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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182화 (182/200)

#182화 엘림

선우영과 아스모데우스.

그들이 이끄는 병력은 엘림에 도착하였다.

거대한 강.

선우영은 그 모습을 찬찬히 구경했다.

‘정말 거대하군.’

배가 드나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정도였다.

심지어 강에 섬까지 있었다.

‘강이 커다라니까 섬까지 생겼구나. 정말 대단한데?’

그리고 그 섬에서 거대한 성벽이 보였다.

검은색으로 이뤄진 성.

선우영은 팔짱을 끼며 바라봤다.

‘아, 그거네. 실드를 생성하는 성벽. 저거 깨부수는 거야 쉽지.’

실드가 깨지기 전까지 포탄을 쏘면 된다.

지구의 과학기술과 드워프의 기술로 강화된 포탄은 실드를 충분히 깨부술 수 있다.

그러나 전차는 잠잠했다.

선우영은 옆에 있던 아스모데우스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하하하, 이거 죄송합니다.”

“…….”

아스모데우스는 대꾸도 안 했다.

선우영은 그러든가 말든가 들으라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 떨어진 포탄을 보충하지 못해, 이번 전투도 아스모데우스 님이 선두를 맡아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선우영은 싱긋 웃었다.

마치 나쁜 의도는 없다는 듯이.

아스모데우스는 앙칼진 눈빛으로 선우영을 흘겨봤다.

굳게 다문 그녀의 입술이 움직였다.

“또다시 제 병력만 싸워야 하는 이 상황이 왔네요. 이게 정말 우연인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레비아탄이 오기 전에 엘림을 먼저 손에 넣어야 하는데, 보급이 오기를 기다렸다간, 먼저 차지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말은 청산유수군요. 보아하니, 검을 들고 싸울 수 있는 사람도 있던데. 그들은 안 싸우나요?”

“아, 헌터들 말씀이군요. 주 역할이 전차를 지키는 거라 선두에 투입되면, 저희 쪽 전차를 지킬 사람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선두를 맡을 수가 없죠.”

아스모데우스는 가늘게 좁힌 눈으로 선우영을 째려봤다.

선우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강에 있는 섬을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아스모데우스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매번 내 병력만 소모되잖아.’

자신만 손해를 보고 있으니, 분통이 터졌다.

아스모데우스는 꾹 참았다.

이번까지다.

엘림을 차지하는 게 중요하니, 이곳을 얻고 나면 앞으로 선두를 맡지 않을 거다.

선우영이 싸우게 만들겠다.

‘네놈 장단에 놀아나는 것도 오늘까지야.’

아스모데우스는 빠득 이를 갈았다.

그녀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강가의 바로 앞에서 멈춰선 그녀는 마법진을 소환했다.

휘이잉.

공기가 싸늘해지나 싶더니.

이내, 마법진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와 강가를 얼리기 시작했다.

콰드득.

한겨울처럼 찬 공기가 주변을 뒤덮었고, 선우영의 입에서 입김까지 나왔다.

빙판이 된 강가.

섬에서 성을 지키던 나가들이 웅성거렸다.

강이 얼어붙었으니, 자기들 장기였던 수중전을 펼치지 못하게 됐다.

아스모데우스가 자기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돌격!!”

그녀의 몬스터들이 빙판을 밟으며 앞으로 성으로 뛰어갔다.

선우영은 그 장면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오호, 마법을 쓰면 저런 식으로 공격할 수 있네. 익히면 상당히 유용하겠어.”

그리 혼잣말하고 있는데 페일이 다가왔다.

“선우영 대장님.”

“네.”

“마법은 익히기 어려운 힘입니다. 스킬과 다릅니다.”

선우영은 눈을 껌뻑였다.

아무래도 페일은 마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다.

선우영은 페일에게 손짓했다.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경청하겠습니다.”

“스킬은 체내에 있는 마나 혹은 오러에 반응해 강해질수록 위력이 높아집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법은 다릅니다. 10의 위력을 내는 마법진이 있다면, 해당 마법진으로는 마나를 아무리 쏟아부어도 10의 위력만 낼 수 있습니다.”

“오호, 더 큰 위력을 내기 위해선 또 다른 마법진을 익혀야 하는군요.”

“네.”

스킬에 비해 마법은 굉장히 복잡했다.

