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스킬융합-109화 (109/200)

#109화 검에 의지를 담아.

선우영은 삼환검 도장으로 향했다.

S급 헌터가 되려면 그에 걸맞은 무예도 필수였다. 백영희에게 검술을 좀 더 배워볼 참이다.

맨손으로 가기 그래서 선물 좀 샀다.

먼저 백영희가 좋아하는 녹차.

백화점에서 파는 비싼 녀석으로 골라왔다.

그다음은 멜론과 각종 과일.

특A급이다.

과일값만 해도 20만 원을 넘겼다.

삼환검 도장의 입구에 도착한 선우영은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대문에 걸린 간판을 쳐다봤다.

- 삼환검 도장 -

“어, 제대로 찾아왔는데….”

그는 눈을 껌뻑껌뻑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건물이 증축됐다.

3배 정도는 더 커다래졌다.

요즘 잘 된다고 하더니, 도장을 증축했나 보다.

건물 외형도 동양풍 느낌이 물씬 풍겼다. 지붕은 기왓장이 올라가 있었다.

벽은 흰색이었고.

조선 시대 때, 돈 많은 양반집들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삼환검도 참 많이 출세했다.

선우영은 큰 목소리로 외쳤다.

“계십니까?”

“네.”

백영희가 문을 열었다.

“오셨어요?”

그녀는 평소처럼 야무지게 뒷머리를 묶었다. 포니테일 모양이었다.

게다가 옷도 도복이다.

“휴일에도 도장을 여시나요?”

“워낙 사람이 많아서요.”

“아, 이거 선물입니다.”

“그냥 오셔도 되는데….”

“백영희 씨가 좋아하는 녹차랑 과일 좀 샀습니다.”

선우영의 말에 백영희는 슬며시 미소 지었다. 자기가 녹차 좋아한다는 걸 잊지 않았다니, 그만큼 생각해줘서 고마웠다.

그녀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어서 들어오세요.”

백영희는 선물을 받고 그를 도장 안으로 들였다.

선우영은 도장을 둘러봤다.

예전에도 온 적이 있었지만, 그때와 지금은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예전엔 사람도 없었고 적막했다.

하지만 지금은 활기가 넘쳤다.

훈련을 끝마친 사람들이 복도를 걸어 다녔다.

다들 죽겠단 표정이다.

아주 호되게 훈련받는 모양새다.

복도에 있던 수련생들이 선우영을 발견하고 입을 턱 벌렸다.

“서…선우영?!”

“우와. 진짜 본인이세요?”

선우영이란 말에 복도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구경하러 몰려왔다.

“와, 진짜다!”

“선우영이 삼환검술을 쓴다더니, 도장까지 왔네?”

“사진 같이 찍어도 될까요?”

“저도요!!”

선우영은 팬서비스 차원으로 사진을 찍어줬다. 사람들은 그와 한마디라도 더 하고 싶어 난리였다.

“이야, 선우영 씨 활약 잘 봤습니다. 찐팬이에요.”

“저도 그렇습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선우영은 그리 말하며 그들과 악수했다.

사람들은 눈을 큼지막하게 뜨고 악수 받은 손을 바라봤다.

“와…. 나 오늘부터 손 안 씻는다.”

“나도.”

좀 과민 반응하는 부류도 있었다.

선우영은 그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마저 백영희를 따라 움직였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검술 훈련해야 하거든요.”

그러자 한 사람이 물었다.

“삼환검 훈련하시러 왔습니까?”

“네. 검술을 좀 더 향상시킬 생각이거든요. 그럼 저는 이만.”

선우영은 손을 흔들었다.

그를 바라보던 사람들은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대단하다.”

“그러게, 저렇게 강한데 훈련도 열심히 하잖아.”

“심지어 재능도 뛰어난데 말이야. 재능뿐만 아니라 노력까지 하니까 저 경지에 오르는구나.”

사람들은 자극이 됐다.

다들 헌터나 경찰 지망생들이다.

검술 연마를 위해 찾아온 선우영을 보고 더욱 노력하자 다짐했다.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도 삼환검으로 대성해서 훌륭한 헌터가 돼야지.’

‘우리가 대단한 검술을 익히고 있었구나, 선우영이 도장까지 와서 가르침을 받는 걸 보니까 알겠네.’

