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S급 승급시험.
“거, 날씨 한번 춥네.”
“선배님, 오늘 선우영 인터뷰 딸 수는 있는 겁니까?”
“글쎄다.”
기자들은 크루그먼 길드에 들어가지 못하자, 죽치고 앉아 대기했다.
선우영이 나오면 무작정 인터뷰를 따낼 생각이었다.
기자들은 담배를 피웠다.
호주머니에서 돛대가 그려진 갑을 꺼내 한 개비 입에 물었다.
틱틱틱.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게 빨아들여 지루한 시간을 죽였다.
선배 기자가 담배를 피자 후배가 가방에서 캔 커피를 꺼냈다.
사 온 지 얼마 안 됐는지 따뜻했다.
선배 기자는 캔 커피를 만지작거리며 손난로를 대신했다.
얼었던 손가락이 녹는 기분이다.
“아, 선우영 얼굴 보기 참 힘드네. 화제성 하나는 최고인데 말이야.”
“뭐, 선우영 헌터님 인기가 좋으니, 조회 수가 잘 나오지만… 솔직히 말하면 틀에 박힌 답변밖에 안 하지 않습니까. 뭔가 독특한 인터뷰 답변이 있으면 좋을 텐데.”
“내 말이 그거다. 그러니 좀 도발적인 질문으로 흥미 있는 답변을 이끌어야 하지 않겠냐.”
“네?”
“여자관계 추궁하는 질문은 어떠냐?”
“그거 잘못하면 굉장히 큰 실례 아닙니까?”
“국민의 알 권리 모르냐? 이런 질문도 해야지, 안 그러면 기자로 살아남기 힘들다, 너.”
선배 기자가 합리화를 시작했다.
후배 기자는 그건 아닌 것 같단 표정을 지었지만, 차마 대꾸하진 못했다.
그때였다.
부르릉.
시커먼 차량이 크루그먼 길드의 주차장을 나섰다.
죽치고 앉아있던 기자들은 차량을 유심히 살펴보고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차량 뒷좌석에 선우영이 있었다.
“선우영 헌터님!!”
“신라일보입니다. 인터뷰 좀 해주십시오.”
기자들이 차량을 뒤쫓았다.
하지만 차량은 멈추지 않고 도로를 달렸다.
한 번 붙잡히면 끝도 없이 질문할 게 뻔해서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더군다나 S급 승급시험이다.
A급 게이트를 혼자서 닫아야 하는데 컨디션 관리는 필수였다.
혹여나 기자가 무례한 질문으로 선우영이 컨디션을 망친다면, 그것이 고스란히 게이트 공략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그래서 운전수였던 박정철은 기자들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뭐, 특종 잡겠다고 일부러 무례한 질문하는 기자들이 한둘이 아니니까.’
그의 판단은 옳았다.
차량은 기자들을 완전히 따돌리고 도로를 달렸다.
선우영은 운전대를 잡은 박정철을 바라봤다.
“서포트 부서 부장님께서 직접 운전하러 오셔도 되는 겁니까?”
선우영은 농담을 던졌다.
박정철은 피식하며 그의 농담을 받아쳤다.
“크루그먼 길드의 차기 회장님을 모시는 일이 아닙니까? 이럴 때 점수 좀 따 놔야죠.”
“하하하, 농담 한번 재미있습니다.”
“선우영 부장님께서 길드의 차기 회장이 되시면 저도 곁에서 도와드려야지요.”
“국제 길드 창설.”
“네.”
박정철은 진중한 얼굴을 했다.
선우영은 그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제가 크루그먼 길드의 회장이 되고, 박정철 씨가 임원이 되었다고 쳤을 때……. 몇 개월이면 국제 길드를 창설할 수 있죠?”
“일주일이면 모든 준비 끝납니다.”
“진심인가요? 아니면 그것도 농담?”
“진심입니다. 선우영 부장님 덕분에 이미 말레이시아와 물꼬를 튼 상황입니다. 이걸 바탕으로 여론을 휘어잡고, 반대하는 정치인들도 박살 내놓겠습니다. 거기다 대부분의 국가가 크루그먼 국제 길드를 반기는 상황을 만들어 드리죠.”
“오호, 그거참 기대됩니다?”
선우영은 씨익 웃으며 손깍지를 뒤통수에 댔다.
박정철이라면 정말 가능할 거다.
머리가 좋은 인물이니까.
그래서 그를 영입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게다가 본래 미래에선 페일을 도와 불가능하리라 보였던 국제길드를 창설해냈던 인물이니, 이번에도 가능할 거다.
선우영은 박정철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이번 게이트 몬스터는 뭡니까?”
“옆자리에 서류가 있습니다. 한번 살펴보시죠.”
