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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156화 (156/200)

#156화 침략자보다 배신자가 더 나쁘다.

니아온.

놈은 황금으로 지어진 저택에서 눈을 떴다.

동족 드워프들이 마몬한테 고통받는 이 순간에도 놈은 특권을 누렸다.

동족을 마몬에게 팔아넘긴 대가였다.

놈은 푹신한 침대에서 일어났다.

보석이 박힌 황금잔에 에일을 채우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얼음이 동동 띄어져 있어 시원했다.

태양이 내리쬐는 더운 여름.

니아온은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드워프 몇몇이 그의 곁으로 다가와 공작새의 꼬리털로 만든 부채를 흔들었다.

“더 강하게.”

니아온이 말하자 부채를 흔들던 드워프들이 더욱 강하게 바람을 일으켰다.

“그래. 이제 좀 시원하네.”

니아온은 에일을 홀짝였다.

놈은 자신의 영지를 살폈다.

주변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이건만, 놈의 영토만 푸르른 작물이 가득했다.

목에 쇠줄을 찬 드워프.

니아온은 똑같은 동족인 드워프를 노예로 부렸다.

“빨리빨리 일하지 못해!!”

니아온은 작물을 수확하던 드워프들한테 윽박질렀다.

드워프들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일했다.

배신자에게 굽신거리며 노예로 살아야 한단 사실이 비참해 속이 뒤집혔다.

“크하하하.”

니아온은 술을 전부 마시고.

다른 노예를 불렀다.

“배고프다. 고기를 가져와라.”

곧이어 접시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기가 올라왔다.

후추와 소금이 잔뜩 뿌려져 있었다.

“아주 맛있겠군.”

군침을 다시는 니아온.

녀석은 고기에 달린 뼈를 통째로 집어 들고.

우적, 우적.

고기를 게걸스럽게 뜯어 먹었다.

육즙이 입가의 주름을 타고 아래로 떨어져 니아온의 통통한 뱃살에 떨어졌다.

녀석은 개의치 않고 술과 고기를 즐겼다.

‘이게 인생이지.’

놈은 인생이 너무나 즐거웠다.

니아온은 드워프 중에서도 촉망받던 인재였다.

무기 제작의 천재.

모두가 기대하는 천재였지만.

놈은 성정이 악랄했다.

사이타나가 쳐들어오자 싸울 생각은커녕, 오히려 저쪽이 강해 보이니 동족들을 배신하자 결심했다.

드워프들이 마몬을 막기 위해 성채를 쌓았을 때.

놈과 몰래 접선한 니아온은 성문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대가로 돈과 영토를 받았다.

그 결과.

드워프들은 온갖 무기와 성채를 만들고도 저항 한 번 못해본 채 무력하게 패배했다.

마몬이 마음만 먹었다면, 굳이 니아온이 아니더라도 드워프들을 몰살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드워프들의 기술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마몬은 놈들을 죽여버리는 대신 사로잡아 노예로 부리는 게 더욱더 이득이라 여겼다.

특히나 드워프들의 무기는 마몬조차도 탐이 나는 물건이었다.

그래서 가능한 죽이지 않고 드워프들을 사로잡으려 했다.

니아온이 내놓은 책략은 그런 마몬의 속내와 일치했기 때문에 받아들여졌다.

니아온은 마몬의 위세를 이용해 동족들을 노예로 부렸다.

죄책감?

그런 건 느끼지도 않았다.

나태하고 게으른 생활에 젖어 살까지 뒤룩뒤룩 쪘다.

놈은 이런 생활이 영원히 지속될 줄 알았다.

동족을 팔아먹고 누리는 이 생활이 말이다.

하지만 놈은 몰랐다.

죄를 지으면 언젠가 벌을 받는다는 인생의 진리를 말이다.

* * *

선우영은 마몬이 있는 파르산에 곧바로 쳐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지구에서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왔다.

그러니 주둔지가 필요하다.

병력이 쉬고, 물자를 보관할 주둔지가 말이다.

마몬과 싸우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선우영은 주둔지로 사용할 땅을 골랐다.

바로 니아온의 영토였다.

이곳을 기점으로 마몬을 공격할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배신자가 처단되었단 소식이 드워프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면, 노예로 잡혀있던 드워프들한테 큰 위로가 되겠지.’

