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스킬융합-105화 (105/200)

#105화 회사 체육대회

크루그먼 길드 지하실.

널찍한 대련장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신용한은 단상에 섰다.

그는 껄껄 웃으며 눈앞에 있는 길드원들에게 소리쳤다.

“하하하. 다들 아침밥은 든든히 먹었나?”

길드원들은 부서별로 모여 5열 종대로 섰다.

신용한은 손을 번쩍 들었다.

“자, 그럼! 회사 체육대회를 신나게 즐겨보자고.”

생글생글 활기찬 웃음.

신용한은 진심으로 기뻐 보였다.

길드원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억지로 올렸다.

억지웃음이 불편해 보였다.

신용한의 옆에 있던 김용대가 그에게 귓속말했다.

“회장님, 제정신입니까? 요즘 얘들은 이런 건 싫어합니다.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꼰대처럼….”

“아, 글쎄. 내버려 둬.”

김새게 하지 말라며 핀잔을 주는 신용한.

김용대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니, 요즘은 이런 단체 행사보단 개개인의 시간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아닌가.

김용대는 체육대회에 끌려 나온 사원들을 바라봤다.

‘저것 보라지. 다들 싫어하잖아.’

심지어 오늘은 토요일이다.

쉬는 날이라고!

누구는 집에서 늦잠을 자려고 했을 거다.

누군 애인을 만나려 했겠지.

또 어떤 사람은 일하느라 소홀해진 가정을 돌보려 했을 거다.

‘난 가족들과 여행을 떠날 생각이었다고!’

김용대는 입을 삐쭉였다.

하여튼, 신용한은 느닷없이 사건을 일으키는 재능이 있다.

모두의 마음을 모르는 걸까?

신용한은 혼자 신나서 소리쳤다.

“자자, 다들 힘차게 소리치라고. 체육대회 파이팅.”

“체육대회 파이팅.”

“파이팅.”

사람들은 억지로 손뼉 치며 외쳤다.

선우영도 박수쳤다.

‘아니, 왜 느닷없이 체육대회야? 그것도 겨울이 다 됐는데.’

오늘은 느긋하게 쉬고 싶었다.

근데, 회장님 지시로 체육대회가 열리더니, 다들 반강제로 참여했다.

‘푹 쉬고 싶었는데.’

족발에 소주 한 병 까고, 야무지게 먹을 생각이었다.

‘잘 가라, 내 불쌍한 휴일.’

선우영이 속으로 투덜거렸는데… 예상치 못한 소리를 들었다.

마이크에 대고 소리치는 신용한.

“아! 이번 체육대회는 인사고과에도 반영할 생각이네.”

“?!”

직원들은 수군거렸다.

아니, 체육대회를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니? 이게 뭔 소리인가?

신용한은 패기 넘치는 얼굴로 목청을 높였다.

“우린 헌터가 아닌가!! 체력, 판단력, 협동심이 중요하지. 그걸 종합적으로 평가할 생각이네.”

“…….”

“느긋하게 즐길 생각은 말라고. 우승팀에게는 빵빵하게 상금 30억을 줄 거니까.”

직원들의 눈빛이 변했다.

거금이 걸렸단 소리에 분위기가 날카로워졌다.

더군다나.

같은 부서 사람들끼리 모여 팀을 짰다.

이유는 하나였다.

다른 부서 사람들과 겨뤄야지, 같은 부서 사람들끼리 겨루게 되면 직급이나 사회생활 등의 이유로 본 실력을 내지 못할 테니까.

치열하게 경쟁하란 뜻이었다.

신용한은 여기에 한 가지 재미있는 규칙을 덧붙였다.

“아! 각 팀의 부장급들은 감독으로만 참여하도록. 실제 경기에 나서면 안 되네.”

선우영의 눈 밑이 움찔거렸다.

자기가 나서서 다 해치우면 되겠거니 했는데, 출전을 금지당했다.

그리고 눈치챘다.

이번 체육대회의 의미를.

‘후계자 경쟁. 그중에서도 부서를 잘 이끄는지, 직원들을 제대로 키웠는지 확인하시겠다?’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개인의 강함뿐만 아니라 부서의 실적, 직원들을 이끌 리더쉽 등등을 평가할 거란 예상은 했다고.

‘그게 이런 방식일 줄은 몰랐지.’

솔직히 헌터 5팀의 성과는 자신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아직 자리를 잡아가는 팀이니까.

그래도 점점 나아지는 중이다.

김철수는 B급이 되었고, 조용석도 B급을 목전에 뒀다.

백영희는 어느샌가 직원들의 검술 실력을 어마어마하게 끌어올렸다.

정운도 많이 강해졌다.

아직은 C급이지만 오러의 총량이 B급에 도달했다.

