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화 바리케이드2
사이타나의 명령.
바리케이드와 강가를 동시에 공격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놈의 군대가 진군하기 시작했다.
병력을 반으로 나눴다.
한쪽은 바리케이드가 있는 쪽으로 향하고, 다른 한쪽은 강가에서 배를 준비했다.
“가자-!!”
“하등한 인간 놈들.”
“전부 죽여버려!!”
몬스터들의 사기는 굉장히 높았다.
놈들은 바리케이드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부수지도 넘지도 못했다.
레비아탄의 뼈와 비늘로 만든 바리케이드는 단단했다.
게다가 커다랬다.
단숨에 뛰어넘을 만한 크기가 아니었다.
뭐, 시간이 주어졌다면 간신히 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선우영이 가만히 보고 있었겠는가.
두다다다.
총구가 열심히 불을 뿜어냈다.
바리케이드를 뛰어넘는 건 불가능했다.
총알 세례를 전부 맞아야 했으니까.
몬스터들이 착용한 갑옷은 방어력을 높여주는 특수한 효과를 지녔다.
그런데도 총알이 그걸 뚫었다.
사이타나의 군대는 대단한 아티팩트로 무장했다.
하지만 박인혁과 드워프들이 만든 무기가 그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제기랄!!”
“이거 왜 안 부서져?”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몬스터들은 조급해졌다.
어떻게든 바리케이드를 부수기 위해 공격했지만 불가능했다.
게다가 머리 위에서는 총알이 떨어진다.
“이 빌어먹을 놈들!!”
“이거나 먹어라!”
몇몇 몬스터들이 악다구니를 쓰며 화살을 쏘려 했지만.
타앙-!
날아오는 총알에 머리가 뚫렸다.
사거리와 위력 그리고 정확도.
그 모든 게 선우영 군대 쪽이 훨씬 우위에 있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몬스터들.
녀석들도 느꼈다.
자신들의 아티팩트보다 적군의 무기가 훨씬 좋다는 걸.
상황이 불리해지던 와중.
“모두 비켜, 내가 나가신다!”
한 몬스터가 동료들을 밀치며 바리케이드 앞으로 다가갔다.
쿵쿵쿵.
덩치가 얼마나 큰지 걸을 때마다 소리가 들렸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가 눈에 띄었다.
빠른 발과 방어력을 가진 몬스터 코넬. 녀석이 바리케이드 앞에 섰다.
몇몇 몬스터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코넬이다!!”
“코넬이 나섰다.”
몬스터들이 소리쳤다.
녀석들은 믿겠단 눈빛을 코넬에게 보냈다.
코넬은 사이타나의 병사들 사이에서 강한 축에 속했다.
“바리케이드? 망치 한 방이면 충분하지! 다음 군단장 자리는 내 차지다!”
자신만만한 코넬.
놈은 이번 전투에서 공을 세워 공석이 된 군단장 자리를 차지할 생각이었다.
“퉤, 퉷.”
코넬은 양손에 침을 뱉고 거대한 망치를 잡았다.
육중한 팔을 뒤로 젖혀지며 망치를 크게 휘둘렀다.
콰과광.
망치의 쇠붙이 부분에서 폭발과 불꽃이 터졌다.
아티팩트의 효과였다.
폭발력으로 위력을 극대화했다.
연기가 주변에 자욱해졌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지축을 뒤흔들 우렁찬 소리만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몬스터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야, 굉장한데? 역시 코넬의 공격은 무시무시해.”
“바리케이드를 부쉈겠지?”
“당연하지, 차기 군단장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잖아-!!”
몬스터들은 상황이 역전됐다고 여겼다.
하지만 코넬은 움찔거렸다.
묵직한 진동이 손끝에서 느껴졌지만, 금방 사라졌다.
놈은 그게 뭘 뜻하는지 알았다.
‘바리케이드를 부수지 못했다?’
주변을 뒤덮은 연기가 이내 사라지며 멀쩡한 바리케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몬스터들은 순간 말을 잃었다.
설마, 코넬이 바리케이드를 부수지 못했다니.
긴장감이 엄습했다.
놈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바리케이드가 군단장 레비아탄의 시체로 만들어졌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러로 강화되지 않은 뼈와 비늘일 뿐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대단치 않다고 여겼는데, 그걸 부수지 못하고 있었다.
몬스터들의 사기가 떨어졌다.
절대 이 바리케이드를 넘지 못할 거란 공포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선우영은 코넬의 망치를 보며 턱을 만지작거렸다.
“오, 좋은 무기네.”
그러며 히죽 웃었다.
