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회장 선우영.
다음날.
김용대와 신용한의 은퇴 소식과 함께.
선우영은 모두가 모인 앞에서 회장 취임식을 진행했다.
“제가 새로운 크루그먼 길드 회장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길드를 더욱 발전시켜 세계적인 길드로 만들겠습니다.”
직원들은 세계랭킹 1위가 자신들의 회장이란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우리 길드 회장님이 선우영이라니! 어디를 가든 자랑할 수 있겠네.’
‘이야, 선우영 회장님 멋있다.’
또 길드에 오랫동안 일해왔던 사람들은 떠나간 신용한과 김용대의 은퇴 소식에 아쉽단 반응을 보였다.
뭐, 오랫동안 함께했으니 당연한 모습이었다.
이후, 선우영은 부회장 특수부대를 회장 특수부대로 격상시켰다.
길드 운영을 맡기기 위해 박정철을 전무로 승진시키고, 국제 길드 관련 업무를 전담시켰다.
보통 업무량이 아니었다.
그러자 박정철을 자신의 실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그 많은 업무량을 순식간에 해치우며, 서포트 부서에서 근무하던 시절 눈여겨봤던 몇몇 사람들을 데려와 업무를 나눠줬다.
물론, 그들도 전부 임원으로 승진했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선우영은 회장 집무실에 들어갔다.
회장실의 통유리로 된 벽 앞에 서서,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신용한 회장님도 날마다 이 풍경을 봤을 거다.
‘나쁘지 않네. 굉장히 좋은 풍경이야.’
그는 의자에 앉았다.
책상에는 서류가 올라와 있었다.
길드 운영을 박정철이 맡고 있어서, 서류의 대부분은 보고서였다.
‘뭐, 괜찮네.’
선우영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보고서 내용을 보니, 일주일 뒤에 크루그먼 길드가 국제 길드로 본격 활약할 수 있을 거란다.
좋은 소식이었다.
선우영은 이메일을 열어봤다.
“음?”
페일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딸깍.
마우스를 눌러 메일을 열어봤다.
아주 장문의 내용이 담겨있다.
읽어보니, 국제 길드 창설이 잘 되길 기원하며 필요하다면 자신도 돕겠단 의사를 밝혔다.
또한 자금지원과 스킬석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오호, 페일이 도와준다면 고맙지.’
그나저나 듀란달이 자신에게 있으니, 페일은 무기가 없는 상태일 텐데.
‘PS웨펀 무기를 줘야겠는데. 아주 좋은 걸로.’
선우영은 이메일을 닫았다.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크루그먼 길드의 모든 권한은 자신에게 있다.
“그럼, 가장 중요한 일을 해보러 가볼까.”
선우영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장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꼭대기 층엔 온갖 보안장치가 있었다. 그걸 전부 풀고 내부로 들어가자 붉은 스킬석이 진열되어 있었다.
붉은 루비 보석처럼 말이다.
하나같이 반짝반짝 빛나서 보석 전시회장에 온 기분이었다.
선우영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눈앞에 있는 붉은 스킬석들은 총 20개. 그동안 선우영이 업무 성과를 낼 때마다 하나씩 가져가 남은 건 저게 전부였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선우영은 붉은 스킬석들을 전부 흡수하여 융합시켰다.
다양한 능력이 새로 생겼다.
방어와 공격력 향상 패시브 스킬도 있었고, 오러의 총량을 높여주는 것도 있었다.
패시브 스킬 16개.
그걸 사자심왕과 융합시키자 순식간에 몇 배는 강해졌다.
‘이 정도면….’
페일과 다시 붙었을 때, 어렵지 않게 이기는 것도 가능할 정도였다.
나머지 4개
[운석 낙하]
허공에서 운석을 만들어 쏜다. 사용자의 오러에 따라 위력이 정해지며, 공격이 적중했을 경우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다.
[기갑]
오러로 갑옷을 만든다.
방어력과 스피드를 극대화해준다.
[방어 무시]
상대방의 방어력 30%를 무시하고 공격할 수 있다.
일단, 세 가지 스킬을 맹화와 융합시켰다.