전투 방식과 경험이 좀 더 쌓이면 B급 승급시험을 보게 할 생각이다.

신용한은 첫 번째 종목을 목청껏 소리쳤다.

“첫 종목은 권투!! 각 팀에서 대표 한 명을 차출해 시합을 연다. 회의 시간을 10분 줄 테니, 그 안에 출전선수를 고르도록!!”

곧이어 각 팀이 분주해졌다.

누구를 내보내느냐로 열띤 토론이 들어갔다.

“누가 지원하겠습니까?”

선우영이 자기 직원들한테 물었다.

그러자 김철수가 양팔을 강철로 바꾸며 깡깡 부딪혔다.

망치끼리 부딪치듯 둔탁한 소음이 들렸다. 아주 조금이지만 스파크도 튀었다.

“제가 나가야죠.”

김철수는 자신 있게 소리쳤다.

복싱 유경험자.

몸을 강철로 만드는 스킬도 있다.

맷집은 최고를 자부한다.

선우영은 피식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기대해도 되죠?”

“당연한 거 아닙니까! 제가 누굽니까? 크루그먼 길드 차세대 에이스 탱커 아닙니까!!”

김철수는 자신감에 찼다.

옆에 있던 정운은 농담을 휙 던졌다.

“아저씨, 그러다 패배하면 망신인 거 아시죠? 반드시 이기셔야 해요!!”

“으하하, 어린 녀석이 어디서 그런 말재주를 배웠냐? 아주 그냥, 귀여워 죽겠네. 오냐! 이 아저씨가 다 이겨주마!!”

김철수는 정운의 따귀를 잡아당겼다.

볼이 쭉 늘어난 정운이 얼른 소리쳤다.

“아저씨, 아파요!!”

“아, 그래?”

김철수는 따귀를 놓아줬다.

정운은 새빨개진 볼을 문지르며 그를 노려봤다.

김철수는 깔끔하게 시선을 회피하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럼, 이기고 돌아오겠습니다.”

김철수는 크게 웃었다.

대련장에 올라간 그는 웃통을 훌렁 벗었다.

“첫 번째 상대는 누굽니까!!”

자신감이 넘쳤다.

헌터 2팀에서 탱커 한 명이 올라왔다.

“내가 상대다.”

상대편은 헌터 2팀 B급 차장 박수빈.

경력 17년 차였다.

김철수는 허리에 손을 얹었다.

“선배님, 저랑 싸워서 이기실 수 있겠습니까?”

“건방진 녀석.”

박수빈도 웃통을 벗으며 소리쳤다.

“17년 경력 얕보지 마라-!! 상금 30억은 우리 부서가 가져가마.”

“힘드실 텐데.”

김철수가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선배님, 그래도 매너 플레이 부탁드립니다.”

김철수가 악수를 청했다. 손을 앞으로 쭉 내민 순간.

땡땡땡.

시합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박수빈은 주먹이 순식간에 김철수의 턱을 때렸다.

“앗, 비겁한 녀석!!”

정운은 박수빈을 삿대질했다.

좋은 시합 하자며 청한 악수를 무시하고 바로 공격하다니.

비신사적이었다.

박수빈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비겁하다 욕하지 마라.’

이기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중요하니까.

김철수는 고개가 젖혀졌다.

위로 당겨지는 턱.

그러나 그의 다리는 풀리지 않았다.

살짝 뒷걸음질 쳤을 뿐이지.

“오호호-!!”

김철수는 감탄사를 내질렀다.

“선배님, 그런 식으로 나오셨다 이겁니까? 이거 재미있는 추억을 떠오르게 만듭니다?”

김철수는 씨익 웃었다.

그래, 선우영과 처음 대련을 펼쳤을 때! 그 순간이 기억났다.

이렇게 턱을 맞고 쓰러졌었지.

하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B급 탱커가 된 김철수는 얼굴을 강철로 바꾸지 않았지만, 방어력이 충분했다.

박수빈은 오싹했다.

“어, 어떻게? 너 예전에 선우영 부장님이랑 대련 붙었을 땐, 턱 맞고 쓰러졌잖아?!”

김철수는 목청을 높여 소리쳤다.

“선배님은 선우영 부장님이 아니잖습니까-!!”

어찌나 우렁차던지 박수빈의 머리칼이 뒤로 흩날릴 정도였다.

선우영은 승리를 자신했다.

김철수는 강하다.

탱커가 가져야 할 회피와 맷집.

그 재능은 최상급이다!!

박수빈의 공격도 그냥 맞았다면 버틸 수 없었을 거다.

맞기 직전 살짝 고개를 살짝 숙여 턱이 아닌 다른 부분을 맞도록 유도했다.

‘그뿐만이 아니지.’

