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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194화 (194/200)

#194화 격돌

사이타나는 강가의 전투를 보고 내심 놀랐다.

‘저놈들 실력이 보통이 아니군.’

정운과 조용석의 활약을 지켜본 사이타나는 턱을 문질렀다.

예상외다.

상대가 생각보다 강하다.

사이타나는 선우영을 바라봤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제법 거셌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부하들까지 이리 강할 줄은 몰랐다.

‘선우영 혼자서 해결하는, 그런 군대는 아니란 소리군.’

사이타나는 그리 생각했다.

그는 황금 가마에서 일어났다.

‘선우영, 네놈의 군대는 강하고. 네 녀석의 전술도 나쁘진 않다.’

그래, 인정하겠다.

그러니 이제 슬슬 나서볼까 한다.

‘부디 싱겁게 죽진 말아다오. 직접 싸우는 건 실로 오래간만이니까.’

사이타나는 몸이 근질거렸다.

타앗.

땅을 딛은 사이타나는 용수철처럼 높이 뛰어올라 전장으로 향했다.

* * *

강가를 살펴보던 선우영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조용석과 정운이 분전해준 덕분에 강가의 전투가 유리해졌다.

몬스터들이 일방적으로 죽어 나갔다.

바리케이드도 톡톡히 효과를 보여주어 적군들이 넘어올 수 없었다.

모든 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지금처럼만 싸우면 적군을 모조리 섬멸시킬 수 있다.

희망이 보이던 그 순간.

“!!”

선우영은 어떠한 기운을 느꼈다.

등골을 섬뜩하게 만드는 기운. 지옥에서 불길이 치솟듯 불안감이 덜컥 들었다.

선우영의 고개가 위로 젖혀졌다.

푸르른 하늘.

그곳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그 물체는 점점 지상으로 내려오더니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적장은 어디 있느냐!!”

천지를 진동시키는 목소리.

그 우렁찬 한 마디가 모두의 귓가를 때렸다.

콰과광.

하늘에서 떨어진 인물은 낙하 속도를 이용해 바리케이드를 단숨에 부숴버렸다.

그 충격적인 등장에 전장은 순간 소강상태가 되었다.

멀리 퍼져나가는 흙먼지.

시야가 반쯤 차단된 상태에서 노란 눈빛이 보였다.

살기와 흥겨움이 묻어난 동공.

짐승처럼 날카롭고.

악마처럼 사납다.

존재 그 자체가 폭력을 나타내는 듯했다.

스르릉.

선우영은 용광검과 듀란달은 뽑았다.

“드디어 움직였나. 사이타나.”

선우영은 노란 동공이 보이는 쪽으로 검을 겨누었다.

사이타나가 오러를 뿜어내 돌풍을 일으켰다. 자욱이 일어났던 흙먼지가 돌풍과 함께 하늘 저편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사이타나의 모습이 드러났다.

놈의 붉은 머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고, 황금 갑옷이 두 번째로 시야를 사로잡았다.

자기를 보라고 말하듯 화려한 차림새.

김철수는 침을 삼켰다.

한눈에 봐도 강자라는 게 느껴졌다.

힘의 차이가 가늠도 안 된다.

사이타나가 거대한 나무라면 자신은 새싹에 불과했다.

그 정도 차이다.

압도적인 힘에 놀라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본능적으로 말이다.

김철수는 순간 자기가 물러났단 사실에 흠칫했다.

‘내가 겁을 먹었어?’

김철수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자신이 겁을 먹었다니.

용납이 안 됐다.

‘탱커는 첫째도 배짱이고, 둘째도 배짱인데!!’

그는 양 주먹을 캉캉 부딪쳤다.

투지를 불태웠다.

“오호라, 저 새끼만 해치우면 끝이다. 이거지-!!”

김철수는 억지로 목청을 키웠다.

겁먹지 않았다는 걸 보이려 하듯이 말이다.

사이타나는 김철수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관심조차 안 보였다.

김철수는 이를 보이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자식, 날 무시하냐!!”

사이타나는 날카로운 눈빛을 쏘았다. 압도적인 오러를 뿜어내면서.

그 기운은 실로 흉흉했다.

파괴와 분노.

두 가지 단어가 떠오를 정도였다.

“피라미는 닥쳐라.”

싸늘한 어투로 한마디 던진 사이타나.

김철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사이타나는 선우영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적군 중 가장 강대한 기운을 가진 자를 찾자 금방 알아봤다.

“네가 선우영인가?”