좋은 스킬이 걸렸다.
나머지 두 개 스킬석도 흡수했다.
[환영진]
시전자를 중심으로 10m 원형진을 만들며 그 범위에 있는 상대는 누구든 10초간 환각 증세를 느끼게 만든다. 10초간의 캐스팅 시간이 필요하다.
이쪽은 투명화와 융합시켰다.
환영진은 10초간 캐스팅해야 한단 단점이 있지만, 투명화를 이용하면 충분히 단점을 커버할 수 있었다.
‘단체 환각이라.’
다수를 상대할 때 아주 유용하겠다.
선우영은 머리를 긁적였다.
‘나 운수가 좋은데? 20개나 되는 붉은 스킬석을 한꺼번에 사용했는데, 꽝이 하나도 안 걸렸잖아?’
선우영은 붉은 스킬석이 놓였던 장소들을 바라봤다.
이제 남은 건 하나도 없다.
전부 자신이 강해지기 위해 사용했다.
‘그동안 신용한 회장님이 모으셨던 붉은 스킬석들……. 이 힘으로 반드시 큰일을 해내겠습니다.’
선우영은 속으로 그리 다짐했다.
그는 다시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 * *
일주일이 흘렀다.
선우영은 국제 길드 창설을 공식화 발표했고, 이 소식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 크루그먼 길드, 국제 길드로 탈바꿈.
- 독일, 국제 길드 창설 반겨.
- 선우영, 타임지 선정 영향력 이 가장 강한 인물 1위로 선정.
별별 뉴스가 다 나왔다.
그리고 크루그먼 길드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국가가 나타났다.
뉴질랜드였다.
선우영과 동료들은 뉴질랜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뉴질랜드 정부는 A급 게이트가 동시에 5개나 나타났다며, 크루그먼 길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선우영의 첫 번째 국제 길드 활동.
그는 기대감으로 두근거렸다.
첫 번째 국제 길드 활약이니 당연했다.
선우영은 창문으로 구름을 구경했다. 하루에 A급 게이트를 5개 닫는다라.
가능한 한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 다른 국가에서도 우리를 신용하고 불러주겠지.’
항상 그렇지만 첫 번째가 중요하다.
백영희도 그걸 알고 있었는지, 조용히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는 선우영의 옆자리에 앉아있었다.
김철수와 정운, 그리고 조용석.
그들은 뉴질랜드 상황을 뉴스로 살피며 입을 꾹 다물었다.
“뉴질랜드 상황이 좀 심각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동시에 5개나 A급 게이트가 나타나는 건 좀처럼 없는 일이잖아요.”
“아저씨들, 이러다 S급 게이트 나타나는 거 아니겠죠?”
정운이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김철수는 정운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웃었다.
“하하하, 선우영 회장님이 계시는데 무슨 걱정이냐. 너도 알잖아. 선우영 회장님은 무적이야.”
“그건 저도 알죠!!”
정운은 선우영의 이름이 나오자,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이 아이의 목표는 선우영이었으니까.
조용석도 거들었다.
“그래! 선우영 회장님은 세계랭킹 1위인 영웅이잖아. S급 게이트가 나타나도 걱정 없지!”
선우영을 향한 그들의 믿음은 굳건했다.
앞 좌석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선우영은 피식 웃었다.
자신을 향한 동료들의 믿음.
‘이 사람들하고 함께 있으면 진짜 뭐든 해낼 것 같은 기분이란 말이야.’
선우영은 살짝 긴장이 누그러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뉴질랜드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한 선우영 일행.
뉴질랜드 기자들이 그들을 카메라로 찍으며 여러 질문을 던졌다.
통역사까지 데려와서 말이다.
하지만 선우영은 모든 질문을 짤막하게 일축했다.
“최선을 다해 게이트를 닫겠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곧이어 선우영을 향해 뉴질랜드 정부 인사가 왔다.
그는 한국어가 능숙했다.
“뉴질랜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밖에 차를 대기시켜놨으니 어서 가시죠.”
선우영은 정부 인사를 따랐다.
이번 게이트 계약은 박정철과 뉴질랜드 정부가 논의를 끝냈다.
