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S급 게이트.
뉴질랜드에서 돌아온 선우영 일행.
그들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으로 퍼져나가며 대한민국은 시끌시끌해졌다.
특히나 뉴질랜드 총리의 발언이 화제를 모았다.
“선우영 헌터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뉴질랜드에도 크루그먼 길드 외국지부가 생긴단 사실을 공표합니다.”
뉴질랜드에도 크루그먼 외국지부가 생긴다.
심지어 총리가 직접 부탁해서 생기게 됐단 배경이 알려졌다.
그리고 뉴질랜드 군인들로부터 선우영이 A급 게이트 3개를 15분 만에 닫았단 소식이 전해졌다.
뉴질랜드 군인들은 선우영을 찬양하듯 칭찬만 늘어놓았다.
선우영이 얼마나 강한가.
또한 세계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그걸 모두에게 보여주는 계기였다.
더 많은 국가가 크루그먼 길드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선우영의 이름을 불렀다.
그때마다 선우영은 동료들과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해외로 나가 게이트를 닫았다.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정운의 경우엔 인터넷 강의로 부족한 학업을 대체했다.
물론 여전히 수학을 못 해서, 옆에서 선우영이 가르쳐줬지만 말이다.
뭐, 이런 시간이 흘러 반년이 지나갔다.
계속 A급 게이트를 닫았던 동료들은 점점 강해져 S급의 위치에 올라섰다.
전신을 강철로 변화시키는 김철수. 다른 스킬들로 방어력을 극대화시켜 이젠 한국 최고의 탱커가 됐다.
조용석은 버프와 원거리 공격으로 팀을 도왔다.
정운은 S급이 되자 그림자 운용이 더 창의적이고 정교해졌다.
그림자를 무슨 만화에 나오는 변신 3단 합체 로봇처럼 다루면서 싸우는데….
어린애라서 저런 창의성이 나오는 건지 몰라도 하여튼 대단했다.
백영희는 동료들 중에서 가장 먼저 S급이 됐다.
그녀는 뇌검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안 그래도 대단했던 오러 기술에 뇌검이 더해지자 위력이 대폭 상승했다.
나머지 스킬들도 뇌검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짜였다.
그 결과.
백영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헌터가 되었다.
이제는 같이 뭉쳐 다니기보다 흩어져 각기 다른 나라의 A급 게이트를 닫았다.
그게 더 효율적이었으니까.
그리고 반년이란 시간 동안 크루그먼 길드는 더욱 위세가 높아졌다.
헌터들이 들어가고 싶은 길드 1순위가 되었으며, 각국의 정상들이 선우영과 이야기 나누길 원했다.
일국의 대통령이나 총리도 함부로 만날 수 없는 위치에 올라섰다.
PS웨펀에서도 포션을 판매하여 큰돈을 만지게 되었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선우영은 준비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믿었다.
S급이 된 동료.
돈은 차곡차곡 모이고.
자신도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외국의 뛰어난 인재들도 크루그먼 외국지부에 입사시켜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대로 2년만 있으면 S급 게이트를 쉽게 닫겠지 싶었는데….
오늘 올라온 뉴스가 충격을 선사했다.
[속보, 핀란드에 등급불명의 게이트 등장.]
[S급 게이트인가? 세계가 공포에 떤다.]
[A급과 비교 불가능. 핀란드 대피 명령 떨어져.]
선우영은 스마트폰으로 올라온 뉴스를 살펴보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벌써 나타나다니.’
그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불안하게 좌우를 왔다 갔다 했다.
‘8년이나 빨리 S급 게이트가 나타나다니!! 게이트 등장 시기가 빨라졌다곤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잖아!!’
선우영의 예상을 뛰어넘는 등장 시기.
그는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제기랄. 아직 S급 게이트를 닫을 준비는 완벽하지 않은데.’
미래에선 S급 게이트가 등장했을 때 페일의 국제 길드와 여러 명의 S급 헌터들로 어느 정도 닫을 수준이 됐지만, 현재 시점에선 아니다.
아직 부족했다.
‘젠장, 이렇게 되면 큰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는데!!’
미래에서도 S급 게이트를 닫는데, 많은 헌터들의 희생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보다 부족한 지금은?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하겠지. 그나마 내가 준비해둔 것들이 있으니 어느 정도 대처는 하겠지만…….’
S급 게이트를 닫을 수 있을까?
확답을 못 내리겠다.
확률은 절반. 운이 따른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따르르, 따르르.
크루그먼 길드 회장 집무실 전화기가 울렸다.
