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10화 아리스톨 스팽킹 & 굴복 NTR 조교 (1)
“…….”
“…….”
조니와 아리스톨은 텅 비어 있는 거실 바닥과 찬바람이 솔솔 들어오고 있는 열려 있는 문을 보며 말문을 잃고 있었다. 어제 사 온 노예가 하루도 채 지나기 전에 도망가 버린 건 노예인 아리스톨이나 노예 상인인 조니에게나 커다란 충격이었다.
65스파크가 허무하게 증발한 것도 문제였지만 이제 대출금을 갚을 기간이 8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였다.
“공주님…… 우리 어떡하죠……?”
“……찾아오는 건 무리겠지?”
조니는 우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도망친 노예는 대부분 하룻밤을 못 넘기고 죽어요. 밤엔 조용해도 순찰자들이 돌아다니거든요. 다른 노예 상인에게 잡히면 그나마 낫지만…… 품질이 좋으면 모를까 별로라면 마찬가지고요. 노예 상인은 한 번에 하나만 집중해서 조교하거든요.”
기술을 가르침과 동시에 복종심을 기르고 충성하게 만드는 조교는 숙련된 노예 상인이라 해도 늘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이었다. 어설프게 둘 이상을 동시에 조교하려고 해 봤자 손을 덜 타고 있는 쪽은 금세 교육받은 걸 잊거나 충성심이 옅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주 훌륭한 조수를 둔 노예 상인이라 해도 한 번에는 한 명의 노예만을 조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그냥 포기해야겠구나. 하아…….”
“네…… 게다가 한 번 일어난 일이 두 번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으니 앞으로도 문제네요…….”
두 사람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도망 못 가게 하는방법은 없는 거야? 명색이 노예 도시인데 그런 방법 하나나 둘 정도는 있을 것 같은데.”
조니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좌우로 도리도리 저을 수밖에 없었다.
“애드베르토 세르빌리라는 마법이 있긴 해요. 마법으로 노예에게 지워지지 않는 낙인을 새기는 건데, 대상을 정신을 굴복시켜 강제로 노예임을 받아들이게 해요. 하지만 고위 마법사나 되어야 시전할 수 있는 마법이라…….”
“그것 말곤 없는 거야?”
“지하 감옥에 가둘 수도 있어요. 근데 그것도 임대하려면 10일에 25스파크고, 노예 상태가 너무 안 좋아져서 계속 가두고 있을 수는 없어요. 고문을 하거나 큰 벌을 줄 때 하루나 이틀 정도 가두는 용도예요.”
“25스파크…… 남은 돈이 360스파크니까 노예 하나 더 구하고 10일 정도만 임대하면 괜찮지 않을까? 대출금 갚을 때까지만 쓰면 되잖아.”
“도망을 못 가는 대신에 체력 회복도 안 되잖아요. 당장 이튿날부터는 교육도 힘들고 오히려 보살펴 줘야 하게 될걸요?”
“아…… 그러네. 지하 감옥이었지.”
단순히 도망 못 가게 하는 측면만 보고 있다가 정작 지하 감옥이란 것 자체를 잊어버린 아리스톨이었다.
“가장 좋은 건 역시 드세지 않은 노예를 구입하는 건데, 저희가 시간이 촉박해서 여유 있게 고르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네요. 그렇다고 막 150스파크가 넘는 고급 노예에 입찰할 수도 없고요.”
식비도 문제였다. 노예용 건사료 통조림이 10개에 6스파크인데 조니와 아리스톨, 노예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6스파크를 쓰는 셈이었다. 재수가 없으면 D급 노예 하나를 팔아 500스파크를 번다 해도 남은 돈이 600스파크가 안 될 수도 있었다.
“진짜 어쩔 도리가 없네요. 이제 8일밖에 안 남았으니 조교 기간까지 생각하면 당장 오늘에라도 아무 노예라도 낙찰해서 시작해야 하니…….”
“노예는 경매 말고 다른 방법으로는 구하지 못하는 거야? 전에 길드로도 공급된다고 하지 않았어?”