선우영은 옆자리를 쳐다봤다.
황색 서류 봉투가 있었다.
그걸 열어 안에 있는 3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읽었다.
이번 몬스터는 리저드맨.
인간처럼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졌지만, 도마뱀과 같은 얼굴과 꼬리를 가진 몬스터다.
특히나 피부는 강철보다 단단한 비늘로 덮여 있다.
게다가 이놈들은 사람처럼 무기와 오러까지 쓰는 특징이 있었다. 머리가 나빠 진법이나 진세를 이루진 못해도, 상당한 싸움 실력을 자랑하는 몬스터였다.
“리저드맨이라….”
선우영은 서류를 다시 봉투에 넣었다.
자신의 실력으로 미뤄보아, 리저드맨은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지능이 나쁘니까.’
놈들보다 선우영의 힘이 더 강하다.
무식한 리저드맨들은 무작정 힘으로 맞붙으려 할 게 뻔했다.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되겠네.’
선우영은 그리 생각하며 마음을 편하게 가졌다.
끼이익.
어느덧 A급 게이트가 나타난 노원구 빌딩에 도착했다.
박정철은 선우영이 이 게이트에 들어간다는 정보도 가능하면 비밀에 부쳤다.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을까 봐 그랬다.
스르릉.
선우영은 허리춤에서 용광검을 뽑았다.
컨디션 관리 최고다.
검을 잡는 맛이 제법 괜찮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선우영은 그리 말하며 게이트로 걸어갔다.
박정철은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는 선우영 부장님의 승급 축하 멘트를 정하고 있겠습니다.”
당연히 합격할 거라 믿겠단 박정철의 한 마디.
선우영은 미소를 보여줬다.
그리고 게이트 내부로 진입했다.
* * *
게이트에 들어간 선우영.
주변 환경부터 살펴봤다.
쨍쨍한 하늘.
주변엔 우거진 나무들이 보였다.
그리고 땅바닥이 질척거렸다.
마치 한바탕 폭우라도 쏟아졌던 것처럼.
숨을 들이켜자 싱그러운 풀 내음이 콧속으로 들어왔다.
선우영은 앞으로 걸어 나갔다.
발자국이 땅바닥에 찍히며 흔적을 남겼다.
아직까진 인기척이 없다.
‘뭐야? 리저드맨의 지능이 아무리 낮다고 해도, 헌터가 게이트에 들어왔는지 아닌지 확인할 정찰병조차 없나?’
이상했다.
아무리 지능이 낮다지만 입구에서 적들이 오는지 안 오는지 확인하는 몬스터들이 있을 텐데.
‘약간 긴장해야 하나?’
선우영은 그리 생각했다.
그 순간.
쉐에에엑.
허공에서 느닷없이 창이 날아왔다.
채앵.
선우영은 용광검을 휘둘러 창을 쳐냈다.
그는 창이 날아온 방향을 쳐다봤다. 나무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반짝이는 비늘.
사람과 엇비슷한 실루엣.
리자드맨이다.
놈은 선우영에게 달려들지 않고, 넝쿨을 이용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선우영은 혀를 찼다.
리저드맨은 지능이 낮다. 본래라면 적을 보자마자 무작정 달려드는 녀석들인데…….
‘원거리 공격 이후 도망친다고?’
아무래도 이번 리저드맨들은 제법 지능이 높은 듯했다.
“쉽게 쉽게 끝내고 싶었는데. 쉽게 끝나진 않겠네.”
선우영은 어깨에 용광검을 기대며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그러자 한 무리의 리저드맨들이 나타났다.
방패를 들고 자신을 포위하는 녀석들과 나무에서 창을 들고 있는 녀석들이 보였다.
“하, 이 새끼들 봐라?”
역시나 이 리자드맨들은 지능이 제법 괜찮았다.
협심해서 싸운다.
‘방패로 포위해 가두고, 창을 던져 일방적으로 공격하겠다?’
뭐, 나쁘지 않은 방식이다.
다른 헌터들이었다면 고생했을지도 모른다.
화르륵.
선우영은 화염을 만들어냈다.
화력을 키우는 불꽃.
저주의 효과로 리저드맨들이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비명을 질렀다.
“샤야아악!!”
“샥샥!!”
강철처럼 단단한 비늘 덕분에 상처 입을 일이 적었던 리저드맨들.
그렇기에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통증에 저항하지 못했다.
선우영은 피식거렸다.
화염의 저주는 효과 만점이었다.
화르륵.
그는 화염을 주변으로 쏘아 나무에 불꽃이 번지게 했다.
화염의 저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샤아악!!”
개중에는 고통을 버티고 공격하는 녀석도 있었다.
선우영은 날아드는 창을 칼날로 쳐내고, 나무를 향해 치솟았다.
