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쓰시마 도착.
포탄이 인벌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녀석들은 A급 몬스터다. 대포 정도는 아무리 맞아도 큰 타격이 없었다.
부우웅.
인벌들은 군함을 향해 하강했다.
이대로면 군함이 부서져 가라앉을지 모른다.
위기 상황이다.
선우영이 용광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나서서 싸우려는 찰나.
타닷.
누군가가 발판을 박차고 허공으로 뛰었다.
바람의 검객으로 유명한 배동건.
그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철컥.
칼집에서 검을 뽑아 휘둘렀다.
인벌 한 마리가 그대로 두 동강이 나 바다로 추락했다.
부우웅.
배동건이 다시 검을 휘두르자 오러가 섞인 바람이 회오리치며 날아갔다.
스걱-!
바람에 실린 오러가 인벌들을 무참히 도륙했다.
그 숫자가 스물을 넘겼다.
배동건은 허공을 날아다니며 연신 검을 휘둘렀다.
그의 스킬 [돌풍].
배동건 하면 떠오르는 트레이드마크였다.
바람을 일으키고, 허공을 날 수 있게 해주며, 바람에 오러를 실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다.
전략적 활용성이 다양한 스킬이었다.
이어서 하대성이 간판으로 올라왔다. 그는 허공을 날아다니는 인벌들을 말없이 쳐다봤다.
“시끄럽군.”
하대성은 얼음 뭉치를 만들어냈다.
기껏 해봐야 송곳 정도의 크기.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오러와 한기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뻐어엉.
공기압이 터진 듯한 소리와 함께 얼음송곳이 쏘아졌다.
인벌은 피하지도 못했다.
얼음송곳에 복부를 찔려 구멍이 생겼다.
그다음이 압권이었다.
놈들의 복부에 난 구멍. 그곳에서 한기가 뿜어지더니…… 인벌의 시체가 얼어버렸다.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과 몸짓.
그 상태로 얼어버려 얼음조각상을 보는 듯했다.
풍덩, 풍덩.
녀석들이 바다로 떨어졌다.
인벌 몇 마리가 무언가 결심한 듯 군함을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부우웅.
날갯짓이 참으로 요사스러웠다.
보아하니 군함을 들이박아 구멍을 뚫어놓을 속셈 같은데.
“그건 안 되지.”
번쩍이는 황금갑옷을 입은 사내가 방패와 함께 움직였다. 이한성이었다.
터엉.
방패로 인벌을 높이 쳐냈다.
군함을 들이박으려던 인벌은 머리가 으깨진 채로 허공을 몇 바퀴 돌다가 바다에 풍덩 빠졌다.
핏물이 수면 위로 떠 오르는 걸 보면 분명 죽었을 거다.
신용한은 어깨에 대부를 걸쳤다.
“오호, 다들 신나게 싸우고 있구먼.”
인벌들과 싸우는 S급 헌터들을 보며 신용한은 눈을 반짝였다.
자신도 나서서 싸우고 싶단 표정.
아니나 다를까!
그는 높이 뛰어올라 대부를 휘둘러 인벌들을 물리치기 시작했다.
전세가 헌터들에게 기울었다.
부우웅.
인벌들은 정면 대결은 포기했는지 S급 헌터들을 정면에서 상대할 무리와 군함을 박살 낼 무리로 나뉘었다.
“쳇, 이 자식들!!”
신용한은 혀를 차며 놈들을 째려봤다.
허공을 날아다니는 스킬은 배동건밖에 없고, 이한성과 신용한은 배의 간판을 발판 삼아 뛰어올라 싸울 뿐이다.
원거리 공격은 하대성이 전담하고 있는 상황.
저렇게 두 무리로 나뉘어 배를 노리면 꽤 귀찮아질 거다.
다들 그리 생각하고 있었는데.
화르륵.
간판에서 시뻘건 불빛이 보였다.
이윽고 반짝거리던 불빛에서 거대한 화염이 쏘아졌다.
어마어마한 공격 범위였다.
허공을 날아다니던 인벌들은 화염에 휩싸였다.
날개가 화염에 불탔다.
더 이상 하늘을 날아다닐 수 없었고, 전신이 시커멓게 변했다.
몸에서 잿빛 연기가 뿜어졌다.
순식간에 인벌 스무 마리 정도가 죽어버렸다.
“대단하군.”
얼음을 쏘아대던 하대성.
그는 선우영의 화염을 보고 담백한 칭찬을 날렸다.
허공을 날아다니며 싸우던 배동건. 그는 간판에 있는 선우영을 바라봤다.
‘정갈한 기운이다.’
