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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161화 (161/200)

#161화 블레셋 재건

하반신이 없어진 마몬.

놈은 땅바닥에 쓰러진 채 핏물을 토해냈다.

“커억.”

선우영은 아직 숨통이 붙어있는 마몬을 바라보았다.

과연 군단장답다.

‘생명력 하나는 끈질기네.’

마몬은 흐릿한 시야로 선우영을 바라봤다.

푸른 빛으로 발광했던 황금 방패. 마몬은 그 스킬이 무엇인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정말 굉장했다.

자신이 쏜 화염이 빛무리와 함께 사라지고.

광선이 하반신을 덮쳤을 때.

세포 단위로 육체가 분쇄되는 기분을 맛보았다.

‘입자 레벨로 극한까지 응축된 오러. 그걸 모아서 레이저포처럼 쏘아냈군.’

모든 걸 분쇄 하는 스킬.

생각지 못했다.

설마, 선우영에게 이런 능력이 있을 줄이야.

자신이 쏘았던 용암이 허무하게 사라질 땐, 심장이 아래로 툭 떨어지는 듯한 허탈감마저 느꼈다.

‘내가 너무 얕봤나?’

마몬은 핏물이 쫘악 빠져 얼굴이 핼쑥해졌다.

터벅, 터벅.

선우영은 녀석의 곁으로 걸어갔다.

땅바닥에 놓인 모난 돌멩이가 신발에 채었다.

선우영은 마몬을 내려다봤다.

“마지막 유언은?”

“제기랄. 방심만 안 했더라도 너 따위는…. 돈도 명예도, 사아타나 님의 총애도, 모든 것을 독차지할 수 있었는데…….”

그 순간.

“쿨럭!!”

마몬은 피를 한 바가지 토해냈다. 성을 내자 몸에 무리가 왔다.

핏물이 바닥을 붉게 적셨다.

언성을 높이자 그나마 간신히 유지하던 삶의 끈이 끊어져 버렸다.

마몬의 얼굴에서 사라진 생기.

희멀건 얼굴.

군단장 마몬은 그렇게 죽었다.

“한심한 놈.”

선우영은 그리 말하며 녀석의 목을 베어 효수했다.

혹여나 싶어 확인 사살했다.

‘사실 죽지 않고 나중에 나타났습니다, 같은 전개는 귀찮으니까.’

확실한 게 좋았다.

마몬의 수하들과 몬스터들은 그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

“마, 마몬 님이 당하셨다!!”

“제기랄, 이게 무슨?!”

타닷.

선우영은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황금 가루를 다시 만들고, 하늘에 거대한 불덩이를 생성해 지상에 있는 적들에게 열기를 보냈다.

그 모습은 흡사 태양.

하늘에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르는 듯했다.

“크아아악!!”

“으아악!!”

태양 같은 불덩이가 뿜어내는 열기. 그 따가운 열기가 살가죽을 베어내는 고통을 선사했다.

‘딱 하나 사로잡고 나머진 다 죽여야겠어. 사로잡은 녀석을 심문해 마몬의 영지나 다른 군단장들 내부 사정을 파악해야지.’

선우영은 황금 가루로 비수를 만들었다.

피휴웅.

비수가 몬스터와 마몬의 수하들을 향해 날아가 살가죽을 뚫고 나왔다.

“쿠어억!!”

“우에에엑.”

녀석들은 독에 중독되어 피를 토해냈다.

온 천지가 녀석들의 핏물로 더럽혀졌다.

선우영의 공격방식은 간단했다. 열기로 고통을 느끼게 하여 도망치지 못하도록 만들고, 독에 중독시켜 전부 죽였다.

비수는 벌처럼 매섭게 허공을 쏘다니며 적들을 공격했다.

그 결과.

대다수의 몬스터들이 쓰러져 시체가 되었다.

도주한 녀석은 없었다.

“크으윽.”

딱 하나, 심문을 위해 선우영이 일부러 살려둔 마몬의 부하.

그 녀석만 죽이지 않았다.

뭐, 팔다리가 부러지고 다리 근육이 끊어진 심각한 상태였지만 말이다.

선우영은 불덩이를 거뒀다.

지상으로 내려와 마몬의 부하를 날카로운 눈매로 흘겨봤다.

“놈을 데려가 심문하죠. 마몬의 영지나 다른 군단장들의 내부 사정을 파악할 기회입니다.”

선우영이 근처에 있던 페일을 바라봤다.

페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거동조차 제대로 못 하는 마몬의 부하를 주둔지로 데려갔다.

