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화 골든타임 게이트.
“꺄아악!!”
“어서 빨리 도망쳐!!”
느닷없는 몬스터의 등장.
사람들은 앞다퉈 도망치며 비명을 질렀다.
이번에 나타난 몬스터는 전신을 갑옷과 검으로 무장한 해골기사.
눈에서 시뻘건 불빛이 번쩍였다.
해골기사들은 괴성을 지르며 눈앞에 있는 것들을 베었다.
그들이 타고 있는 검은색 말들.
말을 모습을 한 몬스터 흑마가 땅을 짓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사진을 찍고 있던 선우영은 가방에서 칼을 꺼냈다.
네 자루의 검.
그중 두 자루를 백영희에게 던졌다.
“사람들을 보호합시다.”
선우영이 말하며 검집에서 칼자루를 뽑았다.
백영희는 혀를 찼다.
“쯧, 이게 무슨….”
급작스러운 게이트 브레이크.
등장하자마자 터져버린 게이트에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스르릉.
백영희는 검을 뽑고.
사람들을 향해 달려가는 해골기사 하나를 해치웠다.
스걱-!
날카로운 칼날이 초승달 궤적을 그리며 해골기사의 목을 베어냈다.
해골기사는 목이 절단되어 쓰러졌다.
놈이 타고 있던 흑마는 주인을 잃었음에도 사람 죽이는 것에 눈깔이 돌아가 미쳐 날뛰었다.
입을 쩌억 벌리고 어떤 여자의 머리를 씹어먹으려 했다.
화르륵.
이번엔 선우영이 화염을 쏘아 놈의 머리를 불살랐다.
“히이이잉-!!”
흑마는 머리가 불타자 고통에 울부짖었다.
그러함에도.
“히이이이잉-!!”
불타는 머리로 사람들을 씹어먹으려 했다.
겉모습은 말이었지만.
진짜 정체는 몬스터였으니, 죽는 순간에도 인간을 먹으려는 본능이 튀어나왔다.
스걱!!
선우영은 검으로 녀석의 목을 베어 완전히 죽여버렸다.
백영희는 해골기사들을 노려보았다.
“왜 B급 몬스터가… 게다가 왜 아무 징조도 없이 게이트 브레이크가 터진 건지…”
상대는 B급 몬스터.
전력으로 싸워도 버거운데, 도망가는 사람들을 지키며 싸워야 했다.
여러모로 상황이 안 좋았다.
선우영은 입으로 바람을 후 불어 앞머리를 치웠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른 헌터들이 오겠죠. 게다가…….”
“게다가?”
“제가 있는데 무슨 걱정입니까? 아직 승급조건 못 달성했지만, 실력만 따지면 이미 A급이라고요.”
선우영이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백영희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 선우영이 곁에 있는데 무엇 하려 걱정하나.
평소처럼 그가 해결책을 내놓을 거다.
언제나 그랬듯 그의 지시를 착실히 따르며 싸우면 된다.
선우영은 저 멀리 있는 몬스터를 바라봤다.
듀라한.
해골기사들의 우두머리다.
한 손에는 거대한 장검을 들었고, 다른 손에는 투구를 낀 녀석의 머리가 들려있었다.
“ВГБФвЭйжмпкФЧУТ.”
듀라한이 무어라 외쳤다.
그러자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움직이던 해골기사들이 돌진을 멈췄다.
두다다다.
해골기사들이 듀라한의 앞으로 모였다.
“ЭйжмпкФЧУ.”
놈들은 듀라한의 명령에 따라 대형을 이뤘다.
쐐기진.
날카로운 화살촉 모양으로 대형을 이뤄 돌격하는 진법이다.
그 화살 대형이 가리키는 방향은 선우영과 백영희가 서 있는 장소.
“오호라,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선우영은 헛웃음을 흘렸다.
가소롭단 듯이.
방해되니까 자신과 백영희부터 해치우겠단 게 아닌가.
뭐, 나쁜 판단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A급 실력자거든?’
이따위 잔재주가 통할 리가 없지 않은가.
화르륵.
선우영은 화염검기를 사용했다.
불꽃이 칼날을 휘감으며 강렬한 열기를 내뿜었다.
상대가 정면 돌격해온다?
‘그렇다면 나도 정면에서 받아쳐 주마.’
선우영은 무릎을 굽혔다.
장딴지 근육을 가능한 한 부풀리고.
타닷.
땅에 발바닥이 찍힐 정도로 강력한 다릿심을 보였다.
앞으로 나아가는 몸뚱이.
낮고 빠르게 날아가는 모습이 흡사 총탄 같았다.
쐐애액.
바람을 가르는 소리마저 범상치 않았다.
