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스킬융합-177화 (177/200)

#177화 아스모데우스

선우영은 오크들과 헤스본으로 돌아갔다.

간만에 땅굴에서 나온 오크들.

그들은 줄지어 헤스본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며칠을 걸었다.

“드디어 도착이군.”

선우영은 그리 말하며 헤스본을 바라보았다.

보수되어 있는 성벽.

오크들은 헤스본의 모습을 보고 입을 턱 벌렸다.

인간들이다.

몬스터들과 벨제부브의 모습이 안 보인다.

“헤스본이 정말 탈환됐구나.”

“진짜였어.”

몇몇 오크들은 두 눈으로 헤스본의 상태를 확인하고 감격에 젖은 눈망울을 보였다.

“우리도 아라랏을 되찾을 수 있겠지?”

“희망을 갖자고.”

사이타나한테 빼앗기기만 했던 어나더의 종족들.

하지만 이제 다시 영토를 되찾을 수 있단 희망이 생겼다.

선우영은 오크들을 데리고 성으로 들어갔다.

선우영은 그들에게 소리쳤다.

“오랫동안 땅굴 생활하면서 위생을 신경 쓰지 못한 상태입니다.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으니, 우선은 씻읍시다.”

“위생?”

오크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나더에는 위생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다.

선우영은 위생에 대해 설명해줬다.

“뭐, 균이라는 나쁜 게 있는데. 이거 더러우면 생깁니다. 그러니 그걸 씻어내야 하죠.”

“……??”

오크들은 뭔 소리인지 모르겠단 듯이 앞이마에 주름을 잡았다.

선우영은 더 쉽게 설명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어, 그러니까.”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머뭇거리던 선우영.

그때, 정운이 나섰다.

“아저씨, 저한테 맡겨주세요.”

“어떻게 하게?”

“다 방법이 있죠.”

정운은 오크들을 향해 가슴을 펴며 자신 있게 소리쳤다.

“비누로 목욕하는 건 질병을 쫓아내는 주술적 의미가 있습니다.”

“오오!!”

오크들은 그제야 무슨 의미인지 알겠단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를 바라봤다.

정운은 한마디 덧붙였다.

“실제로 효과가 있으니까, 꼭 해보세요.”

“알겠습니다.”

오크들은 그리 대답했다.

선우영은 오크들에게 비누를 나눠줬다.

“비누 줄 테니까, 이걸 사용하세요. 먼저 물로 몸을 적시고, 비누로 온몸을 칠해서 거품을 내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물로 비누 거품을 씻어내면 끝납니다.”

오크들은 분배받은 비누를 요리조리 살펴봤다.

신기하게 생겼다.

뭔가 미끌미끌한 것이 각진 네모 형태를 하고 있었다.

‘이게 주술 도구라고?’

‘거참 특이하군.’

곧이어 병사들이 천막을 쳐서 간이 샤워실을 만들었다. 오크들은 떠온 물과 비누로 몸을 씻었다.

“이 비누라는 게 참 미끌미끌 신기하군.”

“이걸 전신에 칠하라고 하던데…….”

“주술 효과가 있다던데 진짜일까?”

“뭔가 거품이 나는데.”

몸에 물을 붓고, 비누 거품으로 전신을 칠했다.

쏴아아.

마지막으로 전신에 물을 뿌렸다.

그러자 시커먼 땟국물과 함께 비누 거품이 씻겨나갔다.

“오호, 이거 신기하군.”

“비누라는 게 이런 용도인가?”

“더러운 걸 씻어내는 주술이라더니. 덕분에 몸이 아주 상쾌해.”

한결 개운해진 오크들은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묵은 때를 싹 씻어내서 그런지 상쾌한 기분으로 찬 바람을 쐬었다. 어깨에 수건을 걸치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즐겼다.

그다음은 식사였다.

때마침 점심때여서 모두 식탁으로 모였다.

선우영을 포함한 주요 인원들은 첫 번째 식탁에 모였고, 나머지는 알아서 적당히 앉았다.

식탁으로 음식이 올라왔다.

부드러운 빵과 고기.

그리고 신선한 과일들이 있었다.

음료로 술도 준비됐다.

오크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입맛을 다셨다.

선우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표로 가볍게 연설하기 위해서였다.

“오늘은 이렇게 오크를 환영하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앞으로 함께 전장에서 정의를 위해 싸웁시다. 동맹을 위하여!!”

선우영이 맥주잔을 높이 들며 외쳤다.

“동맹을 위하여!!”

“동맹을 위하여!!”

