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스킬융합-81화 (81/200)

#81화 떠나요, 둘이서!!

크루그먼 길드.

선우영은 김용대와 대련을 끝내고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의자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의 모니터에 어떠한 뉴스 기사가 떴다.

- 제주도, 휴애리 동백꽃 축제 개최! 연인들 필수 데이트 코스.

선우영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제주도, 동백꽃 축제. 저기서 9일 뒤에 사건이 터진다.

일명 [붉은 수요일]로 불리는 사건이었다.

‘대참사였지.’

선우영은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게이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유형이 다양해진다.

보통은 게이트가 나타나고 일주일 뒤에 게이트 브레이크가 터지지 않던가, 하지만 이번 게이트는 그러지 않았다.

나타나자마자 곧바로 게이트 브레이크가 터졌다.

징조가 없었던 건 아니다.

마나를 탐지하는 레이더가 그곳에 게이트가 생길 거란 결괏값을 보여줬다.

근데, 막상 가보면 게이트는 생성되어있지 않았다.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이 시기에 처음으로 등장한 [골든타임 게이트]였지.’

공무원들은 레이더가 고장 난 게 아닌가 의심했다.

일반적인 상태와 달랐으니까.

그리고 [골든타임 게이트]는 등장하자마자 게이트 브레이크를 터뜨렸다.

그 탓에 인명피해가 커졌다.

뭘 대비할 시간조차 없었다.

정부에서 부랴부랴 정부 소속 각성자와 근방의 헌터들을 투입했지만, 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뒤였다.

짧은 시간 안에 대처해야 인명피해가 없는 게이트.

그래서 위중한 환자가 반드시 치료받아야 살 수 있는 최소한 시간을 가리키는 ‘골든타임’이란 이름이 들어간 게이트다.

뭐, 골든타임 게이트가 어디에 나타난단 사실까진 알아도, 그 등급이 어느 수준이고 어떤 몬스터가 나오는지 확인할 방도가 없었다.

등급은 게이트가 나타난 다음, 다른 전문 기계로 측정하기 때문이다.

근데 골든타임 게이트는 그럴 시간도 없이 무작정 터져버리지 않나.

‘게이트를 탐지하는 레이더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든 걸 완벽히 대처하게 되지만….’

그 기간이 한 달 정도 걸린다.

위기의식을 느낀 전 세계가, 유명 과학자들을 한곳에 모아 연구를 시켰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골든타임 게이트가 최초로 생긴 대한민국, 그리고 끔찍한 참상.’

그걸 목격한 타국은 골든타임 게이트가 생길 때를 대비해 지침을 만들어 큰 피해 없이 막아낸다.

‘결국 우리나라만 잘 막으면 된다, 이 소리지.’

아, 참고로 대한민국에 최초로 나타났던 골든타임 게이트의 등급은 B급이다.

‘승급조건을 달성하지 못해서 그렇지, 이미 내 실력은 A급이야. 골든타임 게이트에서 B급 몬스터가 나와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어.’

하지만

‘인명피해를 완벽하게 막을 순 없을 것 같은데.’

같은 B급 한 명.

딱 한 명만 있으면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텐데.

‘누가 좋으려나?’

선우영은 옆자리를 힐끗 바라봤다.

백영희가 보였다.

그녀라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저기, 백영희 씨.”

“네.”

“다음 주 수요일에 중요 업무나 약속 있으세요?”

“없는데요?”

“혹시 다음 주 수요일에 휴가 내고 같이 제주도 가실래요?”

“네? 단둘이요?”

“예!!”

당황한 백영희.

그녀는 순간 선우영의 모니터에 떠 있는 기사에 눈길이 갔다.

- 제주도, 휴애리 동백꽃 축제 개최! 연인들 필수 데이트 코스.

백영희는 눈을 껌뻑거리며 대답을 머뭇거렸다.

“아, 저기 그게…”

선우영은 그녀가 우물쭈물하자 조심스레 물었다.

“아, 혹시 싫으신가요?”

“아뇨, 싫은 게 아니라…… 혹시 제주도에 동백꽃 보러 가실 건가요?”

“네.”

선우영은 지 채 없이 대답했다.

