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화 출정에 앞서….
선우영과 백영희.
그들은 크루그먼 길드의 지하 대련장에 들어섰다.
둘은 곧바로 대련에 나섰다.
백영희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우.”
길게 날숨을 쉬며 목검을 꽉 잡았다.
파지직.
그녀의 검기에 스파크가 튀었다.
뇌검.
오러에 전기 속성이 더해졌다.
백영희는 극적인 몸의 변화를 체감했다.
감각이 날카롭다.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찰나처럼 느려 보인다.
“후우웁.”
숨을 깊게 들이켠 백영희.
발에 오러를 집중시켜 신속을 사용했다.
파지직.
검기가 스파크를 튀기며, 선우영을 향해 날아들었다.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신속의 속도와 뇌검의 가속도가 만나자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졌다.
선우영은 날아드는 목검을 빤히 바라봤다.
공격이 이마에 닿기 직전.
부우웅.
그는 맹화로 검기를 강화해 반격했다.
당황한 기색은 없었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공격을 튕겨냈다.
물론 감전 때문에 완벽히 방어할 수 없는 공격이라 어느 정도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선우영은 방어력을 올려주는 패시브 스킬을 지금까지 수도 없이 사자심왕과 융합시켰다.
덕분에 피해를 최소화했다.
웬만한 실력자라도 검을 놓칠만한 위력이었다.
‘내가 아니었으면 대부분 일격에 패배했겠는데? 영희도 많이 강해졌네.’
선우영은 그리 생각하며 목검을 꽉 쥐었다.
그가 반격에 나섰다.
백영희는 장점인 속도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했다.
선우영의 뒤로 돌아가 공격할 생각이었는데, 아쉽게도 그건 불가능했다.
선우영의 속도가 자신보다 빨랐다.
타악, 타앙.
둘의 목검이 부딪쳤다.
그들은 달리면서 공세를 주고받았다.
각력이 얼마나 대단하던지 대련장 바닥에 발 도장이 찍혔다.
대련장 천장에 붙어있던 감시 카메라는 둘의 움직임을 제대로 찍지도 못했다.
그만큼 빨랐다.
합을 열 번 넘게 주고받았다.
촤르륵.
백영희가 뒤로 밀려났다.
공격의 파괴력마저 선우영이 훨씬 강력했다.
검강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역시 대단하네.”
백영희는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쌍검술 자세를 가다듬었다.
실력 차이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포기할 생각은 없다.
그녀도 S급이 되고 싶다.
그렇기에 더욱 높은 경지를 추구했다.
그녀는 선우영에게 달려들었다. 선우영은 그녀의 공격을 받아치며 열심히 훈련 시켰다.
타앙!!
그리고 이내 백영희가 쥔 목검이 부러졌다.
뇌검은 강력했다.
다만 선우영이 사용한 맹화가 더 위력적이었을 뿐.
승부는 끝났다.
“또 졌네.”
백영희는 숨을 몰아쉬었다.
뇌검을 써보니, 확실히 어마어마한 위력이란 걸 알겠다.
훗날 선우영이 국제 길드를 창설할 때 큰 도움이 될 거다.
‘문제는 오러의 소모.’
강력한 스킬이라 그런지 소모하는 오러의 양이 많다.
‘오러의 총량.’
그걸 S급 수준까지 늘려야 했다.
앞으로 더 많이 훈련해야겠다.
선우영은 수고했다고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뇌검의 위력은 대단하긴 하네. 자기가 S급 헌터가 되어 자유자재로 쓰면 볼만하겠는데?”
“그래?”
“그때는 분명 ‘검제’라는 이름으로 불릴 거야.”
“그런 거창한 타이틀이?”
백영희는 눈을 껌뻑였다.
선우영은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럼, 가능하다니까!”
“훗. 농담이라도 좋으니 ‘검제’란 타이틀 한 번 따봤으면 좋겠다.”
“아, 글쎄. 가능하대도?”
선우영은 답답하단 듯이 말했다.
백영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저 웃어넘겼다.
* * *
선우영은 백영희와 밥을 먹고 헤어졌다.
세계랭킹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홀로 훈련하며 능력 향상에 힘을 쏟았다.
PS웨펀의 자금으로 오러 총량을 높여주는 스킬석을 구매했다.
그걸 사자심왕과 융합시켰다.
