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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168화 (168/200)

#168화 헤스본 탈환전.

입맛을 다시는 벨제부브.

녀석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선우영을 바라봤다.

“너 맛있게 생겼구나.”

“…….”

“어디 한번 맛 좀 보자.”

선우영에게 거대한 손을 뻗는 벨제부브.

얼마나 살쪘는지 손가락까지 통통하고, 얼굴은 기름으로 번들거렸다.

선우영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거, 돼지 새끼. 손가락 하나는 아주 투실투실하구먼.”

스걱-!

선우영은 검집에서 듀란달을 뽑아 휘둘렀다.

“어?!”

벨제부브는 순간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팔뚝 피부가 따가웠다.

화끈한 통증이 삽시간에 팔꿈치를 덮쳤다.

“무, 무슨….”

벨제부브는 통증이 느껴지는 팔을 바라봤다.

그리고 시커멓게 질린 얼굴로 식은땀을 흘렸다.

“크아아악-!!”

놈의 팔뚝은 칼날에 잘려 절단된 상태였다.

핏물이 쏟아지고.

뼈가 보였으며.

바짝 긴장한 근육이 수축했다.

“이 녀석, 감히!!”

벨제부브는 눈을 서슬 퍼렇게 뜨며 선우영을 노려봤다.

아주 찢어 죽일 기세였다.

그러다 순간 매끈한 검을 보고 흠칫했다.

“그 검은?!”

“오, 너도 알아보는구나.”

선우영은 꿇었던 무릎을 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벨제부브는 턱살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떻게? 어떻게 네놈이 듀란달을 가지고 있는 게냐?”

선우영은 씨익 웃었다.

그는 어깨에 듀란달을 올리며, 시원하게 한마디 툭 던졌다.

“그거야 내가 지구에서 왔으니까 그렇지 않겠냐?”

“설마, 네 녀석이?!”

벨제부브는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살집으로 반쯤 가려졌던 눈매가 이번만큼은 똑바로 보였다.

선우영은 품속에서 리모컨을 꺼냈다.

벨제부브는 이를 악물었다.

“그건 뭐지?”

“아, 이거?”

선우영은 설명도 하지 않고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퍼어엉.

폭발음이 사방을 뒤흔들었다.

성이 흔들렸다.

숙소에서 자고 있던 몬스터들이 폭발에 휘말려 부상을 입었다.

“크아아악.”

“사, 살려줘.”

폭발 소리를 듣고 무기고로 달려가 무장하려던 몬스터들도 폭발에 당했다.

선우영은 리모컨을 흔들었다.

“이게 뭔지 이제 알겠지? 내가 설명하는 걸 굉장히 귀찮아하거든.”

“이 새끼가!!”

벨제부브는 눈이 시뻘겋게 충혈됐다.

선우영은 손가락을 까딱였다.

“덤벼, 돼지야.”

“뭐, 돼지?”

“아니면 걸어 다니는 족발이라고 불러줄까?”

벨제부브의 몸에서 순간 빛무리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선우영은 빠르게 방어 자세에 들어갔다.

퍼어엉.

벨제부브와 선우영이 있던 장소가 폭발하며 부서져 내렸다.

건물 잔해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연기가 주변에 자욱했다.

피휴웅.

연기를 해치고 벨제부브와 선우영이 허공을 뛰어다녔다.

그들은 거리를 벌렸다.

“휴우, 깜짝이야. 평범한 돼지가 아니라 폭발도 하는 돼지였어?”

선우영이 벨제부브를 도발했다.

놈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분노를 터뜨렸다.

“이 자식!!”

벨제부브는 절단된 팔뚝의 상처를 보고 히죽였다.

그러고는 기합을 질렀다.

“타하아압.”

잘려 나갔던 팔뚝 부위가 거품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부상이 회복됐다.

도마뱀 꼬리처럼 단숨에 다시 자라난 팔뚝.

벨제부브는 손가락을 오므렸다 피며 제대로 회복했는지 확인했다.

“크큭, 봐라.”

놈은 멀쩡해진 팔을 보였다.

선우영은 진기한 묘기를 구경했단 듯이 박수를 보냈다.

“돼지도 구르는 재주가 있구나?”

“뭐, 뭐라고?!”

“무한리필 고기집에서 환영할 인재로군.”

“무슨 리필?”

벨제부브는 인상을 찡그렸다.

선우영은 피식거리며 용광검까지 뽑았다.

그리고 검강과 호신강기, 황금갑옷을 만들어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럼, 돼지 멱이나 따볼까.”

선우영이 놈을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맹화와 합쳐진 검강은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고, 벨제부브에게 고통을 선사했다.

“저주 효과가 있는 불꽃인가.”

벨제부브는 이 정도 고통 따윈 우습다는 듯 아무렇지 않아 했다.