“놔라, 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마몬의 부하는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페일이 녀석의 몸은 단단히 붙잡았다.

* * *

주둔지로 돌아온 선우영 일행.

선우영이 직접 마몬의 부하를 심문하려 하자 페일이 말렸다.

“심문은 제가 하겠습니다.”

“제가 해도 괜찮습니다.”

“아닙니다. 마몬의 부하이니 입을 쉽게 열지 않을 겁니다.”

“설마?”

“녀석이 순순히 불지 않으면….”

페일은 마지막 말을 줄이며, 딱딱하게 경직된 낯빛을 보였다.

선우영은 시선을 잠깐 아래로 내리다가,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네. 알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선우영은 그리 대답했다.

그는 마몬의 부하를 가둬둔 건물에서 등을 돌렸다.

터벅, 터벅.

끼이익.

페일은 마몬의 부하를 가둬둔 건물로 들어갔다.

녀석은 상처가 심각했다.

하지만 부상에서 완치되면 공격할 수 있어서 섣부르게 치료할 수 없었다.

핏물을 흘린 채 쇠사슬에 묵힌 마몬의 부하.

놈은 반항조차 못 했다.

숨을 쎅쎅거리며 페일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 페일. 그는 서랍에서 칼, 망치, 바늘을 꺼냈다.

곧이어.

“크아아아악-!!”

끔찍한 비명이 건물 밖으로 흘러나왔다.

* * *

마몬의 부하를 심문한 결과, 현재 돌아가는 판국을 정확히 알아냈다.

선우영은 턱을 만지작거렸다.

마몬은 홀로 공적을 세우겠다며, 선우영 일행이 어나더에 온 사실을 다른 군단장들에게 비밀에 부쳤다.

다른 군단장들은 선우영이 어나더에 도착했는지도 몰랐다.

“이걸 이용하면 좋겠는데요?”

백영희가 눈빛을 반짝였다.

상대편의 협동심에 균열이 생겼으니, 반드시 이용해야 했다.

페일도 동감하였다.

“맞습니다. 다른 군단장들은 우리가 온 지 모르고 있으니, 이 기회를 이용하면 1명을 더 없앨 수 있을 겁니다.”

그의 의견은 옳았다.

물론, 신속하게 움직여 다른 군단장을 공격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김철수는 강철 주먹을 깡깡 부딪쳤다.

“그럼 빨리 움직이죠!!”

의욕에 가득한 눈빛이 이글거렸다.

그때, 조용석이 손을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조용석은 자기 생각을 동료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드워프의 나라 블레셋도 재건해야 하지 않을까요? 드워프들의 기술력을 보니까, 향후 큰 도움이 되겠던데요?”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전쟁이 장기전이 되면 드워프의 기술력이 필수였다.

선우영 일행은 지도를 폈다.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들을 토대로 작전을 짰다.

“블레셋으로 가서 드워프 재건을 도와주죠. 물자 지원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그다음 가장 가까이에 있는 군단장은 벨제부브! 놈을 공격하죠.”

선우영은 지도를 손가락으로 툭툭 가리켰다.

페일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군단장 벨제부브.

녀석이 다스리는 지역은, 헤스본.

페일이 소속된 국가였다.

페일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 옛날 헤스본의 모습이 떠올랐다.

평화롭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했으며.

넓은 평야에서 나오는 풍족한 곡식과 뛰어난 군마로 이름이 자자했던 국가!!

사람들의 인심이 넉넉한 곳.

그런 곳이었다, 헤스본은….

페일은 노기가 치솟아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아름다웠던 조국을 짓밟은 벨제부브!! 놈의 모습이 또렷이 기억났다.

말할 때마다 흔들렸던 역겨운 턱살. 부스스한 머리카락. 뒤뚱뒤뚱 걷을 때마다 흔들리는 뱃살.

그런 주제에 입안에는 항상 무언가를 씹고 다녔다.

고기나 곡식을 먹더니.

나중에 봤을 땐, 별미라며 사람 시체를 뜯어먹었다.

새하얀 뼈째로 씹어댔다.

그 끔찍한 모습에 뱃속이 꽉 눌릴 정도로 혐오감을 느꼈었다.

선우영은 페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

페일은 순간 흠칫했다.

주변들 둘러보니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혀있다.

‘아차, 살기를….’

페일은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과거를 떠올리면 주체가 안 된다.

선우영은 페일에게 조언을 하나 던져줬다.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적절한 분노는 싸움에 도움이 되지만 이성까지 잃어버리면 오히려 독이 됩니다.”

