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스킬융합-122화 (122/200)

#122화 이게 무슨 짓이죠?

대련장에 올라간 선우영.

그는 신용한을 바라보았다.

선우영은 이 상황에 대해 전혀 전달받은 바 없었다.

신용한은 대련장으로 올라갔다.

“배동건 회장님, 그렇게 화내지 마십시오. 놀랍게도 우리 쪽 선우영이 S급 수준까지 실력이 늘었지 뭡니까?”

“그래서요?”

“우리 선우영한테 한번 신기술 시험해보시라고요.”

신용한이 선우영의 어깨를 두들겼다.

선우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배신감에 젖은 눈빛으로 신용한에게 귓속말했다.

“뭐 하시는 겁니까?!”

S급 승급조건을 대신한 공로를 만들어주겠다더니, 갑자기 배동건과 대련을 하란다.

그것도 신기술을 테스트할 상대로 말이다!

신용한은 입을 손등으로 가리며 귓속말을 해줬다.

“배동건과 싸워서 이겨. 그러면 S급 승급조건을 대신할 공로로 인정받을 수 있게…….”

“무슨 소리세요?!”

선우영은 진짜로 어처구니가 없어 눈을 동그랗게 떴다.

S급과 싸워서 이긴다 치자. 그러면 실력이 S급이란 걸 보여줄 뿐이지 이걸 공로라고 보기 어렵지 않은가.

공로란 공적으로 노력하여 얻은 결과를 뜻한다.

근데 S급과 대련해서 이기면, 그게 공로가 되는가?

물론, 자신의 실력이 대단하단 걸 뽐낼 순 있지만, 공적인 일이 아니니 공로로 인정받을 수 없다.

신용한은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이게 공로다, 아니다 판단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네. 그래서요?”

“자세히 생각해. 자네는 공로로 인정받을 만한 일들을 몇 번이고 해냈지. 시민들을 구하고 범죄조직도 소탕했었고. 게다가 쓰시마에선 인벌 여왕을 토벌까지 했어.”

“네. 그랬죠.”

선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용한은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근데, 실력이 S급인지 아닌지 모르니까. 그걸 S급 승급시험을 대체할 공로로 인정 안 하고 있는 거야.”

“…….”

“자네는 공적이 있어. 실력만 S급이란 걸 보여주면, 그간의 공적을 명분으로 S급 승급시험을 볼 수 있다는 거지.”

선우영은 눈을 껌뻑였다.

뭔가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았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대련장에 헌터 협회장님이 계시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자기가 S급 수준인지 아닌지 확인하러 오신 모양이다.

찌이잉.

대련장 천장에는 10대의 녹화용 카메라도 있었다.

대련 내용을 전부 기록하기 위함으로 보였다.

신용한은 선우영의 어깨를 두들겼다.

“이겨, 이기기만 하면 돼.”

“근데 저는 막 S급 경지에 올라서… S급 중에서도 실력이 제일 약한데요?”

“괜찮아. 배동건도 S급 중에선 약한 편이야. 스킬 융합으로 강화된 자네 스킬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신용한은 엄지를 보였다.

그리고 대련장을 내려와 배동건과 선우영에게 목검을 던졌다.

둘 다 목검을 잡았다.

“자, 그러면 두 분의 대결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싱글벙글 웃는 신용한.

배동건은 열받아 얼굴이 시뻘게졌다.

신용한이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게 상대해주는 줄 알았는데 제대로 속았다.

‘선우영이랑 붙으라고?’

뭐, 지난번 쓰시마에서 실력을 봤다.

S급 실력에 가까웠다.

하지만 뭐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S급이 되겠나.

아직 A급이겠지.

‘신용한!! 이런 식으로 날 모욕해?’

배동건은 이를 악물었다.

신용한이 자신을 희롱한다고 느껴졌다. 그 분노는 곧장 선우영에게 향했다.

배동건은 그를 노려봤다.

선우영을 단번에 쓰러뜨리고, 자신에게 굴욕을 선사한 신용한에게 망신을 주려고 했다.

꽈악.

목검을 잡은 배동건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검술 자세를 잡았다.

선우영도 삼환검술의 기본자세를 잡았다.

“그럼 시작!!”

신용한이 대련의 시작을 알렸다.

타닷.

배동건은 오러를 일으켰다.

S급답게 검기가 날카롭고, 움직임은 재빨랐다.

타앙!!

선우영은 그의 공세를 막았다.

공격이 묵직했지만, 방어조차 못 할 수준은 아니었다.

