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스킬융합-139화 (139/200)

#139화 보르초크

선우영은 문을 열었다.

끼이익.

문 앞에는 보르초크가 있었다.

덩치가 얼마나 커다란지 고개를 올려야 얼굴이 보일 지경이다.

“무슨 일입니까?”

선우영이 묻자, 보르초크는 얼굴이 시뻘게졌다.

“몰라서 물어? 날 이겠다고 남들한테 감히 말해?”

“그게 왜요?”

“S급이 된 지 얼마도 안된 새파란 놈이 날 이기겠다고?!”

“아니, 그럼 인터뷰 뭐라고 해요.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거기서 질 것 같다고 합니까?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 그리고 제가 언제 보르초크 씨를 콕 짚어서 이긴다고 했나요?”

“패배하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야지.”

선우영은 피식거렸다.

“그러니까. 너는 내 밑이다,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사실이잖아.”

보르초크는 당당하게 어깨를 폈다.

참 대단한 놈이다.

‘이렇게 대놓고 날 무시한다? 이건 뭐, 시비 걸러 왔네.’

선우영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보르초크는 입꼬리를 올리며 선우영의 주먹을 바라봤다.

“뭐야? 한판 붙자고?”

“그럴 리가요. 시합 전에 보르초크 씨가 심각한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면 어떡합니까.”

“뭐?”

“아니지, 겁먹고 도망칠지도 모르겠네요.”

“이 자식이 듣자 듣자 하니까.”

보르초크가 선우영의 멱살을 잡으며 으르렁거렸다.

그때였다.

“뭐 하는 짓입니까.”

날카로운 목소리가 복도 끝에서 들려왔다.

페일이었다.

그가 보르초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내일 두 분의 시합이 있는데, 이런 모습은 보기 안 좋군요. 더군다나 라우손이 선우영 씨를 경기 전날에 부상 입힌 사건도 있었고….”

페일이 보르초크를 노려봤다.

“설마, 보르초크 씨도 라우손과 같은 절차를 밟고 싶은 건 아니시죠?”

놈을 쏘아붙이는 페일.

보르초크는 무어라 말도 못 하고 입만 뻥긋거렸다.

아무리 다혈질 성격이라도, 알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대회에서 퇴출당할 수 있단 사실을.

보르초크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놈은 선우영의 멱살을 놓았다.

그리고 검지와 중지로 자기 눈을 가리키더니, 선우영을 향해 손가락을 돌렸다.

지켜보겠단 의미.

상황이 상황인지라 여기까지만 하겠단 손짓이었다.

보르초크는 사과도 없이 물러났다.

선우영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무리 세계랭킹 3위라고 하지만, 너무 무례하고 건방지다.

‘내일 있을 대결에서 가르쳐줘야겠는데?’

누가 진짜 우위에 있는지를.

페일은 돌아가는 보르초크를 보며 뒷짐을 지었다.

그러고는 선우영을 쳐다봤다.

“운이 없으시네요. 항상 시비가 걸리시니 말입니다.”

“하하하, 어쩌겠습니까. 제가 너무 잘나서 그런걸요.”

선우영은 농담을 던졌다.

페일은 눈을 껌뻑였다.

휙 던진 농담을 받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럼, 저는 이만.”

페일은 다시 어딘가로 걸어갔다.

그는 피식 웃었다.

‘후보자끼리 경쟁이 붙다니.’

재미있다.

보르초크와 하메잔.

그리고 선우영.

3명의 후보 중에 누가 결승전에 올라올까?

‘기대되는군.’

아마도 내일 시합은 기대해봐도 되겠다.

* * *

다음날, 아침이 됐다.

선우영은 숙소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전 10시부터 시합이다.

지금 시각은 오전 8시.

‘밥이나 먹자.’

선우영은 용광검을 챙기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서 원하는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었다. 선우영은 아침이고 하니, 커피와 토스트 그리고 과일을 골랐다.

호로록.

커피의 맛이 제법 괜찮았다.

씁쓸하면서 달짝지근한 맛이 맘에 들었다.

과일도 신선했다.

토스트는 뭐…… 그냥 토스트였다.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는데.

주변에서 사람들 말소리가 들려왔다.

“선우영 좀 보세요. 느긋한데요? 보르초크랑 싸우는 게 걱정도 안 되나?”

“그러게요.”

“보르초크는 상대가 누구든 전력으로 싸우잖아요.”

“덕분에 그 녀석하고 싸운 사람들은 대부분 부상을 당했죠.”

“선우영이 불쌍하네.”