사람들과 오크들이 맥주잔을 높이 들었다.

그렇게 가벼운 연설이 끝나고 본격적인 식사가 이어졌다.

오크들은 음식을 허겁지겁 먹었다.

“오오!! 빵과 과일이라니. 이게 도대체 얼마 만에 먹어보는 건지.”

“고기도 맛있는데? 우리가 평소에 먹던 맛이랑 완전히 달라.”

“꿀맛인데?”

오크들이 소리쳤다.

오래간만에 먹는 과일이 그렇게 상큼할 수 없었다.

빵도 기막혔다.

푹신푹신한 질감 덕분에 먹자마자 금방 삼킬 수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식사를 즐겼다.

선우영과 같은 식탁에 앉아 있던 몰제가 질문을 던졌다.

“식사 이후 뭘 할겁니까?”

“군사회의를 할 생각입니다. 영토를 방어할 병력이 모자랐는데, 그 역할을 오크들에게 맡겨볼까 합니다.”

“하하하, 아주 좋은 판단입니다. 우리 오크가 싸움 하나는 타고났죠.”

몰제는 껄껄 웃었다.

선우영은 맥주잔을 들어 그의 앞으로 가져갔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맡겨주십시오.”

몰제는 맥주잔을 그와 부딪혔다.

그렇게 식사 시간이 끝나갔다.

* * *

오크들은 식사가 끝난 후 각자 휴식을 취했다.

선우영을 포함한 참모진들은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오크들을 어떻게 배치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으니까.

책상에 커다란 지도가 펼쳐졌다.

현대식 지도.

전부 드론을 이용해 작성한 지도였다.

일단 배치 후보지를 정했다.

적들이 공격해온다면 반드시 지나갈 수밖에 없는 장소.

그곳에 목진지를 짓기로 했다.

“식량은 헤스본에서 챙겨가는 걸로 하죠. 특히나 무기 같은 경우 블레셋에서 해당 지점으로 빠르게 배달해주는 식으로 해야 합니다.”

선우영이 의견을 냈다.

괜찮은 생각이었다.

적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니 빠르게 목진지를 세우는 게 우선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속도니까요.”

선우영이 중요한 점을 또다시 강조했다.

조용석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습니다. 지금은 주요 지점을 먼저 선점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백영희도 찬성표를 던졌다.

“저도 찬성입니다. 다만, 실시간 정보교환이 이뤄지려면 무전기도 필요해요. 오크들한테 무전기 사용법도 교육해야 하고요.”

그녀는 아주 중요한 부분을 짚었다.

김철수는 손뼉을 쳤다.

“아까 보니까, 오크들 식성이 제법이던데 음식을 넉넉하게 챙겨줘야 할 겁니다. 특히 유통기간 긴 음식들로요!! 먹는 거로 힘들면, 그것만큼 서러운 게 없잖아요.”

“의약품들도 중요하죠.”

페일이 마지막에 말을 덧붙여줬다.

그 외에도 보급 관련 이야기를 하던 중, 누군가 문을 급하게 두들겼다.

쿵쿵쿵.

“테오입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은빛기사단의 테오.

그가 회의를 방해할 정도로 급한 정보를 가져왔다.

“들어오세요.”

페일이 명령하자 테오가 얼른 문을 열고 들어왔다.

테오는 허리부터 숙였다.

“위대한 헤스본의 정당한 지배자이자….”

“예법은 됐고. 보고부터!”

페일이 위엄있게 손을 들며 명령했다.

테오는 예법을 생략했다.

숙였던 허리를 펴고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정보를 전했다.

“사이타나의 군당장 중 한쪽에서 협상하자며 사신을 보냈습니다. 선우영 대장님과 독대하고 싶답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정운이었다.

회의에 참석했지만, 딱히 이렇다 할 작전을 내놓지 않았던 정운은 씩씩하게 소리쳤다.

“협상은 무슨 협상이에요. 당장 쫓아내야죠!!”

김철수는 주먹으로 책상을 가볍게 치며 찬성했다.

“옳지, 참 잘 말했다. 군단장 놈들을 어떻게 믿습니까? 협상을 빙자한 협박할 게 뻔합니다. 만날 가치도 없어요.”

조용석은 턱을 만지작거렸다.

한참을 고심하던 그는 반대의견을 냈다.

“그래도 만나보는 게 어떨지요?”

“조용석 씨!!”

김철수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팔짝 뛰었다.

절대 안 된다는 분위기였다.

백영희는 조용석을 편들었다.