맞는 순간 일부러 한걸음 뒤로 움직이고, 목도 뒤로 젖혔다.

충격을 완화 시키는 방법이다.

‘괜찮은 대처였어.’

탱커의 교과서라 봐도 무방한 대응이었다.

김철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젠 반격이다.

“선배님, 어금니 꽉 깨무세요! 고개 돌아갑니다-!!”

김철수의 무쇠 주먹.

그게 박수빈을 때렸다.

안면을 정통으로 맞은 박수빈이 뒤로 나뒹굴었다.

“으아아악.”

그래도 명색에 탱커라 기절하진 않았다.

아직까진 정신을 유지했다.

유지했는데….

곧바로 김철수의 두 번째 공격이 적중했다.

“커억!!”

“선배님!! 큰 거 들어갑니다잉?!”

김철수가 어깨를 있는 힘껏 당기고, 강하게 후려쳤다.

스매쉬였다.

뻐엉.

공기압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주먹이 복부에 제대로 꽂혔다.

“우욱.”

박수빈은 단물을 토해내며, 발이 바닥에서 띄워졌다.

허리마저 기역으로 꺾였다.

그는 허공으로 치솟아 대련장 바깥으로 떨어졌다.

장외 패배.

승리한 김철수는 대련장을 내려왔다.

선우영은 손을 들었다.

그들은 손뼉을 마주치며 하이 파이브 했다.

관람 중이던 신용한.

그는 입을 오므리다 히죽였다.

흥미롭다.

‘박수빈은 절대 약한 상대가 아닌데.’

17년 경력.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험치다.

그걸 고작 경력 2년 차 들어가려는 김철수가 이겼다.

‘대단한데?’

선우영이 택한 탱커라는 건가?

김철수, 재능은 있었던 친구다. 다만 성장 속도가 신용한의 예상보다 빨랐다.

“흐음.”

신용한은 팔짱을 꼈다.

김철수가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그건 아무래도…….

‘선우영인가?’

엄청난 자극이 됐을 거다.

뛰어난 실력과 성과.

거기다 어마어마한 성장 속도까지.

승진도 빨라 벌써 부장이다.

같이 어울려 다니던 김철수는 선우영을 쫓기도 힘들었을 거다.

‘계속 훈련만 했겠지.’

스스로 노하우를 터득하며 악착같이 노력해왔을 거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난 정말 운이 좋아. 선우영 말고도 저런 인재가 있다니 말이야.’

신용한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한편 패배한 박수빈은 부축받으며, 헌터 2팀의 부장 임주영에게 갔다.

“죄송합니다. 패배했습니다.”

“뭐, 어쩌겠어. 맘 쓰지 마. 기습이 안 통할지 누가 알았겠어?”

임주영은 그에게 포션을 줬다.

“몸부터 챙겨. 헌터는 몸이 유일한 돈벌이 수단이니까.”

“알겠습니다.”

임주영은 포션으로 부상을 치료했다.

이후에도 권투 경기는 계속 펼쳐졌다.

김철수는 연전연승을 이어갔다.

복싱 종목.

거기에선 그가 우승했다.

“크하하!! 내가 바로 차세대 에이스 탱커다.”

김철수가 이두박근을 자랑하며 소리쳤다.

그걸 보고 있던 헌터 4팀의 황태석 부장. 그도 몸이 근질거렸다.

탱커를 중요시하는 전투 스타일 때문일까?

김철수가 탐났다.

“꼬시고 싶지만, 우리 부서로 안 넘어오겠지?”

참 아쉽다.

선우영을 따라 1팀에서 5팀으로 바로 옮겨간 김철수. 달콤한 제안으로 데려올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딱 봐도 돈보단 의리를 중시하는 인물 같았으니까.

뭐, 이렇게 김철수는 모두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신용한은 다시 단상으로 올라갔다.

“이야, 김철수 사원의 활약! 정말 흥미롭게 봤습니다. 이번 체육대회에서 큰 파란이 일어나겠는데요?”

신용한의 칭찬에 김철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곧이어.

“솔직히 권투는 맨몸대결이라 딜러보단 탱커가 유리했죠. 그러니 두 번째 종목은 딜러가 활약할 수 있는 종목이어야겠죠?”

신용한은 힘주어 소리쳤다.

“두 번째 대결은 무기 대전으로 하겠습니다!!”

백영희는 양손에 목검을 쥐었다.

이런 대결이라면 당연히 자기가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걸 알고 있었던 걸까?

“아, 이번 종목은 각 부서의 대표를 제비뽑기로 정하겠습니다.”

신용한이 단 한마디.

그 말에 백영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신용한은 헌터 5팀이 편하게 이길 상황을 만들기 싫었다.

‘그러면 재미없지.’

궁지에 몰아넣어야 비로소 선우영이 키운 사람들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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