사람들은 측은한 눈길을 보냈다.

동시에,

“도박쟁이들이 선우영이 몇 분 버틸지로 내기하던데요?”

“선우영이 몇 분이나 버틸까요?”

“선우영이 1분도 못 버틴다는 쪽에 돈이 몰렸다던데….”

듣기 거북한 소리가 선우영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아무도 선우영이 이긴단 생각은 안 했다.

이거 참.

‘다들 나를 너무 얕보는데?’

아무리 상대가 보르초크이지만, 1분도 못 버틸 거라니.

다들 시합을 직접 보면 놀라 까무러칠 거다.

선우영은 식사를 끝냈다.

식기를 반납하고 대련장이 있는 장소로 걸어갔다.

그리고 시간은 어느덧 오전 9시 50분.

시합 시간이 다가왔다.

선우영은 대련장으로 올라갔다.

보르초크는 미리 대련장에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바지만 입은 모습.

거대한 덩치와 근육을 자랑하듯 웃통은 입지도 않았다.

놈의 왼손엔 방패가 있고.

오른쪽 손에는 메이스를 잡고 있었다. 메이스가 어찌나 커다랗던지 상체의 반절이나 됐다.

선우영은 용광검을 칼집에서 뽑았다.

둘은 서로를 노려봤다.

부르릉.

허공을 날아다니는 드론.

오후 10시가 되자, 시합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타닷.

보르초크가 방패를 앞세우며 선우영을 향해 뛰었다.

“단번에 죽여주마!!”

악을 지르며 호신강기로 몸을 강화했다.

몸통 박치기로 단숨에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놈의 돌진은 참으로 대단했다.

공기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속도.

소닉붐이 일어났다.

콰르릉.

덕분에 벼락 치는 소리가 들렸다.

음속을 돌파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드론이 그 장면을 찍었다.

모니터로 시합을 보던 사람들은 승패를 단정 지었다.

‘처음부터 강기’

‘선우영이 지겠네.’

‘부딪히면 탱크도 단숨에 박살 나겠는데?’

다들 그리 예상하였다.

선우영은 옆으로 뛰어 보르초크의 몸통 박치기를 회피했다.

‘무지막지한 속도네.’

선우영은 그리 생각했다.

속도는 굉장했지만, 무작정 직선으로 달려와서 피할 수 있었다.

보르초크는 눈이 시뻘게졌다.

‘내 몸통 박치기를 피해?’

녀석은 검강을 사용했다.

육체를 감쌌던 강기가 순식간에 메이스로 옮겨가며 공격력을 극대화하였다.

놈이 메이스를 휘둘렀다.

그런데.

까앙!

선우영은 보르초크의 공세를 막아냈다.

그것도 손바닥으로.

그걸 본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입을 턱 벌렸다.

‘검강으로 강화된 메이스를 맨손으로 막아?!’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기술 검강. 그걸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은 호신강기 뿐이다.

‘선우영도 강기를 사용한다고?’

‘이럴 수가!’

‘저런 것까지 해내다니??’

‘이러면 오히려 선우영이 이길 수 있겠는데?!’

선우영의 패배를 예상하던 사람들은 생각을 바꿔, 그가 이길 수도 있겠단 마음이 들었다.

페일은 흥미롭단 미소를 지었다.

‘자, 보르초크. 이제 어떻게 할 건가? 너도 후보자 중 하나인데 쉽게 끝나진 않겠지??’

보르초크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크윽!!”

선우영이 설마 강기를 쓸 줄이야! 전혀 예상치 못했다.

“선우영! 애송이치고 제법이군.”

“애송이? 농담이 심하시네.”

“그래, 인정하지. 네놈은 약골이 아닌 모양이군.”

보르초크는 선우영을 인정했다.

그가 강하다고.

둘은 계속해서 전투를 이어 나갔다.

메이스와 용광검이 맞부딪혔다.

그때마다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사방을 휩쓸었다.

대련장 바닥이 거미줄처럼 실금이 갔다. 드론들은 충격파를 이기지 못해 좌우로 정신없이 흔들렸다.

대결을 찍기도 힘들었다.

타앙.

타아아앙.

쇠붙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승부는 미세하게 선우영이 앞섰다.

오러가 부족해 호신강기와 검강을 번갈아 가며 써야 하는 보르초크였지만, 선우영은 동시에 둘 다 써도 오러가 충분했다.

더군다나 전투 방식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보르초크는 방패로 공격을 막고 메이스로 한 방에 적을 쓰러뜨리는 스타일이었다.