놈이 무언가를 소환하였다.

허공에 생겨난 마법진에서 회색 액체가 쏟아졌다.

언뜻 보기엔 수은처럼 생겼다.

그게 벨제부브의 몸을 감싸더니 갑옷과 방패 그리고 철퇴로 변했다.

“덤벼라, 이 원숭이야.”

“시끄러워, 돼지야.”

선우영과 놈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콰과광.

둘의 공격이 맞부딪힐 때마다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충격파로 인한 돌풍이 지상을 강타했다.

“크윽.”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에 김철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지상도 한창 전투 중이었다.

폭발에 휘말려 죽은 몬스터도 많았지만, 아직 싸울 수 있는 녀석도 제법 됐다.

“적습이다.”

“스킬로 벨제부브 님을 돕자.”

몬스터들은 허공에 떠 있는 벨제부브와 선우영을 가리켰다.

스르릉.

백영희가 검을 뽑았다.

벼락 치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몬스터들의 사이를 뛰어다녔다.

소닉붐이 일어났다.

그녀의 칼날이 몬스터들의 목을 통과해 나왔다.

녀석들의 머리가 베인 선을 따라 비스듬하게 흘러내려 땅바닥을 굴렀다.

정운도 그림자를 활용했다.

문어처럼 사방팔방 뻗어나간 그림자가 몬스터들의 팔다리를 우그러뜨렸다.

뼈째로 부서져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도록!!

“크아아악.”

“으아아악.”

사방에서 신음과 비명이 터져 나왔다.

몬스터들은 백영희와 정운을 노려보고 아군에게 소리쳤다.

“배신이다!!”

“레오의 병사들이 배신했다.”

“인간들이 배신했다.”

“더러운 인간 놈들!! 처음부터 맘에 안 들었어.”

몬스터들은 으르렁거리며 레오의 병사로 변장한 헌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고슴도치처럼 생긴 몬스터.

녀석들이 가시를 발사해 정운에게 날렸다.

워낙 작아서 막기 힘들었다.

정운은 얼른 그림자를 불러들이려 했지만.

반응이 한 박자 늦었다.

하는 수 없이 곧바로 회피하려 했는데.

팅팅팅.

누군가가 앞으로 나서서 가시를 막아냈다.

강철 근육이 햇볕에 반짝였다.

“김철수 아저씨!”

“운아, 아저씨 없었으면 어쩌려고 방심하냐.”

“아저씨가 있는데 뭔 걱정이에요.”

“하하하. 녀석, 말은 청산유수네.”

김철수는 강철 주먹을 깡깡 부딪치며 몬스터들을 바라봤다.

아주 투기가 넘쳤다.

“그럼 덤벼라. 이 망할 몬스터 녀석들아-!!”

그의 외침이 대기를 흔들었다.

고슴도치처럼 생긴 몬스터는 미간을 찌푸렸다.

녀석들의 등급은 S급.

가시 공격을 쉽게 막아낸 김철수를 보고 보통내기가 아님을 알아차렸다.

뒤이어.

오러로 만든 투창이 녀석들에게 날아왔다.

서둘러 피하려고 했는데, 순간 오러로 만든 투창이 분열했다.

1개에서 10개로.

그것도 눈앞에서 말이다.

급작스러운 변화에 차마 반응하지 못한 몇몇 녀석들이 투창에 찔려 죽었다.

김철수는 투창이 날아온 방향을 쳐다봤다.

“조용석 씨!!”

조용석은 깃발을 소환했다.

“어서 빨리. 모두 제 곁으로 모이세요. 폭발로 적들을 많이 죽였지만, 아직 많습니다. 방어 진형을 세우고 버프와 디버프를 걸어 다시 싸웁시다.”

사람들이 조용석의 근처로 후딱 이동했다.

타앙.

조용석이 깃발을 땅바닥에 꽂았다.

노란 빛무리가 사방으로 퍼지며 헌터들의 육체가 단숨에 강해졌다.

반면 몬스터들은 약해졌다.

디버프 효과였다.

“제기랄.”

몬스터들은 자신들이 약해졌단 걸 눈치챘다.

그때였다.

“돌격!!”

무너져내린 성벽으로 또 다른 군세가 등장했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페일.

군마를 탄 은빛 기사단.

뒤로는 탱크가 포격을 발포하며 몬스터들을 향해 돌격했다.

포탄은 스파크를 튕기며 날아가 몬스터들을 감전시키고 몸을 꿰뚫었다.

상황이 유리하게 흘러갔다.

몬스터들은 제대로 된 반격도 못 해보고 죽었다.

페일은 검강으로 몬스터들의 몸통을 무자비하게 베어내며 나아갔다.

“야, 저거….”