그가 허공을 밟으며 이동하자 나무에 있던 리저드맨들이 놀라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선우영이 허공을 뛰어다닐 줄은 몰랐나 보다.
스걱-!!
용광검이 예기를 뽐내며 리저드맨의 목을 베었다.
피가 주변에 뿌려졌다.
선우영은 나무에 있는 리저드맨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렸다.
잡는 것 자체는 쉬웠다.
그렇게 얼추 리저드맨의 숫자를 줄였다.
이제 방패만 들었던 녀석들만 해치우면 되는 상황.
선우영은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사태가 놈들에게 불리하게 변했으면 불길을 피해 도망쳐야 하지 않은가.
근데 리저드맨들은 자기 자리를 지켰다.
마치 명령을 지키는 군인처럼.
콰아악!!
어떠한 소리가 선우영의 귓가를 자극했다.
파도 소리?
물이 무언가에 부딪히는 소리다.
그는 소리가 들리는 쪽을 고개를 돌렸다.
물보라가 눈앞에서 튀었다.
순식간에 나무가 부러지고 물이 주변을 집어삼켰다.
선우영은 빠르게 허공으로 뛰어 밀려드는 물을 전부 피해냈다.
‘갑자기 물?!’
물은 화염을 꺼뜨렸다.
덕분에 저주 효과로 고통스러워하던 리저드맨들이 제정신을 차렸다.
물론 물에 휩쓸린 상태로 말이다.
쿵쿵쿵.
지축을 뒤흔드는 발소리.
아쿠아 리저드맨.
은빛 비늘과 거대한 덩치가 눈에 띄었다.
선우영은 놈을 보며 중얼거렸다.
“보통은 리저드맨 족장이 보스 몬스터로 나오는데, 저 녀석이 보스 몬스터로 나왔네?”
리저드맨을 이끄는 보스 몬스터는 대개 리저드맨 족장이었다.
다른 개체보다 덩치가 크고 전투가 까다로운 놈들인데, 아쿠아 리저드맨은 다르다.
잘 싸우면서 머리도 좋다.
‘어쩐지, 리저드맨들이 무작정 달려들지 않는 게 이상하다 싶더라니.’
거기다 아쿠아 리저드맨은 물을 다룬다.
선우영과 상성이 나빴다.
웬만해선 불이 물을 이기긴 힘들지 않은가.
‘뭐, 그래도 한번 시험해볼까?’
선우영의 용광검에 강렬한 화염이 맺혔다.
화력을 극대화시키고.
공기를 조절해 폭발력도 높이며.
척력의 밀어내는 힘을 보탰다.
화르륵.
화염이 아쿠아 리저드맨을 향해 쏘아졌다.
그 기세가 마치 맹수 같았다.
슈우욱.
아쿠아 리저드맨은 양손을 합장하듯 모았다.
그러자 녀석의 앞에 물이 생성됐다. 그게 점점 많아지고 압축되기 시작하더니.
콰아악!!
어마어마한 수압을 자랑하며 화염을 향해 쏘아졌다.
불과 물의 대결.
원래라면 물이 이겨야 정상이지만 이번엔 달랐다.
선우영와 화염은 스킬들이 융합되어 강화된 상태였으니까!!
퐈아악.
불꽃이 물을 증기로 만들며 앞으로 나아갔다.
아쿠아 리저드맨이 쏜 물은 뒤로 점점 밀리더니, 이내 전부 증발하여 사라졌다.
“샤샤샥?!”
아쿠아 리저드맨이 불꽃에 정통으로 맞았다.
놈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굴렀다.
선우영은 아쿠아 리저드맨에게 쇄도하며 검을 휘둘렀다.
놈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와중에도 그의 검을 막으려 했다. 등에 메고 있던 창으로 맞섰다.
그러나.
스걱-!!
용광검의 날카로운 칼날이 창대를 잘라버렸다.
검의 궤적은 그대로 쭉쭉 나아가 아쿠아 리저드맨의 모가지를 베어냈다.
스르륵, 툭.
아쿠아 리저드맨의 목이 상처를 따라 비스듬히 미끄러져 바닥을 굴렀다.
몸통과 분리된 채로!!
선우영의 완벽한 승리였다.
그는 나머지 리저드맨들을 모조리 쓰러뜨리고 마석을 챙겼다.
‘이제 나도 S급 헌터로구나!’
선우영은 그리 생각하며 게이트의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
‘이제 할 일이 더 많아지겠지?’
신용한의 후계자 수업.
인재 육성.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 해결.
국제 길드 창설.
아이고, 생각만 해도 벌써 할 일이 태산이다.
‘앞으로 휴가는 없겠구나.’
선우영은 머리를 긁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