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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127화 (127/200)

#127화 실전으로 다져진 실력.

부르릉.

길드 차량이 도로를 달렸다.

선우영 일행은 길드 차량을 타고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목표는 강북 수유동.

그쪽에 A급 게이트가 나타났다고 한다.

몬스터의 종류는 뱀파이어.

피를 흡수하여 상처를 회복하는 괴물이다.

매력적인 외모.

호감 가는 목소리.

외형과 옷차림새는 연예인 뺨치는 녀석들이다.

하지만 입을 벌리면 날카로운 송곳니가 가장 먼저 눈에 띄고, 눈동자가 독특하게 생겼다.

짐승의 눈동자처럼 가늘고 좁은 동공.

게다가 등에는 날개가 달렸다.

공중전에도 능하고 원거리와 근거리 싸움에도 강하다.

상대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몬스터다.

“흐음.”

김철수는 몸이 오싹거렸다.

자신은 B급이다.

본래라면 A급 게이트에 들어가는 걸 신용한 회장이 허락해주지 않겠지만, S급 헌터 선우영도 함께 들어간다.

S급이면 A급 게이트를 혼자서 닫을 수 있다.

게다가 동료들이 위험에 빠졌을 때, 무사히 구출할 수 있을 거다.

그렇기에 신용한 회장이 허락해줬다.

김철수는 씨익 웃었다.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헌터는 자신보다 강한 몬스터랑 싸우지 않는다.

실전에서 죽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선우영의 훈련 방식은 아주 무시무시했다.

자신보다 강한 몬스터.

놈들과 싸우며 실력을 극단적으로 쌓는 방식이다.

장단점은 극명했다.

어느 때이건, 실전으로 다져진 실력은 강력하며 빠르게 늘어난다.

이건 틀림없는 장점이다.

실력 향상으로 가는 지름길이었으니까.

물론 치명적 단점도 존재했다.

죽을 수 있다.

차라리 죽으면 다행일지 모른다.

큰 상처를 입은 채 헌터를 은퇴하고 평생을 비참하게 살 수도 있다.

그런 일은 상상도 하기 싫다.

‘뭐, 선우영 씨가 옆에 있으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어느 정도 각오는 해야지.’

시대는 빠르게 변해간다.

마치 무언가가 태동하듯 게이트의 숫자가 많아지고 있다.

김철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더욱더 강해지겠어.’

S급 헌터 선우영의 동료로 부끄럽지 않은 탱커가 되기 위해서!!

한편 조용석은 고심이 많았다.

‘A급 몬스터랑 싸운다? 내 실력으로 가능할까?’

불가능할 것 같다.

익힐 수 있는 스킬의 개수는 고작 3개.

버프 능력이 있어서 귀중한 취급을 받지만, 전투 능력만 보면 그렇게 강하지 않다.

게다가,

‘난 아직 스킬 3개도 안 익혔는데.’

익힐 수 있는 스킬이 고작 3개라서 신중해야 했다. 그 때문에 갈팡질팡했다.

그의 성격이 스킬석을 아직 익히지 못하게 만들었다.

정운은 어떻게 싸울지 고민했다.

그림자 능력은 강하다.

또 굉장히 변칙적이고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상상력!!’

어떤 기발한 생각을 해내느냐에 따라 전투력이 천차만별이었다.

어떻게 싸울까 고심해봤는데 아무것도 안 떠올랐다.

‘뭐, 싸우다 보면 떠오르겠지.’

정운은 그리 생각했다.

백영희는 사실상 A급 반열에 올라섰기 때문에 뱀파이어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스킬을 익힐지 고심했다.

선우영이 말했던 패시브 스킬들을 전부 익혔다. 확실히 스킬이 대단하긴 했다.

단숨에 몇 배는 강해졌으니까.

잘만하면 자신도 몇 달 안으로 S급이 될지 모른다.

그때가 되면 또 선우영과 함께 어떤 스킬을 익힐지 이야기해봐야겠다.

겸사겸사 데이트도 하면서.

백영희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끼이익.

차량이 멈췄다.

도로를 통제하던 경찰이 운전대를 잡은 서포트 부서 사람에게 다가갔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크루그먼 길드입니다.”

서류를 보여주자 경찰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통과시켜줬다.

선우영 일행은 게이트가 나타난 장소에 도착했다.

탈칵.

