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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172화 (172/200)

#172화 오크2

선우영은 마차에서 내려 오크를 살폈다.

오크의 덩치는 상당했다.

김철수보다 머리가 하나는 더 컸으니까.

“뭐야? 이곳저곳 다쳤잖아?”

오크의 몸에는 큰 상처들이 여러 곳 있었다.

“상처가 심한데?”

이대로 놔둔다면 곧 죽을 게 분명했다.

선우영은 마차에 있던 포션을 가져와 상처에 뿌렸다.

핏물을 쏟아내던 상처가 아물었다.

벌어졌던 살들이 오므려지며 붙었고, 생채기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으윽!”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오크가 신음성을 흘렸다.

그는 눈을 게슴츠레 떴다.

시야에 햇볕이 들어와 제대로 앞을 보기 힘들었다.

눈꺼풀을 계속 껌뻑였다.

따가운 빛무리가 눈을 강타해 시야가 새하얗기만 했다.

동공이 적응을 끝내고 나서야, 간신히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인간?!”

오크는 선우영을 밀치며 거칠게 일어났다.

“빌어먹을, 네놈. 레오의 수하냐-!! 날 왜 도운거냐! 어서 빨리 말해라!”

오크는 언성을 높였다.

이빨을 보이며 으르렁거리는데, 마치 철천지원수를 대하는 듯했다.

선우영은 손을 저었다.

“아니요. 레오는 죽었습니다. 저희는 사이타나와 싸우려는 사람들입니다.”

“그걸 어떻게 믿지? 그렇게 멀끔한 옷을 입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레오 쪽 인물들밖에 없을 텐데.”

오크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선우영은 얼른 대답해줬다.

“그거야, 저희는 어나더가 아닌 다른 세상에서 왔으니까요.”

“뭐? 무슨 증거가 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지?”

오크는 눈을 가늘 게 떴다.

선우영은 피식 웃었다.

“글쎄요. 증거는 몰라도 증인은 있습니다. 아마 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우영은 페일을 가리켰다.

오크는 페일을 보고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은빛 기사단 단장, 페일!!”

오크도 그를 알아봤다.

전사를 숭배하는 오크의 문화. 종족이 다르더라도 강하다면 인정하고 존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더군다나 페일은 사이타나와 싸웠던 인물.

홀연히 사라져 죽었을 거란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렇게 눈앞에 있었다.

“페일 경, 이게 진실입니까?”

“네. 듀란달을 이용해 다른 차원으로 가서 지원군을 데려왔습니다.”

“오오-!! 창조주 죠슈아께서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구나. 오크의 나라 아라랏도, 성스러운 엘림도 되찾을 수 있겠어.”

오크는 감동했는지 손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선우영을 바라봤다.

“아까 전, 무례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대가 레오의 수하인 줄 알았습니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오해가 풀려 다행이죠.”

선우영은 웃어넘겼다.

오크는 자기소개하였다.

“나는 몰제. 용맹한 오크들의 전사입니다.”

“저는 선우영입니다.”

선우영이 손을 내밀자 몰제는 악수하였다.

몰제는 그 순간 느꼈다.

선우영의 몸에서 느껴지는 힘을.

‘보통이 아니군.’

몰제는 어렴풋이 선우영의 실력을 알아봤다.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느껴지는 분위기도 범상치 않다.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상당한 강자, 페일 경이 좋은 아군을 데려왔어.’

몰제는 그리 생각했다.

선우영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근데, 어쩌다 길거리에 그렇게 쓰러져 있었던 겁니까? 저희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사이타나의 군단장이 오크를 공격했나요?”

“같은 오크한테 당했습니다.”

몰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선우영은 저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오크한테 당했다니?

설마, 내분이라도 일어났단 소리인가.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어요?”

“현재 오크는 새로운 족장을 뽑기 위해 결투를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 일주일 뒤에 펼쳐지죠.”

“결투?”

“오크는 가장 강한 자가 족장이 됩니다.”

“아,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거랑 이게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

몰제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는 개탄스럽단 얼굴로 하늘을 쳐다보더니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현재 상황을 이야기했다.

“현재 오크는 분열되어가는 중입니다.”

“네?”