그들은 삼환검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

어깨가 으쓱해진 기분이다.

선우영은 백영희에게 말을 걸었다.

“사람 엄청 많네요.”

“그렇죠?”

“아까 복도에서 만난 사람들도 40명은 되어 보이던데.”

“이제 우리 도장이 한국 1등이라고요.”

백영희는 자신 있게 말했다.

삼환검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다 못해 그 이상의 명성을 이룩했다.

덕분에 돈도 많이 벌고.

경찰대학교 필수과목으로 채택까지 됐다.

도장을 증축까지 했다.

백영희는 비어있는 방으로 그를 안내했다.

성인반, 청소년반, 주말반.

세 개로 나눠 사람들을 훈련시켰다.

오늘은 주말반 운영이라 청소년 훈련실이 비어있었다.

이곳에서 훈련할 참이다.

백영희는 선우영이 가져온 선물을 구석에 가지런히 놓아뒀다.

“아, 잠시만요.”

그녀는 장을 열어 목검 4개를 꺼냈다.

2개를 선우영에게 줬다.

“그럼, 훈련을 시작해볼까요?”

“네.”

선우영은 목검 2개를 손에 쥐었다.

백영희는 검술 자세를 잡았다.

선우영은 준비가 끝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타앙.

목검끼리 부딪쳤다.

선우영은 발목을 돌리며 야수처럼 몰아붙이고, 때로는 떨어지는 꽃잎처럼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였다.

때때로 방어와 반격에 중점을 둔 검술로 확 탈바꿈하기도 했다.

백영희는 방어와 반격에 집중했다.

그녀는 빙긋 웃었다.

“선우영 부장님, 쌍검술 실력이 많이 늘었는데요?”

“하하, 당연하죠! 가르쳐 주시는 스승님이 워낙 뛰어나서 말입니다. 안 그래요?”

선우영은 농담조로 받아쳤다.

그는 푈른을 이용해 상대방의 공격 경로를 읽어내는 데 능숙해졌다.

목검의 궤적도 날카롭다.

백영희는 흐뭇했다.

선우영은 이전보다 강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푈른을 이용하는 솜씨가 능숙해진다.

“하지만 선우영 부장님.”

“예?”

“이 세상에는 더 높은 경지가 있습니다.”

백영희는 그리 말하며 자신의 경지를 드러냈다.

부우웅.

그녀의 목검이 순식간에 선우영의 목젖 근처로 이동했다.

“?!”

선우영은 움찔했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

아니, 눈으로는 봤다.

근데 머리로 도저히 이해되질 않았다.

‘도대체 뭐지?!’

그녀의 목검은 초승달 궤적을 그렸다.

분명 그랬다.

날카롭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모든 상황이 이 일격이 통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게 자연의 이치라는 것처럼.

백영희는 선우영을 쳐다보며 한마디 툭 던졌다.

“이게 푈른의 다음 단계입니다.”

“푈른의 다음 단계?!”

푈른만 익혀도 고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높은 경지가 존재한다.

검술에선 그 경지를 단어로 표현하지 않는다. 이 경지까지 올라가는 사람이 극히 적고, 가르쳐 주려 해도 추상적인 설명 밖에 안 나온다.

백영희는 그에게 이걸 가르쳐주려 했다.

그녀는 목젖을 겨눴던 목검을 치우며 설명에 들어갔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S급이라 불리는 헌터들의 무예를 인터넷 동영상으로 몇 번 봤습니다.”

“예.”

“대다수가 딱 여기까지 경지를 이뤘더군요.”

“그렇다면….”

“선우영 부장님이 이 경지에 이르면, 무예는 S급에 도달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선우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오러의 총량은 스킬석으로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무예는 아니다.

오로지 노력으로 높은 경지에 올라서야 한다.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니까.

선우영은 그러다 문득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다.

“저기 백영희 씨.”

“네.”

“S급 대다수가 딱 여기까지 경지를 이뤘다고 하셨는데…. 마치 백영희 씨는 그 이상이라는 뜻 같습니다만…?”

백영희는 빙그레 웃을 뿐.

대답이 없었다.

그녀의 웃음만으로도 답변은 충분했다.

선우영은 이마를 손가락으로 탁 때리며 감탄사를 내질렀다.

“이야, 대단하네. 설마 백영희 씨의 경지가 그 정도였을 줄이야. 새삼 감탄했습니다.”