“그렇다.”

“새로운 군단장이 될 생각은 없나?”

“뭐?!”

“루시퍼를 쓰러뜨린 전투력, 게다가 병력을 이끄는 전술도 괜찮더군. 그러니 나의 군단장이 되어 일하도록 해라.”

선우영은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느닷없는 제안.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사이타나는 히죽거렸다.

“넌 모든 군단장을 쓰러뜨릴 정도로 강하다. 덕분에 내 침략 계획에 쓸 장기 말이 부족해졌지.”

“…….”

“그러니 새로운 장기 말이 필요하다. 선우영, 군단장이 된다고 하면 살려주마.”

너무나 오만한 발언이었다.

선우영은 지금까지 사이타나를 무찌르기 위해 싸워오지 않았나.

그런데 뭐가 어쩌고저째?

군단장이 돼라?

선우영은 콧방귀를 뀌었다.

“뚫린 입이라고 헛소리가 나불나불 나오는구나. 저것도 병인데, 맞으면 나으려나?”

오히려 도발을 건 선우영.

사이타나는 그 발언에 놀랐단 듯이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그러다니 이내 웃었다.

“하하하, 재미있는 녀석이로군.”

그러며 돌연 웃음기를 지우고 이마에 주름을 잡았다.

화를 내며 인상을 찡그린 사이타나.

놈의 노기가 굉장히 사납다.

“선우영, 죽고 싶은 게냐?!”

어마어마한 살기가 오러와 함께 돌풍을 일으켰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

그뿐만 아니라 몬스터들까지 눈을 뜨지 못했다.

손목으로 바람을 막으며 간신히 눈을 떴다.

멀쩡한 사람은 선우영뿐이었다.

그는 숨을 길게 내쉬며 사이타나에게 한 소리 했다.

“왜 이리 혓바닥이 길어?”

“…….”

“혹시 쫄려?”

그 한마디가 사이타나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미 바닥을 드러낸 인내심.

사이타나는 검을 뽑고 선우영에게 달려들었다.

그 기세가 묵직했다.

동시에 날랬다.

빠르고 무거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도무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일격이 선우영을 덮쳤다.

카앙!!

격돌하는 선우영과 사이타나.

선우영은 옆구리로 날아오는 칼날을 듀란달과 용광검으로 막아냈다.

‘큭!!’

선우영은 속으로 신음을 흘렸다.

묵직하다.

이렇게 묵직한 공격은 처음이다.

칼날이 떨리고 팔이 저릿해 손가락 감각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사이타나는 씨익 웃었다.

“겨우 공격 한번 했을 뿐인데, 벌써부터 힘겨워 보이는구나.”

“거참, 말 많네. 넌 입으로 싸우냐?”

선우영의 표정이 긴장감에 어색하게 굳었지만, 그는 끝까지 비웃음을 날리며 도발했다.

사이타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발끈하지도 않았다.

궁지에 몰린 녀석이 발악한다고 여겼다.

그때, 백영희가 검을 뽑았다.

푸르른 물결무늬가 들어간 검, 아틸라.

그리고 루시퍼가 사용했던 명검, 클라우 솔라드.

두 개의 칼날이 사이타나에게 향했다.

콰르릉.

번개 치는 소리와 함께 말이다.

소닉붐까지 일으키며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선보인 일격이었지만.

소용없었다.

사이타나는 무감정한 얼굴로 칼날을 잡았다.

그것도 맨손으로

압도적인 전투력 차이.

사이타나는 백영희를 바라봤다.

‘봐줄 만하군.’

군단장급 실력을 갖췄다.

인간치고 대단하긴 하지만 자신을 이기려면 한참 멀었다.

“꺼져라.”

사이타나는 잡고 있던 칼날을 공중으로 던졌다.

백영희는 그 탓에 허공을 날아다녔다.

그녀는 단숨에 이해했다.

‘내 실력으론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대다!’

자기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결국 이 싸움은 선우영이 승리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백영희는 그를 바라봤다.

반드시 이기라고 속으로 응원하면서.

사이타나는 방해꾼이 사라지자 다시 선우영에게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말하지. 내 부하가 돼라. 군단장이 되면 살려주마.”

“아, 싫다니까.”

선우영은 끝까지 거부했다.

사이타나는 허파에서 헛바람이 불어져 나왔다.

동시에 화가 났다.

인재가 부족한 사이타나.

녀석에게 선우영은 굉장히 탐나는 인물이었다.

꼭 손에 넣고 싶다.