선우영은 그리 생각했다.

만약 운이 좋아서 노예로 붙잡혀 있는 드워프들이 풀려나면 마몬과의 싸움에서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선우영은 작전회의를 했다.

“제가 니아온의 영지로 가서 녀석을 쓰러뜨리겠습니다. 신호를 보내면 여러분께서는 지도에 표시된 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선우영은 그리 말했다.

김철수와 조용석은 알았다고 이야기했다.

정운은 활약할 일이 아직 없단 생각에 아쉽단 표정을 지었고.

백영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페일의 경우엔….

“그 배신자 새끼를 죽일 수 있다니!!”

얼굴에서 환희와 살의가 돋아났다. 이런 표정은 처음 봤다.

선우영은 흠칫 놀랐다.

‘사람이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구나.’

하긴, 사이타나한테 어나더를 빼앗긴 원흉 중 하나인데 니아온이 증오스러웠겠지.

선우영은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나라 잃은 심정.

그거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이 아니니까.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선우영은 무전기를 챙기고 홀로 니아온의 영토로 향했다.

그는 투명화를 사용해 영토를 유심히 살폈다.

‘흐음, 경비병으로 가고일을 쓰다니.’

경비병이 몬스터일 줄은 몰랐다.

좀 당혹스러웠다.

가고일들은 영토 주변을 날아다니며 정찰했다.

날아다니는 동선으로 보건대.

‘침입자 막는 게 아니라 노예가 탈출하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 같은데?’

잘하면 들키지 않고 침입도 가능하겠다.

선우영은 조심스레 가고일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용광검을 뽑아 순식간에 가고일들을 무력화시켰다.

투명화 상태에서 빠르게 접근해 가고일들이 눈치채기 전에 목숨을 끊어놓았다.

‘일단 여기까진 쉽군.’

선우영은 안쪽으로 쭉 들어갔다.

그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커다란 성벽 같은 게 세워져 있었다.

가고일들은 주변을 감시하는 역할이라면 여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침입을 대비한 티가 났다.

성문에는 무언가 독특하게 생긴 동상이 있었다.

선우영은 의심이 갔다.

저 동상은 도대체 왜 있는 걸까?

잠깐 지켜보고 있는데.

안쪽 영지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바로 말이었다.

말이 동상 근처를 지나자 동상이 삐익삐익 소리를 내며 말을 향해 불덩이를 뿜어냈다.

화르륵.

말은 불덩이에 직격당했다.

뭘 어떻게 해볼 틈도 없이 말은 통구이 신세가 되어버렸다.

“어? 어?”

말을 관리하는 드워프 노예가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사고였나보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선우영은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아무래도 동상은 침입자나 탈출하려는 노예를 막는 용도 같았다.

걸리지 않는 게 중요해 보였다.

선우영은 동상과 훨씬 떨어진 쪽, 더욱 깊숙이 내부에 도달했다.

순간이동 덕분에 들키지 않고 잠입할 수 있었다.

선우영은 조심조심 안으로 더욱 들어갔다.

드워프들이 보였다.

니아온을 따르는 매국노 드워프들이 노예 드워프에게 채찍질하며 일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런 빌어먹을 놈들.’

선우영은 그 모습을 보자 순간 피가 끓어올랐다.

외부의 침략자보다 저렇게 배신하고 호의호식하는 놈들이 더 증오스럽다.

너무 역겹지 않은가.

어떻게 같은 드워프를 저렇게 다룬단 말인가.

끔찍하다.

그리고 궁전 같은 곳에서 드워프들을 내려다보는 뚱땡이가 보였다.

한눈에 봐도 알겠다.

‘저놈이 니아온이군.’

다른 드워프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 배가 홀쭉하고, 얼굴의 광대뼈가 툭 튀어나왔는데. 저 자식은 혼자 뒤룩뒤룩 살쪘다.

‘그만큼 동족들을 쥐어짰단 소리겠지.’

선우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더 이상 주변에 몬스터도 없다.

이제는 직접 나서서 녀석들을 쓰러뜨리면 됐다.

타닷.

선우영은 드워프들에게 채찍질하는 녀석들을 베어 쓰러뜨렸다.

궁전 같은 저택에서 노예들이 일하는 걸 지켜보던 니아온은 화들짝 놀라 들고 있던 고기를 땅바닥에 흘렸다.