“죄송합니다.”

페일은 그리 말하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선우영은 손뼉 치며 급격히 가라앉은 분위기를 빠르게 전환했다.

“자, 이제 움직입시다.”

김철수는 어깨를 빙글빙글 돌렸다.

“아따! 몸이 근질근질하네. 어서 사이타나랑 군단장 놈들 무찌르고 집으로 돌아가서 맥주 한잔하자고요!!”

껄껄 웃는 김철수.

그의 실없는 농담 덕분에 다들 피식거렸다.

그들은 블레셋을 향해 군대를 데리고 진군했다.

* * *

블레셋.

그곳은 성의 옆에 광산이 있는 장소였다.

드워프들은 몬스터들한테 채찍질을 당하며 광산에서 광물을 캐냈다.

이 광물들은 사이타나를 위한 무기로 재탄생 될 것이다.

광산에는 앳된 청년도 곡괭이질을 하며, 힘겹게 광산에서 일했다.

깡깡깡.

광석을 캐내는 소리가 길쭉한 광산에 울려 퍼졌다.

한 청년이 광물을 수레에 옮기다 실수로 수레를 넘어뜨려 광석을 바닥에 쏟았다.

“앗!!”

청년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

청년은 서둘러 수레를 다시 세우고 광석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하지만,

휘릭, 쫘아악.

몬스터의 채찍이 등짝을 때렸다.

“크흑!!”

청년은 비명을 질렀다.

채찍이 얼마나 아프던지 눈앞이 아찔해졌다.

입고 있던 옷은 채찍질에 너덜너덜한 걸레짝이 되었고, 등짝에는 시뻘건 상처가 생겼다.

핏물이 맺힐 정도로 아리고 쓰라렸다.

몬스터는 그런 청년을 보며 가학성이 짙은 미소를 머금었다.

“자, 잘못했어요.”

청년은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한 몬스터가 발길질로 청년을 넘어뜨리고, 얼른 가서 일하라며 턱짓하였다.

청년은 서둘러 곡괭이를 들고 탄광을 캤다.

여리디여린 몸으로 얻어맞느라 몸이 비명을 질렀지만, 꾹 참고 열심히 일했다.

“욱, 크흡.”

청년은 흘러나오려는 눈물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주르륵.

하지만 참는다고 눈물이 참아지던가.

청년의 눈가에서 눈방울이 흘러내려 곡괭이를 쥐고 있던 손가락에 떨어졌다.

이런 취급을 받고 사는 게 참으로 비참했다.

땟국물이 흐르는 몸뚱이.

냄새나는 악취.

제대로 먹지 못해 뼈만 남은 살가죽.

사이타나한테 블레셋을 빼앗기기 전까진 이런 생활을 겪게 될 줄 몰랐다.

‘젠장, 젠장.’

청년은 낡아빠진 곡괭이로 광물을 때리며 화풀이했다.

이윽고 저녁이 다가왔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드워프는 몬스터들의 먹잇감이 된다.

“히익, 히익.”

몬스터한테 채찍질을 맞았던 청년은 서둘러 곡괭이질을 했다.

‘할당량을 못 채웠어.’

청년은 겁에 질려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탈진한 듯한 얼굴로 다급히 곡괭이질을 했지만, 아까 맞았던 부상 때문인지 자꾸만 전신이 욱신욱신 쑤셨다.

삐이익.

호루라기 소리.

작업 종료를 알리는 신호음이었다.

청년은 손을 바들바들 떨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곡괭이를 떨어뜨렸다.

‘할당량을 못 채웠다.’

이제 꼼짝없이 몬스터들 밥이 되겠구나 싶은 순간.

한 드워프 노인이 다가왔다.

“이거 받으시죠,”

노인은 어째서인지 청년에게 존댓말을 썼다.

노인의 손에는 광물이 있었다.

“이게 있으면 오늘 할당량을 채우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걸 받았다간….”

“괜찮습니다. 저는 이미 오늘 할당량을 전부 채웠으니까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받으세요. 블릿 왕자님.”

청년의 정체는 블레셋의 왕자 블릿.

드워프 왕가의 마지막 핏줄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블릿은 광석을 받으며 눈물을 흘렸다.

“울지 마십시오. 왕자님.”

“제가 무슨 자격으로 왕자란 소리를 듣겠습니까. 백성을 지키기는커녕 보호받고 있는데….”

블릿은 억장이 무너지는 마음으로 그만 엉엉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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