기술을 마스터하고 결국 길드의 마스터로 추대받기까지 한 그녀의 안목과 실력에 대해서는 노예 도시의  어떤 사람도 부정할  없었다.

“교육은 미숙하고 집안일은 날림에 예술성은 천박, 전투와 마법으론 민간인에 의학적 지식은 동종요법을 맹신하는 데다 장악력은 수동적, 거기에 채찍질도 못 해, 고문도 못 해, 밧줄도  묶는 놈이 무슨 계약을 따 가려고? 그리고 네 처지를 보렴. 역겹지, 냄새나지, 빈곤하지, 무력하지, 지루하지, 꾀죄죄하지, 명성은커녕 아직 개인 브랜드도 못 만들었지, 어딜 봐도 노예가 따를 구석이 없는걸?”

“……그런 건 저도  알지만, 그래도 너무하시네요.”

“내가 틀린 말 했어?”

“아뇨. 다 맞는 말이라 더 너무한 건데요.”

“……아, 미안. 그건 또 그렇겠네.”

“휴. 됐어요. 안젤리카 씨한테 제가 뭘 바라겠어요. 노예 상인 길드 최초의 낙제생인데. 못 들어오게 하지 않는 것만 해도 감사하네요.”

낙제생이 있었어야 낙제생에 대한 규칙이라도 만들 텐데 조니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아무 사례가 없었다. 그래서 안젤리카는 그냥 꺼지라고만 하고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고, 노예도시에 다시 복귀했을 때도 눈썹만 상큼하게 치켜떴을 뿐 다른 노예 상인과 마찬가지로 평등하게 대해주었다.

섹시하게 입고 있지만 SM 성향이 강한 무서운 누님인데, 의외로 성격적으로는 오래된 친구 같은 부분이 있었다.

“낙제해 놓고도 다시 해 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녀석인데 오히려 기특하지. 그리고 노예 하나 받아 가서 튀거나 맞아 죽어도 우리 손해는 250스파크밖에 안 되니 신경  것도 없어. 도망치려면 얼마든지 하라고.”

노예 상인 길드에서 주는 납품 계약은 25일이 기본 기간이지만, 늘어나면 잔금을 깎을 뿐 다른 조치는 없었다. 심지어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튀더라도 쫓아오지 않았다.

다만 다시 거래를 하려면 처음 받아 간 계약을 완료한 뒤라야만 가능할 따름이었다.

조니도 한 번은 왜 그러는지가 궁금해서 물어봤었는데 안젤리카는 길드 규모에서 볼 때 250스파크는 그야말로 푼돈이고 노예 상인도 발에 채일 만큼 많기 때문에 신경 쓰는  더 손해라는 말만 해 줄 뿐이었다.

“아, 그나저나 조니, 너 한번 지하로 내려가서 상품 하나 보고 가라.”

“네? 왜요?”

요 며칠 계속 들렀었지만 한 번도 못 들었던 말이기 때문에 조니는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네가 까다롭게 고르는  스스로 가르칠 수가 없어서 그런 거잖아?”

“네, 그렇죠.”

“기술은 이미 갖췄는데 성격에 문제가 있는 상품이 하나 들어왔더라고. 충성심만 높이면 450스파크를 받을 수 있는데 해 볼 만할 것 같으면 도전해 봐라.”

“와, 정말요? 그렇게 좋은 물건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안젤리카는 심드렁한 얼굴로 경고했다.

“근데 맞아 죽을지도 몰라. 세. 아주 많이. 콜로세움 우승자 출신 노예와 주인을 때려죽이고 다시 잡혀 왔거든.”

조니는 입을 쩍 벌렸다가 헛기침을 하면서 안젤리카에게 따졌다.

“저기요, 안젤리카 씨? 저한테 무슨 불만 있으세요? 아주 그냥 직접 배를 따시지 왜 그런 묏자리에 절 밀어 넣으려 해요?”

“너 지금도 검투사 소질 있는 공주 하나 데리고 있잖아. 받들어 모시고 있을 거 같긴 한데 노하우가 쌓였으면 한번 해 보라고. 어차피 힘으로는 제압하기 어려운 상품이니까. 너무 아까워서 죽일 수도 없고.”

조니는 그녀의 말에 진지하게 고민을 해 봤다.

“안젤리카 씨가 볼 때는 제가  수 있을 같아서 제안하신 건가요?”

그러나 안젤리카는 상큼하게 웃었다.

“아니. 그냥 죽어도 상관없으니까 해 볼 거냐는 건데?”

“……아, 예. 그러시겠죠. 잠시나마 착각해 드려서 죄송하네요.”


지하 창고로 내려간 조니는 쇠사슬에 묶여 있는 상품을  수 있었다. 보통은 팔이나 묶고 목줄을 채우는 정도인데 힘이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건지 팔다리 네 곳과 목에까지 쇠사슬을 채워 둔 상태였다.

그럼에도 당당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 그 노예는 매우 아름다웠고, 또 어마어마하게 강해 보였다.

“저기…… 인간이 아니시군요? 뿔이 달려 있는데…….”

“용의 후손이다. 그런데 넌 뭐냐, 땅꼬마? 간식이냐?”

