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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167화 (167/200)

#167화 벨제부브3

레오의 병사로 변장한 선우영 일행.

그들은 페리온 근처에 당도했다.

“긴장되네.”

조용석은 식은땀을 흘렸다.

혹여나 들킬까 봐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심장이 꽉 옥죄는 기분이었다.

성벽에는 몬스터들이 보였다.

“크어어억!!”

A급 몬스터가 괴성을 지르며 침을 질질 흘렸다.

더러는 낄낄 비웃음을 날렸다.

놈들은 레오를 얕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병사로 변장한 조용석도 우습게 여겼다.

달그락, 달그락.

병사로 변장한 헌터들이 레오의 시체가 담긴 수레를 가져왔다.

선우영은 선두에 섰다.

성문을 지키던 리자드맨이 꼬리로 바닥을 거칠게 때리며 위압감을 과시했다.

“멈춰라.”

목소리를 낮게 깐 리자드맨.

녀석은 목을 쭉 빼고 선우영을 내려다보았다.

선우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무섭다거나 긴장해서가 아니다.

눈앞에 있는 리자드맨은 고작 B급 몬스터. 맘만 먹으면 언제든 해치울 수 있다. 다만 작전을 성공시키려면 연기가 중요했다.

습격당해 주군을 잃어버린 병사처럼 행동하였다.

리자드맨이 소속을 물었다.

“어디서 왔냐.”

“레오 영주님 소속 병사들입니다. 소집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놈은 레오의 시체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저거, 네놈들 영주 아니냐?”

녀석은 레오를 이름이 아니라 저거라고 불렀다.

굉장히 무례한 행동.

이거 하나만 봐도 레오가 벨제부브한테 어떤 취급을 받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선우영은 일부러 목소리를 작게 냈다.

억지로 눈물을 참듯 어깨를 들썩거렸다.

“은빛 기사단이 습격하는 바람에… 돌아가셨습니다….”

선우영의 목소리 음정이 들쑥날쑥했다.

울음을 애써 참는 듯한 모습.

리저드맨은 하찮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고 레오의 시신을 바라봤다.

“시체는 왜 가져 왔느냐.”

“그게, 장례식이라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장례식?”

리자드맨은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저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는 듯한 행동.

선우영은 눈썹이 꿈틀했다.

‘뭔가 틀렸나?’

장례식을 위해 데려왔다는 건 사실 핑계다.

레오의 병사인지 아닌지 추궁할까 봐 시체를 가져와 이렇게 보여준 거다.

레오는 어디 갔느냐, 어째서 레오랑 같이 오지 않았느냐 따져 물으면 대답할 변명거리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가져온 시체였다.

리자드맨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선우영은 한마디 덧붙였다.

“그게, 벨제부브 님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분이니, 장례식도 벨제부브 님을 위해서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뭐?”

리자드맨은 눈을 껌뻑거렸다.

그러더니 이제야 알겠단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이제야 의미를 알겠군. 왜 이렇게 말을 빙빙 돌려? 알아듣는 데 한참 걸렸네.”

“죄송합니다.”

“좋다. 통과.”

녀석은 선우영 일행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굳게 닫혀있던 쇠창살이 위로 올라가며 성문이 열렸다.

달그락, 달그락.

레오의 시체를 실은 수레와 함께 성 내부로 진입한 선우영 일행.

백영희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어떻게든 속였네요.”

“네. 근데 반응이 뭔가 좀…….”

“장례식을 위해 시체를 가져왔다는데, 반응이 왜 저런 걸까요? 아무리 인간이라도 아군일 텐데.”

“그러게요.”

선우영도 의문이 들었다.

장례식이다.

그게 이상하게 여길 거리인가?

리자드맨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단 반응이었지만, 벨제부브 님을 위해서라도 장례식을 치르는 게 좋지 않겠느냐 말하자 의심을 거뒀다.

“운이 좋아서 어떻게 통과는 했는데. 분위기가 영 걸쩍지근한 게, 참 별로란 말이야.”

선우영은 중얼거렸다.

뭐, 어떻든 간에 첫 번째 목표인 성 내부 잠입에 성공했다.

‘이제 폭탄만 설치하면 되겠네.’

선우영은 동료들한테 눈짓을 줬다. 슬슬 작업에 들어가잔 뜻이었다.

다들 갑옷 안에 폭탄을 숨겨뒀다.

리모컨을 누르면 한꺼번에 폭발하는 타입이라 적당한 때에 설치하고 터뜨리면 좋았다.

