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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146화 (146/200)

#146화 청문회2

권은혜.

그녀는 야당 대표로 최근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그래도 다음 대선에서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된다.

‘이번에 떨어진 지지율을 높여야 해.’

그렇기에 이번 청문회에서 국민에게 어필해야 했다. 자신이 얼마나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해냈는지 말이다.

‘대신, 선우영과 관계가 틀어지겠지만.’

꽤 뼈아픈 대가였다.

‘제길, 하필 아들을 군 복무 회피가 걸려서…….’

이것만 아니면 여당에서 문제를 해결하게 만들었을 텐데, 대통령이 머리 좀 썼다.

‘어쩔 수 없지. 지금은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하니까.’

다음 대통령이 되면, 가장 먼저 선우영과 틀어진 관계를 회복해야겠다.

뭐, 어쨌든!!

선우영이 국적 변경을 못 하니, 국제 길드 핑계로 외국에 나가려는 것 아니냐, 라는 주장은 파급력이 상당했다.

권은혜는 스스로 생각해도 완벽한 공격이라 여겼다.

하지만.

“훗.”

눈앞에 있는 남자, 박정철은 비웃음을 날렸다.

너무 여유로웠다.

권은혜는 저런 웃음이 뭘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미 내 질문을 예상했다?’

가소롭단 듯한 박정철의 표정.

그는 곧바로 반박했다.

“선우영 부회장님이 국제 길드를 만드는 이유가 사실상, 국적 변경하는 꼴이라니. 재미있는 말씀이군요.”

“그럼 증명해 보이시죠. 제 말이 틀렸다는 걸.”

권은혜는 물러서지 않았다.

박정철은 이 한심한 주장을 단박에 부숴 버렸다.

“아무래도 다들 쓰시마 섬 사건을 잊어버리셨나 봅니다.”

“쓰시마 섬이라면 인벌이 나왔던 그 장소 말입니까?”

“네. 일본의 조그마한 섬에 A급 게이트 브레이크가 터졌죠. 그리고 한일이 합작해 인벌 여왕을 잡았습니다. 그 이유가 뭡니까?”

“…….”

“인벌로 인한 피해가 한국에도 올 수 있어서 아닙니까?”

박정철은 주도권을 다시 찾아왔다. 그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겨우 A급 게이트. 그거 하나가 게이트 브레이크 터졌다고 그 사달이 났습니다. 현재 A급 게이트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고, 각국이 따로 대응하게 되면 언젠가 구멍이 날 건 자명하죠.”

박정철은 청문회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둘러봤다.

“여기서 한 가지 묻겠습니다. 주변국의 A급 게이트 수십 개가 동시에 브레이크를 일으켰다고 가정했을 때, 몬스터들이 한국까지 안 온다고 보장할 수 있습니까?”

의원들은 말문이 막혔다.

무어라 대꾸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정철은 계속 주장을 펼쳤다.

“빠르게 번식하는 A급 몬스터가 외국에서 나타나 개체 수를 부풀려 한국으로 오면 어쩌실 겁니까? 감당할 수 있어요?”

“그건, 선우영 헌터님이…….”

한 의원이 소심하게 손을 들며 의견을 냈다.

박정철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 우리 부회장님께서 나서신다면 막을 순 있겠죠. 하지만 부회장님은 혼자입니다. 모든 곳을 해결할 수 없죠. 그동안 시민들의 피해가 없을 거라 보장할 순 없습니다.”

그 의원은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박정철은 책상을 쾅 두들겼다.

“이제 게이트 문제는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인 문제로 번질 겁니다.”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실제로 A급 게이트 닫는 걸 도와달란 국가들이 늘어났다.

만약 A급 게이트 브레이크가 동시다발적으로 세계 여러 곳에서 터진다면?

심지어 그 몬스터가 지구에서 번식하며 개체 수를 늘린다면?

인간의 영토는 줄어든다.

그건 너무 끔찍한 상황이라 상상도 하기 싫었다.

박정철은 중요한 이야기를 꺼냈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A급 게이트 빈도수가 늘어나는 건……. 여러분들도 겪어보셨잖습니까. B급 게이트 빈도수가 늘어나자, 돌연 A급 게이트가 나타났던걸!!”

의원들은 웅성거렸다.

박정철의 말이 옳았다.

F급 게이트 빈도수가 늘어날 땐, E급 게이트가 나타나고. E급 게이트 빈도수가 늘어날 땐, D급 게이트가 나타났다.

이런 식으로 등급 높은 게이트가 등장해왔다.

“곧 있으면 S급 게이트가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A급 게이트를 처리하는 것도 벅찬 상황인데, S급 게이트 브레이크는 오죽하겠습니까?”

“어, 그러네.”

“이거 진짜 위험하겠는데.”

박정철의 말에 동의하는 의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정철은 권은혜를 바라봤다.

마지막 결정타를 날리듯이.

