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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188화 (188/200)

#188화 막간의 휴식

선우영 일행은 휴식을 취하기 전, 시체를 불로 전부 불태웠다.

시체가 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했다간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다.

뭐, 덩치가 커다란 레비아탄의 시체는 어찌하지 못해 치우지 못했다.

처분하는 데만 며칠 걸릴 것 같았다.

드워프와 박인혁.

그들은 레비아탄의 시체에서 비늘과 이빨 그리고 뼈를 채취했다.

“이거 좋은 재료가 되겠는데요?”

“분명 엄청난 무기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이야, 당장 만들어봐야겠네요. 어떤 걸작이 나올지 기대됩니다.”

그들은 손이 간질간질하단 표정으로 레비아탄의 시체에서 채취한 재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참 대단하다.

이 순간에도 무기를 만들겠단 생각을 하다니.

김철수가 호기심에 물었다.

“아니, 이런 곳에서도 무기를 만들 수 있나요?”

그러자 박인혁이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후후후, 저희에겐 로봇이 있습니다.”

“네?”

“로봇의 비밀을 하나 보여드리죠.”

박인혁이 로봇에 달린 수많은 버튼 중 하나를 꾹 눌렀다.

덜컹. 찌이잉.

로봇이 좌우로 갈라지더니.

얘기들이 보는 로봇 만화처럼 척척 변하기 시작했다.

다리가 받침대가 되고.

팔은 좌우로 갈라져 쭉 펼쳐지더니.

순식간에 이동식 공방이 만들어졌다.

김철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세상에, 로봇이 이것도 돼요? 그러면 이동하면서 무기를 제작하거나 수리할 수 있겠네요?”

“바로 그겁니다.”

박인혁은 콧대를 높였다.

아무래도 오늘 하루는 새로운 무기를 만드는 데 집중할 모양이다.

선우영은 병력을 데리고 엘림에서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레비아탄의 시체를 모두 태우는 게 힘들 것 같아 차라리 장소를 바꿨다.

물론 이동하기 전에 좋은 무기들을 노획했다.

“이 검은 꽤 좋아 보이던데.”

선우영은 루시퍼의 시체에서 챙긴 클라우 솔라드를 바라봤다.

용광검과 듀란달을 동시에 상대한 검이다.

상당한 명검이 틀림없다.

‘난 이미 두 자루가 있으니, 이건 우리 자기한테 줘야겠다.’

선우영은 이동하던 도중 백영희에게 클라우 솔라드를 건네줬다.

“이거, 루시퍼가 쓰던 건데. 꽤 좋아 보이더라고. 자기가 한번 써봐.”

“그래?”

백영희는 클라우 솔라드를 받았다.

스르릉.

칼집에서 검을 뽑았다.

반짝이는 날을 살피며 찬찬히 검을 살피는 백영희.

보기만 해선 잘 모르겠다.

스스로 빛을 내는 구조라 자세히 살피기가 힘들었다.

해서, 한번 휘둘러봤다.

부우웅.

그녀는 입을 오므렸다.

“오호.”

꽤 좋은 검이다.

손끝에 촥 감기는 맛이 있다.

거기다 허공을 가르는 느낌이 달랐다.

공기의 저항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명검이다!’

백영희는 확신했다.

이 정도면 전투력이 확 늘어날 게 분명했다.

“오, 좋은데?”

백영희가 피식거리며 선우영을 바라봤다.

“남친 잘 둬서 내가 호강한다?”

“그럼, 내가 얼마나 대단한데. 앞으로 남친한테 부탁할 거 있으면 모든 말하라고. 잘난 남친 덕도 보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

“정말이지. 농담 한번 하면 콧대가 아주 높아져요.”

선우영은 웃었다.

이런 농담을 주고받는 게 좋았다.

뭐, 좋지 않나.

모든 일이 전부 끝나고, 좋아하는 사람이랑 행복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모든 게 끝나면 말이지.’

선우영은 그리 생각했다.

어느 정도 이동한 선우영 일행은 그곳에 캠프를 쳤다.

포션으로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물과 소독제로 몸과 옷에 달라붙은 몬스터의 피와 살점을 닦아냈다.

몬스터의 피에 어떤 독이나 병균이 있을지 모르니 깔끔하게 처리한 것이다.

이러한 자잘한 작업을 마친 다음에야, 간신히 연회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럼 오늘은 진탕 마십시다!”

선우영이 소리치자, 사람들이 환호하며 파티를 열었다.

보이는 건 술과 고기를 먹는 사람들. 그들은 노래를 부르며 어깨동무했다.

