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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72화 (72/200)

#72화 귀환했더니 소개팅하라고?

고국으로의 귀환.

선우영은 떠나기 전에 자신이 챙겨왔던 식량을 몽땅 풀어 북한사람들에게 줬다.

나라를 재건하려면 일단 뱃심이 필요하지 않겠나!

“감사함다.”

“이 은혜는 안 잊겠슴다.”

북한 사람들은 선우영에게 고맙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부르릉.

군용 차량에 엔진이 켜졌다.

선우영이 차량에 올라타 대한민국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크흠.”

임병건이 헛기침하며 찾아왔다.

그는 트럭에 오르려는 선우영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아 새끼, 가네?”

“네.”

“크흠…….”

임병건은 또 헛기침했다. 언짢은 듯 혀를 차며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선우영은 피식 웃었다.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그래요?”

“아, 아쉽긴!! 남조선 놈이 떠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끝까지 솔직하지 못하시긴.”

선우영은 그리 말하며, 임병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간 고마웠습니다.”

“뭐가?”

“이것저것 도와주시려고 했잖아요. 뭐, 도움 된 건 별로 없지만.”

“이 남조선 놈이!!”

“크하하하, 어르신. 몸 건강히 잘 지내쇼.”

“니는 가다가 똥이나 밟아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임병건은 악수를 청한 선우영의 손을 잡았다.

부르릉.

트럭과 선우영 일행을 태운 차량이 떠났다.

임병건은 새침데기처럼 입을 삐쭉이며 멀어지는 선우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일 때쯤, 본심을 중얼거렸다.

“고맙다. 선우영이…….”

그와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웠던 임병건은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 * *

선우영 일행은 무사히 대한민국에 도착했다.

몬스터들을 대부분 쓰러뜨리고 땅을 점령한 덕분에, 귀환하는 동안 위협이 될 만한 요소는 없었다.

그는 동료들과 헤어지고 부모님을 먼저 만나러 갔다

무사히 돌아왔다고 얼굴을 비쳐야지, 안 그러면 엄청나게 걱정하실 거다.

간만에 부모님을 모시고 외식했다.

“아! 아버지.”

“왜 그러냐?”

“북한 주민들 보니까, 도시를 재건하려면 꽤 지원이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불쌍한 사람들 지원해주자고?”

“예.”

“네 뜻이 그렇다면 좋다. 아빠가 나서서 처리해주마.”

선우영의 아버지, 선인환.

그는 가슴을 두들기며 믿고 맡기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외식이 끝나고.

선우영은 집으로 돌아갔다.

푹신푹신한 침대에 누워 시원하게 기지개를 켰다.

관절이 쫙쫙 펴지는 기분이다.

“오늘은 푹 쉬어야겠다.”

선우영은 룸서비스로 밥과 음료를 시키고 TV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돌렸다.

‘뭐야? 남편 키우기??’

독특한 제목의 드라마.

북한에 있는 사이, 한국에 방영되고 있었나 보다.

제목이 워낙 특이해서 자꾸만 이목을 끌었다.

‘무슨 내용이지? 로맨스 같기는 한데.’

선우영은 그 드라마를 시청하던 중, 문태진이 전화를 걸어왔다.

“여보세요? 어쩐 일이십니까, 문태진 장관님?”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

“감사 인사요?”

“정말 큰일을 해내 주셨습니다. A급 몬스터 2마리를 쓰러뜨리고, 리치의 함정을 간파하시다니!!”

“아이, 제가 좀 대단하지 않습니까!”

선우영은 농담을 던졌다.

문태진은 껄껄 웃으며 본론을 꺼냈다.

“선우영 헌터님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헌터들이 많이 사망했을 겁니다. 그걸 막아주셨으니, 약속대로 PS웨펀의 세율을 2년간 5%로 동결하겠습니다.”

“이야, 반가운 소식이네요.”

선우영은 씨익 웃었다.

정부는 그가 북한 수복전에서 활약하면 세금을 감면해주겠단 약속을 지켰다.

이제 앞으로 PS웨펀은 더욱 크게 발전해 나갈 거다.

* * *

북한 수복전이 끝났는지 삼 일이 흘렀다.

길드에서 퇴근한 신용한은 거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봤다.

대한민국에 굵직굵직한 사건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래야 길드를 운영할 때 도움이 될 테니까.

“딱히, 뭐 없네.”

그렇게 신문을 넘기려던 순간.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선우영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 지원금을 쾌척했단 소식이었다.