그의 머릿속은 [골든타임 게이트]를 막아야 한단 생각으로 꽉 찼다.

다른 건 떠올리지 못했다.

기사 제목에 쓰여 있는 ‘필수 데이트 코스’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백영희는 입을 몇 번 뻥끗하더니, 주먹을 쥐고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같이 가죠.”

그리고

우연히 그들의 뒷자리를 지나가던 김철수와 조용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데이트 신청?!’

‘이건 틀림없어!!’

그들은 선우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 * *

다음 주, 수요일.

선우영과 백영희는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향했다.

유명인사였던 그들은 사람들한테 들키지 않기 위해 선글라스를 끼고 변장했다.

귀찮은 일은 사양이니까.

헌터였던 선우영은 네 자루의 검을 가방에 넣어 비행기 화물칸에 실었다.

보통은 무기를 가지면 탑승할 수 없지만, 헌터들의 경우 몬스터가 급작스럽게 나타날 때를 대비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있었다.

이륙하는 비행기.

그의 옆자리에 백영희가 있었다.

선우영은 슬쩍 그녀를 쳐다보았다.

백영희는 창가 자리에 앉아 하염없이 구름만 관찰했다.

‘뭐지? 화났나?’

선우영은 한마디도 안 하고 조용히 있는 백영희가 신경 쓰였다.

평소랑 분위기가 좀 달랐다.

아니, 평소에도 그렇게 말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뭔가 느껴지는 분위기가 어색하다.

‘도대체 왜 저러지?’

혹시나 가기 싫었는데, 거절하기 좀 그래서 따라왔나 싶었다.

백영희는 창문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스마트폰으로 동백꽃 축제에 대해 검색했다.

그러다 다시 창문 밖을 바라봤다.

선우영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찼다.

‘제주도, 동백꽃 축제. 연인들 필수 데이트 코스라는 곳에 나랑 단둘이…’

백영희는 다리를 꼬았다.

묘한 기대감이 솟아올라 진정이 안 됐다. 이상한 표정이 나올까 봐 선우영을 바라보지도 못하겠다.

그래서 애먼 구름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선우영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 * *

제주도에 도착한 선우영과 백영희.

선우영은 네 자루의 검이 들어있는 가방을 어깨에 메고 택시를 잡았다.

“택시!!”

끼이익.

선우영이 손을 올리며 택시를 부르자 차량이 앞에 멈췄다.

달깍.

선우영과 백영희는 차량 문을 열고 탑승했다.

“어디로 모실까요?”

“휴애리 동백꽃 축제로 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택시 기사는 순간 어깨를 떨었다.

그는 눈썰미가 좋았다.

선글라스를 끼고 변장한 그들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설마, 선우영과 백영희?’

TV에서나 봤던 유명인사들이 아닌가.

“기사님, 저희가 시간이 없어서 그런데, 빨리 출발해주실 수 있나요?”

“아… 알겠습니다.”

택시 기사는 미터기를 켜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었다.

부르릉.

차량이 도로를 달렸다.

택시 기사는 백미러로 두 남녀를 쳐다봤다.

‘근데, 단둘이서 동백꽃 축제에 간다고? 거기 지금 커플들이 바글바글할 텐데.’

택시 기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설마, 둘이 사귀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단둘이 일하러 왔을 리는 없고. 딱 봐도 데이트하러 가는 모양새 같은데.

‘이야-!? 이거 특종감 아닌가?’

안 그래도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던 선우영이다.

백영희는 그의 동료이자 검술 천재로 나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런 둘이 사귄다니??’

어울리는 한 쌍이 아닌가.

택시 기사는 무어라 말을 걸고 싶었지만, 둘의 데이트를 망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입을 꾹 다물었다.

‘40살 넘은 아저씨가 참견하면, 괜히 분위기만 이상해지겠지.’

내릴 때, 사진만 같이 찍어달라고 부탁드려봐야겠다.

부르릉.

택시는 휴애리에 도착했다.

동백꽃 축제를 즐기기 위한 남녀로 보도가 북적였다.

“도착했습니다. 2만 2500원 주시면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우영은 지갑에서 5만 원을 꺼냈다.

