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데쓰웜.
선우영은 호텔 문을 열었다.
그러자 말레이시아 경찰들이 보였다.
그들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선우영을 바라봤다. 총리한테서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 한 치의 무례함 없이, 가능한 한 빠르게 모셔와라.
경찰들은 정중하게 모자를 벗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선우영도 가볍게 인사를 했다.
대화는 경찰과 동행한 통역가 덕분에 문제가 없었다.
경찰들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말레이시아 총리님께서 선우영 헌터님을 뵙고자 합니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네. 저희 동료들도 함께 가겠습니다.”
선우영은 동료들을 데리고 경찰들과 호텔을 나섰다.
밖에는 리무진과 경찰차 그리고 경찰 오토바이가 있었다.
선우영 일행은 리무진에 탔다.
부르릉.
리무진이 달리자 경찰차들이 양옆을 호위했다.
선두는 경찰 오토바이가 달렸다.
심지어 경찰들은 총리가 있는 관저까지 도로를 통제했다.
국빈을 모셔가는 수준이었다.
“오호, 꽤나 극진한 대접인데요?”
조용석이 말했다.
백영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빨리 신종 A급 게이트를 닫고 싶겠단 뜻이겠죠.”
끼이익.
리무진은 총리 관저에 도착했다.
선우영이 차량에서 내리자 총리가 직접 마중을 나왔다.
그의 뒤에는 각 부처 장관들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여러분들을 이렇게 직접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총리는 굉장히 정중했다.
그는 선우영 일행을 데리고 자신의 관저로 들어갔다.
그들은 의자에 앉았다.
총리는 곧바로 본론을 이야기했다.
“신종 A급 게이트를 닫는 데 여러분들께서 힘을 보태주셨으면 합니다.”
“네. 좋습니다. 게이트가 나타났으니 헌터들이 활약해야죠.”
선우영은 그리 대꾸했다.
그가 한 치 망설임 없이 게이트에 들어가겠다고 하자 총리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리고 세부적인 계약 내용이 오갔다.
게이트는 선우영 일행과 말레이시아 정부가 공동으로 닫기로 했다.
마석은 공평하게 나누고.
스킬석이 나타나면 선우영 일행이 가져가는 걸로 협의가 끝났다.
총리는 얼른 그들을 게이트에 보내고 싶었다.
“그럼 협의도 끝났으니, 게이트로 들어가시겠습니까? 저희 쪽 헌터와 군인들은 준비가 이미 끝났습니다.”
“네. 바로 가도록 하죠.”
선우영 일행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당연히 말레이시아 쪽 헌터들은 선우영이 이끌기로 했다.
선우영 일행은 총리에게 무선 이어폰을 받았다.
말하면 그 즉시 말레이시아로 번역해주고 말레이시아 언어는 한국어로 번역된다.
“오, 좋은 물건이네요?”
“통역가들이 실시간으로 힘써주고 있죠.”
“아….”
결국 통역가들이 노력이 필요했다.
뭐, 하여튼!
선우영 일행을 필두로 게이트 토벌대가 편성됐다.
“자, 그러면 부대부터 나눠볼까.”
선우영은 말레이시아 헌터들을 특징별로 나눴다.
탱커, 딜러, 원거리 딜러.
그리고 10명씩 짝지어 놓고 분대, 소대, 중대로 나눴다.
신종 A급 게이트를 인해전술로 막아보겠단 작전은 취할 수 있는 작전 중에는 가장 괜찮았다.
다만, 한 명, 한 명이 약하니 연계가 중요했다.
선우영은 그나마 있는 말레이시아 A급 헌터들을 봤다.
고작해야 2명.
대강 풍기는 분위기로 볼 때, B급에서 승급한 지 얼마 안 된 느낌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 보였다.
선우영은 백영희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의 실력은 이미 A급에 도달해 있었다.
‘아무래도 백영희 씨와 내가 보스 몬스터를 잡아야겠군.’
김철수에겐 탱커 중대를 맡겼고.
조용석과 정운은 원거리 딜러 중대를 이끌었다.
근거리 딜러는 말라이시아 A급 헌터들에게 지휘를 맡겼다.
자신은 최종 지휘권자.
사태에 따라 지휘도 했다가 전투에 나설 참이었다.
“자, 그러면 들어갑시다.”