자기 육체에 마나가 쌓여도 더 강력한 마법진을 익히지 못하면 쓸모없다.

물론 마법은 다양한 속성공격이 가능하지만, 그 정도 수준에 오르려면 다양한 마법진을 익혀야 한다.

마법에 재능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사실상 스킬보다 안 좋았다.

선우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법을 익히기보단 스킬을 융합하는 게, 훨씬 이득이겠네.’

그는 성을 바라봤다.

실드로 보호받는 성벽.

아스모데우스는 다시 마법진을 소환해 강력한 위력을 선보였다.

콰르릉.

거대한 벼락이 마법진에서 튀어나와 실드를 단번에 부수고, 성벽마저 박살 냈다.

성벽에 있던 나가들이 비명 질렀다.

“아옳- 아옳~!”

독특한 괴성을 지르는 나가.

녀석들은 성벽에서 떨어져 땅바닥을 굴렀다.

심지어 몇몇은 감전되어 몸을 파르르 떨다 죽어버렸다.

아스모데우스는 마법으로 얼음을 생성해 쏘았다.

피유웅.

포탄처럼 날아가는 얼음 뭉치.

나가들이 얼음 뭉치에 맞았다.

얼음 뭉치가 육체를 관통해 녀석들은 몸통에 시원한 바람구멍이 생겼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기가 상처에 스며들며 나가들을 얼어붙게 했다.

몸에 서리가 앉은 나가들.

녀석들은 몸을 움찔거리고, 점점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이내 얼음 동상이 되었다.

전황이 순식간에 아스모데우스의 쪽으로 기울었다.

그녀의 병력이 성으로 진입했다.

남아있는 녀석들의 숫자가 적었다.

아스모데우스가 마법을 더 사용한다면 쉽게 이길 수 있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나머지는 부하들에게 맡겼다.

적절한 시기에 선우영을 배신하려는 아스모데우스. 그를 믿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력으로 싸우지 않았다.

선우영에게 틈을 보이기 싫었다.

덕분에 고생하는 건 그녀의 병력이었다.

뭐, 나가들의 숫자가 많이 줄었고 성벽도 무너져서 상황이 좋긴 했지만, 사망자나 부상자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2시간쯤이 지났다.

성은 함락되었다.

선우영 일행은 얼어붙은 강물을 건너 성으로 진입했다.

거의 다 무너진 성벽.

그 잔해를 밟으며 성의 내부를 살펴봤다.

뭐, 딱히 별건 없었다.

그냥 부서진 성이었을 뿐.

그러나 드워프들과 페일 그리고 몰제.

어나더의 종족들은 감격에 겨워 서로를 바라보며 끈끈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엘림을 되찾다니.”

“창조주 조슈아 님이시여. 당신의 피조물들이 이곳에 왔나이다.”

몇몇은 무릎 꿇고 기도했다.

선우영은 그 모습에 엘림이 어나더 종족들에게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다.

‘지구로 치면 예루살렘이네.’

그들의 문화와 종교가 있으니, 이 순간만은 방해하지 않았다.

반면 아스모데우스는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곳에서 어물쩍거릴 시간 없습니다. 어서 빨리 적들을 공격하러 가죠.”

선우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무 급하시네요. 어쨌든 엘림을 확보했으니, 포탄 보급도 기다릴 겸 하루 묵어가죠.”

“보급이라, 그러면 다음 전투부터는 당신이 선두를 맡을 건가요?”

“하하하. 뭐 상황에 따라서….”

선우영은 대답을 대충 얼버무렸다. 확실하게 선두에 서겠단 말을 해주지 않았다.

당연한 행동이었다.

아스모데우스가 언제 배신할지 모르는데, 위험한 일을 자진해서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선우영은 대화를 끊어버리고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합시다.”

“넵.”

선우영의 병사들이 텐트를 쳤다.

그리고 식사를 준비했다.

뭐, 통조림 요리로 끼니를 때웠다.

아스모데우스는 자기 부하들 치료하느라 바빴다.

성에 쳐진 텐트.

선우영은 텐트에 들어가 동료들을 불렀다.

김철수, 정운, 조용석, 백영희.

그리고 몰제와 페일, 박인혁.

그들이 텐트로 들어오자 오러로 내부를 코팅해 소리가 새어 나가는 걸 막았다.