선우영은 총탄처럼 날래고 빠르게 날아가 놈들의 쐐기진을 단숨에 박살 내놓았다.
그와 부딪힌 단 한 개의 해골기사.
녀석은 몸이 산산이 조각나며 뼛조각을 사방에 뿌렸다.
선우영과 녀석이 부딪히며 생겨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어 근처에 있던 흑마들이 비틀댔다.
선우영은 호흡을 짧게 가져갔다.
백영희에게 배운 쌍검술을 활용해 적진 한가운데서 홀로 싸웠다.
강렬하면서 부드러운 검의 움직임.
그게 화염과 어우러지며 해골기사들의 모가지를 베어나갔다.
그 모습이 얼마나 화려하던지.
마치 붉은 꽃잎이 허공에 흩날리는 듯하였다.
해골 기사들이 선우영을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하등 소용없었다.
채앵, 채앵.
병장기들이 그에게 날아들었으나, 선우영은 전부 쳐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우영이 승기를 잡아갔다.
간혹 쐐기진에서 이탈한 해골기사가 있었지만, 그런 놈들은 백영희가 해치웠다.
그녀는 선우영의 활약상에 놀랐다.
‘굉장하다!!’
정말로 대단하다.
A급 실력자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만하다.
저러다 만약, 선우영이 듀라한을 해치우게 된다면? 그러면 어떻게 될까?
B급 보스 몬스터를 홀로 해치우게 되는 것이니…….
‘자신의 실력이 A급 수준이라고 모두에게 보여주는 상황이 될 텐데.’
백영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선우영의 능력은 어디까지 뻗어 나가려는 걸까?
‘쫓아가는 것도 버겁네.’
백영희는 그리 생각하며, 선우영을 지긋이 바라봤다.
채앵, 채앵
선우영은 날아드는 병장기를 쳐내고 피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듀라한.
‘그놈부터 해치워야 한다.’
해골기사들이 이렇게 진세를 이뤄 싸울 수 있는 건, 전부 듀라한 때문이다.
녀석만 없으면 해골 기사들은 지휘관이 없다.
하나하나 각개격파가 가능하다!
주변엔 온통 해골 기사 투성이.
그 녀석들의 틈 사이로, 아주 미세한 틈새 사이로…….
보였다.
‘듀라한!!’
선우영은 검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컨디션은 최고다.
손잡이를 잡는 맛이 아주 좋다.
손가락 끝에 쫙 달라붙는다.
선우영은 화염과 검을 휘두르며 앞길을 막고 있는 해골 기사들을 죽였다.
그야말로 파죽지세.
나아가는 길에 거침이 없었다.
무엇도 방해되질 않았다.
선우영은 이윽고 듀라한의 앞에 도착하였다.
“히이이잉!!”
듀라한의 흑마가 울부짖었다.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눈깔이 불길할 정도로 붉었다.
듀라한의 흑마가 입을 벌리더니.
화르륵.
거대한 화염을 쏘았다.
그 위력이 엄청났으나, 선우영에겐 소용없었다.
이미 불꽃에 저항하는 패시브 스킬석을 익혀두지 않았나. 그저 뜨뜻미지근했다.
듀라한.
놈은 자기 흑마가 쏘아낸 불꽃 속에서 일렁이는 선우영의 실루엣을 보았다.
전혀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
비명도 안 들린다.
듀라한은 이 순간 화염이 통하지 않는단 사실을 깨달았다.
흑마의 화염을 가르고 나타난 칼날.
날카로운 찌르기 공격.
뾰족한 칼날이 듀라한의 흑마를 노렸다.
이대로 직진하며 듀라한의 흑마는 이마를 꿰뚫려 죽어버리리라.
채앵.
듀라한이 검을 휘둘러 방어했다.
자기 팔뚝보다 두꺼운 검이 둔탁하게 움직였다.
화아악!!
그 충격파로 화염이 폭발하듯 사방으로 튕겨 날아가고.
그곳에 있던 선우영의 모습이 드러났다.
듀라한의 흑마는 선우영의 모습을 보고 더 이상 화염을 뿜어내지 않았다.
자신의 화염이 통하지 않는단 걸 깨달았으니까.
선우영은 검을 허공에 휘둘렀다.
칼날의 화염이 소용돌이치며 퍼져나가 듀라한과 그를 가두었다.
단둘만의 싸움터가 완성됐다.
해골 기사들은 끼어들 수조차 없었다.
“자자, 방해꾼은 없고! 한번 원 없이 싸워보자, 이 자식아!!”
선우영은 투명화를 사용했다.
듀라한의 흑마.
일단 이 녀석부터 해치우기로 했다.
선우영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흑마는 놀란 듯 움찔거렸다.
푸욱-!!
칼날이 흑마의 머리를 꿰뚫고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투명화에 융합시켰던 출혈의 효과가 발동했다.