선우영은 그리 말하며 헌터들과 군인들을 데리고 게이트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뜨거운 태양이 그들을 반겼다.
입자 고운 모래는 뜨거운 햇볕에 달궈져 뜨거웠다.
김철수는 푹푹 찌는 더위에 벌써부터 물이 생각났다. 입술이 마르는 기분이었다.
선우영은 게이트 출입구에서 모두를 모아뒀다.
전진하지 않았다.
선우영은 사막 모래를 멀뚱멀뚱 바라봤다.
이번 게이트의 몬스터는 데쓰웜.
녀석들은 지하 깊숙한 곳에 숨어 사냥할 때 빼고는 나오지 않는다.
그 이유가 뭔지 아는가?
‘열기에 약해서 그렇지.’
지속된 열기에 노출되면 놈들의 피부는 바싹 마르고, 마비가 온 듯 움직임이 둔해진다.
그게 약점이다.
강력한 불로 공격하면 쉽게 이길 수 있단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우영의 맹화는 아주 유용했다.
‘놈들을 유인해서 한꺼번에 불로 지져버리면 쉽게 끝나는 문제니까.’
선우영은 허공에 불덩이를 수십 개 만들었다.
그리고 하늘 높이 올린 다음.
슈우웅.
사막의 모래바닥으로 거침없이 쏘았다.
그게 땅바닥에 닿을 때쯤.
폭발력을 극대화해 강력한 진동을 일으켰다.
퍼엉.
모래바람이 하늘로 치솟고.
강렬한 진동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그러자 바닥에 구멍을 파고 숨어있던 데쓰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들은 진동으로 먹잇감의 위치를 알아낸다.
따라서 섣부른 진군은 오히려 위험하다. 이런 식으로 놈들을 미리 유인해 싸우는 게 가장 효율적이었다.
선우영의 미끼 작전에 말려든 데쓰웜들.
선우영은 용광검을 녀석들한테 겨누고 강렬한 화염을 쏘았다.
기름과 공기 그리고 불꽃.
세 가지가 어우러져 화력은 더욱 높고, 공격 범위는 넓어졌다.
화르륵.
화염이 데쓰웜들을 휩쓸었다.
발성기관이 없었던 녀석들은 비명을 지르지 못했지만, 몸을 꿈틀거리며 고통에 젖은 모습을 보여줬다.
조용석은 얼른 깃발을 소환했다.
“제 깃발은 아군을 버프 시켜주고 적군은 디버프 시켜줍니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싸우세요!!”
그의 깃발에서 노란빛이 퍼져나갔다.
동시에 헌터들과 군인들은 버프의 효과를 느꼈다.
체력과 오러가 확 증대됐다.
“오?!”
“세상에 이런 능력이!!”
말레이시아 헌터들은 버프의 효과에 감탄했다.
반면 데쓰웜들은 몸이 쇠약해졌다.
선우영은 명령을 내렸다.
“원거리 딜러 중대는 거리를 유지한 채 공격!! 근거리 딜러와 탱커는 원거리 딜러들을 보호하도록!!”
선우영은 검술 자세를 잡았다.
불꽃을 맞아 약해지고 디버프까지 받은 데쓰웜들.
놈들을 상대하긴 매우 쉬웠다.
그는 용광검을 휘두르며 싸웠다.
백영희도 선우영의 뒤를 따라 싸웠다.
원거리 공격계열 헌터들은 오러를 쏘아 그들을 엄호했다.
스걱-!!
용광검이 약해진 데쓰웜들을 손쉽게 베었다.
백영희도 놈들을 쓰러뜨렸다.
그걸 목격한 말레이시아 헌터들은 감격했다.
“오, 저런 방법이 있다니!!”
“데쓰웜들의 약점이 불이었을 줄이야.”
“겨우 5명 추가되었을 뿐인데, 이렇게 몬스터 쓰러뜨리는 게 쉬워진다고?”
게이트 공략에 실패했던 사람들이었으니, 지금 상황이 달가울 수밖에 없었다.
선우영은 계속해서 데쓰웜들을 쓰러뜨렸다.
간혹 입을 벌리며 반격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송곳처럼 날카로운 이빨들이 보였다. 그게 진득한 침과 어우러져 역겨운 장면들을 연출했다.
선우영은 녀석들의 입안이 한눈에 보였다.
