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화 압도적인 힘으로!!
게이트로 들어온 선우영.
‘간만에 게이트 들어왔네. 세계랭킹전이랑 국제 길드 때문에 한동안 몬스터 사냥을 안 했었지.’
그는 몸이 근질거렸다.
스르릉.
허리춤에서 듀란달과 용광검을 뽑았다.
선우영은 주변을 살폈다.
A급 게이트답게 사람이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이 펼쳐져 있다.
극지방의 추위.
눈발이 엄청나게 거셌다.
게다가 높은 협곡이 한없이 펼쳐져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몬스터랑 싸우기도 전에 몸이 얼어붙어 죽었을 거다.
저 협곡도 넘지 못할 것이고!
물론, 선우영은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는 소리와 눈바람이 몰아치는 소리가 귓가를 메웠다.
아직 몬스터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슬슬 등장할 때가 되었는데 말이다.
그 순간.
“캬아아악!!”
하늘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주 날카로운 짐승의 괴성.
선우영은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와이번인가?’
공중을 날며 공격하는 몬스터.
원거리 공격 스킬이 없으면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다.
놈들의 공격 방식은 간단하다.
하늘 높이 올라갔다.
지상으로 하강하며 헌터들을 공격한다.
간혹 지상에서 싸울 때도 있는데, 가끔 있는 상황이지 그렇게 자주 벌어지진 않는다.
선우영은 새로 얻은 스킬을 사용했다.
운석 낙화와 융합된 맹화.
그 힘을 말이다!
저 높은 하늘, 와이번의 머리 위로 불빛이 반짝였다.
와이번들은 느닷없이 느껴지는 불빛에 기다란 목을 돌려 하늘 위를 바라봤다.
“캬아아악!!”
“캬악!”
와이번들이 겁에 질린 듯 울부짖었다.
그 소리가 눈밭으로 뒤덮인 협곡에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와이번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운석들. 심지어 맹화의 화력이 더해져 시뻘건 불꽃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크기가 얼마나 커다란지, 운석의 크기가 와이번의 덩치보다 2배는 커다랬다.
화르륵.
불꽃에 휘감긴 운석이 와이번의 몸통을 강타했다.
“캬아악!!”
와이번이 비명을 질렀다.
어마어마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등이 운석에 짓눌린 채 추락했다.
그 순간.
운석이 폭발했다.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후폭풍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운석에 맞은 와이번의 신체가 찢겼다.
핏물이 허공을 날아다니고.
찢어진 살점이 협곡 이곳저곳에 달라붙었다.
버셔진 뼈는 허공으로 치솟으며 다른 와이번들의 날개 막에 구멍을 뚫어놨다.
“키야약”
“키약”
날개 막에 바람구멍이 생긴 와이번들이 지상으로 추락했다.
녀석들은 협곡을 굴렀다.
날개에 달린 손으로 굴러다니는 몸뚱이를 간신히 멈춰 세웠다.
놈들은 선우영을 향해 그르렁거렸다.
아주 위협적이었다.
선우영은 두 번째 스킬을 사용했다.
화르륵.
그의 신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화염이 점차 잦아들더니, 이내 선우영의 모습이 변화했다.
황금색 갑옷.
맹화와 합쳐진 기갑이었다.
태양처럼 빛나는 갑옷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아주 뜨거운 열기가!!
“키야약.”
“키약!!”
와이번들은 비명을 질렀다.
고통에 울부짖었다.
저주의 효과로 열기가 놈들에게 고통을 선사했다.
놈들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선우영은 녀석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가 협곡을 밟을 때마다 쌓여있던 눈이 녹으며 증발했고. 그의 주변으로 불어오던 눈발이 녹아 사라졌다.
그야말로 화염의 기사였다.
선우영은 여기에 검강과 호신강기를 사용했다.
더욱 상승한 신체능력.
듀란달과 용광검은 태양처럼 밝게 빛나는 검강에 휩싸였다.
열기가 점점 강력해지자, 와이번들은 더욱더 끔찍한 고통을 맛봐야 했다.
선우영은 와이번들을 향해 돌격했다.
콰지직.
번개 치는 소리가 주변에 메아리쳤다.
음속을 돌파한 속도.
선우영의 육체는 공기의 장벽을 무너뜨리며 소닉붐 현상을 일으켰다.
스걱-!
검강으로 강력해진 공격.
여기에 방어력 무시 효과까지 더해지며, 와이번들의 몸이 두 동강 났다.
잘린 목이 협곡 아래로 떨어졌다.