“사이타나와 싸우자는 파벌과 놈의 부하가 되자는 파벌의 격돌이 연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페일이 격분했다.

얼마나 화를 내던지 목소리가 격앙될 정도였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사이타나의 밑으로 들어가겠다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어떤 놈이 한답니까?”

“오크들은 지쳤소.”

“뭐라고요?”

몰제는 끊어진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다.

“희망은 눈앞에 보이지도 않고, 땅굴에 숨어서 몇 년을 지내왔습니다. 물과 식량은 언제나 바닥을 드러냈고, 굶주림은 호전적이던 오크를 나약하게 만들었습니다.”

“…….”

“싸울 원동력을 잃었습니다. 제대로 된 무기조차 없고. 항상 굶주리고 있으니 결국 내분이 일어날 수밖에요.”

페일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이해했지만, 이런 사태가 온 게 역시 맘에 안 들었다.

“해서 지금은 어떻습니까?”

“사이타나의 부하가 되자는 파벌의 대표는 굴란. 굴란의 파벌은 오크의 정체성을 잃었습니다.”

“정체성?”

“놈들은 비겁합니다. 오크 족장을 뽑는 대결! 거기에 나서는 후보를 대결 전에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럼, 설마?”

몰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굴란 파벌에게 공격당해 이곳까지 도망치게 되었습니다.”

페일은 충격을 받았다.

오크들에게 대결은 아주 신성한 의식이다.

비겁한 짓은 용납하지 못한다.

그런데 대결 상대를 기습해 공격한다?

그것도 대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건 엄청난 사건이었다.

오크 정체성의 근간을 부수는 사건이었다.

몰제는 분통을 터뜨렸다.

“어떻게 족장을 뽑은 신성한 대결에 이딴 만행을 하는 건지!! 실로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몰제는 주먹을 파르르 떨었다.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선우영.

그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몰제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굴란은 강합니까?”

“강합니다. 우승 후보 중 하나로 손꼽히죠.”

“그래요?”

“그런 녀석이 사이나타의 밑에 들어가자 하고, 족장을 뽑는 대결에서 비겁한 수를 쓰고 있으니, 오크의 장래가 어둡습니다.”

“그럼 마지막 질문인데….”

선우영은 몰제를 가리키며 진중한 얼굴로 물었다.

“당신과 굴란. 둘 중 누가 더 강합니까?”

“…….”

몰제는 대답하지 못했다.

실제로 누가 더 강한지는 붙어봐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둘의 실력은 비슷했다.

그랬기에 굴란이 몰제를 습격한 것이다.

선우영은 만족스럽단 듯이 팔짱을 끼며 새하얀 이빨이 드러날 정도로 웃었다.

“대답은 그걸로 충분합니다.”

“뭘 어쩌시려는 겁니까?”

“그러니까, 그거 아닙니까. 결국 족장을 뽑는 대결에서 굴란을 쓰러뜨리면 되잖아요?”

“그건 맞습니다.”

몰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영은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던졌다.

“어떻습니까? 족장이 되도록 저희가 협력해드리죠. 물론, 족장이 된 이후에 저희와 함께 사이타나를 쓰러뜨리겠단 조건 아래에서요.”

“사이타나는 오크들의 원수입니다. 놈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겁니다.”

몰제는 콧김을 강하게 불었다.

그는 사이타나에게 복수할 생각으로 가득했다.

몰제는 선우영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돕겠단 겁니까?”

“굴란이 습격하지 못하게 보호해주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놈을 이길 수 있게 훈련시켜주겠습니다.”

“훈련이요?”

“비슷비슷한 실력이라면 아주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승패가 갈릴 수 있죠.”

몰제는 그 말뜻을 단박에 이해했다.

근력과 오러.

두 가지가 비슷한 실력이라면 무예에서 결판이 날 가능성이 크다.

근력과 오러는 단숨에 실력을 키우기 어렵지만, 무예는 무언가를 깨치는 순간 실력이 단숨에 팍팍 상승한다.

선우영은 그걸 도와주겠단 의미였다.

“검술을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선우영이 말하자, 몰제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았다.

그는 숨을 골랐다.

“후우우.”

오러로 검기를 만들어 칼날을 강화했다.