이제 흩어져 폭탄을 설치하려고 했는데.

몬스터들이 그들을 따라다니며 괜히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에서 째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노골적인 멸시의 눈빛.

몬스터들이 사람들을 향해 한마디씩 날렸다.

“저 빌어먹을 인간 놈들.”

“저딴 녀석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니. 우리 어머니가 아시면 수치라고 하실 거야.”

“윽, 인간 냄새. 역겹군.”

“이 더러운 녀석들아. 내 옷에 냄새 묻히면 죽을 줄 알아.”

좀 거친 언사들이 많았다.

김철수는 발끈해 놈들을 째려봤지만,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참아요, 참아.”

조용석의 그의 등을 두들기며 달랬다.

선우영은 속으로 혀를 찼다.

몬스터들이 이런 식으로 계속 시비를 걸며 쫓아다니면 일이 귀찮아진다.

시비야 무시한다 쳐도.

이렇게 쫓아오면…….

‘녀석들이 폭탄 설치 장면을 볼 수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정운은 몬스터들의 욕설을 듣고 입술이 삐쭉 튀어나왔다.

“나쁜 놈들.”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게 전부였거늘.

그걸 또 어떤 놈이 들었나 보다.

“뭐야? 나쁜 놈들?”

몬스터들 중 하나가 정운을 째려봤다.

미노타우르스.

거대한 덩치를 가진 녀석이 정운에게 다가왔다.

“꼬마, 다시 말해봐.”

“…….”

“감히 인간 주제에!!”

녀석이 주먹을 부웅 휘둘렀다.

정운은 한 걸음 뒤로 움직여 공격을 피해냈다.

미노타우르스는 고작 C급.

정운의 상대도 안 됐다.

퍼억!

정운의 주먹이 미노타우르스에게 적중했다.

강렬한 고통이 녀석의 복부를 강타했다. 뱃속이 꽉 쪼여오는 감각이 덮쳤다.

“커억!”

무릎을 꿇는 미노타우르스.

녀석은 숨도 제대로 못 쉬며 얼굴이 샛노랗게 질렸다.

정운은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로

“죽고 싶어?”

태연하게 협박했다.

미노타우르스는 그 모습에서 압도적인 강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뭐, 뭐야?!’

본능이 위험하단 신호를 보냈다.

그 때문에 반항도 못 했다.

정운은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바라봤다.

“이제 나랑 얘기할 녀석?”

몬스터들은 정운의 압도적인 실력에 조용해졌다.

더 이상 덤벼들지 않았다.

멸시의 시선마저 고분고분하게 변했다.

녀석들은 겁먹었는지 더 이상 가까이 오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람들을 쫓아다니던 몬스터들이 흩어지듯 떠났다.

더는 따라오지 않았다.

한 방 먹여준 정운은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자기 대단하지 않냐는 모습.

선우영은 피식거렸다.

방금 전, 정운이 보여준 무력 덕분에 몬스터들이 겁먹어 접근하지 않았다.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다.

만만하게 여기고 무시할 땐 언제고 강하니까 피하다니.

뭐, 아무렴 어떻나.

몬스터들이 알아서 피해 주니 폭탄 설치 작업은 한결 더 쉬워졌다.

‘이제 들킬 염려가 없군.’

선우영 일행은 폭탄을 설치하기 위해 흩어졌다.

몬스터들은 선우영 일행이 이곳저곳 돌아다녀도 딱히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뭐라고도 안 했다.

아군이 기지를 돌아다니는 게 이상할 건 없었고, 무엇보다 정운의 실력을 보고 건드릴 생각조차 못 했으니까.

김철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성벽의 모퉁이에 폭탄을 설치했다.

나무 상자가 쌓여있어 쉽게 발견하지 못할 거다.

‘성벽이 무너지면 탱크가 쉽게 들어오겠지?’

내부에 잠입하느라 탱크를 가져오지 못했으니, 전투가 벌어지면 탱크가 들어올 길을 만들어야 했다.

실제로 성밖에는 탱크와 은빛 기사단 그리고 페일이 있다.

탱크를 가져오면 적들이 의심할 거고.

은빛 기사단과 페일의 얼굴은 적들에게 알려져 있으니 잠입시킬 수 없었다.

조용석은 무기 창고에 폭탄을 설치했다.

‘전투가 시작되면 적들이 무기를 가지러 무기고로 달려올 거야.’

그때 ‘뻥’하고 터지면?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죽어버릴 거다.

생각만 해도 아주 고소했다.

백영희의 경우엔 몬스터들의 숙소 쪽에 폭탄을 설치했다.

