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스킬융합-140화 (140/200)

#140화 하메잔.

보르초크와 대결이 끝나고.

선우영은 선수 숙소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사람들은 선우영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가 본 실력을 내보이자 얼마나 강한지 단숨에 깨달았다.

보르초크는 의무실로 가서 치료받는 중이었다.

부상이 심각했지만…. 그래도 포션을 이용하면 며칠 안으로 치료될 거다.

선우영은 사람들을 쳐다봤다.

몇몇은 동경과 존경

또 다른 몇몇은 투쟁심.

대다수는 질투.

다들 눈빛에서 감정이 드러났다.

선우영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벌써부터 놀라면 쓰나. 페일을 꺾고 일인자가 되어 국제길드 창설할 생각인데.’

이 대회 또한 선우영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관문에 지나지 않는다.

뭐, 국제길드가 세워지고.

헌터들이 빠르게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좋다.

‘미래에 나타난 S급 게이트.’

그땐, 헌터들이 희생을 치렀지만, 막을만한 전력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게이트의 등장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근래에 S급 게이트가 나타나면 닫을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어쩌면 못 닫을 수도 있어.’

그렇게 생각하니, 어째 점점 책임감이 막중해진다.

선우영은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가 자신의 숙소로 가려는 찰나.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저기요.”

“예?”

누군가하고 봤더니, 어떤 여성 헌터가 말을 걸어왔다.

“혹시….”

선우영은 그녀가 뭘 얘기하려는지 단번에 눈치챘다.

뭐, 한두 번이 아니니까.

“아, 제가 길드 이적이나 국적 변경은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

“네?”

“혹시 시간 되시면 같이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 싶어서요. 우리 딸이 선우영 씨 팬이거든요.”

선우영은 눈을 껌뻑였다.

이거 혹시… 자기 딸하고 만나보라고 꼬시는 건가?

선우영은 정중히 거절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여자친구가 있어서, 그럼 이만.”

선우영은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어떤 헌터가 자기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다.

“야, 선우영한테 여자친구 있다는데? 내가 특종 물어다 줬으니까, 나중에 밥 한 끼 사라.”

* * *

숙소로 돌아온 선우영.

그는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살펴보자 온통 자신이 보르초크를 이긴 이야기로 도배됐다.

뭐, 그만큼 대단한 업적이긴 했다.

댓글도 찬양 일색이었다.

크루그먼 길드와 PS웨펀의 주가가 폭등했단 기사도 있었다.

특히나.

선우영의 용광검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흑색 칼날은 처음이었으니까.

덕분에 PS웨펀의 판매량이 급속도로 올라갔고, 흑색 검을 가지고 싶다는 문의가 폭주했다.

‘박인혁 씨 엄청 바쁘겠는데?’

선우영은 피식거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연관검색어 1순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뭐야?’

한번 쓱 연관검색어를 살펴봤는데.

- 선우영과 미모의 여인 열애?

선우영은 순간 움찔했다.

설마, 백영희와 자신의 관계가 들킨 걸까?

선우영은 서둘러 검색해봤다.

읽어보니 아까 전, 숙소 로비에서 했던 이야기를 토대로 지어진 기사가 있었다.

‘에이, 깜짝아. 고작 이런 걸로 기사를 쓰고 있어.’

선우영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계속 인터넷 반응을 살폈는데, 자신의 열애 기사와 보르초크를 이겼단 기사가 쌍두마차처럼 1, 2위를 다퉜다.

‘아니, 남의 연애사를 왜 그리 궁금해하냐.’

선우영은 뺨을 긁적였다.

‘뭐, 사내 연애가 들키지 않았으니 다행이네.’

라고 생각한 순간.

백영희한테서 연락이 왔다.

선우영은 통화를 받았다.

그녀는 어떻게 된 거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선우영은 차근차근 설명했다.

“아니. 어떤 아줌마가 자기 딸 한번 만나볼 생각 없냐고 해서, 애인 있다고 말했지. 그거 가지고 기사를 썼나 봐.”

“정말?”

“어, 나중에 거절하려고 둘러댔다 하면 될 거야.”

“근데, 자기야.”

“어.”

“아무래도 우리가 사귀는 거… 사내 사람들이 눈치챈 것 같아.”

“뭐?”