알 수 있다.
S급의 기운에 한없이 가깝다.
물론 아직은 S급이 아니다.
거기에 가장 근접한 인물인 건 확실하지만 말이다.
‘4개월… 아니, 2개월 정도면 S급에 도달할 듯싶은데. 역시 보통이 아니군.’
이한성의 경우엔 욕심에 눈이 번들거렸다.
‘대단한데? 우리 디파이 길드로 영입하고 싶을 정도야.’
자신의 아들 이소율도 재능이 대단하다. 아마 6년 정도 뒤에는 S급 헌터가 되어있겠지.
선우영을 영입하면 자신까지 합쳐 S급이 3명이 된다.
그리되면 디파이 길드는 업계 1위를 차지할 거다.
‘나중에 한 번 꼬셔 봐야겠군.’
이한성은 그리 생각했다.
그렇게 인벌 토벌은 계속 이어졌고, 다른 A급들도 참가하여 싸웠다.
덕분에 군함은 무사했다.
바다에는 인벌들의 시체가 둥둥 떠다녔다. 파도가 출렁일 때마다 시체가 흔들렸다.
군함을 계속 쓰시마 섬으로 향했다.
S급 헌터들은 선우영에게 다가와 한마디씩 했다.
“아까 대단하더군.”
하대성은 여전히 담백했다.
말수도 적고, 딱히 감정표현이 안 보인다.
반면 이한성은 친근하게 굴었다.
“선우영 씨, 우리 디파이 길드로 이적할 맘 없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적 제안을 날리는 패기를 보여줬다.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신용한은 언성을 높였다.
“이한성 회장님, 제가 눈앞에 있는데 길드원을 채갈 속셈입니까? 절대 안 됩니다.”
이한성은 피식 웃으며 무시했다.
이번엔 배동건이 선우영의 어깨를 토닥였다.
“곧 S급이 될 듯싶은데. 혹여나 크루그먼 길드 연봉이 맘에 안 들면 연락해라. 우리는 월급을 많이 준다. 그리고 부산에 맛있는 해산물 많다.”
그가 농담 겸 진담을 섞어서 말했다.
“아니, 배동건 회장님!! 그렇게 안 봤는데, 대놓고 이러실 겁니까?”
신용한은 길길이 날뛰었다.
선우영이 길드를 떠난다고 할까 봐 신경 쓰였다.
신용한은 헛기침하며 근엄하게 소리쳤다.
“선우영! 자네, 기억하지? 다른 길드로 이적하지 않기로 나랑 계약서 쓴 걸 말이야. 전속 계약 잊으면 안 돼!!”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걱정 마세요.”
선우영이 씨익 웃었다.
곧이어 군함을 이끌던 함장이 헌터들을 간판으로 불러 브리핑했다.
현재 피해와 습격한 몬스터들의 숫자 등등을 이야기했다.
다행히 군함에 피해는 없었다.
사망한 헌터도 없었고.
하지만,
“우리 군함을 습격하려 했던 인벌의 숫자는 대략 150마리로 추정됩니다. 레이더 관측 결과를 분석하여 나온 숫자입니다.”
선우영은 턱을 만지작거렸다.
인벌 여왕은 하루에 200~3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하루면 유충이 부화하고.
2일이 지나면 유충이 성충으로 자라며 인벌이 된다.
얼마나 숫자가 불어났을까?
심지어 지금 쓰시마 섬에는 인벌 여왕이 두 마리다.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봐야 했다.
목표는 인벌 여왕.
그 녀석만 없애면 인벌은 더 이상 번식할 수 없다.
반드시 없애야 하는 존재였다.
곧이어 쓰시마의 연안이 보이기 시작했다. 부서진 항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군함은 속도를 줄였다.
브리핑하던 함장이 끝으로 한마디 남겼다.
“SLBM으로 미사일 공격 이후 수륙양용전차와 함께 적진에 투입됩니다. 하오니, 헌터님들께선 군인들의 지시에 따라 수륙양용전차에 올라주시기 바랍니다.”
수륙양용전차는 바다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탱크다.
높은 방어력과 기동성이 특징이다.
SLBM은 잠수함이 바닷속에서 미사일을 쏘는 무기로 전략적 이용 가치가 충분하다.
기습적인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의 SLBM은 초음속 미사일을 쏘기 때문에 피하기도 어렵고, 파괴력도 막강하다.
헌터들은 수륙양용전차에 몸을 실었다.
함장은 카운트 다운을 셌다.
헌터들과 군인들은 귀에 꽂은 무선 이어폰으로 카운트 다운을 들었다.