쓰레기통에 폭탄을 넣었다.

그 외에도 다른 헌터들이 이곳저곳에 폭탄을 설치했다.

그렇게 모든 작업이 끝났다.

이제 적당한 때에 리모컨을 눌러 터뜨리기만 하면 됐다.

그때였다.

몬스터들이 선우영을 찾았다.

“레오의 군단. 현재 대표는 어디 있느냐.”

“접니다.”

선우영은 자신을 찾은 몬스터에게 다가갔다.

이 녀석 제법 강하다.

S급 몬스터.

풍기는 기운이 범상치 않았다.

“무슨 일로 찾으셨습니까?”

“벨제부브 님이 찾으신다. 레온의 시체를 가지고 알현하러 가라. 내가 데려다주겠다.”

“네. 알겠습니다.”

선우영은 레오의 시체가 담긴 수레를 끌고 벨제부브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백영희는 선우영에게 시선을 줬다.

위험하면 바로 신호를 보내라는 뜻이었다. 선우영은 고개를 딱 한 번 끄덕였다.

달그락, 달그락.

선우영은 수레를 끌고 벨제부브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성의 꼭대기 층이었다.

벨제부브는 입 안에 있는 인간 시체를 쩝쩝거리며 선우영을 쳐다봤다.

선우영은 레오의 시체를 곁에 두고 무릎을 꿇었다.

“위대하신 벨제부브 님을 뵙니다.”

“흐음, 말단 병사처럼 생겼는데 주제에 예법을 알고 있구나.”

“과찬이십니다.”

선우영은 코를 틀어막고 싶었다.

빌어먹을!

벨제부브한테서 악취가 풍겼다.

얼마나 고약한지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워 구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저 새끼는 씻지도 않나?’

그리 생각했는데.

벨제부브의 거대한 입에서 삐져나온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건 사람의 팔뚝.

“쓰읍.”

벨제부브는 입 밖으로 나온 사람의 팔뚝을 다시 빨아들여 입 안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씹어댔다.

선우영은 다른 의미에서 속이 울렁거렸다.

경악과 분노.

저 녀석이 자신의 앞에서 사람 시체를 씹어먹고 있다.

어찌 화가 치솟지 않겠나.

벨제부브는 시선을 선우영에게서 레오의 시체로 옮겼다.

“그래, 장례식도 벨제부브 님을 위해서 하면 좋지 않을까 했다고?”

“아, 네.”

선우영은 고개를 숙이고 그리 답했다.

아직 본심을 드러낼 때가 아니다. 좀 더 참기로 하고 고분고분하게 굴었다.

벨제부브는 입안의 시체를 꿀꺽 삼켰다.

“훌륭한 생각이다. 군침이 도는군.”

“??”

선우영은 순간 저 새끼 뭐라는 건가 싶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순식간에 해소되었다.

벨제부브는 거대한 덩치를 움직여 레오의 시체가 담긴 수레로 다가갔다.

녀석은 뒤뚱뒤뚱 걸었다.

걸을 때마다 거대한 살집이 흔들렸다.

벨제부브는 레오의 시체를 집어 들었다.

선우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그 설마가 맞았다.

벨제부브는 입을 쩌억 벌렸다.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걸쭉한 침이 걸쳐 있었다.

바드득. 바드득.

벨제부브는 레오의 시체를 씹어먹기 시작했다.

뼈째로 씹었다.

“후후후, 이게 내가 해주는 장례식이다.”

“…….”

“시체를 음식으로 받치겠단 말을 왜 그리 빙빙 돌려서 했느냐.”

“…….”

“알아듣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문지기가 말하더구나.”

선우영은 녀석의 입안에서 잘근잘근 씹히는 레오를 보고 충격받아 말이 안 나왔다.

벨제부브를 위해 배신하고.

녀석을 위해 싸우겠다며 페리온으로 집결하려던 레오였다.

근데 최후가 저거라고?

장례식은커녕 벨제부브의 간식거리가 된다고?

애도조차 없다니.

너무나도 허망한 모습이다.

꿀꺽.

벨제부브는 레오의 시체를 삼키고 입맛을 다셨다.

“아, 제법 괜찮군. 나름 잘 먹고 다녔던 녀석이라 기름지고 아주 맛있어.”

벨제부브는 배를 문질렀다.

아직 만족스럽지 않단 표정을 지었는데.

갑자기 녀석이 선우영에게 징그러운 눈빛을 보냈다.

“너.”

“…….”

“너도 맛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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