선우영은 검기를 보고 몰제의 실력을 대강 감 잡았다.

‘S급 헌터 수준이군.’

근력과 오러만 따지면 그 정도 되었다.

몰제가 자세를 잡았다.

왼발을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뎠었고, 검은 수평을 유지했다.

굉장히 각진 자세였다.

부우웅.

드디어 검을 휘둘렀다.

선우영은 그가 펼치는 검술을 찬찬히 살폈다.

‘너무 극단적인데?’

나쁘다고 평가할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나름의 특징이 강했다.

‘파괴력.’

오직 그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팔목과 어깨 그리고 발목을 함께 돌리며 위력을 극대화한 검술.

적을 속이는 동작 따윈 없다.

방어 동작도 극히 적다.

검술의 유연함 또한 찾아볼 순 없었다.

‘근력의 탄력성까지 이용해 파괴력을 높였어. 게다가 공격이 계속 연이어지는 동작들 뿐이야.’

힘으로 찍어눌러 없애겠단 듯한 분위기를 뽐냈다.

실로 야수 같았다.

그래도 검술에서 한 가지 철학은 보였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건가.’

선우영은 그리 생각했다.

검술의 달인인 백영희는 몰제의 검술을 보고 이걸 어찌해야 하나 싶었다.

‘장점을 살려야 하나? 아니면 단점을 없애는 쪽으로 가야 하나?’

고심될 수밖에 없었다.

몰제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

섣불리 다른 무학이 섞여버리면, 오히려 실력 저하라는 악재로 다가올 수 있었으니까.

곧이어 몰제는 자신의 검술을 갈무리했다.

“후우우.”

몰제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선우영은 백영희를 넌지시 바라보았다. 그녀가 볼 적엔 어떠냐는 의미였다.

백영희는 답했다.

“파괴력에만 극단적으로 치중된 검술입니다. 장단점이 너무 극명해요. 공격이 성공하면 한 방에 적을 쓰러뜨릴 수 있지만, 빗나가면 오히려 반격당하기 너무 좋아요.”

“저랑 비슷하게 보셨네요.”

선우영도 고개를 끄덕여 동감했다.

몰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저도 제 검술에 장단점이 명확한 걸 알고 있습니다. 원래는 도끼와 방패를 들고 싸웠습니다.”

백영희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왜 도끼와 방패가 아닌 검만을 들고 싸우시나요?”

“그게……. 땅굴에 갇혀 살다 보니 물자가 부족해서, 원하는 무기를 쓰기도 사실 어렵습니다.”

백영희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쩐지 좀 이상했다.

검술치고 너무 파괴력에 극단적이라 반격당하기 딱 좋다고 생각했는데, 도끼와 방패를 들고 싸운다면 모든 게 이해됐다.

그러면 제법 괜찮은 전투 방식이었으니까.

백영희는 검을 뽑았다.

“도끼와 방패야, 저희가 마련해 드리면 될 문제이고. 혹시 공격을 이런 방식으로 살짝 바꿔 보시는 건 어떤가요?”

그녀는 삼환검술 중 파괴력에 극대화된 검술을 펼쳤다.

몰제는 그걸 찬찬히 감상했다.

그는 감탄하였다.

“오-!”

파괴적인 궤적을 그리는 칼날.

실로 묵직했다.

동시에 변칙성이 녹아있었다.

‘호오, 동작이 부드럽게 이어지며 파괴적인 면모뿐만 아니라 변칙성까지 챙겼군.’

실로 흥미로웠다.

저런 식의 공격 방식을 익힌다면 결투에서 굴란을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다.

‘이 사람도 뛰어난 전사로군.’

검술의 궤적만 봐도 얼마나 가다듬어졌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몰제는 그녀에게 고개 숙였다.

“감사합니다. 굉장히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백영희는 그리 말하며 검을 칼에 집어넣었다.

몰제는 선우영을 바라보았다.

그 또한 강력한 전사이니 좋은 조언을 얻지 않을까 싶었다.

“혹여나 해주실 조언이 있으십니까? 있다면 경청하겠습니다.”

그 말에 선우영은 대뜸 물었다.

“혹시, 검강 익혀볼 생각 없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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