‘하지만 사용자가 저리 약해서야…. 무기의 본래 위력이 나오질 않는군.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야.’
선우영은 박인혁을 바라봤다.
공격하라는 의미.
박인혁은 드워프들에게 소리쳤다.
“포격 개시!!”
퍼엉.
포탄이 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코넬들은 방어조차 못 해보고 공격에 당했다.
포탄의 위력은 대단했다.
코넬이 비명을 질렀다.
“쿠아아악!!”
방어력을 상승시키는 특수한 갑옷까지 입었거늘.
포탄이 갑옷을 부쉈다.
화끈한 통증과 함께 코넬의 몸이 뒤로 쭉 날아갔다.
놈은 그대로 쓰러져 기절했다.
바리케이드를 공격하던 몬스터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코넬이 당했다.
그것도 눈 깜빡할 사이에 말이다.
쓰러진 코넬은 피를 흘리며 손가락 하나 까딱이질 못했다.
몬스터들은 위기감을 느꼈다.
바리케이드를 부수지 못했으니 일방적으로 공격당하겠다고 느꼈다.
더군다나 적장은 아직 전투에 나서지도 않았다.
계속 싸워봤자 피해만 막심해진다.
후퇴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그러지 않았다.
얕잡아보던 인간들에게 등을 보이고 도망쳐라?
그 짓거리는 절대 못 한다.
“싸워라!!”
“열등한 인간 놈들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
“다시는 맞서지 못하게 철저히 짓밟자.”
몬스터들은 오히려 언성을 높이며 투지를 불태우려 했다.
그러던 중 어떤 녀석이 선우영의 심기를 거스르는 발언을 하였다.
“모든 인간을 노예로 삼자. 우리 마족은 모든 차원에서 가장 우월한 종족이다.”
뻐어엉.
포탄이 날아와 방금 발언한 녀석의 안면을 박살 냈다.
덕분에 머리 없는 시체가 늘었다.
몬스터들은 포탄이 날아온 곳을 바라봤다.
그곳엔 선우영이 있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매서운 눈빛을 쏘았다.
“누굴 노예로 만들어? 등신들이 아주 개소리를 지껄이는구나.”
선우영은 이를 악물었다.
한편 사이타나는 모든 전황을 찬찬히 살폈다.
그는 감탄사를 내질렀다.
“오호, 인간 놈들. 굉장히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구나.”
지구의 과학과 드워프의 기술.
두 가지가 합쳐진 무기에 흥미가 솟구쳤다.
사이타나는 웃었다.
저 무기를 손에 넣는다면 앞으로 다른 차원을 침공할 때 유용하게 쓰일 거다.
‘적군의 기술자를 사로잡아야겠군.’
사이타나는 그리 생각했다.
뭐, 지상전에선 밀리고 있지만 괜찮다.
그의 시선이 강가로 옮겨졌다.
자기 부하들이 배를 타고 적진을 향해 쾌활하게 진격하고 있었다.
* * *
바리케이드 덕분에 큰 피해 없이 적군을 막아내던 선우영의 병력.
포탄과 총탄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김철수는 만세를 불렀다.
“좋았어-!! 저 새끼들 꼬락서니를 보라지.”
통쾌하단 표정이었다.
그때였다.
정운이 강가 근처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순간 흠칫했다.
거대한 강물을 가르며 다가오는 배가 보였다.
돛대가 순풍을 만나 쾌속 전진했다.
정운은 다급히 소리쳤다.
“아저씨, 적들이 강가로 쳐들어오고 있어요!!”
선우영은 얼른 고개를 뒤로 돌렸다.
정말로 배가 보였다.
적선에 몬스터들이 득실득실했다.
그뿐만 아니라 나가처럼 수중을 헤엄치는 몬스터들도 보였다.
선우영은 턱을 만지작거렸다.
‘사이타나 녀석,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강물과 육지의 합공 공격.
여러 곳을 공격하여 지휘관의 실력을 보겠단 뜻일 터.
선우영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적군의 병력이 둘로 나뉘었다.
그건 공세가 반감되었단 의미이니, 다양한 곳을 공격해도 공격력 자체는 약할 거다.
선우영은 작전을 수립했다.
그는 얼른 정운과 조용석에게 지시를 내렸다.
“운이는 그림자로 배를 만들어. 지금 병력을 많이 나눌 수 없으니, 조용석 씨가 소수의 병력을 이끌고 버프를 사용해 강가로 오는 적을 막아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맡겨주세요, 아저씨!”
정운은 자신 있게 소리쳤다.
정운의 그림자가 꿈틀거리더니 이내 강가로 향했다.