순식간이었다.
지상으로 떨어진 와이번들이 모두 죽어버렸다.
압도적인 전투력.
아직 허공을 날아다니던 와이번들은 공포에 질렸는지 선우영을 멀뚱멀뚱 바라볼 뿐이었다.
“훗.”
선우영은 하늘 위에 있는 와이번들을 쳐다봤다.
실력 차이가 심각하니 공격할 맘은 없어 보이고, 자신이 하늘을 날 수 없다고 판단해 안전한 공중에 머무를 생각인 듯한데.
타닷.
선우영은 허공을 뛰었다.
그가 하늘을 날자 와이번들은 황급히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음속을 초월해 날아다니는 그를 무슨 수로 따돌릴 수 있겠는가.
스걱-!
그저 목이 잘릴 뿐이지.
와이번들의 몸통과 머리가 분리됐다.
시체는 협곡 아래로 추락했다.
위기감을 느낀 걸까?
하늘의 저쪽에서 또 다른 와이번 무리가 날아오고 있었다.
이번엔 숫자가 많다.
눈발이 시야를 가리는 상황에서도 저 멀리서 날아오는 와이번 무리가 보일 정도였으니까.
구름처럼 하늘을 수 놓았다.
심지어 이곳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도 날아오고 있었다.
자이언트 와이번.
일반 와이번의 3배나 커다란 덩치를 지녔다.
특이하게도 녀석은…….
휘이잉.
파아아아악-!!
입에서 냉기를 쏘는 특징이 있다.
세상을 얼려버릴 것 같은 냉기가 선우영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선우영은 피하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전부 맞아줬다.
자이언트 와이번이 쏜 냉기는 선우영의 근처에 오지도 못하고 소멸했다.
화염과 오러로 만들어진 갑옷.
거기에 내재된 열기가 냉기를 소멸시켜버렸다.
선우영은 아무 타격도 받지 않았다. 그저 날아오는 와이번 무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또다시 운석을 쏘았다.
이번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와이번들은 운석을 제대로 피하지도 못하고 전부 맞았다.
폭발하는 운석.
선우영은 음속으로 돌격해 와이번들을 공격했다.
소닉붐으로 인해 와이번들은 그가 가까이만 와도 휘청거렸다.
선우영은 검을 휘둘렀다.
와이번들이 마구잡이로 죽어 나갔다.
싸움도 되지 않았다.
사냥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자이언트 와이번은 선우영에게 이빨을 보였다.
단숨에 깨물어 죽이려 했다.
카앙-!!
그러나 기갑과 호신강기로 방어력이 강화된 선우영이 아닌가.
그깟 이빨 따위로 뚫을 수 없었다.
선우영은 검강을 휘둘렀다.
자이언트 와이번의 이빨이 잘려 나가고, 선우영은 그대로 녀석의 머리를 관통해 밖으로 튀어나왔다.
자이언트 와이번의 두개골 뼛조각과 뇌수.
놈의 머리에 생긴 구멍으로 온갖 것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자이언트 와이번은 지상으로 추락했다.
거대한 몸집이 협곡에 부딪히며 굴러떨어졌다.
선우영은 주변을 둘러봤다.
더 이상 하늘에는 와이번이 존재하지 않았다.
운석으로 다른 와이번들까지 모조리 사망한 상황. 이번 게이트는 이렇게 끝났다.
선우영은 아래로 하강해 마석을 채취했다.
* * *
게이트 밖에 있던 군인들.
그들은 긴장이 풀린 얼굴로 게이트를 바라봤다.
세계최강자 선우영.
그가 게이트에 들어갔으니, 아무 문제 없을 거다.
“올리버 병장님.”
“왜?”
“게이트가 닫히려는 것 같습니다.”
“뭐? 뭔 소리야. 선우영 헌터가 게이트에 들어간 지 얼마나 됐다고 그래?”
올리버 병장을 게이트를 자세히 살폈다.
정말이다.
게이트의 입구가 불안정한 패턴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건, 곧 닫힌다는 걸 뜻한다.
곧이어.
선우영이 게이트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게이트가 닫혔다.
올리버 병장은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해봤다.
‘뭐야? 이게 무슨….’
선우영이 들어간 지 겨우 5분이 지났다.
‘5분 만에 A급 게이트를 닫았다고? 아무리 세계최강이라지만, 이렇게 빨리 닫다니.’
경이로운 기록.
선우영은 상처 하나 없었다.
옷도 멀쩡했다.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걸었다.