어느 정도 북한이 재건되면, 흡수 통일을 할 거란 대한민국 대통령의 발표도 적혀있었다.

“허허허, 거참.”

젊은 친구가 참 대단하네 싶어, 신용한은 미소가 지어졌다.

펄럭.

그는 다음 장을 펼쳤다.

이번에도 선우영에 관한 기사가 적혀있었는데…….

신용한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선우영이 재벌 사윗감 1위로 뽑혔다는 기사였다.

“크흠, 이거.”

참 맘에 안 드는 소식이었다.

사실, 그도 선우영을 사위로 점찍어둔 상태였다.

능력 있지, 돈도 있지, 저 정도면 나름 잘생긴 편이니 왜 사윗감으로 욕심이 안 나겠나.

‘이러다가 선우영을 딴 놈들이 채가는 거 아니야?’

신용한은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는 늦게 얻은 딸내미 방문을 두들겼다.

똑똑똑.

“하윤아. 아빠인데 들어가도 되니?”

“잠깐만요.”

방문이 열리며 안경을 쓴 신하윤이 아빠를 바라봤다.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

살짝 마른 체형.

긴 생머리가 허리까지 닿았다.

“무슨 일이세요, 아빠?”

“아니, 뭐……. 원고 쓰고 있었어?”

“네.”

신하윤의 직업은 작가였다.

남편 키우기라는 현대 로맨스 소설을 써서 대박 났다.

“저기, 하윤아.”

“네.”

“너 아빠 회사직원이랑 소개팅 한번 안 해볼래?”

“네?!”

신하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 싫어요. 저 바빠요!!”

“아니, 그러지 말고….”

“원고 쓰기도 바쁜데.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해.”

단호하게 나가는 신하윤.

그녀는 아빠를 쫓아내려는 듯 문을 닫으려 했다.

신용한은 얼른 문틈에 손을 끼워 닫히는 문을 막았다.

“상대가 선우영인데, 진짜 싫어?”

“뭐? 선우영??”

단호하게 거절하던 신하윤.

그녀는 아빠의 입에서 선우영이라는 세 글자가 나오자 관심을 보였다.

* * *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선우영은 양복을 입고 하품을 길게 했다.

그는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오우, 오늘은 차량이 많네? 전철이나 타고 갈까?”

창문 밑으로 빽빽한 도로가 보였다.

롯템타워에 살며 좋은 점 중 하나가 이렇게 도로 상태를 출근하기 전에 볼 수 있단 점이었다.

도로가 빽빽하면 출근길만 피곤해진다.

‘오늘은 전철 타야겠다.’

끼이익.

문을 열고 정운이 졸린 눈을 비볐다.

“잘 잤니?”

“네….”

“얼른 밥이나 먹자.”

선우영은 오래간만에 직접 요리했다.

냄비에 물을 담아 보글보글 끓이고, 김치와 고기를 넣었다.

코를 킁킁거리자 구수한 냄새가 풍겼다.

‘이거지!!’

북한에서 전투식량만 먹다 보니, 김치찌개가 굉장히 땅겼다.

벌써 며칠째, 김치찌개만 먹었다.

“운아, 밥 먹자.”

선우영은 식탁에 김치찌개를 놓고 정운을 불렀다.

그들은 수저를 들었다.

뜨끈한 찌개 국물에 고기를 건져 먹으니 금상첨화였다.

“크아아, 김치찌개 맛있다.”

얼마나 얼큰하던지, 정운의 입에서 아저씨들이나 할 법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렇게 아침을 마치고.

정운은 학교로.

선우영은 길드로 향했다.

정운의 경우, 학교 공부와 길드 일을 병행해야 해서, 게이트에 들어가는 날에만 길드에 출근할 수 있었다.

선우영은 자기 자리에 앉았다.

“앉아서 일하니까 좋네.”

선우영은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푹신한 의자에 기댔다.

옆자리에 백영희가 그를 바라봤다.

“선우영 씨도 그러세요?”

“네, 북한 수복전 때문에 워낙 고생했잖아요.”

“내일 토요일인데 뭐하실 거예요?”

“글쎄요. 집에서 푹 쉬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드라마나 보면서 치킨이나 먹어야죠. 백영희 씨는요?”

“저는 아버지 도장 도와드리려고요. 주말에 나오는 수련생들은 제가 가르치거든요.”

“어이고, 걔네들 복은 타고났네. 백영희 씨에게 검술 훈련받다니.”