반면, 선우영은 삼환검.

쌍검으로 각기 다른 성질의 검술을 동시에 풀어내니, 제아무리 보르초크라도 막아내기 쉽지 않았다.

“크윽!!”

그는 점점 뒤로 밀려났다.

보르초크는 선우영이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음을 알았다.

‘화염이며 투명화 스킬. 아무것도 쓰지 않고 있어.’

그저 강기와 검술.

두 가지로만 싸우고 있다.

선우영의 최대 장점은 융합된 스킬이었음에도 말이다.

보르초크는 이를 으득 갈았다.

“이 보르초크를 상대로 전력을 다하지 않다니-!! 내가 그리 만만하더냐!!”

놈은 분통을 터뜨리며 스킬을 썼다.

보르초크의 육체가 거대화했다.

스킬 [얼음 거신]

방어력을 200% 올려주고, 공격에 냉기 효과가 실린다.

지속시간은 1분.

‘그 안에 선우영을 쓰러뜨리겠다.’

거대화한 보르초크.

부우웅.

보르초크는 메이스를 휘둘렀다.

선우영은 뒤로 뛰어 공격을 쏜살같이 피해냈다.

냉기 효과가 실린 덕분일까.

대련장 바닥을 때리자, 바닥이 부서지며 얼어붙었다.

‘굉장한 스킬인데?’

선우영은 감탄했다.

저 공격에 맞으면 냉기로 인해 얼어붙어 스피드가 느려진다.

그리되면 보르초크의 맹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위험이 생긴다.

‘딱 보르초크의 전투 스타일을 닮았네. 저 녀석, 힘으로 밀어붙이는 싸움을 좋아하던데.’

선우영은 씨익 웃었다.

저쪽이 이렇게 나온다면, 자신도 전력을 다해야지.

화르륵.

선우영은 맹화를 사용했다.

검강과 어우러진 맹화.

평범한 불꽃처럼 보이지 않았다.

시뻘건 빛.

태양을 생각나게 만드는 빛이 용광검을 휘감았다.

동시에 느껴지는 고열.

얼음 거신 스킬을 쓴 보르초크는 신음성을 흘렸다.

맹화의 저주 효과로 고통이 느껴졌다.

그 고통이 보르초크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었다.

선우영은 검술 자세를 잡았다.

그는 돌격했다.

맹화가 가진 밀어내는 힘, 척력을 활용해 속도를 극대화했다.

보르초크는 괴성을 질렀다.

“크오오오!”

놈의 메이스가 선우영을 향해 휘둘러졌다.

스걱-!!

선우영의 검강이 메이스를 단숨에 잘라버렸다.

검강과 합쳐진 맹화의 화력이 냉기 효과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보르초크의 눈이 큼지막해졌다.

선우영이 다시 검을 휘두르려 하자, 놈은 호신강기까지 발휘해 방패를 앞세웠다.

스킬로 방어력까지 높아졌으니, 쉽사리 당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스걱-!

선우영의 공격은 방패를 갈라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보르초크의 육체에 사선의 상처를 남겼다.

“커억!!”

보르초크는 눈이 뒤로 까뒤집어졌다.

어마어마한 고통.

치명상을 입은 탓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보르초크의 거대했던 육체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쿠웅!!

놈의 육체가 대련장 바닥에 쓰러졌다.

승자는 선우영이었다.

너무나 압도적인 공격력이었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보르초크를 쓰러뜨렸어.”

“얼음 거신까지 썼는데.”

“정말로…… 선우영이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는 거 아니야?”

사람들은 모니터에 비친 선우영을 바라봤다.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모습을.

페일은 씨익 웃었다.

“보르초크가 탈락했군. 이제 남은 후보자는 두 명.”

그는 듀란달의 손잡이를 꽉 잡았다.

선우영과 하메잔.

과연 둘 중 누가 계승하게 될까.

‘이 듀란달을!!’

* * *

대결을 보고 있던 하메잔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강하다.’

선우영과 보르초크의 싸움을 지켜본 그는 팔짱을 끼었다.

선우영은 자신의 예상보다 강했다.

강기를 쓴 것도 그렇고.

특히나 맹화과 합쳐진 검강의 위력이 대단했다.

‘얼음 거신을 쓴 보르초크의 방어력은 나조차도 애먹었는데. 그걸 저렇게 쉽게 쓰러뜨려?’

선우영과는 다음 대결에 만난다.

‘아무래도 뭔가 술수를 써야 이길 수 있겠는데?’

하메잔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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