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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67화 (67/200)

#67화 이게 굴러가네?

쉬이이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선우영은 눈을 멀뚱멀뚱 뜨다가 어이없어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시커멓고 기다란 널빤지가 시야에 들어왔다.

“오, 빠르다!”

옆에 있던 김철수는 눈을 반짝였다.

널빤지는 모두를 태운 채로, 양옆에 달린 바퀴를 굴려 빠르게 질주하였다.

정운은 어깨가 으쓱해졌다.

“어때요, 대단하죠?!”

초등학생답게 상상력이 풍풍한 정운.

자신의 그림자를 마차랑 비슷하게 변형시켜 모두를 태우고 이동하다니!

발상이 대단했다.

게다가 엔진소리가 안 들려 몬스터한테 들킬 염려도 없었다.

쉬이잉.

바퀴 굴러가는 속도마저 빨랐다.

이 정도면 평양까지 금방 도착하지 않을까 싶다.

정운의 아이디어 덕분에 다들 체력을 비축하며 평양으로 향했다.

선우영은 턱을 만지작거렸다.

‘이건 나조차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말이야.’

정운의 그림자 능력.

자유롭게 형태를 변형한다는 점을 이렇게 이용하다니.

‘정운도 성장했네.’

그림자 능력의 유용성은 선우영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걸 이용하면…….

‘엔트들을 유인할 때 쓸 만하겠는데?’

뜻밖의 수확이다.

선우영은 정운한테 한 가지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근데, 운아. 비행기도 있고 자동차도 있는데. 왜 하필 마차야?”

“그렇게 복잡한 방식으로 변형시키는 건 힘들더라고요. 비행기나 자동차는 어려운 부품도 많고…. 도저히 못 따라 하겠어요.”

정운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은 여기까지가 한계라는 의미였다.

그리 대화를 끝마치자, 어느새 평양에 도착했다.

그들은 정운이 만든 그림자에서 내려 평양의 상태를 멀찍이서 관찰했다.

주변에 몬스터들은 없었다.

엔트와 사이클롭스가 있어서 이 주변으로는 얼씬도 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선우영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운수가 제법 따랐다.

‘몬스터가 적으면 적을수록 잡임하기 더 편해지니까.’

선우영 일행은 사주를 경계하며 평양 내부로 입성했다.

발소리가 들릴세라, 살금살금 움직이며 부서진 건물을 엄폐물로 삼았다.

아직까진 몬스터 그림자도 안 보인다.

그런데!!

“드르렁, 쿨쿨. 드르렁, 쿨쿨.”

우악스러운 코골이 소리.

어디선가 불어오는 거센 바람이 땅바닥을 휩쓸며 먼지를 일으켰다.

사이클롭스였다.

훤한 대낮인데도 녀석들은 바닥에 누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덩치가 얼마나 커다란지 흘깃흘깃 봐서는 도무지 가늠이 안 된다.

주변에는 누구의 뼈인지 모르겠는 백골 시체가 널려있었고….

꼬르륵.

사이클롭스들의 배꼽시계가 울렸다.

놈들은 기운이 없었는지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만 있었다.

기운이 없어 보였다.

거기다 눈 감고 잠자는 녀석들이 대다수라 들킬 염려도 없었다.

샥샥샥.

선우영은 건물 외벽에 기대어 몸을 숨기고 동료들에게 수신호를 줬다.

다른 방향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가자는 손짓.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평양의 동쪽 부근으로 이동해, 강물을 가로지르는 길쭉한 다리를 건너자 광장이 나왔다.

독재자 김정윤이 재래식 무기를 자랑할 때 사용했던 광장, 그곳에 새워져 있던 김정윤의 황금 동상은 땅바닥에 떨어져 부서진 채 먼지만 자욱이 쌓여있었다.

독재의 상징물인 동상은 이제 때 묻은 과거에 지나지 않았다.

스르륵.

그 순간.

또 다른 몬스터가 등장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이 나무로 이뤄진 생명체.

머리카락 대신 넝쿨이 자라있고, 피부를 대신하는 나무껍질에선 잎사귀가 돋아났다.

양지바른 곳에서 가만히 앉아 하늘을 쳐다보는 모습은……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 떠오를 지경이었다.

놈들의 주변에 백골 시신만 없었다면 말이다!

선우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엔트다!!’

A급 몬스터, 엔트를 보자 손아귀에 땀이 쥐어졌다.

녀석들은 선우영 일행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채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았다.

태양 볕을 만끽하는 엔트들.

선우영은 동료들에게 손짓을 줬다.

안전한 곳에서 따로 회의하자는 수신호였다.