뭐, 그렇기는 하지만….

백영희의 쌍검술은 어려우니 모두 다 이해하진 못하겠지.

‘미래의 검제 백영희가 괜히 수제자를 한 명만 둔 게 아니거든.’

그만큼 익히기 어렵다.

백영희는 선우영의 칭찬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선우영은 손깍지를 정수리에 올리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나저나, 주말에도 일하시면 힘드시겠다. 쉬는 건 도대체 언제 하십니까?”

“글쎄요. 헌터가 된 이후로 쉬어본 적이 없네요.”

“휴가 한번 떠나보세요.”

“휴가라……. 쌀쌀한 가을이고 하니 온천 가보고 싶네요. 가는 김에 유명한 보성녹차도 마시고 싶고요.”

“온천이라 그거 좋죠.”

뜨뜻한 물에 몸을 지져 근육을 푸는 상상에 빠져든 선우영.

그때였다.

띠리리.

띠리리.

그의 앞에 놓인 전화기가 시끄럽게 울렸다.

선우영은 수화기를 들었다.

“어, 신용한일세.”

“아, 예. 회장님 무슨 일로 전화를…….”

“내 사무실로 올라오게나.”

선우영은 의자에서 일어나 신용한 회장에게 갔다.

그는 노크했다.

똑똑똑.

“회장님, 선우영입니다.”

“어, 들어오게.”

선우영은 회장실로 들어갔다.

신용한은 의자에서 일어나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자네, 북한 주민들을 위해 지원금을 쾌척했다며? 그 이야기로 세간이 꽤 떠들썩해.”

“그렇습니까?”

“그래, 어딜 가든 칭찬 일색이야.”

선우영의 눈꺼풀이 빠르게 깜짝거렸다.

뭔가 이상하다.

저런 칭찬 하자고 불렀을 인물은 아니고, 무슨 말을 하려고 밑밥을 까는 모양새 같은데.

“아 참, 선우영이!! 내일 토요일인데, 무슨 약속 있나?”

“아뇨. 없습니다.”

“여자친구랑 데이트 안 가?”

“여자친구요? 지난번에 말씀드렸는데 저 여자친구 없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신용한은 끈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혼자 실없이 웃었다.

선우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분명히 뭔가 있다. 자신의 육감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이봐, 선우영이.”

“예, 회장님.”

“나한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이 하나 있는데 말이야.”

“어…….”

선우영은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설마? 설마?! 진짜 설마!!’

아니길 빌었지만, 언제나 이러한 예감은 빗나가질 않았다.

“우리 딸아이하고 소개팅 한 번 해보게나.”

신용한의 소개팅 주선.

그것도 회장님의 딸이라니…….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 일단 나가서 소개팅해야겠다.

“소개팅해 보겠습니다.”

“그래, 그래! 대답이 시원시원해서 좋구만.”

신용한은 크게 웃었다.

그러고는 팔불출처럼 딸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내 딸이긴 하지만, 정말 엄청난 미녀네. 남자한테 관심이 없어서 아직 애인이 없지만, 맘만 먹으면 남자들이 줄을 서고 기다릴 거야.”

“그렇습니까?”

“자네도 한눈에 반할걸?”

신용한은 이후에도 실세 없이 딸 자랑만 했다.

거의 30분가량을 말이다.

선우영은 적당한 선까지 들어주고, 아! 이건 밤새도록 자랑하겠구나 싶어서 일을 핑계로 신용한의 사무실을 나왔다.

끼이익. 탁.

신용한의 사무실 문을 닫은 선우영.

그는 복도를 거닐며 괜스레 중얼거렸다.

“소개팅이라….”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정말 나지막이 중얼거렸는데, 그 소리를 지나가던 여직원 한 명이 들었다.

그리고 선우영이 소개팅을 본다는 소문이 오전에 시작되어, 오후가 될 때쯤에는 웬만한 사람들 귀에 다 들어갔다.

조용석이 호기심에 선우영에게 직접 물었고.

그는 맞다고 확답까지 해줬다.

옆자리에 있던 백영희는 일그러진 웃음으로 선우영을 쳐다봤다.

오후 6시.

퇴근 시간 때가 되자, 백영희는 녹차 한잔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선우영 씨가 소개팅…….”

그녀는 옥상에서 혼자 녹차를 마시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꾸깃.

그녀는 다 마신 녹차 페트병을 우그러뜨리며 뚱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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