올리버는 입이 턱 벌어졌다.
A급 게이트를 무슨 산책 갔다 온 마냥 대수롭지 않게 닫아버렸다.
지친 기색도 안 보인다.
“서, 선우영 헌터님. 게이트에 있는 몬스터를 전부 퇴치하신 겁니까?”
믿기지 않았던 한 군인이 물었다. 물론, 한국말 할 줄 아는 병사를 통해서 말이다.
선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여기는 이제 안전합니다. 상부에 보고하시고 철수하시면 됩니다.”
선우영의 말에 군인들은 화색이 돌았다.
A급 게이트가 닫혔다.
그것도 겨우 5분 만에!
자국의 위협이 사라졌단 사실에 기뻐하지 않을 군인이 어디 있겠는가.
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며 선우영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선우영, 선우영!”
“선우영, 선우영!!”
스포츠 선수 응원하는듯한 모습이었다.
선우영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다음 장소를 확인하고, 공중을 뛰어 이동했다.
군인들은 이동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 * *
뉴질랜드에 나타난 A급 게이트 5개가 전부 닫혔다.
뉴질랜드 정부 인사는 백영희와 김철수, 조용석, 정운을 바라봤다.
‘대, 대단한 사람들이다.’
고작 1시간 만에 A급 게이트 2개를 닫았다.
부상자 하나 없이!
게다가 보통 5명이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데, 저들은 4명인데도 일을 완벽히 수행했다.
저 정도만 해도 세계가 탐낼 인재였다.
하지만,
‘더 대단한 건 선우영이야.’
정부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보고 받은 정보에 더욱 놀랐다.
처음엔 믿지 못했다.
선우영이 고작 30분 만에 혼자서 A급 게이트 3개를 닫았단 이야기를 말이다.
‘A급 게이트 3개를 닫는데, 걸린 시간은 15분. 나머지 15분은 게이트가 있는 장소로 이동하느라 걸린 시간이야.’
이게 세계랭킹 1위란 말인가.
대단하다.
이런 강자가 이 세상에 있다니.
‘페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크루그먼 길드가 가진 모든 붉은 스킬석을 흡수해 융합한 선우영은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뉴질랜드 정부 인사는 A급 게이트를 닫은 선우영 일행을 초대했다.
만찬을 준비했다.
워낙 대단한 사람들이니, 인맥을 쌓으면 좋을 듯싶어서 그랬다.
선우영은 만찬을 거절하지 않았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저희가 감사하죠. 골칫거리였던 A급 게이트 5개를 그렇게 쉽게 닫으시다뇨. 정말 놀랐습니다.”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닌데요.”
선우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며 의자에 착석했다.
곧이어 식탁에 음식이 올라왔다.
김철수는 순식간에 그릇을 비우며 어마어마한 위장을 자랑했다.
정운은 콜라를 찾았다.
아직 입맛이 초등학생이라 그런 듯했다.
조용석은 처음 보는 음식을 맛보며 이거 어디선가 먹어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된장찌개 맛난다.’
그는 그리 생각하며 물을 마셨다.
백영희는 고기의 지방을 잘라내 분리하고 살코기를 먹으며, 채소를 꼭꼭 씹어먹었다.
뉴질랜드 총리는 만찬 자리에서 선우영에게 제안을 던졌다.
“저기 선우영 회장님.”
“네. 말씀하시죠.”
“뉴질랜드에도 크루그먼 길드 외국지부를 설치해주실 수 있습니까?”
“뉴질랜드에요?”
“네. 물론 상응하는 보상을 드리겠습니다. 세금 감면, 지원금, 무기 지원, 조건 없는 건물 기부 등등. 여러 가지 혜택을 드리겠습니다.”
조건이 굉장히 좋았다.
뉴질랜드 총리는 선우영의 무력을 굉장히 높이 샀지만, 동시에 인재를 알아보고 키우는 능력을 더 대단하게 봤다.
뉴질랜드는 경제적으론 성공했으나, 헌터가 부족한 국가다.
그 때문에 크루그먼 길드 외국지부 설치가 필수적이었다.
선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식사가 끝나고 하죠.”
그의 말에 총리의 얼굴은 화색이 돌았다.
선우영은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잘라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외국지부를 설치해달라 총리가 부탁한다니, 초반부터 크루그먼 길드의 영향력이 높아지는군.’
근시일 안에 크루그먼 길드를 중심으로 헌터들이 뭉칠 거란 예감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S급 게이트를 대처할 때 편해지겠지.’
선우영은 빙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