선우영은 사자심왕을 더욱 키우는 데 집중했다.
맹화와 투명화는 충분히 강력하다. 패시브 스킬을 더욱 강화해 기초전투력을 극대화시켰다.
그는 크루그먼 길드 대련장에서 홀로 훈련했다.
“후우.”
숨을 길게 내쉬었다.
검강과 호신강기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훈련 중이다.
둘 다 동시에 사용해보니 알겠다.
호신강기는 검강과 달리 육체 전체를 감싸야 해서 오러 소모가 더 심했다.
그래서 오러 총량을 높여주는 스킬석을 사자심왕과 융합시켰다.
덕분에 검강과 호신강기를 동시에 써도 괜찮았다.
‘오러가 부족하진 않네.’
선우영도 누군가와 대련하며 실력을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검강과 호신강기를 익힌 상태야. 나랑 겨뤄 이길 헌터는 대한민국에 없어.’
상대가 없었다.
그렇기에 줄기차게 홀로 훈련했다.
한 5시간 정도 훈련했을까.
“후우, 후우.”
선우영도 숨이 차올랐다.
휴식이 필요하다.
조급한 마음에 몸을 혹사하면 훈련은 오히려 독이 된다.
안 하느니만 못하다.
대련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던 선우영.
그때였다.
시야에 누군가 들어왔다.
“선우영이!!”
다름 아닌 신용한 회장님이었다.
선우영은 벌떡 일어났다.
“회장님, 주말인데 길드는 어쩐 일로…….”
“아, 잠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마침 자네가 훈련하고 있단 이야기를 경비원한테 들었네.”
“그러셨군요.”
“슬슬 시간도 저녁인데. 어떤가, 나하고 밥이나 한 끼 하겠나?”
“넵. 비싼 걸로 부탁드립니다.”
“거참, 조금 있다 은퇴할 사람한테 많이도 바라는군.”
“그만큼 벌어다 드리겠습니다.”
“좋아, 가지!”
선우영은 신용한을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제법 비싼 스테이크 집이었다.
신용한은 단골손님이었는지 웨이터를 불렀다.
“난 항상 먹던 걸로.”
그는 선우영을 바라봤다.
“자네는 뭘 먹겠나?”
“T본 스테이크요.”
웨이터는 고개를 숙이고 떠났다.
곧이어 음식이 나왔다.
버터의 풍미와 고기의 냄새가 아주 적절히 잘 어우러졌다.
음식 냄새만 맡았는데, 벌써 입에 침이 고였다.
선우영은 얼른 스테이크를 잘라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오!”
비싼 값을 하는지, 고기가 입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녹아 사라졌다.
아주 끝내줬다.
신용한은 껄껄 웃었다.
“하하하, 끝내주지? 우리 가족들이 기념일 챙길 때 자주 오는 곳이야.”
“진짜, 올만 하네요.”
선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배를 채우고 식후 음료를 시켰다.
선우영은 아메리카노.
씁쓸한 맛이 기름졌던 목구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느낌이다.
신용한은 탄산수를 시켰다.
톡톡 터지는 음료가 꽤 맘에 들었다.
신용한은 선우영에게 넌지시 질문을 하나 던졌다.
“자네, 이번 세계랭킹전에 참가할 생각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곳엔 강자들이 많네. 전부 S급 헌터들이지. 약자는 없어.”
“알고 있습니다.”
“나 또한 참가했지만, 예선전을 간신히 통과해 본선에 가본 게 전부야.”
“…….”
선우영은 잠시 침묵했다.
알고 있다.
세계랭킹전이 어려운 무대라는 걸.
“하지만 국제 길드를 창설하려면, 그곳에서 우승하고 강자의 면모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 그래야 무슨 일이 생기든 자네가 해결할 수 있다고 어필할 수 있겠지.”
신용한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만, 내가 하고픈 말은 쉬운 무대가 아니라는 거지.”
“네.”
“그만큼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내 경험을 말하자면 본선부터는 스킬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녀석들이 많았어.”
“그렇습니까?”
“그래, 본선부터는 단순한 힘 싸움이 아닌, 머리도 제법 써야 해.”
선우영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옳은 소리다.
소수 몇몇을 제외하면 다들 비등비등할 테니, 전략을 잘 짜는 놈이 이길 거다.