그들은 차량에서 내렸다.

김철수는 웬일로 방패까지 챙겼다.

몸을 강철로 만드는 능력자였지만, 자신보다 강한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니 준비가 철저해야 했다.

조용석은 심호흡했다.

숨을 길게 들이켜 수축한 근육을 이완시켰다.

덕분에 긴장이 약간 풀렸다.

정운은 검을 한 자루 허리춤에 차며 자신의 그림자를 슬며시 바라봤다.

이번에도 잘 부탁한단 듯이!

백영희는 쌍검을 챙길 뿐 딱히 뭔가 하질 않았다.

“자, 그러면 들어갑시다.”

선우영은 포션이 한가득 담긴 가방을 들고 게이트로 들어갔다.

백영희는 곧장 그의 뒤를 따라갔고. 다른 일행들은 약간 머뭇거렸다.

“가자!! 세계 최강 탱커가 나가신다! 아자아자.”

스스로를 다독이듯 큰 목소리를 내는 김철수가 세 번째로 들어갔다.

정운은 조용석의 등을 밀었다.

“조용석 아저씨, 얼른 우리도 들어가요.”

“그래. 알았으니까 밀지 마라.”

그들이 마지막으로 게이트에 들어갔다.

* * *

게이트 내부.

마지막으로 들어온 조용석과 정운은 악취에 코를 막았다.

“윽!!”

“시작부터 피비린내?”

냄새가 아주 지독하다. 얼마나 심각하던지, 조용석은 깜빡하고 버리지 못해 일주일 동안 부엌에서 썩던 음식물 쓰레기가 차라리 향기롭겠단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시체가 보였다.

다행히 사람은 아니다.

동물이다.

다만, 피를 전부 빨려 바짝 메마른 상태였다.

뼈대가 가죽으로 드러날 정도로!

처참한 몰골이었다.

스르릉.

백영희는 쌍검을 뽑았다.

바람을 타고 풍겨오는 피비린내 때문일까. 오감이 민감해졌다.

선우영은 포메이션 지시를 내렸다.

“김철수 씨와 백영희 씨가 선두. 중간에 조용석! 맨 뒤에는 정운을 배치하겠습니다.”

그들은 선우영의 지시대로 포메이션을 유지한 채 걸었다.

한 10분을 걸었을까.

바스락. 바스락.

나뭇가지 밟는 소리가 들렸다.

포메이션을 유지한 채 전진하던 일행들이 멈춰 섰다.

펄럭. 펄럭.

날개를 펼치고 뱀파이어들이 나타났다.

놈들이 허공에서 내려왔다.

얕보고 있었는지 원거리 공격으로 견제조차 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알아차린 모양이다.

선우영과 백영희를 제외한 일행들이 약하다는 사실을.

김철수는 이를 악물었다.

탱커는 배짱이다.

상대가 아무리 A급 몬스터라도 겁먹으면 그걸로 끝이다.

“덤벼라, 이 망할 박쥐들아.”

김철수는 윽박지르며 달려들었다.

심지어 스킬까지 썼다.

도발을 걸어 뱀파이어들이 자신을 공격하게 만들었다.

부우웅.

뱀파이어들이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며 공격했다.

김철수는 방패로 공격을 막았다.

“커헉!”

빌어먹을, 방패로 막았는데도 손목이 저릿하다.

아프다.

방패로 막았는데도 이 정도라니.

김철수를 향해 다른 뱀파이어들이 달려들었다.

그는 몸을 강철로 바꿨다.

그리고 복싱으로 익힌 회피 실력을 활용했다.

상체를 좌우로 흔들어 공세를 피하려 했지만, 너무 느렸다.

서큐버스의 공격을 회피하지 못했다.

대다수 정통으로 맞아버렸다.

“컥!”

김철수는 비명이 흘렀다.

몸을 강철로 만들고도 고통을 느껴보는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해볼 만하다!’

강철로 변한 육체가 약간 긁혔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

버티고 싸워볼 만하다.

육체를 단련했을 때 느꼈던 고통에 비하면 이 정도는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다.

텅터엉.

김철수는 피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맞기만 했다.

몬스터한테 처음으로 부상도 입었다.

하지만 탱커로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고 있었다.

전략적으로 방어하며 회피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게 아쉬웠지만 말이다.

조영석은 서둘러 깃발을 만들었다.

“버프랑 디버프 들어갑니다.”