“!!”

배동건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 공격을 막았다고?’

배동건의 검기는 틀림없는 S급 수준이었다.

출력을 낮추지도 않았다.

한 방에 보내버리려고 오히려 평소보다 조금 과하게 검기를 만들어 싸웠다.

선우영이 A급이었으면 목검이 잘렸어야 했다.

그런데 안 잘렸다고?

그렇다면 검기가 자신과 같은 S급 수준이라고 봐야 했다.

배동건은 또 목검을 휘둘렀다.

선우영은 3차례의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까지 했다.

타닷.

배동건은 뒤로 뛰어 공세를 피했다.

검술이라면 자신 있던 자신의 공세를 세 번이나 더 막아내고 반격까지 하다니.

‘오러 뿐만 아니라 무예도 S급인가.’

배동건은 인정했다.

아직 승급시험을 못 봤을 뿐이지, 선우영의 경지는 이미 S급이다.

‘얕보면 안 되겠군.’

배동건은 분노가 들끓었던 마음을 진정했다.

상대는 똑같은 S급.

더군다나 스킬 융합이란 사기 능력이 있다.

그는 진중해졌다.

선우영은 숨을 길게 들이켰다.

이번엔 자신이 공격할 차례였다.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디며, 검을 수평으로 눕혔다.

그는 발목에 힘을 줬다.

몸을 회전시키며, 목검에 원심력을 실었다.

그 기세가 실로 매서웠다.

한 마리의 맹수가 괴력을 앞세워 덮치는 형세였으니까.

배동건은 침착했다.

공세가 사나워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언제나 반격할 기회는 찾아온다.

배동건은 목검의 면으로 공격을 막아냈다.

그대로 공격을 흘리고 반격하려던 순간, 선우영의 검술이 변화했다.

파괴적인 움직임이 부드럽게 변했다.

배동건은 속으로 흠칫했다.

‘강검에서 유검으로 이렇게 자연스럽게 변한다고?!’

그래, 들어봤다.

요즘 검술계를 뒤흔든다는 삼환검에 대한 이야기를.

선우영이 삼환검을 쓴다더니.

‘이 검술을 쓰는 놈과 처음 붙어보는데…. 제법 괜찮은 검술인데?’

배동건은 똑같은 유검으로 맞받아쳤다.

검술 실력은 막상막하.

이대로는 승부를 내기 어렵다.

배동건은 스킬을 썼다.

오러와 바람을 쏘아 선우영을 공격했다.

변칙적이고.

다방면에서 쏟아지는 공세.

한 방 한 방이 약하지만 넓은 공격으로 적을 제압하는 방식이었다.

선우영은 맹화를 썼다.

그의 목검이 화염에 휩싸였다.

타닷.

선우영은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바람과 함께 쏘아진 오러를 피하며 공중을 활보했다.

배동건은 손가락으로 자신이 쏜 바람과 오러를 조종했다. 계속 선우영을 뒤따라 공격하도록 말이다.

선우영은 혀를 찼다.

‘이런 방식으로 싸우겠단 말이지?’

바람과 쏘아진 오러에 한눈을 판 사이. 배동건이 허공으로 치솟아 선우영을 노렸다.

그 순간.

화르륵.

선우영은 어마어마한 열기를 뿜어내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오러와 바람을 상쇄시켰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배동건을 노렸다.

배동건은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여기가 대련의 승부처란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는 신기술을 쓰기로 했다.

‘새로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기에 부족함 없는 상대다!!’

우직하고 기본에 충실한 찌르기.

오러를 목검의 끝에 담고,

바람을 한점에 집중시켜 파괴력을 극대화했다.

넓은 공격 범위로 상대방을 제압했던 기존의 싸움 방식을 벗어나 일격에 집중한 공격!

선우영은 배동건의 목검을 응시했다.

돌풍이 분다.

거대한 허리케인을 마주하는 기분이다.

자연재해가 떠올랐다.

과연 신기술답게 무시 못 할 위력이다.

그래서….

‘정면 대결은 절대로 안 되겠네.’

선우영은 투명화를 썼다.

모습을 감추고 배동건의 뒤로 순간 이동했다.

그다음은 뭐 뻔했다.

퍼억!!

배동건의 정수리에 발차기를 날려 기절시켰다.

“커억!”

배동건을 비명을 질렀다.

공격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눈앞이 핑 돌았다.

그는 지상으로 추락했다.

대련장 밖으로 떨어지며 장외 탈락했다.