선우영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선우영 회장님. 박정철입니다. 지금 핀란드 쪽에서 크루그먼 길드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네. 지금 당장 가죠. 크루그먼 길드 외국지부 A급 이상 헌터들은 가능한 핀란드 쪽으로 모이게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S급 헌터들의 도움이 필요하단 내용도 긴급하게 발표해주시고요.”
“그건 이미 조치했습니다.”
“좋아요. 그럼, 지금 당장 핀란드로 이동해야겠습니다.”
“네. 조치하겠습니다.”
선우영은 전화를 끊고 용광검과 듀란달을 허리춤에 찼다.
그는 문을 열고 빠르게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띵.
중간중간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김철수, 백영희, 정운, 조용석이 엘리베이터에 차례로 탑승했다.
“회장님, 뉴스 보셨죠?”
김철수가 선우영에게 물었다.
선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핀란드에서 우리 쪽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조용석은 다리를 떨었다.
“S급 게이트라니. 나타날 거라 생각은 했지만, 너무 빠르지 않나요?”
불안해 보이는 모습.
정운은 큰 목소리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뭐가 걱정이에요. 우리 그동안 엄청나게 강해졌잖아요. 게다가 최강의 헌터 선우영 아저씨가 있는데 무슨 일이야 생기겠어요!!”
백영희도 한마디 보탰다.
“그래, 네 말이 옳다. 싸우기도 전에 기세에서 밀리면 안 되지.”
그녀는 그리 말하며 선우영을 바라봤다.
잘 될 거란 표정.
백영희는 살포시 선우영의 손을 잡았다.
기운을 북돋아 줬다.
선우영은 그녀의 손을 강하게 잡았다.
* * *
핀란드 헌터 협회.
그들은 군대의 도움을 받아 S급 게이트가 있는 장소로 갔다.
주변은 철통 보안 상태였다.
반경 5km 이내에 사람이 오지도 못하게 바리케이드를 쳤고.
탱크는 물론 전투기가 하늘을 날아다녔다. 코브라 헬기는 기관총을 달고 주변을 맴돌았다.
군인들은 주변에 쫙 배치되어 있었다.
심지어 주변국에서도 군대를 보내줬다.
S급 게이트 브레이크가 터지면 어떤 불상사가 터질지 알고 있었으니까.
핀란드는 자국 헌터들을 모두 집합시켰다.
핀란드 헌터 협회장, 마리아.
그녀는 심각한 얼굴로 S급 게이트를 바라봤다.
핀란드는 반년 전까진 강한 헌터가 없었다.
‘선우영이 우리 쪽에 가장 먼저 크루그먼 외국지부를 설치하고 아낌없는 투자를 한 덕분에 상황이 변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S급 헌터가 3명은 있었다.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우리 쪽에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던데…. 그나마 다행이네.’
그것마저 없었다면 큰일이 날 뻔했다.
마리아는 게이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기계로 검사해봤다.
삐삐삐삐.
기계는 시끄럽게 울어댔다.
역대 측정치 중 가장 높게 나오나 싶었는데, 맙소사! 기운이 너무 강력해서 측정 불가능이 떴다.
‘젠장. 이게 게이트 브레이크를 터뜨렸다간 세상이 멸망하는 거 아니야?’
마리아는 침을 삼켰다.
손발이 떨리고 머리가 띵해졌다.
“후우, 후우.”
그녀는 호흡을 고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얼마나 강한 몬스터가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니 드론을 보내 확인해봐야 했다.
게이트 내부는 몬스터뿐만 아니라 사람이 버티기 어려운 환경을 취하고 있다.
S급 수준의 게이트 내부라면.
분명 일반적인 사람은 들어가자마자 죽어버릴 정도일 거다.
그러니 드론도 군용을 썼다.
오랫동안 버틸 수 있게 말이다.
위이잉.
허공으로 떠오른 드론.
그게 S급 게이트 내부로 들어갔다.
드론에 연결된 카메라로 S급 게이트 내부 상황을 찍었다.
“맙소사.”
마리아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퍼어엉.
분화구가 터진 화산.
용암이 지상으로 흘러내리고, 뜨거운 열기가 사방을 달궜다.
하늘을 뒤덮는 화산재.
가스 분출도 확인되고, 용암을 두른 암석이 분출구에서 치솟아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은 환경이다.
콰르릉.
하늘에선 벼락이 매섭게 내려쳤다.
드론은 벼락을 재수 좋게 피하며 계속 비행하였다.
그리고.