선우영 일행은 게이트만 닫으면 됐다.
부르릉.
그들이 차량에 타자 운전수가 빠르게 운전했다.
이미 게이트가 발생한 지 4일이 흐른 상황.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빠르게 게이트를 닫는 게 중요했다.
선우영은 정부 인사에게 물었다.
“A급 게이트가 각각 다른 장소에 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찢어져서 행동하죠.”
“네?”
“저희 동료들은 다른 A급 게이트로 보내주세요. 저는 혼자서 A급 게이트를 닫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선우영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A급 게이트가 나타난 장소를 맵어플에 좌표로 찍어주시면, 저 혼자서 3개 닫겠습니다.”
“그러면 동료분들은….”
“2개 닫게 해주세요. 저는 달려서 게이트가 있는 방향으로 가도 상관없으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뉴질랜드 정부 인사가 그리 대답했다.
세계 최강자 선우영.
그가 하는 말이니, 고분고분 따랐다.
뉴질랜드 정부 인사는 선우영의 스마트폰 맵어플에 A급 게이트가 나타난 좌표를 찍어줬다.
선우영은 위치를 살펴봤다.
“동쪽으로 2개. 서쪽으로 3개.”
“네. A급 게이트가 그런 식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럼 서쪽은 제가 가도록 하죠.”
“아, 다른 차량으로 모셔다드릴까요?”
“괜찮습니다. 별로 멀지도 않은걸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선우영은 그 말을 끝으로.
스르륵.
모습이 사라졌다.
투명화를 쓴 것이다.
뉴질랜드 정부 인사는 화들짝 놀랐다.
선우영은 투명화와 융합한 텔레포트를 이용해, 자동차 밖으로 나와 허공을 뛰었다.
퍼엉, 퍼엉!!
그가 뛸 때마다 공기압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헉, 이게 세계 최강자?!”
뉴질랜드 정부 인사는 순식간에 자동차 밖으로 이동한 선우영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 * *
뉴질랜드 군인.
그들은 A급 게이트가 나타난 장소를 봉쇄했다.
주변엔 탱크가 엄청나게 많았다.
군인들은 게이트의 입구를 바라보며 진지를 구축한 상태였다.
함정도 잔뜩 파놓았다.
지뢰는 물론이고.
한꺼번에 구슬을 발사해 적을 죽이는 크레모어까지 심어뒀다.
그들은 바짝 긴장했다.
게이트에선 몬스터가 나올 기미가 안 보였다.
“후우, 후우.”
군인들은 게이트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이곳은 산속.
그래서인지 주변이 고요했다.
조용함이 자아내는 으스스함.
혈관이 수축되는 느낌.
그때였다.
퍼엉, 퍼엉!!
하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군인들은 위를 쳐다봤다.
허공에서 누군가가 뛰어오고 있었다.
“저게 뭐야?!”
“사람?!”
“헌터가 온 건가? 도대체 누구야?”
군인들은 소란스러워졌다.
이윽고.
하늘에서 흑발의 동양인이 착지했다.
그의 허리춤에 두 자루의 검이 걸려 있었다.
흑색과 백색의 칼.
그 동양인은 숙였던 고개를 들어 군인들을 쳐다봤다.
굉장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군인들은 눈앞에 나타난 사람을 보고 굉장히 당황했다.
“선우영?!”
“세계랭킹 1위.”
“저 남자가 혼자서 여기에 왔다는 건??”
선우영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맴 어플에 찍힌 첫 번째 게이트에 제대로 도착했다.
군인들 중 하나가 선우영에게 말을 걸었다.
“선우영 헌터님?”
“네.”
“혼자 오셨습니까? 분명 정부 쪽 인사께서 마중을 나갔다고 알고 있는데요.”
“시간이나 아낄 겸, 동료들은 동쪽 지점으로 갔습니다. 그나저나 한국말 굉장히 잘하시네요?”
“아, 제가 한국 드라마 팬이라서요.”
“그러시군요. 뭐, 제가 왔으니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닫고 오겠습니다.”
선우영은 게이트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사박, 사박.
선우영은 나뭇잎을 밟으며 게이트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