“네, 노예 상인 길드도 매일 가 보고는 있어요. 근데 거긴 방식이 좀 달라요. 노예를 직접 제공해 주면서 길드가 원하는 대로 조교해 오라고하거든요. 근데 저는 메이드, 펫, 정부 노예밖에 못 가르치는데 이걸 제가 고를 수 있는 게 아니고, 펫이랑 정부는 기간도 오래 걸리다 보니 당장은 메이드 노예가 나오기만을 보고 있거든요.”
“그렇구나…… 정말 다른 도리가 없는 상황인 거네.”
“네…… 지금 상황에선 설령 공주님들이 경매에 나온다고 해도…….”
“……낙찰은 무리겠지. 낙찰해도 문제고…….”
최소하 대출 없이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할 정도가 되어야만 했다. 하다못해 어제 낙찰해 온 노예라도 도망 안 갔으면 희망이 있는데, 하룻밤 사이에 모든 희망과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죠, 뭐. 저는 경매장이나 다녀올게요. 이것도 하루에 정해진 건수만 진행되는 거라 늦장부리면 안 되거든요.”
“나 때문에 조니가 너무 고생이 많네. 미안해.”
“아니에요, 공주님.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
“……으응.”
두 사람은 또 얼굴이 붉어져서 꼼지락거리다가, 열기가 식은 뒤에나 헤어질 수 있었다.
점심엔 허탕을 쳤던 조니는 저녁에 새로운 노예를 한 명 데리고 올 수 있었다.
다행히 이번엔 어제와 다르게 오만해 보이지도 않았고 강골이나 반골 기질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또 너무 반대라면 반대인 게 문제였다.
“……얘 사람 말은 알아듣긴 하는 거야?”
눈빛이 완전히 죽어 흐리멍덩했고 무슨 말을 해도 반응하질 않았던 것이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생시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그게, 너무 싼 가격에 올라와서 저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얼마에 낙찰했는데?”
“10스파크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그 가격인 거겠지. 그리고 딱 봐도 그럴 만해 보이네. 이런애를 어떻게 검투 노예로 가르치라는 거니?”
“정신이 나가 보이긴 해도 시키는 대로 움직이긴 하더라고요. 그러면 어떻게든 따라오지 않을까요?”
“해 봐야 알겠지만…… 너무 기대하진 않는 게 좋겠어. 큰 손해도 아니고 하니까 내일도 새로운 노예를 찾아보는 게 좋겠다.”
아리스톨의 단호한 평가에 조니는 풀이 죽어 대답했다.
“네…….”
“너무 풀죽지 마, 조니. 너한텐 내가 있잖아. 조니가 원하는 건 다 해주는 예쁜 노예가.”
아리스톨이 그렇게 말하며 웃자 조니가 푹 달아올라서 고개를 숙였다.
“……네. 사실 오늘 아침도 너무 좋았어요, 공주님.”
“……으, 으응. 고, 고마워.”
지금은 사정까지 안 가고 애무만 하는 걸로 깨우는지라 사실 그녀는 만족하지 못한 채였지만, 그런 얘기까진 말할 수 없었다.
‘입속에 내 달라고 어떻게 말해. 하지만…… 입천장에 분출해 주는 거 느끼고 싶어. 그러고 삼키면 기분 좋아지는데…… 하아.’
아리스톨은 조니 모르게 허벅지 안쪽을 꾹 한 번 눌러 주는 걸로 안타까운 몸을 겨우 달래고는, 새침을 떼며 활기차게 말했다.
“그럼 나는 최선을 다해서 얘 가르치러 가 볼게. 조니는 편히 쉬고 있어.”
“네, 부탁드릴게요, 공주님.”
“응, 나만 믿어.”
그리고 잠들기 전까지 새로운 노예에게 기본적인 동작 등을 가르쳐 본 아리스톨은 예상외로 잘 따라오는 모습에 살짝 감탄했다.
의사 표현이 없어서 그렇지 시키는 건 그대로 곧잘 따라 하는데 의외로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조니와 함께 침대로 들어간 아리스톨은 그런 사실을 조니에게 알려 줬다.