버프와 디버프를 사용해 어떻게든 얻어맞는 김철수를 도와주려 했다.

뭐, 딱히 소용없었다.

워낙 실력 차이가 큰 상태라 버프를 줬다고 어떻게 해볼 상황이 아니었다.

‘이렇게 되면 나도 나가서 싸워야겠네.’

조용석이 창을 양손으로 들었다.

도발에 걸려 정신을 못 차리는 뱀파이어들을 향해 달려들려는 찰나.

선우영이 소리쳤다.

“조용석 씨는 자리를 지키세요!!”

우렁찬 소리였다.

순간 전투에 나서려던 조용석이 움찔했다.

그제야 아차 싶었다.

자신이 싸우다 쓰러지면 버프가 사라지는데, A급 몬스터를 상대로 싸우려 했다니.

다급해서 상황을 보지 못했다.

동시에 깨달았다.

‘나는 동료가 당하고 있어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잖아. 이래서야 버프 주는 토템이랑 뭐가 다른 거지?’

조용석은 창대를 꽉 쥐었다.

만약 이럴 때 원거리 공격 스킬만 있었다면,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김철수를 도와줄 수 있었을 거다.

‘그래. 익혀야 될 스킬 3개! 뭘 익히면 될지 알겠다.’

조용석은 깨달음을 얻었다.

백영희는 김철수를 구타하는 뱀파이들한테 달려들었다.

오러의 기술을 사용했다.

신속으로 가속도를 높여 공격력을 극대화했고.

지동을 사용해 놈들의 움직임을 보다 면밀하게 파악했다.

스걱-!!

백영희의 칼날이 순식간에 뱀파이어 세 명의 목을 잘랐다.

실로 아리따운 검술이었다.

오러를 이용한 기술도 이전보다 훨씬 능숙하다.

그걸 지켜보던 선우영은 턱을 만지작거렸다. 아무래도 백영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듯싶다.

‘오러를 이용한 기술. 그중에서도 백영희를 검제의 자리까지 올려준 기술이 있지.’

심안.

지동을 능가한 기술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내듯 움직여 사전에 적을 처치하는 기술이다.

지동의 다음 단계였다.

심안 덕분에 백영희는 검제란 타이틀을 얻었다.

어떤 공격이 어떻게 날아올지 사전에 아니까, 방어와 회피에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뛰어난 쌍검술이 합쳐지니.

근접전에서 상대해볼 만한 상대는 페일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백영희는 일방적으로 얻어맞던 김철수를 구해냈다.

1차 전투가 끝났나 싶던 그 순간.

조용석은 등 뒤로 인기척을 느꼈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아주 매서운 시선을 말이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니 다른 뱀파이어들이 보였다.

‘기습인가?!’

조용석은 흠칫 놀라 싸울 태세를 갖췄다.

그때였다.

정운이 그림자를 사용했다.

전신을 그림자로 뒤덮어 갑옷처럼 만들었다.

그다음 그림자를 땅바닥에 넓게 퍼뜨리고 싸울 준비를 끝냈다.

정운은 달려드는 뱀파이어와 정면 대결을 택했다.

퍼엉!!

정운의 그림자 능력도 사기적이다.

하지만,

“크으윽!!”

그림자 능력이 가진 강도로 어떻게든 버티는 게 고작.

공격에 직격당했던 어깨가 화끈거린다.

엄청 아팠다.

그래도 다행히 팔은 움직였다.

부러지진 않은 모양새다.

정운은 땅바닥에 넓게 퍼뜨린 그림자를 활용했다.

어차피 공격은 안 통할 거다.

놈들의 괴력은 대단하니까.

‘그러니 붙잡아둬야지. 빈틈이 생길 수 있도록.’

정운은 땅바닥에 퍼트린 그림자를 조종해, 밧줄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 모습은 시커먼 땅바닥에 느닷없이 밧줄이 등장하는 듯했다.

뱀파이어들이 밧줄에 묶였다.

조용석과 정운을 해치우려 했지만, 밧줄 때문에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콰드득.

녀석들은 힘을 주고 밧줄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림자로 만든 밧줄은 찢어지듯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정운은 씨익 웃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정운이 만들어둔 빈틈. 백영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놈들에게 달려들었다.

스걱-!!

그녀의 검이 빈틈투성이인 뱀파이어들을 베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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