신용한은 탄산수를 한 모금 마시고 마저 이야기했다.
“물론, 검강과 호신강기를 익힌 자네라면 그런 잔재주 따윈 쉽게 이길 수 있겠지. 그래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 정도는 해두게.”
“조언 감사합니다.”
선우영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잠깐 볼일이 있어 길드에 왔다가 자신과 식사하게 된 신용한.
뭔가 일이 있었나보다 싶었는데, 이제 보니 자신에게 조언해주려고 일부러 찾아왔나 보다.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니 감사하네.’
반드시 이번 세계랭킹전에서 승리해 1위의 자리를 거머쥐겠다.
그리고 반드시 국제 길드를 창설하겠다.
* * *
어느덧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세상은 떠들썩해졌다.
세계랭킹전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뉴스와 인터넷 방송.
심지어 아이들한테까지 세계랭킹전은 큰 관심사였다.
다큐멘터리도 등장했다.
내용 골자는 간단했다.
- 이번에야말로 한국에서 60위 안에 들어가는 S급 헌터가 나올 것인가?
그러며 이번에 참가하는 선우영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우승할지, 얼마만큼 성적을 낼지 떠드느냐 바빴다.
선우영은 페일에게 온 초청장을 살폈다.
초청장 안에는 어느 나라 언어든 한국어로 번역해주는 번역기가 들어있었다.
모양은 무선 이어폰처럼 생겼다.
‘각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니, 이런 물품은 필수겠지.’
전 세계 S급들이 모이는 대회.
대회가 문제없이 이뤄지려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번역기가 필수였다.
그러다 선우영은 문득 페일이 과거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벌을 토벌할 때, 세계랭킹전에서 날 기다리겠다고 했었지?’
그 말인즉슨, 결승까지 올라오란 말일 터. 페일이 왜 그리 자신에게 관심을 보였는지 궁금해졌다.
‘뭐, 그건 결승전 가면 알겠지.’
선우영은 그리 생각하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길드에 한 달 동안 휴가를 냈다.
세계랭킹전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정운이 선우영에게 다가왔다.
“아저씨, 오늘 미국으로 떠나는 거죠? 세계랭킹전에 참가하려고요.”
“그래. 아저씨 없는 한 달 동안 잘 지낼 수 있지?”
“물론이죠. 저도 A급 헌터라고요.”
“그래, 그래.”
선우영은 정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줬다.
정운이 A급 헌터인 건 맞지만 아직 초등학생이라 혼자 두기 좀 그랬다.
그래서 부모님께 연락해 자기 집으로 와서 얘 좀 봐달라고 했다.
부모님은 흔쾌히 허락하셨다.
선우영은 스마트폰을 충전기에서 빼고 메시지를 살폈다.
이곳저곳에서 메시지가 왔다.
백영희와 김철수, 조용석한테서 힘내란 내용의 메시지가 왔고.
이소율한테서도 응원 메시지가 왔다.
박정철은 국제 길드 창설을 위해 꼭 우승하란 메시지를 보냈다.
그 외에도 김용대, 신용한….
정말 많은 사람들한테 와서 다 읽기 힘들 지경이었다.
‘와, 어느새 이렇게 발이 넓어졌네? 이 정도면 대한민국 헌터들 중 가장 인맥이 넓은 거 아니야?’
스스로 놀랄 만큼 정말 많은 인맥이 쌓였다.
쌓여있는 메시지만 50건이다.
회귀 이전, 돈이 없다고 자길 무시했었던…… 그딴 가짜 동료가 아니라 진짜 동료들이 이만큼이나 있다.
선우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갑자기 기운이 샘솟는다.
마음이 든든했다.
세계랭킹전에서 어떤 상대를 만나도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선우영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캐리어를 꺼내 장롱에서 옷가지와 여권을 챙겼다.
“그럼, 운아! 아저씨 간다.”
“넵. 긴장하지 말고 꼭 1등 하셔야 해요!”
“그래. 걱정하지 마라.”
선우영은 믿으라는 듯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미소를 보여줬다.
정운은 그 모습을 굳게 믿었다.
선우영은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미국 텍사스.
부우우웅.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다 공중으로 떠올랐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세계랭킹전.’
선우영은 비행기 창문으로 보이는 구름을 구경하며 주먹을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