그들은 몬스터들과 떨어진 허름한 건물로 들어가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먼저 말문을 튼 건 백영희였다.

“A급 몬스터가 2종류나 있다니. 이거 굉장히 위험한데요?”

김철수는 혀를 찼다.

“쯧, 아무래도 우리끼리 해치우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저놈들을 해치우지 못하면 우리 쪽 쉘터는 안전하지 못할 겁니다. 보셨잖아요! 저 녀석들, 먹을 게 없어서 멍청하게 있는걸!!”

선우영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몬스터들의 주변에 널려있던 백골 시체들, 그건 아마도 사람이나 짐승일 거다.

이 근처 동물들의 씨가 말랐겠지.

더 이상 먹을 게 없으니, 평양의 몬스터들이 언제 이곳을 떠날지 예상이 안 된다.

정운이 손톱을 깨물었다.

“이거 잘못하면 우리 쪽 쉘터로 몬스터들이 오는 거 아니에요?”

“그건 안 되는데. 바닷가 근처라서 보급을 위해서라도 꼭 지켜야 하는 쉘터인데….”

조용석은 골치가 아파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선우영은 지도를 펼쳤다.

“아까 정찰해본 결과, 동쪽과 서쪽을 경계로 몬스터들의 영역이 나뉘어 있었습니다. 이 다리를 경계로요!!”

선우영은 손톱으로 지도를 그었다.

동쪽과 서쪽.

강가의 다리를 중심으로 나눠진 사이클롭스와 엔트의 영역.

김철수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오호! 이렇게 보니까, 평양이 강가의 다리를 중심으로 정확히 반으로 갈리네요.”

“이게 놈들의 서식지일 겁니다.”

“근데, 이걸 왜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는 감이 안 잡히는뎁쇼?”

“엔트와 사이클롭스. 두 몬스터를 싸움 붙여 공멸시키고자 합니다.”

“예?!”

김철수의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다른 사람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조용석은 입을 턱 벌어졌고.

정운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선우영을 빤히 바라봤다.

“해서, 어떤 작전입니까?”

백영희가 차분한 목소리로 묻자 선우영은 손으로 무언가 잡는 시늉을 했다.

“엔트의 씨앗.”

“엔트의 씨앗이요?”

“엔트들은 씨앗을 낳아 번식합니다. 닭들이 달걀 낳는 이치랑 똑같죠.”

“아, 그렇군요.”

“그 엔트의 씨앗을 빼앗아 사이클롭스의 영토로 가져가는 겁니다. 그러면 엔트들이 사이클롭스의 서식지를 침범할 거고…….”

“놈들이 서로 싸워서 공멸한다?”

“바로 그겁니다!!”

선우영이 박수를 짝 치며 백영희를 가리켰다.

그 순간.

모두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해버렸다.

아니, A급 몬스터들끼리 싸움 붙이겠단 발상부터가 충격인데, 그걸 위해 엔트의 씨앗을 훔치잖다.

하나부터 열까지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선우영은 그들을 차분히 설득했다.

“엔트들은 불을 무서워합니다. 제 화염이라면 놈들을 한순간이지만, 당혹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긴, 엔트의 약점이 불이라고 들었습니다.”

백영희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고심 끝에 그녀가 내린 답변은 하나였다.

“따르겠습니다.”

그녀는 선우영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김철수는 팔짱을 꼈다.

“실패하면 죽음, 성공확률은 극히 희박.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해야 하는 작전.”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그가 무릎을 탁 쳤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뭘 꾸물거립니까, 남자답게 부딪혀야지-!!”

김철수도 찬성표를 던졌다.

정운은 선우영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기 때문에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조용석은 심호흡했다.

“무섭긴 하지만, 선우영 씨 말씀이라면 뭐든 따르겠습니다.”

그도 동의하였다.

이제 남은 사람은 오직 단 한 명.

임병건.

그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에라 모르겠단 얼굴로 손을 휘휘 저었다.

“다 간다는데 나만 빠질 순 없것지.”

그도 찬성표를 던졌다.

선우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 그럼 가봅시다!”

* * *

선우영 일행은 엔트의 서식지를 돌아다녔다.

“선우영 씨, 근데 엔트의 씨앗을 어떻게 구하실 겁니까? 어디 있는 줄 알고요?”

김철수가 질문을 던졌다.

선우영은 제 생각을 당당히 밝혔다.

“엔트와 사이클롭스는 다리를 중심으로 서식지를 나눠서 활동합니다.”

“네, 그렇죠.”

“서로 먹잇감이 부족한 상태이니, 사이클롭스가 언제 엔트들 서식지를 침범할지 모르는 일이죠.”