“제가 이 정도에요.”

“아이고, 너무 자만하신 거 아닙니까?”

“누구 옆에 있다 보니 배웠거든요.”

백영희가 농담을 던지자 선우영은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원래 저런 사람이었나?

백영희는 농담을 잘 안 하는 사람이었는데.

뭔가 조금 변했다.

미래에선 웃음기조차 없던 차가운 이미지였거늘.

‘뭐, 그래도 지금이 훨씬 보기 좋네.’

선우영은 그리 생각하며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백영희는 연이어 설명에 들어갔다.

“푈른 보다 위에 있는 경지. 정확히는 자연의 이치처럼 공격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경지가 있습니다.”

“공격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경지요?”

“동양에서는 이렇게 묘사됩니다. 칼날이 실에 당겨지듯 움직였다.”

“실에 당겨지듯?”

“서양에서는 상대의 빈틈으로 검이 당겨지듯 움직인다, 이렇게 표현합니다.”

“흐음….”

선우영은 알쏭달쏭했다.

상대의 빈틈으로 당겨지듯 검이 움직인다?

너무 추상적이다.

마치 자기 의사가 아니라 검이 스스로 뻗어나갔단 의미처럼 느껴진다.

그게 가능한가?

검이란 본디 사람이 휘두르고자 하는 방향으로 휘둘러진다.

분명 자신이 거길 노리겠다고 생각했기에 가능했었을 텐데. 검이 알아서 움직였다는 듯한 표현이라니.

도대체 무슨 감각일까?

고심하던 선우영은 갑자기 용광검이 떠올랐다.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틀림없이 내 손으로 휘두른 검이거늘, 마치 자기 의사가 아닌 것처럼 공격이 뻗어나갔다.

그게 검의 날카로움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혹시나 경지를 한 단계 뛰어넘으려는 징조였을까.

선우영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때의 감각을 떠올리고 가볍게 목검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틀려.’

이게 아니다.

무어라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건 아니라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도무지 추상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네. 칼날에 의지가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젠장. 나도 내가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

선우영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마도 용광검이 명검이라 우연히 그 경지를 경험하게 해준 듯싶다.

명검의 칭호가 아깝지 않다.

‘그렇다는 건… 용광검이 대단한 거지 아직 내 검술은 부족하단 뜻이잖아.’

생각해보니 그렇게 된다.

선우영은 고개를 떨궜다.

검보다 못한 주인이라니, 어디 가서 얘기하면 웃음거리다.

“후웁.”

그는 숨을 들이켜고 다시 한번 정신을 집중했다.

마음을 고요히 했다.

눈을 감았다.

적막한 어둠만이 보였다.

정신을 손가락에 집중하자 전기가 오른 듯 저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검에 의지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검에 의지가 있다?’

고뇌하다가.

‘검에 의지를 담는다?’

무언가 탁 깨치는 기분이 들었다.

“검에 의지를 담는다.”

나지막이 읊조리며 목검을 재차 휘둘렀다.

부우웅.

이번엔 느낌이 뭔가 다르다.

미세한 변화였다.

내가 휘두르는 게 아닌 검이 자신을 이끌었단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와 휘두르는 맛이 다르다.

뭐라고 해야 하나.

목검이 스스로 나아가려는…… 아니지, 무언가에 팔이 이끌려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신비한 경험이다.

선우영은 감았던 눈을 떴다.

처음 시야에 들어온 광경은 놀라 입이 벌어진 백영희의 모습이었다.

선우영은 목검의 끝을 바라봤다.

‘내가 어떻게 했지?’

다시 한번 목검을 휘둘렀지만, 아까와 같은 감각이 아니었다.

정말 복잡하다.

미간을 찌푸리자 백영희가 칭찬했다.

“대단하세요.”

“네?”

“조금 전에 목검을 휘두르실 때, 그건 틀림없이 푈른의 다음 단계였어요. 한 차원 높은 경지!”

선우영은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며 아쉽단 어투로 말했다.

“하지만 자유자재로 쓸 수가 없네요.”

“뭐, 어때요! 일단 한번 맛봤으니, 노력해서 자유자재로 쓸 수 있도록 해야죠.”

“그러려면 계속 대련해야 하고요?”

“네.”

백영희는 빙긋 웃었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달려들며 2차 대련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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