“뭐, 뭐야?!”

갑자기 쓰러진 부하들을 보자 당황한 니아온.

녀석은 의자에서 일어나 뒤뚱뒤뚱 걸으며 저택 안에 있는 노예들한테 소리쳤다.

“밖에 침입자가 있다! 무기를 들고 나를 지켜라!”

그리 외치는데.

순간 꺼림칙한 느낌이 확 들었다.

무언가가 등 뒤에 있는 기분.

니아온은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너, 너는 뭐야?!”

니아온은 선우영을 발견했다.

놀라서 엉덩방아를 쪘다.

선우영은 무전기를 틀어 페일에게 말했다.

“니아온으로 보이는 녀석과 조우했는데, 통역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페일은 선우영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선우영은 니아온에게 질문을 던졌다.

“마몬에 대해 아는 만큼 불어라. 그러면 죽이진 않으마.”

니아온은 분노를 터뜨렸다.

“네놈!! 마몬 님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까부느냐. 지금 당장이라도 나에게 고개를 조아려라.”

선우영은 피식거렸다.

이 돼지 새끼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스걱-!

일단 경고 차원에서 다리에 칼침을 놔줬다.

“으아악!!”

비명을 지르는 니아온.

녀석은 노예들한테 서둘러 외쳤다.

“뭐하냐!! 어서 저 녀석을 공격해.”

노예들은 어찌해야 하나 머뭇거렸다.

선우영은 얼른 소리쳤다.

“난 사이타나를 무찌르기 위해 지구에서 왔습니다. 나와 함께 놈들과 싸웁시다. 계속 이렇게 노예로 살 순 없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노예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선우영은 말을 덧붙였다.

“사이타나를 무찌르기 위해 지구에서 군대가 왔습니다. 그리고 군단장 벨페고르는 제 손에 죽었습니다.”

“그게 진짜입니까?”

노예 중에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드워프가 물었다.

선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거기다 사이타나가 벨페고르를 지구로 이동시키느라 많은 힘을 소모해 약해진 상태입니다. 지금이 반격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 말이 결정적이었다.

사아타나가 약해졌다.

노예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들고 있던 무기를 땅바닥에 던졌다.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노예들이.

아니, 드워프들이 소리쳤다!!

니아온은 눈을 큼지막하게 뜨며 덜덜 떨었다.

턱살이 흔들릴 정도였다.

“이, 이 무슨?!”

선우영은 니아온의 배때기를 발로 콱 밟았다.

“커헉!!”

“니아온, 다시 한번 묻겠다. 마몬에 대해 알고 있는 걸 불어라.”

“마, 말하겠습니다.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니아온은 두 손을 싹싹 빌었다.

그러자 한 드워프가 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

“거짓말입니다. 저 녀석은 마몬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제가 녀석의 시중을 들어서 압니다. 녀석은 동족을 팔아먹을 때 빼놓고 마몬과 직접적으로 만난 적이 없습니다.”

아주 결정적인 증언이었다.

실제로 니아온은 영토를 하사받은 이후로 마몬과 관련된 누구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마몬에 대해 잘 몰랐다.

“그렇단 말이지?”

선우영은 그리 말하며 날카로운 눈빛을 니아온에게 보냈다.

당장이라도 죽일 기세였다.

벌벌 떠는 니아온.

그러나 선우영은 검을 칼집에 넣었다.

니아온은 혹시나 봐주는 걸까 싶어서 희미한 기대감을 품었다.

선우영은 씨익 웃었다.

“널 죽이는 건 내가 아니야. 이건 아니지. 너한테 당한 동족들이 저기에 있는데.”

니아온은 얼굴이 시퍼레졌다.

아까 먹은 고기가 역류해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니아온은 뒤를 돌아봤다.

살기등등한 드워프들이 보였다.

“자, 잠깐! 살려줘!”

니아온이 다급히 외쳤지만, 드워프들이 무기로 녀석의 몸에 칼을 쑤셔 넣은 뒤였다.

동족을 마몬에게 팔아넘긴 배신자.

니아온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선우영은 드워프들을 향해 소리쳤다.

“나와 함께 마몬을 무찌르고 드워프들의 나라를 재건합시다!!”

선우영의 외침.

드워프들은 한이 서린 목소리로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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