“만나는 거 자체는 손해 볼 게 없어요. 일단 얘기라도 들어보죠.”

“백영희 씨까지?!”

김철수는 믿을 수 없단 눈길을 보냈다.

페일과 몰제.

그들은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외쳤다.

“판단은 우리가 아니라….”

“토벌대 대장님께서 내리실 문제이지요.”

그들은 선우영을 바라봤다.

최종 판단을 맞게 된 선우영은 팔짱을 끼고 생각하더니, 이내 결단을 내렸다.

“일단 만납시다.”

“선우영 회장님, 저는 반대입니다. 분명 함정입니다.”

“상관없습니다.”

선우영이 입꼬리를 올렸다.

뭔가 작전이 있는 듯한 표정.

반대하던 김철수는 그 모습을 보고 눈을 껌뻑거렸다.

“회장님, 무슨 작전이라도??”

“상대의 의도를 읽어내어 반대로 이용하면 어때요? 괜찮지 않나요?”

“의도를 읽어요?”

“뭔가 원하는 게 있으니 불렀을 텐데. 그걸 역이용해 우리가 녀석들을 이용하거나 함정에 빠뜨리는 거죠.”

“오오-!!”

김철수와 정운은 눈을 반짝였다.

그들은 칭찬을 날렸다.

“대단해요!! 역시 아저씨는 머리도 좋아요.”

“이야-! 회장님의 작전을 알아보지 못하고 내가 또 반대를 해버렸네. 크하하하.”

껄껄 웃는 김철수.

조용석은 인중을 손가락으로 쓰윽 거리더니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선우영 회장님의 작전은 대단합니다.”

백영희도 남친한테 칭찬을 날렸다.

“음, 역시 내 남친.”

그녀가 장난치듯 말하자 선우영은 피식 웃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

“하하하, 제가 언제 안 대단했던 적이 있었나요?”

농담으로 대꾸하는 선우영.

테오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지금 만나시겠습니까? 사신이 접객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가죠.”

선우영은 테오의 안내를 받으며 접객실로 향했다.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푸른색 피부와 뾰족한 귀를 가진 여성이 붉은색의 드레스를 입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고양이처럼 일자로 된 동공을 가지고 있었는데, 불길한 느낌이 풍겨왔다.

그녀는 선우영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아스모데우스 군단장님의 수하 릴리트라고 합니다.”

릴리트는 치마를 양손으로 잡으며 예법에 맞게 인사했다.

굉장히 예의 있었다.

“선우영이라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릴리트는 테오를 흘겨봤다.

협상에 앞서 괜한 방해꾼은 싫다는 듯한 제스처.

선우영도 테오한테 눈짓을 줬다.

“…….”

테오는 고개를 끄떡이며 릴리트를 째려보았다.

그러며 다시 선우영에게 시선을 줬다. 무슨 일이 생기면 부르라는 무언의 뜻이었다.

선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테오는 문을 닫는 그 순간까지 릴리트를 째려보았다.

타악.

문이 닫히고 릴리트와 선우영이 자리에 앉았다.

먼저 입을 연 건 릴리트.

“아스모데우스 군단장님께서 선우영 님과 동맹을 바라십니다.”

“동맹?”

“네. 함께 사이타나를 해치우길 바라십니다.”

선우영은 미간을 좁혔다.

여기서 동맹 이야기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선우영은 이유를 물었다.

“느닷없군. 도대체 동맹을 원하는 이유가 뭐지?”

“아스모데우스 군단장님께서는 사이타나가 무고한 인명을 빼앗아 가는 걸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해서? 이제야 반기를 든다고?”

“지금까지는 사이타나를 이길만한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듣고 있던 선우영은 피식거렸다.

그러니까, 자신이 사이타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니, 반기를 들겠단 소리가 아닌가.

그는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이봐.”

“네, 말씀하십시오. 선우영 님.”

“사이타나의 악행을 두고 볼 수 없어 나한테 붙는단 거짓말이 정말로 통할 거로 생각해?”

릴리트는 선우영을 빤히 쳐다봤다.

선우영은 그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핵심을 짚었다.

“아스모데우스가 사이타나의 악행을 싫어했다면, 그 녀석 밑에서 군단장 노릇을 하며 권세를 누리지 않았겠지.”

“…….”

“이제 와서 반기를 든단 것도 사실 내 입장에선 웃기거든.”

“…….”

“본심을 말해보시지? 다음에도 거짓말을 할 경우, 이 협상 자리는 끝이야. 알겠어?”

선우영의 으름장.

협상 테이블의 분위기가 날카롭게 변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