뭐, 고주망태가 되어 부르는 노래라 뭔 노래인지도 몰랐지만.

김철수는 술을 병째로 벌컥벌컥 들이켰다. 몰제와 술 싸움에 들어갔다.

그들은 필나이트 5병을 먹고도 취하는 낌새도 안 보였다.

“설마, 벌써 취한 건 아니죠?”

“그럼요. 이제 시작인데.”

그들은 6병째를 순식간에 비웠다.

그걸 본 정운은 눈을 껌뻑이며 신기하단 표정을 지었다.

‘원래 술에 잘 안 취하는 건가?’

영화에서 보면 소주 한 병만 마셔도 금방 취하던데 말이다.

정운이 술을 빤히 바라보자.

“이거 마셔라.”

조용석이 다가와 오렌지 주스를 건네줬다.

더 이상 술에 관심을 못 가지게 말이다.

뭐, 파티도 좋지만, 주변 사람들이 다 술을 마시고 있으니, 정운을 돌봐줘야 할 사람도 있지 않겠나.

“감사합니다.”

정운은 오렌지 주스를 홀짝였다.

그리고 조용석이 가져온 고기와 야채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었다.

모두가 연회를 즐기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한편 아스모데우스는 연회에 조용히 빠졌다. 텐트로 들어가 홀로 상념에 들어갔다.

‘사이타나와 선우영이 싸울 때, 배신하여 둘을 죽인다고 해도….’

백영희가 남아있다.

자신이 싸워서 이길지 확신이 안 서니, 가능하면 꼬셔두고 싶은데.

‘도무지 방법이 없네.’

매혹 스킬은 남자에게만 통하니 쓸 수 없다.

‘왜 이렇게 골칫거리가 자꾸 튀어나오는 거야.’

아스모데우스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때였다.

그녀는 흠칫 놀라 텐트를 나와 동쪽을 바라봤다.

선우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동쪽에서 수상쩍은 기운을 느꼈다.

곧이어,

콰아악!!

동쪽에서 용암이 치솟았다.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한눈에 보일 만큼 어마어마하게 큰 용암 분출이었다.

“뭐야? 자연재해인가?”

김철수는 들고 있던 병을 땅바닥에 놓고 얼른 일어났다.

백영희는 눈살이 꿈틀했다.

‘자연재해? 아니야. 이 느낌은…….’

그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정운과 조용석은 치솟는 용암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아스모데우스는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는 용암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사이타나?”

* * *

사이타나.

놈은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이걸 쓰면….’

굉장히 고심하며 반지를 쳐다봤다.

이 반지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다.

무려, 다른 차원에서 가져온 아티팩트였다.

효과는 딱 하나였다.

‘단 한 번, 소모된 모든 체력과 힘을 되찾게 해주는 것.’

사이타나는 지구에 S급 게이트를 여느라 많은 힘을 소모해버렸다.

지금은 약해진 상태다.

그렇기에 직접 싸우지 않고 군단장들에게 전투를 맡겼다.

‘겨우 단 한 번.’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아티펙트였기에 가능한 한 아끼고 싶었다.

함부로 사용하면 진짜 필요할 때 미련이 남을 테니까.

해서, 지금까지 안 썼다.

그 누구에게도 이 반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비밀에 붙였다.

‘배신자가 나타나면 이 반지부터 노릴 테니까.’

사이타나의 눈 밑이 꿈틀거렸다.

지구의 병력이 얼마나 강하든, 루시퍼가 쓰러뜨릴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루시퍼와 레비아탄이 죽었다.’

군단장 대다수는 죽고, 아스모데우스는 배신까지 했다.

상황은 최악이다.

더군다나 루시퍼와 레비아탄이 데려간 병력도 대부분 죽어버렸다.

생환한 녀석들은….

‘싸움 도중 도망친 겁쟁이들은 필요 없지.’

자신이 직접 죽였다.

이제 남은 병력은 자기가 데리고 있는 5만이 전부다.

이 병력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결국엔 내가 나서서 직접 해결할 수밖에 없겠군. 군단장이란 놈들이 하나 같이 쓸모가 없다니.’

사이타나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머릿속에서 분노가 치솟았다.

놈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감히 인간 놈들 주제에 날 아주 성가시게 만드는군.’

분수를 모르는 버러지 종족이 말이다.

사이타나는 황금 왕좌에서 일어났다.

놈은 반지를 사용했다.

체내의 마나를 불어넣자 반지에 달린 보석에서 검붉은 광채가 흘러나왔다.

그 빛은 삽시간에 대전을 감쌌다.