“……인간도 드시나요?”

“설마 같은 걸 내 새 주인이랍시고 보내지 않았을 테니까 간식인가 싶은 거지. 아직 인간은 먹어 본 적 없지만 이곳은 처녀육도 팔고 있어서.”

“아, 네…… 안타깝지만 총각육은  팔아요. 취급도 안 하고요.”

“총각이냐? 아, 뻔한  물어봤군.”

왠지 모르게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대사였다.

“네, 네, 총각입니다요. 그런데 뭐라고부르면 될까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쇠사슬에 묶여 있는 노예는 조니를 힐끗 봤다가 코웃음을 쳤다. 의도한 게 아니라 하도 기가 차서 자기도 모르게 나온 것 같았다.

“주인님이라 불러라. 다른 사람들도 맞는 줄 알 거다.”

“…….”

결국 조니는 두 손  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다시 접수처로 올라간 조니는 안젤리카의 앞에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기, 제가 감당할 만한 노예가 아니던데요? 대체 어떻게 잡아 온 거예요?”

“안개의 숲에서 레비아단을 잡고 쉬고 있는 걸 발견하고 힘들게 잡았지. 잡기 전이었으면 절대 못 잡았을 거야.”

“……레비아단을 잡았다고요? 혼자서?”

“어. 무지 세다니까. 그래도 고객의 노예가 콜로세움에서 우승도 몇  하고 여흥 게임에서 피엔트 성체도 잡았던 전적이 있어서 데려가게 했던 건데 어림도 없었어. 다 때려죽이고 나서 출동한 기사단을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더라고. 아무리 그래도 다 죽이고 무사히 도망갈 자신은 없으니 곱게 밥이나 달라면서.”

“…….”

“봐 보니까 안   같냐? 공주님처럼 모셔도 안  거 같아?”

“네…… 오히려 저보고 주인님이라고 부르라던데요.”

“푸하하하하하하하! 걸작이다, 걸작. 너 그냥 가서 그 아가씨 노예나 해라. 그렇게 기분 좀 맞춰 주면 좀 고분고분해질지도 모르겠네. 어때? 월급도 줄게, 응?”

“됐거든요?”

4월 14일.

조니는 아침 일찍 다시 집을 나서 노예 상인 길드로 향했다.

“어제 그 용 아가씨 아직 있죠?”

“어, 있지. 왜? 노예 되려고?”

“네. 그래 보려고요.”

대수롭지 않게 그렇게 대꾸한 조니는 그대로 지하 창고로 내려갔다.

혼자 남겨진 안젤리카는 어이가 없어서 멍청하게 조니의 등만 바라보고 있었다.

“엥? 진짜로?”

지하 창고로 내려간 조니는 쇠창살을 톡톡 두들겼다. 그러자 편하게 명상에 잠겨 있던 노예가 눈을 뜨고 조니를 바라봤다.

“또 너냐?”

“네. 가지 궁금한 게 생겨서요.”

“뭐가 궁금한데?”

“전 주인과 노예를 죽이고 얌전히 붙잡혔다고 들었는데 왜 죽이신 건가 해서요.”

“난  뭐라고.”

노예는 기도 안 찬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말을  들으면 돼지와 교접 붙인다고 협박을 하더군. 그러면서 자기 노예와 함께 자길 즐겁게 하라던데? 그래서 두 연놈을 합체시켜 줬다. 생각보다 즐거워하는 것 같진 않더군.”

“…….”

“왜, 너도 한번  수간시켜 보려고?”

“설마요. 전 아무리 벌이 필요하다고 해도 동물한테 안기게 하진않아요. 스스로 안기고 싶어 한다면 교육상 또 모를까.”

“하.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그런 여자가 있을까?”

조니는 어색하게 웃었다.

“성적 취향은 다양하니 혹시 모르죠. 한 왕국의 공주님이 노출증에 암캐일 수도 있는 일이고…….”

“호오. 그러면 내 취향은 어때 보이지? 나도벗은 몸 보이는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만?”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노예가 그렇게 묻자 조니는 강렬한 시선을피하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어떤 야성적인 아가씨는 때리는  좋아할 수도 있는 일이고…….”

철커덩!

갑자기 쇠사슬이 팽팽해지는 소리에 조니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전신이 쇠사슬에 묶여 있는 노예가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려고 하고 있었다. 그 힘에 쇠사슬이 끊어질 듯 팽팽해지고 쇠사슬이 박혀 있는 벽에서 벽돌 가루가 부슬부슬 떨어져 내렸다.

“저, 저기 설마……?”

“다 뽑으면 무너질까 봐 가만있었는데 말야, 하나 정도라면 괜찮지 않겠어?”

우르르릉!

지하 창고가 거세게 흔들리고 오른손을 묶어 두고 있던 쇠사슬이 벽을 허물고 그대로 뽑혀 나왔다.

그리고 쇠사슬을 질질 끌고 나온  오른손이 조니의 멱살을 콱 잡아 쇠창살 앞으로 끌어당겼고, 노예는 입술을 혀로 슬쩍 핥으며 뇌쇄적인 미소를 지었다.

“너도 때려 봐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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