치료 불가능한 상처가 생겼다.
그것도 치명상으로!!
“…….”
선우영은 검의 손잡이로 느껴지는 감각을 통해, 흑마를 단숨에 죽였단 걸 알아챘다.
손잡이를 타고 올라온 둔탁한 촉감.
그건 두개골을 부수고 치명상을 입힌 감각이 틀림없었으니까.
흑마는 피거품을 물으며 그대로 쓰러졌다.
듀라한은 거기서 얼른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했다.
놈은 죽어버린 흑마를 쳐다봤다.
거뭇거뭇한 투구를 써서 낯빛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ГБФвЭй-!!”
들쭉날쭉한 목소리로 악다구니를 쓰는 걸 보니 화가 단단히 난 모양새다.
“БйЭЭ.”
듀라한이 무어라 외쳤다.
시커먼 파동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저주.
상대방에게 지속적인 고통을 주는 스킬이다.
실제로 다치는 건 아니다.
전부 가짜 통증이다.
선우영은 칼로 온몸을 난도질당하는 고통을 맛보았다.
빌어먹게 따갑다.
그 충격으로 순간 투명화마저 풀렸다.
하지만
‘이 고통은 실제가 아니다!’
전부 가짜다.
선우영은 이를 악물었다.
진짜도 아니고 가짜 통증에 비틀댔다간 듀라한을 이길 수 없다.
극한의 정신력.
침착함과 냉정함.
그것들로 고통에 맞서 싸웠다.
투명화가 풀린 선우영.
그를 본 듀라한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놈의 거대한 칼이 선우영을 향해 떨어졌다.
선우영은 화염 검기로 맞대응했다.
카아앙!!
검끼리 부딪치며 앙칼진 소리를 냈다.
선우영은 앓는 소리가 나왔다.
살가죽이 찢어발겨지는 듯한 가짜 고통을 견디며 듀라한의 공격을 막아낸다?
육체가 부서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견딜 수 있어!!’
선우영은 이를 꽉 깨물고 팔뚝에 힘을 줘서 녀석의 검을 위로 밀쳐냈다.
부우웅.
팔이 위로 올라가며 빈틈이 생긴 듀라한.
선우영은 겪고 있는 고통을 되갚아주듯 쌍검을 미친 듯이 휘둘렀다.
화염과 함께 듀라한을 난도질하는 칼날.
“й?!”
듀라한은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비명을 질렀다.
선우영의 칼날이 놈의 갑옷을 녹이고 잘랐으며, 신체에 치명상을 입혔다.
심지어.
스걱-!!
듀라한의 양팔을 잘라 반격도 못 하게 만들었다.
서 있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된 놈의 육체.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듀라한의 머리. 선우영은 그걸 칼날로 팍 찍어서 끝장냈다.
“ФЧУ!!”
무어라 외치는 듀라한.
동시에 녀석의 갑옷과 신체가 잿가루로 변해 사라졌다.
남은 건 스킬석과 마석뿐.
“애먹이고 있어.”
선우영은 스킬석을 챙기고, 자신과 듀라한을 가뒀던 화염을 거뒀다.
그러자 눈에 보이는 건.
챙챙챙.
해골 기사들과 싸우는 백영희였다.
“후우, 드럽게 많네.”
선우영은 투덜거리며, 해골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 * *
골든타임 게이트 사건.
선우영이 모든 걸 완벽하게 해결했다.
긴급사태였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고, 동백꽃 축제가 엉망이 되었단 수준에서 끝났다.
“선우영과 백영희 헌터가 있어서 살았어요.”
“둘이서 다 해치우셨어요!!”
“제가 똑똑히 봤어요. 듀라한을 선우영 헌터님께서 단독으로 해치우는걸요!!”
생존자들은 자신들이 봤던 모든 걸 인터뷰했다.
그게 생방송을 탔다.
당연히 선우영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일부 사람들은 돈쭐(선행을 베푼 사람에게 물건을 사서 큰돈을 줌) 내주겠다며 PS웨펀의 무기를 구매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소식은 헌터협회장 홍대호에게도 들어갔다.
“흐음, 혼자서 듀라한을 쓰러뜨려?”
그는 컴퓨터 모니터를 지긋이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 정도 실력이면 A급인데.’
비록 백영희가 곁에 있었지만, 듀라한을 단독으로 쓰러뜨리지 않았나.
그는 책상에 올려진 서류를 집어 들었다.
선우영의 프로필이었다.
‘아직 A급 승급조건을 다 채우지 못했군,’
하지만 이미 실력은 A급이다.
게다가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사건을 앞장서 막은 공도 생겼다.
‘한번…… 내 권한으로 승급시험 치르게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