선우영이 박인혁에게 물었다.

“현재 우리한테 남은 포탄은 어느 정도 됩니까?”

“최소 2주일 정도는 됩니다. 사실은 포탄이 있었단 걸 숨기느라 꽤 고생했습니다.”

박인혁은 피식 웃었다.

포탄을 잘 숨긴 덕분에 아스모데우스에게 들키지 않고, 그녀가 나서서 싸우게 했다.

덕분에 선우영 일행은 득을 크게 봤다.

아무 손실 없이 적들을 무찌르고, 아스모데우스의 병력도 소모 시켰으니까.

선우영은 박인혁에게 또 물었다.

“무기 보급 상황은 어떻습니까?”

“최대한 늦게 오라고 말해놔서 지연되고 있을 뿐, 신속히 움직이면 내일 중으로 도착할 겁니다.”

“그거 좋군요.”

선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보급상황도 굉장히 좋았다.

선우영은 페일에게 질문을 던졌다.

“병사들은 어떻습니까? 사기가 떨어졌다든가, 어디 아픈 사람 있습니까?”

“없습니다. 다들 사기 충만이고요.”

“그걸 잘 됐군요. 포션과 군량은 얼마나 남았습니까?”

“군량은 적어도 6개월 치, 포션은 하나도 사용하질 않아서 그대로 있습니다.”

보고받은 선우영은 만족했다.

상황이 제법 괜찮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몰제가 손을 들었다.

선우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발언권을 줬다.

“말씀하세요.”

“실은 엘림에 특이한 설화가 하나 있습니다.”

“설화요?”

선우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설화 이야기는 왜 꺼내나 싶었다.

몰제는 진중한 얼굴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엘림에는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아주 오랜 전설이죠. 저희가 믿는 종교의 창시자 조슈아가 이곳 엘림에 시련을….”

몰제가 말하던 도중에 페일이 끼어들었다.

“시련? 혹시 시련을 통과하면 잠재력을 모두 이끌어낼 수 있다는 그 전설 말입니까?”

“네.”

몰제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페일은 곧바로 반대 의견을 냈다.

“안 됩니다. 전쟁이 한창인데, 시련을 받았다가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어찌합니까? 사방이 적인 이 상황에서요.”

몰제는 즉시 반박했다.

“하지만, 이 시련을 통과하면 선우영 대장님은 물론이고 다른 분들도 강해질 겁니다.”

“언제 아스모데우스가 배신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련은 안 됩니다. 물론 강해질 수 있겠지만, 동시에 위험도도 높습니다.”

논쟁을 벌이던 그들.

몰제와 페일은 동시에 선우영을 바라봤다.

자기들이 옥신각신해봤자, 결국 결정은 토벌대를 이끄는 선우영에게 있었으니까.

“흐음.”

선우영은 팔짱을 끼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시련은 매혹적이다.

통과하게 되면 잠재력이 모두 해방되어 강해질 수 있으니까.

선우영은 몰제에게 질문을 던졌다.

“시련을 혹여나 나중에 받을 수도 있습니까?”

“아뇨, 100년을 주기로 딱 한 번 가능합니다. 제가 시련을 이야기한 이유도 그 100년 주기가 당장 오늘 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는 건….”

“오늘을 놓치면 사실상 기회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선우영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점점 고심이 깊어졌다.

‘적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몰라. 시련을 받는 중에 오면 위험하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강해지면, 사이타나와의 전투에서 도움이 된다.’

게다가 자신만 강해지는 게 아니다.

자신과 함께하는 동료들도 시련을 받을 수 있으니, 그들도 강해질 수 있다.

선우영은 백영희를 바라봤다.

‘우리 자기의 잠재력은 굉장히 무궁무진하지.’

어쩌면 이번 시련을 통해 그녀가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여, 본래 미래보다 더 강해질지 모른다.

‘어쩌면 군단장들 수준까지 강해질지도 모르지.’

그러면 전투에서 아주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펼칠 수 있는 전략이 많아지니까.

거기다,

‘이직은 아스모데우스가 배신하지 않을 거야. 루시퍼와 레비아탄이 아직 남아있으니 말이야.’

선우영은 팔짱을 풀었다.

그는 결정을 내렸다.

“그 시련이라는 걸 한번 받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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