촤라락.
그림자는 거대한 전함이 되었다.
조용석은 헌터들을 데리고 그림자 전함에 올랐다.
조용석이 아군에게 소리쳤다.
“지금 상황이 급박하다. 그림자 전함의 지휘는 내가 맡겠다. 반대하는 사람 있나?”
“없습니다.”
“따르겠습니다.”
“급하니 어서 빨리 움직이죠!”
헌터들은 이견이 없었다.
조용석은 선우영의 부하이고.
유일하게 버프를 주는 사람이다.
게다가 S급이 아닌가.
그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조용석이 지시를 내렸다.
“돌격!!”
그러며 동시에 깃발을 소환해 다섯 개를 전부 발동시켰다.
아군에게 버프가 5번 중첩됐다.
조용석은 다가오는 적군의 배를 바라봤다.
녀석들은 오러가 담긴 화살과 마법을 쏘았다.
굉장한 파괴력을 보여줬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마법은 또 어떤가.
거대한 화염구가 시꺼먼 연기를 꼬리처럼 달고 다니며 그림자 전함으로 날아왔다.
정운은 그림자 전함의 모양을 살짝 바꿨다.
사람들이 서 있던 자리에 그림자로 만든 방패를 세웠다.
퍼엉, 퍼버벅.
화염구와 화살은 그림자 방패에 막혀 아무 피해도 주지 못했다.
조용석은 스킬을 발동해 오러로 투창을 만들었다.
숨을 길게 들이켜고 어깨에 힘을 꽉 줬다.
등세모근이 부풀었다.
핏줄까지 돋아난 팔뚝으로 투창을 던졌다.
전력으로 던지기 위해 몸을 앞으로 빼면서 전신의 근육을 활용했다.
퍼어엉.
대포가 포탄을 쏘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
주변에 충격파가 퍼졌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투창은 적군의 배를 박살 내놓았다.
우렁찬 파열음이 주변을 뒤흔들었다.
파괴력은 또 어찌나 대단하던지!
배를 부순 투창이 강물로 들어가는 바람에 물기둥이 솟구쳤다.
몬스터들은 순간 긴장해 얼어붙었다.
어마어마한 파괴력이다.
부서지는 배와 함께 몬스터들의 시체가 강물로 떠올랐다.
남은 놈들은 판단했다.
‘원거리 싸움으로는 이길 수 없다.’
‘적의 투창 공격이 보통이 아니야.’
‘가까이서 싸워야 해.’
원거리 교전을 이어 나가봤자, 조용석이 던지는 투창에 배가 침몰할 게 뻔했다.
그러니 근접전을 펼쳐야 한다.
빠르게 접근해 적의 함대에 올라타 백병전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마침 바람도 순풍이다.
접근하기 딱 좋다.
배에 타고 있던 몬스터들은 나가들에게 신호를 줬다.
한꺼번에 적선에 올라타자는 신호였다.
정운은 조용석을 바라봤다.
“놈들이 가까이 다가오는데 어떻게요?”
“오게 둬라.”
“네? 왜요?”
“원거리 공세에서 밀리니, 배 위에서 싸워 전세를 역적 시켜볼 생각인가 보다. 네 능력은 생각도 못 하고 말이야.”
“……아-!”
정운은 잠깐 침묵하다 무슨 작전인지 깨달았다.
그러고는 씨익 웃었다.
그림자 전함은 정운의 능력으로 만들어졌다.
모형 또한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으니, 갑판에서 백병전이 펼쳐지면 몬스터들을 함정에 빠뜨릴 수 있었다.
조용석은 어깨를 딱 폈다.
몬스터들은 분명 자신들 판단이 옳다고 믿겠지만, 저건 불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 꼬락서니밖에 안 됐다.
이윽고.
몬스터들이 그림자 전함에 갈고리를 걸었다.
타닥.
놈들은 그림자 전함에 올라탔다.
물속에 있던 나가들도 순식간에 뛰어올라 그림자 전함에 침입했다.
“각오해라.”
“전부 죽여주마!!”
험상궂은 얼굴로 건방진 말을 내뱉는 몬스터들.
정운은 놈들의 말을 무시했다.
곧이어 그림자 전함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갑판에서 검은색 촉수가 생겨나 몬스터의 온몸을 속박했다.
“컥!!”
“움직일 수가 없어.”
“젠장, 함정이다.”
모든 몬스터가 포박당했다.
함정에 걸렸단 걸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정운은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포박된 몬스터들한테 한마디 날려줬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머저리들아.”
아주 통쾌한 한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