‘오우, 입안에 삼켜지면 큰일 나겠는데?’
입의 좌우상하 어디든 붙어있는 송곳 같은 이빨을 보자 오싹했다.
한번 삼켜지면 온몸이 찢기게 생겼다.
하지만 방심만 하지 않으면 약해져 버린 녀석들한테 물릴 리가 없었다.
선우영은 허공을 고속으로 이동하며 데쓰웜들을 베어나갔다.
최근에 섭취한 로열젤리 덕분일까?
근육과 오러의 순환이 강화되어 속도와 위력이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그러자 데쓰웜들은 싸움에 승산이 없다고 느꼈나 보다.
스르륵.
다시 땅굴로 들어가 버렸다.
‘오호, 도망치겠다?’
데쓰웜들은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선우영은 구멍을 바라보았다.
차라리 밖에 나와 있을 땐 반격이라도 하지, 저렇게 구멍으로 들어가 버리면 일방적으로 공격 받을 수밖에 없다.
화르륵.
용광검에 화염이 맺혔다.
선우영은 땅굴을 향해 화염을 분사했다.
일직선으로 연달아 방사된 화염이 구멍으로 들어갔다.
화르륵!!
땅굴 안으로 들어간 화염.
그 뜨거운 불꽃이 땅굴에 고루고루 퍼져나가며 숨어있던 데쓰웜들을 시뻘겋게 불태웠다.
놈들은 피하지도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땅굴에 숨은 게 아니라 갇히게 된 꼴이었다.
퍼어억!!
데쓰웜들은 땅굴 밖으로 튀어나왔다.
화염에 불타 피부가 반쯤 붉어진 채로 말이다. 눈도 화상을 입어 녹아내린 피부와 달라붙었다.
앞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놈들은 만신창이였다.
거의 죽기 직전이었다. 선우영은 모두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원 돌격!!”
헌터들과 군인들이 다 죽어가는 데쓰웜들을 향해 돌격했다.
그들은 거침없이 싸웠다.
다 죽어가는 데쓰웜은 제대로 된 반격도 못 했다.
겨우 첫 번째 전투.
그 싸움에서 데쓰웜들을 30마리나 잡아버렸다.
어마어마한 쾌거였다.
* * *
말레이시아 총리.
그는 관저에서 장관들과 모니터 앞에 앉았다.
모니터에는 군인들이 데쓰웜과 싸우는 실시간 영상이 나왔다.
“허허, 대단하군.”
그저 감탄사 밖에 안 나왔다.
자국의 헌터들이 처참하게 실패했었던 게이트의 공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겨우 선우영 한 명의 활약으로 모든 싸움이 유리하게 변해갔다.
총리는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마치 데쓰웜의 약점을 알고 있었던 사람 같아.”
그는 선우영에게 시선이 고정됐다.
각 장관들도 동의했다.
“맞습니다. 데쓰웜의 약점이 화염이란 걸 알았던 사람처럼 능숙하게 싸웁니다.”
“저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참으로 신기합니다.”
“유명한 인물이라 대단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몬스터의 약점을 파악하는 능력도 뛰어난가 봅니다.”
다들 칭찬 일색이었다.
말레이시아 총리는 선우영이 탐났다.
그를 자국의 헌터로 영입해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고 싶었다.
‘에잇, 하지만 안 되겠지.’
한국은 말레이시아보다 게이트 방면으론 선진국이다.
체계가 확실하다.
게다가 그를 설득해 데려오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줘야 하는데, 현재 말레이시아에는 꼬실 만한 카드가 없었다.
‘돈도 안 통하겠지.’
알아보니 선우영은 PS웨펀의 대표란다.
돈이 엄청나게 많을 거다.
얼마 주겠단 이야기를 꺼내봤자,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기밖에 안 됐다.
그렇다고 스킬석으로 꼬시기엔…….
현재 말레이시아 정부가 가진 스킬석이 없었다.
“선우영 헌터가 소속된 길드가 크루그먼이었지?”
총리가 장관들에게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현재 크루그먼 길드에서 헌터 5팀 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
총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참에 크루그먼 길드 회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게 좋겠군.’
그리 생각할 때였다.
모니터에 보이는 화면이 변하기 시작했다.
모래 바닥이 점점 흔들리며 바닥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