선우영은 대련장으로 내려왔다.

신용한은 그 모습을 보고 껄껄 웃었다.

“하하하, 역시 대단해.”

이번 대련의 승자는 선우영이었다.

그걸 지켜보던 홍대호는 박수를 치며 승자인 선우영을 바라봤다.

신용한은 홍대호의 옆으로 다가갔다.

“어떻습니까?”

“정말 대단하군. 이미 경지가 S급에 도달했어.”

“그간 쌓았던 공적도 있으니, 이 정도면 S급 승급시험을 치게 해주셔도 되지 않습니까?”

“흐음, 좋네.”

홍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선우영이 쌓았던 공적들이 있으니 그걸 명분으로 S급 시험을 보게 해줄 수도 있다.

물론 다른 길드가 훼방을 놓을 수 있겠지만….

배동건과 대결해 이긴 걸 이야기하고 명분으로 내세울 공적도 많으니, 어찌어찌 될 것 같다.

‘흐음, 그렇게 되면 한국에 5번째 S급 헌터가 탄생하는 건가.’

홍대호는 기뻤다.

선우영처럼 듬직한 후배가 있어서 한시름 놓였다.

한국의 국제 게이트 방어 점수는 높다. 분명 상위권이지만, S급의 숫자가 부족했다.

A급도 다른 국가보다 20% 모자랐다.

그래도 충분했다.

아직 A급 게이트가 감당 못 할 정도로 쏟아지는 시기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최근 점점 많아지고 있지.’

그러니 최대한 S급 헌터를 많이 길러내는 게 중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선우영의 존재는 빛날 수밖에 없었다. 스킬 융합 능력자이니, 앞으로 얼마나 강해질지 모른다.

이미 S급에 도달했으니.

‘어쩌면 정말로 페일과 정상을 다툴 헌터가 한국에 출현할지도 모르겠군.’

* * *

뉴스에서 난리가 났다.

-선우영 헌터가 S급 승급시험 자격을 얻었습니다.

-헌터협회는 선우영 헌터에게 S급 승급시험 자격을 부여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인터넷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인터넷 기사 댓글]

파피용 : 와, 1년도 안 됐는데 벌써 S급 승급시험이라니. 대박!!

↳ 념념쩝 : 이번 S급 승급시험 합격하면 최연소, 최단기 S급 헌터가 탄생하는 거 아님?

↳ 발곤 : ㅇㅇ맞음.

호이호이 : 진짜 나라의 보배네. 선우영 헌터만 있으면 게이트 걱정은 할 필요 없을 듯.

다섯 번째 S급 헌터가 탄생할지 모른단 기대.

그게 전국으로 퍼졌다.

심지어 대통령조차 크루그먼 길드에 직접 전화해 사실 여부를 물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선우영이 S급 헌터가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을 특집 방송했다.

뭐, 내용 골자는 뻔했다.

국제 게이트 방어 점수가 올라가서 무역 지수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거나, 해외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투자한단 이야기들 투성이었다.

기자들은 선우영과 인터뷰를 따내겠다고 크루그먼 길드에 몰려들었다.

크루그먼 경비원들은 그들을 막느라 진땀을 뺐다.

창밖으로 그걸 지켜보던 임주영, 진태호, 황태석은 모여서 푸념을 떨었다.

“선우영인 S급 승급시험이라….”

“결국 우린 후계자 경쟁에서 패배했네. 뭐 이렇게 될 줄은 알았지만, 너무 빠르게 결판이 났어.”

“이제부턴 선우영을 뭐라고 불러야 하지? 선우영 후계자님이라 해야 하나?”

황태석이 우스갯소리를 했다.

진태호는 이마를 감싸 쥐며 입을 삐죽였다.

“황태석, 실없는 농담하지 마라. 그런 얘기 들을 때마다 두통 온다.”

“후배가 윗자리로 치고 올라가니까 배 아프냐?”

“……아니.”

“이런 솔직하지 못한 놈.”

황태석은 낄낄 웃으며 진태호의 팔뚝을 팔꿈치로 툭 건드렸다.

한편 선우영은 S급 승급시험을 보기 위한 채비를 했다.

포션을 챙기고.

허리춤에 용광검을 찼다.

“좋아, 좋아!!”

선우영은 볼을 손으로 착 때렸다.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의 곁에 있던 서포트 부서 부장 박정철이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

“선우영 부장님, 준비되셨습니까?”

“네!”

선우영은 당당하게 말하고 그와 함께 A급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