“뭐야?! 무슨 일이야.”

“이 빛은 뭐야!”

“비상사태, 비상사태다!!”

만마전을 지키던 몬스터들이 검붉은 광채를 보고 기겁했다.

불길했다.

소름 끼칠 정도로 불길한 빛깔.

사방으로 퍼졌던 검붉은 광채는 마치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듯 괴상한 움직임과 함께 대전 어딘가로 향했다.

그곳은 사이타나가 있는 곳.

샤아악.

검붉은 광채가 놈의 입과 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모습을 뭐라 불러야 할까.

피가….

검붉은 피가 놈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광경.

너무나도 기괴하고 역겨웠다.

곧이어 모든 광채가 녀석의 육신으로 들어갔다.

사이타나는 숨을 헐떡였다.

입에서 붉은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비정상적인 상황.

사이타나의 동공이 뱀의 눈동자처럼 징그럽게 변했다.

또각, 또각.

녀석은 대전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황금으로 이뤄진 복도를 구두가 때리자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음정이 주변에 메아리쳤다.

고요함 속에 울리는 발소리.

또각, 또각.

몬스터들은 그 소리에 손이 떨리고 머리가 멍해졌다.

할 수 있는 건 하나.

사이타나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것뿐이었다.

또각, 또각.

사이타나는 몬스터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놈은 밖으로 나왔다.

대전의 문턱을 넘어 햇볕이 쨍쨍한 공원에 도착했다.

바닥이 전부 황금으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눈 부신 햇살이 반사되어 주변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사이타나는 손에 낀 반지를 바라봤다.

파스슥.

바스라져 먼지가 되어가는 반지.

이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아-!!”

사이타나는 마치 결린 몸이 풀렸단 듯이 이제야 살겠단 추임새를 내뱉었다.

그러고는 어깨를 돌려 몸을 풀었다.

“한결 좋군.”

놈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화르륵.

불꽃과 함께 모습을 변화시켰다.

인간이었던 현재의 상태에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다.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은 점점 거대해지는 사이타나를 올려다보며, 놀란 입을 턱 벌렸다.

거대한 황금 도시, 만마전.

마계가 이곳을 정복했다는 상징물.

사이타나는 그걸 넘어서는 크기로 변해 하늘을 날아올랐다.

놈이 날갯짓하자 폭풍이 불어닥친 듯 주변 나무가 부러지다 못해 뽑혔고 땅이 갈라졌다.

어마어마한 덩치.

놈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만마전에 내려앉아 주변을 온통 칠흑으로 바꾸었다.

사이타나는 뱃속에서 끓어오르는 힘을 주체하지 못했다.

놈은 목을 하늘로 쳐올렸다.

그리고.

크롸롸롸롸롸.

목구멍에서 시뻘건 빛이 올라오더니, 입 밖으로 용암을 뿜어냈다.

그게 하늘 높이 치솟았다.

시뻘건 용암은 구름을 뚫어 멀리 있는 사람들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올라갔다.

순식간에 주변이 시뻘건 색으로 물들었다.

본래의 힘을 되찾은 사이타나.

그리고 놈이 쏜 용암을 선우영 일행이 엘림 강가 근처에서 목격했다.

아스모데우스의 눈동자가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사이타나가 본래 힘을 되찾았어?!’

그녀는 믿을 수 없는 눈길로 하늘 높이 치솟는 용암을 응시했다.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아스모데우스.

‘틀렸어. 난 죽을 거야.’

그녀는 속으로 절망했다.

사이타나와 선우영이 싸울 때를 노려 둘 다 제거하겠단 계획.

그 전제 조건이 뭐였나.

‘사이타나가 S급 게이트를 만드느라 약해진 상태……. 그게 가장 핵심이었어.’

하지만 그게 무너졌다.

힘을 되찾은 사이타나는 선우영은 물론이고, 백영희와 나머지 동료들이 덤벼도 이기지 못할 거다.

본래 힘을 되찾은 놈은 무적이니까.

아스모데우스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사이타나가 어떤 놈인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다.

언제나 분노해 있으며.

냉혹하고.

부하를 도구로만 여기는 존재.

그런 위험한 녀석이 힘을 회복했으니, 배신자인 자신은 살아남기 글렀다.

아스모데우스는 머리를 굴렸다.

‘내가 취할 수 있는 생존법. 살아남으려면….’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

‘사이타나에게 다시 붙는 수밖에 없어.’

아스모데우스는 불안한 마음에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 순간, 선우영은 불안한 표정을 짓는 아스모데우스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응시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대충 알겠단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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