침대에 누워있던 선우영은 벌떡 일어났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굉장히 조심조심했었는데, 들켰다니? 설마 정운이 소문을 낸 걸까.

“자세히 설명 좀 해봐.”

“자기가 보르초크 이겼단 뉴스가 나오니까, 사내 사람들이 나한테 축하한다고 그러는데….”

“…….”

선우영은 이거 완전 들켰구나 싶었다.

어쩌면 정운한테 들키기 전에 이미 다들 눈치채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 사내 연애라는 게 들키면 복잡해지는 문제 아니었나?’

이게 이렇게 물 흐르듯 넘어간다고?

‘진짜로 들킨 거 맞나? 혹시 남들이 한번 떠보는 거 아니야? 계속 숨겨야 하나?’

머릿속이 붕 떴다.

똑똑똑.

그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선우영은 작별 인사를 하며 전화를 끊었다.

“자기야, 누가 왔다. 있다가 다시 통화하자. 사랑해.”

그는 빨간색 수화기 그림을 눌렀다.

스마트폰을 탁자에 올려두고 문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누구세요?”

끼이익.

선우영은 문을 열었다.

그러자 이목구비가 또렷한 미남이 눈앞에 보였다.

피부는 담갈색.

곱슬머리 흑발은 윤기가 흘렀다.

‘하메잔?’

그가 선우영의 숙소로 찾아왔다.

“하메잔 씨, 무슨 일입니까?”

“잠깐, 얘기 좀 나눌까 하고요.”

“무슨 이야기입니까?”

“여기서 말하기는 좀 그러한데, 나가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네. 알겠습니다.”

선우영은 하메잔을 따라 이동했다.

일단 숙소 바깥으로 나왔다.

점점 사람이 드문 곳으로 나아갔다.

하메잔은 이야기를 걸었다.

“이야, 보르초크와 시합을 봤습니다. 정말 대단하시더군요. 특히나 검강이 대단했습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하메잔 씨도 대단하시던데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새로 깨달았단 검술 경지가 뭔가요?”

“그건 직접 경험해보시면 아실 겁니다.”

선우영은 캐묻지 않았다.

자신의 다음 대전상대가 하메잔이다.

그러니, 실력을 노출하기 싫은 모양이다.

사그락.

선우영은 나뭇잎이 흔들리는 걸 봤다.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선우영과 하메잔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그나저나 연애 이야기로 시끄럽던데요. 진짜로 여자친구 있으세요?”

“아뇨. 헛소문이에요.”

선우영은 손사래를 치며 대꾸했다.

그때, 땅바닥을 밟는 미약한 발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선우영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그나저나 하메잔 씨의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세계랭킹 2위의 무용담을 들을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요.”

“뭐, 별로 대단할 건 없습니다. 가난하게 살았다가 헌터로 각성하고…… 몬스터를 해치우며 열심히 돈을 벌었죠.”

“그게 끝인가요?”

“뭐, 이야기에 살을 덧붙이자면 헌터들을 모아 길드 창설했죠. 옆에 있는 놈 제치고. 위에 있는 놈 끌어내리고. 아래에서 올라오는 놈을 짓밟으며 말이죠. 경쟁 사회 아닙니까.”

“그렇습니까?”

선우영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하메잔은 그에게 눈길을 주며 묘한 말을 꺼냈다.

“가난하다 무시하던 녀석들도 제가 힘이 생기니 고개를 숙이더군요.”

“…….”

“세상살이가 그렇다 이겁니다. 힘과 권력 그리고 세계랭킹 No.2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면, 대우가 달라지더군요.”

선우영은 그게 위험한 사상이라 여겼다.

힘만 가지고 있으면 다 된다는 생각. 그건 주변에 피해를 주고 결국엔 스스로 고립시킨다.

선우영은 한마디 툭 던졌다.

“힘이 전부는 아닙니다. 저도 한때 돈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건 틀렸습니다.”

“뭐라고요?”

하메잔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반문했다.

인상까지 찌푸렸다.

선우영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사람은 무언가를 비전으로 삼는가가 중요합니다. 힘과 돈은 결국 무언가를 이뤄냈는가에 대한 보상일 뿐입니다.”

“그래서요?”

“단순히 힘과 권력을 탐하지 마세요. 올바른 걸 이루겠단 신념이 있을 때 비로소 사람과 권력, 힘과 돈이 따라오는 법입니다.”

“…….”