저 멀리에 있는 무언가를 찍었다.
몬스터다.
놈들을 살펴본 마리아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처음 보는 몬스터다.
비슷비슷한 녀석들이 많이 있는 걸로 보아 보스 몬스터 같진 않아 보였다.
‘처음 보는 몬스터라니!’
마리아는 절규했다.
S급 게이트 몬스터이니 강력할 텐데, 놈들을 잡을 공략법도 모르는 상태에서 싸워야 한다.
너무 불리한 상황이었다.
몬스터들은 어느 산맥에 모여있었다.
마리아는 모니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여기까지 왔으니 보스 몬스터 생김새라도 파악하고 싶었다.
그때였다.
산맥이라 생각한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어마어마한 몸집.
설마, 저게 보스 몬스터일까?
마리아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언뜻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덩치다.
너무 커서 드론이 제대로 찍지도 못한다.
그나마 볼 수 있는 건 눈동자.
거대한 눈동자는 짐승처럼 좁았으며, 붉게 빛나고 있었다.
이윽고
녀석의 이빨이 보였다.
“크와아아아!”
보스 몬스터가 입을 벌리자 목구멍에서 시뻘건 빛이 보이더니…….
파지지직.
그걸 끝으로 모니터 화면이 노이즈와 함께 시커멓게 변했다.
드론이 파괴당했다.
그걸 지켜본 마리아와 군인들은 피가 마르는 기분을 느꼈다.
이게 S급 게이트?
환경 자체도 생명체가 버틸 수 없는 지옥이고, 몬스터는 상상을 아득히 넘어선 괴물이다.
이 게이트를 닫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인류의 종말이 다가왔단 느낌만 들었다.
* * *
핀란드에 도착한 선우영 일행.
상황이 워낙 급한지라, 비행기가 아니라 제트기를 타고 날아왔다.
그리고 공항에서 반가운 인물과 재회했다.
“페일 씨!”
“선우영 씨, 여기서 이렇게 뵙게 되는군요.”
“안 그래도 답답한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얼굴을 보니까 든든합니다.”
“하하하, 선우영 씨가 주신 무기 잘 쓰고 있습니다.”
선우영은 듀란달이 없어진 페일을 위해 PS웨펀의 무기를 선물해줬다.
페일은 맘에 들어 했다.
페일의 뒤에는 헌터들이 있었다.
“하리온 길드 사람들입니까?”
선우영이 묻자 페일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저희 쪽 길드에서 괜찮은 사람들을 모두 데려왔습니다.”
“크루그먼 길드도 가능한 헌터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시간이 없으니 어서 빨리 이동하죠.”
그들은 S급 게이트가 나타난 장소로 이동했다.
도착해보니, 상황은 심각해 보였다.
게이트 근처로 다가갈수록 대피하는 사람들이 보였고.
게이트를 향해 나아가는 군대도 보였다.
선우영 일행은 S급 게이트가 나타난 장소에 도착했다.
그는 현재 상황을 물었다.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다른 국가에선 헌터들이 온다고 합니까?”
마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여러분들이 전부입니다. 아직 다른 헌터들이나 국가에선 도와주겠단 답변이 없습니다.”
선우영은 이를 악물었다.
“제길, 다 같이 합심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인데. 이렇게 비협조적일 줄이야.”
S급 게이트 브레이크가 터지면 어찌 될 줄 뻔히 알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가만히 있겠단 건가?!
그건 안 된다.
S급 게이트 몬스터들은 강하다.
일반 몬스터 1마리도 S급 헌터 수준의 전투력을 지녔다.
게다가 그 숫자가 1,000마리를 넘어간다.
보스 몬스터는 더 강하다.
선우영과 페일이 데려온 숫자만으로는 S급 게이트를 닫긴 불가능했다.
어떻게든 다른 S급 헌터들을 이곳으로 불러야 한다.
방법을 고심하던 선우영.
그는 마리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특별 방송을 보낼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그럼, 준비해주시겠습니까.”
선우영은 그리 말했다.
시간이 없으니 방송으로 다른 S급 헌터들을 설득해보겠다.
급하게 책상과 의자 그리고 마이크가 준비됐다. 마리아는 방송 카메라로 선우영을 찍었다.
“방송 송출까지 5, 4, 3, 2, 1. 시작.”
의자에 앉은 선우영.
그는 무슨 말을 할지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첫마디를 꺼냈다.
“안녕하십니까, 전 세계의 헌터 여러분들. 저는 선우영입니다. 부디 채널을 돌리지 말고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