‘말로 설득하는 건 불가능하겠군.’

평소처럼 행동해야겠다.

‘폭력, 압제.’

힘의 차이를 깨닫게 만들어 굴복시켜주겠다.

반드시 녀석의 입에서 살려달라는 말이 나오도록 만들 것이다.

카아앙.

선우영과 사이타나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둘의 싸움은 일방적이었다.

선우영은 제대로 된 공격조차 해내질 못했다.

뒤로 계속 밀렸다.

그러함에도 지금까지 익혔던 검술을 활용해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공세를 흘리고 막기를 반복했다.

반면 사이타나의 검술은 파괴력에 치중되어 있었다.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검술.

그의 사상이 너무나도 잘 묻어나는 검술이었다.

방어 자세도 없었다.

완급조절마저 존재하지 않는, 오로지 강하게 몰아붙이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그러함에도 자세에 흐트러짐이 없다.

불필요한 동작을 완벽히 제거하여 파괴력을 극대화했다.

사이타나는 웃었다.

“하하하, 미꾸라지처럼 잘도 도망치는구나.”

“큭.”

“말이 없어졌구나.”

“…….”

“왜? 이 사이타나의 힘이 두렵더냐?”

사이타나는 즐겼다.

이 싸움을 통해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어 선우영을 굴복시키는 이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어찌 이 쾌감을 즐기지 않는단 말인가.

남을 짓밟는 이 즐거움을!!

계속 방어만 하던 선우영.

타아앙.

그는 처음으로 사이타나의 공격을 튕겨냈다.

순간 웃음기가 굳어버린 사이타나.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자신의 공격을 튕겨낼 줄이야.

선우영의 눈빛에서 투지가 불탔다.

절대 굴복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사이타나는 약자가 아닌 대등한 상대와 싸운단 느낌이 들었다.

선우영은 싸우는 와중에도 주변의 마나를 흡수했다.

그걸로 몸 안의 오러를 점점 키워나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우영은 강해지고 있었다.

“크오오오-!!”

기합을 지르며 쌍검을 휘두르는 선우영.

그 기세가 날카로웠다.

느껴지는 기백은 투지와 신념.

이번엔 사이타나가 방어에 전념했다.

놈도 눈치챘다.

‘이 싸움에서 녀석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오러가 빠르게 성장하는 선우영.

사이타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녀석의 성장 속도는 말도 안 되게 빠르다. 혹여나 어떠한 계기가 생겨 더 강해질 수 있다면…….

‘나와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될 거다.’

놈은 생각을 바꿨다.

선우영은 굴복시켜 부하로 삼는다?

그건 헛꿈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쓰러뜨려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선우영에게 승기가 기울 테니까 말이다.

시간은 사이타나의 편이 아니었다.

“죽여주마!!”

사이타나도 살기를 드러냈다.

둘의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갔다.

둘의 육체에 점점 상처가 쌓여갔다. 칼날이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불꽃과 황금 비수가 쏘아지고.

사이타나는 오러를 방어막처럼 만들어 공세를 막아냈다.

채앵.

검끼리 맞붙은 상황.

사이타나는 검으로 선우영의 칼날을 밀어냈다.

이렇게 호각으로 싸워본 건 처음이다.

사이타나는 분노가 치솟았다.

굴욕이다.

비록 인간 형태이지만,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싸워야 하다니.

‘이기려면 어쩔 수 없이….’

본래의 모습인 드래곤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사이타나의 피부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평범했던 피부에 각진 비늘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게 흡사 파충류 피부처럼 보였다.

이윽고.

사이타나의 덩치가 거대화했다.

입고 있던 갑옷을 부숴버리고, 검은 어딘가로 튕겨져 날아갔다.

붉은색 피부.

거대한 날개.

날카로운 이빨이 보였다.

“저, 저건!!”

페일과 몰제는 그 모습에 식은땀을 흘렸다.

사이타나가 인간 형태에서 본래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그 위압감은 실로 대단했다.

“크롸롸롸롸-!!”

단 한 번 포효했을 뿐인데, 입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돌풍에 나무가 뽑히고 사람들과 몬스터들이 먼지처럼 흩날렸다.

선우영은 숨을 헐떡였다.

강가에서 싸워 용암을 못 쓰게 만들겠다는 전략을 짰는데.

가까이서 보니 오판한 모양새다.

‘강가에서 싸워도 저 발톱과 이빨은 못 피할 것 같은데.’

위기의 순간.

그런데도 선우영은 아직 미소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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