“몇 시간 해 봤을 뿐인데 쟤 소질 있더라. 체력만 받쳐 주면 기한 내에 충분히 마칠 수 있을 것 같아.”
“와아, 다행이네요. 겨우 10스파크에 낙찰한 건데 이렇게 잘 풀릴 줄이야. 진짜 공주님 없었으면 전…….”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가 없었으면 조니는 아예 이렇게 고생하지도 않았을 텐데.”
“그래도요. 정말 공주님이 제 노예가 돼 주셔서 다행이에요. 좋…… 은 주인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나도 늘 좋은 노예가 되도록 노력할게.”
“공주님…….”
조니는 다정한 아리스톨의 대답에 천천히 얼굴을 그녀에게 가져갔다.
그리고 보답을 담아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이번엔 처음과 달리 서툴게나마 혀도 움직이는 키스였다.
“으응…… 응…… 쪽…….”
아리스톨 역시 마음을 담아 조니의 애정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타액을 나눴다.
한참이나 혀로 상대방의 입안을 탐한 두 사람은 숨이 가빠질 때가 되어서야 입술을 뗐다.
“후아…… 공주님의 혀, 너무 달콤한 것 같아요. 상 주는 건데 제가 상 받는 기분이네요…….”
“……부끄럽게.”
“괜찮아요. 부끄러워하는 공주님도…… 정말 예쁜걸요.”
“……조니 바보.”
아리스톨은 조니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고 조니는 쑥스럽게 웃으면서 아리스톨의 부드러운 등을 끌어안았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공주님.”
“응…… 주인님도 잘 자.”
4월 12일.
끼이익.
무언가 나무 문이 마찰하는 소리에 아리스톨은 잠에서 깨어났다.
‘……으응, 잘못 들었나?’
잠결이라 확신을 못 한 그녀는 잠시 감각에 집중했고, 이내 현관 쪽에서 작은 바람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깨닫고 잠이 확 달아났다.
‘설마 또 도망간 거야?’
아리스톨은 자신을 껴안고 곤히 잠들어 있는 조니가 깨지 않도록 부드럽지만 최대한 빠르게 팔을 떼어내고는 현관 쪽으로 이동했다.
정말로 문이 살짝 열려 있고 바람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바로 방금 전에 나갔으니까…… 잡을 수 있을 거야. 바로 집 문 밖으로만 나갔다 들어오면 돼.’
노예 도시에서는 노예 혼자 돌아다녀선 안 되지만 지금은 한밤중이었고, 바로 방금 전에 나간 정신 빠진 노예를 잡는 데는 고작 몇 호흡이면 될 것이다. 그렇게 계산을 마친 아리스톨은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어 인근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문 밖으로 나왔다.
‘어디로 갔지?’
개미언덕이라 불리는 이 뱀족 구역의 주택가는 그만큼 골목과 벽이 많았다. 눈으로는 노예가 사라진 골목을 찾기 어려워 아리스톨은 눈을 감고 감각을 확장했다.
곧바로 인기척이 하나 느껴지는 골목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저기야!’
바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있는 골목이었다. 아리스톨은 최대한 빨리 노예를 잡아 집 안으로 돌아가기 위해 곧바로 바닥을 박차고 그 골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골목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진 자리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걔가 내 감각을 벗어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리는 없는데?’
아리스톨은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사람은커녕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리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었다. 만에 하나 길을 잃는다면 그녀는 그대로 죽은 목숨이었다.
‘……그냥 돌아가자. 10스파크짜리 노예였으니까 그렇게 부담되는 건 아니야. 시간을 하루 더 날린 건 아깝지만 걔 하나 찾자고 계속 이렇게 혼자 돌아다닐 수는 없어.’
처음 나올 때부터 몇 호흡 정도의 시간만을 상정해 두고 있었기에 결단도 빨랐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린 순간, 찾던 노예가바로 눈앞에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
노예는 자신의 의지로 서 있는 게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머리카락을 잡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아리스톨이 뜻밖의 상황에 굳어 있는 동안 거대한 푸주칼이 노예의 목을 스치고지나갔고,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 피가 아리스톨의 전신을 적셨다.
“아…… 아…….”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 아리스톨은 그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