“S급 게이트가 나타나기 전에 구심점이 될 만한 조직이 필요합니다. 그게 한국의 크루그먼 길드라면 얼마나 큰 영광이겠습니까?”

권은혜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박정철은 확인 사살하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 그 결과 한국이 가져가는 외교적 이점도 잊어버리면 안 되겠죠.”

청문회장은 조용해졌다.

박정철은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겼다.

특히나 이곳은 청문회장.

지금 한 이야기는 전부 TV와 인터넷으로 공개된다.

청문회에서 이기면 파급력이 높다. 이게 옳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확 심어줄 수 있으니까.

의원들은 아무 말도 못 했다.

반박은커녕 저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권은혜조차 반박을 안 했다.

저런 논리를 깨뜨리려면 억지 논조를 밀어붙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떨어진 지지율이 더 하락할 수 있다.

그 결과.

이번 청문회는 역사상 가장 짧은 청문회로 기록되었다.

인터넷으로 청문회를 지켜보던 선우영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역시나 박정철 씨야.’

정치판에서 닳고 닳은 국회의원들을 논리적으로 전부 격파했다.

앞으로 길드 운영을 맡길만했다.

* * *

청문회 이후.

여론은 국제 길드 찬성 쪽으로 변해갔다.

S급 게이트가 조만간 나타난다.

그걸 위해 구심점이 될만한 조직이 필요하단 걸 대다수가 동의했다.

정부에서도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국제 길드 창설을 막지 못했다.

오히려,

“이렇게 된 이상 국제 길드 창설을 도와주는 쪽으로 움직여!!”

대통령이 저런 명령을 내렸다.

국제 길드 창설이 시대의 흐름이 되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덕분에 선우영의 계획은 쉽게 흘러갔다.

“자, 그럼 바빠지겠네.”

선우영은 목을 꺾으며 서류를 살폈다.

미래에서 벌어질 다양한 사건들.

거기에 대처하려면 몇몇 국가들에는 크루그먼 길드 외국지부를 설치해야 한다.

그걸 위해 외국 인재들을 키웠다.

‘외국 인재들도 성장이 빠르네. 하긴 재능이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재능을 늦게 피운 케이스들이었으니.’

대다수가 B급이 됐다.

간혹 A급도 나오고.

그들은 선우영의 지원으로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일단 그들을 외국지부 쪽에 발령할 계획이다.

뭐, 그 외 일들은…….

‘박정철 씨한테 맡기자고.’

선우영은 주변을 슬쩍 훑어봤다.

김철수, 백영희, 정운, 조용석.

부회장 특수부대가 앞으로 활약할 날이 머지않았다.

그리고,

‘미래의 S급 게이트. 거기에 대비하려면 동료들이 더 성장해야겠지.’

선우영은 듀란달의 손잡이에 손가락을 올렸다.

사이타나.

그 녀석을 잡으려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선우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페일 정도의 강자를 간신히 도망치게 만든 게 사이타나다.

놈은 강하다.

괜히 지금 덤벼들었다간 패배할 뿐.

‘놈이 약해질 때까지 충분히 성장해야 한다.’

제아무리 사이타나라도 S급 게이트를 만들면 기력이 쇠약해진다.

그 틈을 노려야 한다.

‘그걸 위해서라도 국제 길드가 필요해.’

아무것도 없는 이세계로 가서 초월적인 괴물과 싸우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돈과 병력이 필요하겠지.

‘이렇게 되면 PS웨펀의 자금만으로는 부족해질지 모르는데.’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헌터들의 식량만 하더라도 금액이 상당할 거고.

그 차원 사람들을 구호하는데 또 물자가 소모될 거다.

‘돈, 돈이 더 필요하다.’

그리 생각했는데.

따르릉. 따르릉.

회사 전화기로 통화가 걸려 왔다.

선우영은 수화기를 들었다.

딸칵.

“네, 선우영 부회장입니다.”

“부회장님, 서포트 부서 차장 박한영입니다.”

“네. 말씀하세요.”

“국제 길드 발표 이후, 기업들에게서 투자 및 후원하고 싶단 문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잘 됐군요. 금액을 받아놔주세요. 기업들에게 감사 인사 꼭 전해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선우영은 전화를 끊었다.

예전에 테러에서 기업가들을 구출해준 적이 있었다.

국제 길드를 만들면 투자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들은 약속을 잊지 않고 이행했다.

곧이어 투자 및 후원금 액수가 쓰인 보고서가 선우영의 메신저로 송신됐다.

[투자 및 후원금 보고서]

선우영은 그걸 열어봤다.

목록을 살펴보자, 누구나 다 알 법한 기업 이름이 쫘르륵 적혀있었다.

맨 마지막엔 페이지엔 총금액이 쓰여있었다.

‘이거 진짜야?!’

선우영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30조?!’

어마어마한 금액이 모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천연자원으로 경제가 풍족하지만, 헌터가 적은 일부 국가의 기업들도 후원에 나섰다.

‘이거 최고인데?’