“맹목적으로 힘과 권력에 집착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힘과 권력의 노예가 될 뿐입니다.”

선우영의 이야기를 들은 하메잔.

그 말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고, 이해할 맘도 없었다.

하메잔은 자기주장을 이어갔다.

“힘과 권력이 중요합니다. 그걸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은 중요치 않습니다.”

“그게 타인에게 피해를 줘도요?”

“상관없습니다.”

“…….”

“예를 들어, 경기에서 심판에게 뇌물을 먹여 판정승했다고 칩시다. 만약 나에게 힘이 있다면 패배한 상대가 아무리 따져도 시합의 결과는 변하지 않습니다.”

“뭐라고요?”

“내가 힘과 권력을 가진다면 공정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그게 실력으로 인정받는 세상입니다. 그게 대단한 겁니다.”

선우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힘과 권력을 위해 법치와 도덕을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그게 어쨌단 겁니까?”

하메잔은 피식 웃었다.

선우영은 주변을 향해 턱짓했다.

“하메잔 씨는 친구 있습니까?”

“나는 군림하는 사람입니다. 친구 따윈 두지 않습니다.”

“그럼, 주변에 매복한 사람들은 전부 수하들이겠네요.”

선우영이 날 선 한마디를 날렸다.

하메잔은 허리춤에 찬 검에 손을 얹으며 대꾸했다.

“말했잖습니까. 힘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스르릉.

놈이 허리춤에서 칼을 뽑았다.

주변에 숨어있던 자객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헌터였다.

선우영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중간부터 눈치챘다.

주변에 매복이 있다는 것을.

이런 짓 하지 말라고 설득해보려 했는데, 이 자식은 안 되겠다.

생각이 글러 먹었다.

스르릉.

선우영은 허리춤에 찬 용광검을 뽑았다.

“덤벼.”

선우영의 한마디를 시작으로.

샤샤샥.

자객들이 달려들었다.

선우영은 맹화를 사용했다.

화염이 자객들을 향해 광범위하게 쏘아졌다.

휙휙휙.

다들 불꽃을 피해 움직였다.

하지만 저주 효과 때문에 반응이 느려진 몇몇이 화염에 휩싸였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녀석들이 비명을 질렀다.

선우영은 검강을 만들었다. 거기에 맹화가 더해지니 위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하메잔은 미끄러지듯 선우영의 앞으로 이동했다.

그 또한 검강을 썼다.

채앵.

날붙이끼리 부딪쳤다.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자객들은 충격파에 휩쓸리지 않게 몸을 보호하며, 선우영을 향해 원거리 스킬을 난사했다.

호신강기 때문에 큰 피해를 줄 수 없으니 주로 눈을 노렸다.

아무리 호신강기로 몸을 강화했다지만, 눈 같은 급소는 여전히 위험했다.

“쳇.”

선우영은 뒤로 뛰며 용광검을 휘둘렀다.

원거리 공격 스킬을 막아냈지만, 하메잔의 검술에 팔뚝을 살짝 긁혔다.

함정을 파둔 하메잔.

역시 녀석의 검술은 대단했다.

선우영보다 약간 높은 경지에 있었다.

이대로면 너무 불리하다.

‘일단, 자객들부터 처리하는 게 급선무겠네.’

선우영은 분신을 만들었다.

죽으면 폭발하는 분신을 말이다.

타닷.

분신들이 자객들을 향해 달려갔다.

분신이 치명상을 입으면 폭발한단 사실도 모른 채, 자객들을 달려오는 분신을 상대했다.

원거리 공격 스킬을 날렸지만.

분신은 요리조리 피하며 근처까지 도착했다.

“죽어라!!”

그러자 자객들이 칼을 들고 덤벼들었다.

퍼어엉.

분신은 몸에 칼이 꽂히자 폭발했다.

“크아아악~!!”

자객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하메잔들은 자객들이 쓰러지자 혀를 찼다.

“쯧, 쓸모없는 것들.”

그리 한눈을 판 사이.

선우영의 맹공이 이어졌다.

챙챙챙.

둘은 검을 맞대었다.

선우영은 도발적인 웃음을 날렸다.

“그렇게 방심해서야 쓰나. 나보다 한참 약한 양반이 말이야.”

그 말에 하메잔의 머리에 붉은 핏줄이 돋아났다.

“이 망할 녀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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