“아! 사이클롭스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씨앗을 뒀겠네요.”

“게다가 엔트들은 사이클롭스가 서식지를 침범할까 봐 강가의 다리 쪽에 대다수 몰려 있을 거고요.”

선우영의 예측에 감탄한 김철수.

사실 저건 미래에서 전부 밝혀진 사실들이었다.

선우영은 마치 자신의 예측이 맞을 거란 듯이 당당히 굴며 앞으로 나아갔다.

물론, 은 엄폐를 철저히 한 상태로.

그렇게 한없이 나아가던 중.

달달한 꽃내음이 바람을 타고 전해져왔다.

암컷 엔트가 있단 징조였다.

샤샥.

선우영은 몸을 납작 엎드리고 주먹을 들었다.

주변에 몬스터가 있단 손동작.

동료들은 서둘러 몸을 낮추고 은 엄폐에 들어갔다.

선우영은 자신의 앞에 있던 수풀을 살짝 건드려 눈알만 한 크기의 빈틈을 만들었다.

거길 통해 주변 상황을 지켜봤다.

‘빙고! 씨앗이다.’

엔트들의 씨앗이 보였다.

장소는 알맞게 찾아왔는데, 안타깝게도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씨앗 주변으로 보이는 엔트들.

자신들의 씨앗을 지키려고 경계 서는 듯했다.

‘씨앗을 탈취하려면, 결국 저놈들을 딴 곳으로 유인해야 한단 건데…….’

어떻게 해야 할까.

선우영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좋은 수가 떠올랐다.

씨앗 주변에 자리한 공원.

나무들과 잡초들이 제법 무성하게 자라 언뜻 숲을 연상시켰다.

선우영은 정운을 바라봤다.

“운아, 평양으로 왔던 것처럼 그림자를 마차로 만들 수 있니?”

“네.”

“아저씨가 씨앗을 탈취하면 모두를 태우고 사이클롭스가 있는 서식지로 향하는 거다. 알았지?”

“넵. 알겠어요.”

정운은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화르륵.

선우영은 불꽃을 만들어냈다.

그걸 하늘로 날려 높이 떠오르게 만든 뒤, 공원을 향해 인정사정없이 불길을 떨어뜨렸다.

엔트들은 불이 약점이다.

물론 그걸 알았다고 해서 놈들을 단숨에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불을 이용하면, 엔트들의 씨앗을 없애는 건 가능하다.

화르륵.

공원이 시뻘건 불길에 휩쓸렸다.

검은 매연이 하늘로 치솟고 열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쉬이익-!!”

“쉬익!”

씨앗을 지키고 있던 엔트들은 근처에서 불길이 일자 주춤거렸다.

그러다 한 놈이 불길을 가리키며 동료들한테 무어라 신호를 보냈다.

쿵쿵쿵.

엔트들이 주먹으로 콘크리트 바닥을 부수고 안에 있는 모래를 한 움큼 쥐었다.

그걸 들고 공원으로 달려가 던졌다.

모래로 불길을 잡으려 한 것이다.

씨앗을 지키려는 엔트들이 화재를 진압하러 간 사이, 선우영이 후딱 움직였다.

그렇게 씨앗을 슬쩍했다.

“쉬이?!”

불을 정신없이 진압하던 엔트들.

녀석들이 뒤에서 들린 인기척에 씨앗이 있던 곳을 돌아봤다.

“…….”

엔트와 선우영의 눈이 마주쳤다.

타다닷.

선우영은 전속력으로 달리며 목청이 터져라 정운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운아!!”

그림자로 마차를 만든 정운.

선우영은 얼른 위에 올라탔고, 정운은 그림자를 조종했다.

바퀴가 땅바닥을 구르며, 선우영 일행은 탈출을 감행했다.

“쉐에에엑!!!”

“쉐에에엑!!”

그걸 본 엔트들이 칼날처럼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비명 같기도 하고.

한이 서린 울음 같기도 했으며.

적개심이 서린 분노 같기도 했다.

콰왕, 콰과광.

불을 끄던 엔트들이 선우영 일행을 쫓기 시작했다.

임병건은 바짝 긴장해 몸이 얼어붙었다.

엔트들이 방해가 되는 건물을 몸통 박치기로 부수며 달려오는데, 얼마나 심장이 떨리던지 모른다.

게다가 빠르다.

자칫 잘못하면 따라잡힐지도 모른다.

점점 엔트들이 가까워진다.

“야야, 더 빨리 못가나!!”

임병건이 정운을 재촉했다.

“이, 이게 최고 속력인데요.”

정운은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식은땀을 흘렸다.

선우영은 조용석을 불렀다.

“조용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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