이렇게 돈이 모이면 국제 길드를 만드는데 한결 수월할 거다.

‘거기다 사이타나를 공격할 때, 현대식 무기를 들고 갈 수 있겠어. 큰 도움이 될 거야.’

선우영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 * *

신용한은 요즘 부쩍 스마트폰을 보는 일이 많아졌다.

선우영의 세계랭킹 1위 소식.

국제 길드로 탈바꿈하려는 크루그먼 길드.

정부의 지원.

기업들의 투자와 후원.

순풍을 만난 돛대처럼 일이 시원시원하게 진행됐다.

‘특히나 박정철이 큰일을 해줬어.’

그가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논조를 전부 격파하고, 여론을 반전시킨 일등 공신이니까.

‘선우영도 참 대단하군.’

결국 박정철이란 인재도 그가 데려오지 않았나.

신용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 때가 됐네. 때가 됐어.”

그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크루그먼 길드.

자기 인생을 바쳐 이룩한 길드! 자랑스러운 업적이다.

“고난과 역경을 물리치고 멋지게 성공했으니 퇴장도 멋있어야겠지.”

선우영이 세계랭킹전에 참가해있을 동안, 크루그먼 길드는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선우영에게 차기 회장직을 주기 위함이었다.

반대는 없었다.

모두가 찬성했다.

신용한의 회장직도 오늘로써 끝이다.

그는 선우영을 불렀다.

끼이익.

선우영이 그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부르셨습니까, 신용한 회장님.”

“오, 세계 최강자님께서 오셨군, 그래. 국제 길드 관련 업무는 잘 되어가나?”

“순조롭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내가 자네를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때가 되어서 그러네.”

“그 말씀은…….”

“그래, 난 오늘부로 은퇴하겠네. 크루그먼 길드의 회장은 이제부터 자네야.”

선우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런 날이 올 거란 걸 알고 있었지만, 역시 직접 마주하게 되니 씁쓸하다.

가슴에 구멍 뚫린 기분이다.

그 구멍으로 찬바람이 지나가는 느낌이랄까?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신용한 전 회장님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크루그먼 길드를 최고의 길드로 키워내겠습니다.”

선우영은 고개 숙여 인사했다.

신용한은 너털웃음을 보였다.

“하하하, 크루그먼 길드는 내가 이룩한 모든 걸세. 그러니 가장 믿음직한 자네에게 모든 걸 맡기지. 잘 부탁하네. 선우영 회장.”

선우영은 고개를 들었다.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믿음이 담긴 신용한의 눈빛을 봤다.

“넵. 맡겨주십시오.”

선우영은 그리 대답했다.

신용한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러며,

“이제 자네가 회장이니, 크루그먼 길드가 소유한 스킬석은 전부 자네가 알아서 쓰게. 전부 흡수해 스킬 융합시켜도 괜찮아.”

그리 말해줬다.

선우영의 더욱 높이 비상할 수 있도록 말이다.

신용한은 자신의 집무실을 나왔다. 내일부턴 이곳으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늦잠을 자도 되겠지.

아니면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그러고 보니 은퇴 이후 뭘 할지 하나도 안 정했군. 남들은 일이 끝나면 뭘 하지?’

신용한은 어처구니가 없어 피식거렸다.

앞만 보고 달려온 나날들.

인생이란 치열한 레이스에서 내려와 노년을 보내야 하는데.

‘남아도는 시간을 즐길 줄 모른다니. 노는 법을 몰라서 고민한다는 게 참 우습군.’

신용한은 크루그먼 길드 정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문 앞에는 김용대가 서 있었다.

그도 오늘부로 은퇴하고 노년의 삶을 즐기기로 했다.

“왜 이렇게 늦어?”

김용대가 신용한한테 물었다.

“청춘을 바친 길드를 떠나는 게 아쉬워서 그런다.”

“아쉽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쉬고 죽어라 일했으니, 이제는 쉬는 게 맞지.”

“허허, 그런데 우리 뭘 하면서 쉴 거냐?”

신용한이 김용대를 바라봤다.

김용대는 정해져 있는 거 아니냐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20대 때 못 해봤던 거.”

“20대 때?”

“솔직히 우리 청춘을 돌아보면 성공하겠다고 치열하게 살아온 게 전부잖아.”

“남들은 당연히 해봤을 경험들을 못 해봤지.”

“그걸 못해보고 죽으면 아쉽지 않겠어? 당연히 해봐야지.”

신용한은 껄껄 웃었다.

“너, 은퇴하고 나니까 좀 변했다?”

“당연하지! 이젠 길드의 중역이 아니니 마음 편하게 놀러 다니면 되잖아.”

“그러면 배낭여행 어떠냐?”

“하하하, 이 나이 먹고, 배낭여행이라. 재미있네.”

둘을 껄껄 웃으며 길드 정문을 나섰다. 이때만큼은 은퇴한 헌터가 아닌 활기찬 20대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젊음을 즐겨야 했을 그 시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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