“5, 4, 3, 2, 1.”
함장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출격!!”
그 소리와 함께 군함의 문이 열리며 수륙양용전차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바다를 헤엄치는 수륙양용전차.
파아악!!
수면에서는 미사일이 올라와 초음속으로 발사되었다.
SLBM의 공격이었다.
콰과광.
초음속 미사일은 어마어마한 폭발력과 함께 쓰시마 섬을 타격했다.
강렬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나무가 부러지고 건물이 무너져내렸으며, 인벌들의 서식지로 보이는 시커먼 둥지도 부서졌다.
곧이어 하늘에서 콰과광 소리가 들렸다.
일본 항공모함에서 전투기가 날아가는 소리였다.
저쪽도 미사일을 쏘았다.
퍼엉!!
시뻘건 불꽃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일본과 한국 양국이 쓰시마 재건을 신경 썼다면 저렇게 피해가 큰 무기를 쓰지 않았을 거다.
둘 다 쓰시마 재건을 신경도 안 썼다.
그만큼 긴급상황이었으니까.
폭격이 휘몰아쳤지만 그러함에도 인벌들은 많이 살아남았다.
놈들은 허공을 부우웅 날았다.
전투기에 시선을 빼앗겼는지 날아가 공격했다.
“끄아아악!!”
전투기가 허공에서 부서지고.
조종석에 탔던 파일럿은 인벌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생살이 찢겨 비명을 지르는데, 그게 어찌나 끔찍하던지 멀리도 들릴 정도였다.
드르륵.
한국의 수륙양용전차가 쓰시마 해변에 도착했다.
헌터들을 빠르게 내렸다.
이번 토벌전에는 조용석도 참가해있었다.
그가 깃발을 만들었다.
“버프 들어갑니다. 깃발의 버프 구역에서 벗어나지 마세요.”
깃발을 땅에 꽂은 조용석.
그와 동시에 인벌들이 달려들었다.
A급 헌터들과 S급 헌터들이 놈들과 혈전을 벌였다.
“오오, 이게 버프인가?!”
“대단한데.”
버프를 처음 받아본 사람들은 감탄사를 내질렀다.
덕분에 공격력과 방어력이 상승했다.
왼쪽에선 유충들이 기어 왔다.
비상사태라고 생각해 이놈들까지도 공격하러 왔나 보다. 유충의 상대는 B급 헌터들이 도맡았다.
군인들은 대포를 쏘며 열심히 싸웠다.
포탄으로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했지만, 유충들의 움직임을 움찔거리게 만드는 건 충분했다.
그 빈틈 덕분에 B급 헌터들의 전투가 수월했으니까.
점점 땅바닥에 몬스터들 시체가 쌓여만 갔다.
반대편에서도 포격과 기합이 들리는 걸로 보아 일본 쪽 헌터들도 전투에 돌입했나 보다.
이소율은 유충들을 베며 미간을 찌푸렸다.
“젠장, 엄청난 숫자잖아!!”
도대체 얼마나 있을지 감이 안 잡힌다.
벌써 혼자 수십마리는 잡은 듯한데 말이다.
그때였다.
정신없이 싸우던 이소율의 등 뒤로 유충 하나가 달려들었다.
이소율은 순간 아차 싶었다.
빨리 대처해도 다치지 않을까 싶었는데.
퍼억!!
갑자기 덩치 큰 사내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강철 주먹이 유충의 복부를 때려 멀리 밀어버렸다.
“괜찮으세요? 이소율 씨!”
“김철수 씨!!”
“오랜만에 만났는데, 한번 화끈하게 싸워봅시다. 탱커는 나한테 맡기시고!!”
김철수는 유충들한테 달려들었다.
피휴웅.
정운은 멀리서 그림자를 날려 유충들한테 치명상을 줬다.
백영희는 이소율을 지나쳐갔다.
그녀는 삼환검술로 유충들을 도륙해나갔다.
이소율을 화들짝 놀랐다.
백영희의 실력이 A급과 견줘도 부족할 게 없어 보였으니까.
‘다들 대단하네.’
이소율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검을 꽉 쥐었다.
선우영뿐만 아니라 이 사람들도 재능이 대단했다.
‘나도 뒤처질 순 없지.’
이소율은 기합을 지르며 유충들을 상대했다.
선우영의 라이벌이 되고 싶다고 말했던 그였다. 어떤 식으로든 공로를 세우고 싶었다.
그들의 활약으로 유충들을 빠르게 정리되어갔다.
그렇게 늦은 밤에 시작됐던 전투는 수평선에 태양이 뜨고 나서야 1차전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