“잔돈은 필요 없으니까, 그냥 가지세요.”

“저기……. 혹시, 선우영 씨 맞으시죠?”

“아,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을 수 있을까요? 제가 팬이라서요.”

“하하하, 뭐 그러시죠.”

선우영은 택시 기사와 사진을 찍어줬다.

기왕 찍어주는 거, 선글라스를 벗어 제대로 팬서비스해주고 악수까지 해줬다.

물론 택시 안에서 말이다.

“사진 찍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우영 헌터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선우영은 다시 선글라스를 끼고 차량의 문을 열었다.

덜컥.

선우영은 백영희와 함께 택시에서 내려 동백꽃 축제 입구로 향했다.

“오빠, 누가 꽃이게?”

“어어? 우리 자기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데?”

풋풋한 20대 커플의 오글거리는 애정행각이 들려왔다.

동백꽃 뒤에 서서 활짝 웃는 여자.

남자는 그녀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단 듯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여기 있지롱!!”

여자는 웃으며 꽃밭에서 얼굴을 앞으로 내밀었다.

선우영은 그 모습에 미간이 찡그려졌다. 저 나이 먹고 저게 하고 싶을까 싶어서 닭살이 올라왔다.

솔직히 못 봐주겠다.

게다가.

‘조금 있으면 골든타임 게이트가 터져서 난리가 날 텐데.’

맘 같아선 당장 도망치라고 조언해주고 싶지만, 증거도 없는데 누가 믿겠는가.

저들뿐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한 쌍으로 짝을 이뤘다.

다들 사진을 찍었다.

‘데이트 명소라더니, 커플들 엄청나게 많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선우영.

그러다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만.’

선우영은 눈동자만 스르륵 굴려 백영희를 바라봤다.

‘여기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그는 자기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입술을 오므렸다.

‘나 지금…….’

이거 남들이 보면 데이트하는 걸로 착각할 수 있겠다.

‘아.’

이제 알겠다.

백영희가 왜 그렇게 오늘 어색해했는지.

‘골든타임 게이트에 신경이 팔려서 미처 눈치 못 챘네. 이거, 내가 데이트 신청한 꼴이잖아.’

이걸 이제 눈치채다니.

그나저나.

백영희는 이게 데이트 신청이라 생각했으면서 왜 따라온 걸까?

‘설마?’

백영희가 자신을 좋아하는 걸까?

‘…….’

선우영은 콧방귀를 꼈다.

그럴 리 없다.

미래의 백영희는 남자한테 눈길도 주지 않는 도도함 그 자체였다.

그런데 자길 좋아해?

‘나도 상상력이 풍부하네. 이딴 헛생각이나 하고.’

선우영은 백영희를 바라봤다.

‘그래도 예쁘긴 하네.’

허리까지 내려온 생머리가 바람에 찰랑거렸다.

피부도 뽀얗고.

‘뭐, 나 따라서 동백꽃 축제까지 와줬는데, 사진 한 장 정도는 찍어줄까?’

선우영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백영희 씨.”

“네.”

“사진 한번 찍어보실래요? 여기까지 왔는데 사진 한 장 없으면 아쉽잖아요.”

“…네.”

백영희는 그리 말하며 꽃잎 옆에 섰다.

평소의 시크함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표정이 딱딱했다.

그 탓에 그림이 안 나왔다.

선우영은 스마트폰으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농담을 던졌다.

“꽃들 사이에 있으니까 백영희 씨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 누가 백영희 씨고 누가 꽃이야?”

“푸흐흐흐. 아, 진짜!!”

어이없고 닭살 돋는 농담이었지만, 백영희는 그게 왠지 재미있어 피식 웃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꽃잎.

백영희의 자연스러운 웃음.

꽤 괜찮은 그림이 나왔다.

찰칵.

선우영은 사진을 찍었다.

평화로운 시간과 두 청춘의 모습이 꽃들 사이에서 만개한 순간.

콰지직.

느닷없이 허공에 균열이 생겼다.

퍼어엉.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크와아아악!!”

게이트 브레이크가 터지고 몬스터들의 괴성이 주변을 뒤덮었다.

골든타임 게이트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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