“페일.”

몇몇 몬스터들이 페일을 알아보고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그는 군단장 정도나 상대할 수 있는 강자다.

다른 몬스터들은 그를 이길 수 없었다.

페일은 녀석들의 몸통을 도륙 내고 날아오는 화살을 적군 시체로 막아내며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줬다.

그야말로 무쌍이었다.

그렇게 지상에서의 싸움은 일방적으로 이어졌다.

페일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선우영 씨, 꼭 이기셔야 합니다.’

그는 손에 쥔 검을 꽉 움켜쥐며 사방에서 달려오는 몬스터들을 일거에 베어냈다.

한편 공중에서 싸우는 선우영과 벨제부브.

타앙.

날붙이끼리 부딪치며 묵직한 소음이 들렸다.

선우영은 전력으로 싸우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벨제부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서로 탐색전을 펼쳤다.

가벼운 공격으로 상대방이 어떻게 싸우는지 가늠해봤다.

선우영은 전투상황을 정리했다.

‘벨제부브. 저 녀석의 전투 스타일은 탱커랑 비슷하군.’

일단 방어력이 높다.

갑옷과 방패가 단단해 베는 게 쉽지 않았다.

반면 공격력은….

‘뭐, 괴력은 인정해준다만 딱 거기까지군.’

힘은 쎄다.

그건 확실히 인정하겠다.

근데 무예에서 부족함이 엿보였다.

게다가 뒤룩뒤룩 살찐 몸이라 공세의 방향 전환이 어려워 보였다.

철퇴를 무서워할 필요는 없었다.

문제는 방패였다.

방패를 다루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났다.

타앙!!

칼날을 방패 모서리로 막는 기술도 보여줬다.

‘이쯤에서 탐색전은 끝내자.’

선우영은 황금 가루를 생성하였다. 반짝이는 가루들이 뭉쳐져 비수로 변했다.

피휴웅.

비수가 벨제부브의 갑옷 틈새에 박혔다.

‘먼저 독으로 공격해야지.’

녀석을 중독시켜 몸을 가누지 못할 때 일격을 날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벨제부브는 킬킬 웃기 시작했다.

“크크큭.”

“?”

“독인가. 나한테 독은 통하지 않는다.”

놈에게 중독 증상은 없었다.

아무래도 독에 대한 면역이 있는 모양새였다.

선우영은 혀를 찼다.

‘상대하기 영 귀찮은 녀석이군.’

회복 능력이 뛰어나다.

방패를 이용한 방어 능력도 제법이었고.

‘전투력만 놓고 봤을 땐, 마몬이나 벨페고르보다 강한데?’

그거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방어력만 높고 공격력이 낮다는 게 흠이었지만 말이다.

벨제부브는 갑자기 파리를 소환했다.

마법진에서 나오는 파리.

“독을 쓸 수 있는 건, 너뿐만이 아니라고.”

벨제부브가 소환한 파리에는 맹독이 들어있었다.

살을 파고 들어가면 그대로 중독되어 죽어버린다.

외애애앵.

파리가 정신없이 날갯짓하면 선우영에게 날아갔다.

속도가 제법이다.

‘독을 뿜어내는 비수와 공격 방식이 비슷한데? 방어력을 앞세워 독으로 적을 무력화시키는 게 주특기인가 보네.’

파리떼가 선우영을 구체 형태로 포위했다.

틈이 안 보일 정도였다.

햇볕조차 시야에서 사라졌다.

“넌 끝이다.”

벨제부브는 그리 말하며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선우영은 여유로웠다.

‘해독 스킬도 있긴 하지만, 그냥 처리하는 게 좋겠어.’

화르륵.

선우영은 전신에 화염을 뿜어냈다.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는 불꽃이 주변으로 날아오는 파리떼를 무참히 불살랐다.

그 모습은 태양 그 자체!!

빛이 어둠을 물리치는 듯한 그림이 그려졌다. 파리들은 시체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이 자식!!”

격분한 벨제부브가 파리떼와 함께 선우영에게 돌격했다.

어마어마한 화염의 열기가 녀석을 덮쳐 화상을 입혔지만, 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엄청난 회복 능력으로 화상을 실시간으로 회복시켰다.

살가죽이 붉게 타오르다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길 반복했다.

지긋지긋한 회복력이었다.

벨제부브는 철퇴를 휘두르며 언성을 높였다.

“나에게 이 회복 능력이 있는 이상 너한테는 승산이 없다. 이 빌어먹을 인간아!!”

그 말에 선우영이 대꾸했다.

짓궂은 농담과 함께.

“회복력만 믿고 자꾸 까부는데, 그러다 큰코다친다. 돼지.”

그 말을 끝으로.

선우영의 모습이 세상에 녹아들 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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