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스킬융합-65화 (65/200)

#65화 서큐버스 퇴치.

선우영에게 달려드는 사람들.

눈이 시뻘겋게 변해 허우적대며 검을 휘둘렀다.

일단 제정신은 아닌 듯 보였다.

“이것들은 또 뭐야?!”

김철수가 얼른 지프에서 내리며 몸을 강철로 바꿨다.

선우영이 그에게 서둘러 주의를 줬다.

“죽이지는 말아요.”

“네? 아니, 무기를 들고 덤비는데 죽이지 말라니요?”

“이거 조종당하는 겁니다.”

“조종?!”

“아무래도 서큐버스가 이 근처에 있는 모양새입니다.”

김철수는 다시 한번 덤벼드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폈다.

순 남정네들밖에 없다.

거기다 검을 휘두르는 모습도 굉장히 어설펐다.

뭐랄까, 마치 뭔가에 홀려서 흐느적거리는 느낌이랄까.

백영희는 쌍검을 뽑았다.

“죽이지 않고, 제압해야겠군요. 그나저나 서큐버스라니…….”

“까다로운 몬스터네요.”

정운도 지프 차량에 내리며 고유능력을 발동시켰다.

조용석도 깃발을 사용해 모두에게 버프를 걸어줬다.

“오, 버프 감사요-!!”

김철수가 조용석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버프 덕분에 힘이 솟아났다.

서큐버스에게 조종당하는 남정네들은 한층 약해졌다.

“버프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싸워서 좋구만!”

김철수는 껄껄 웃었다.

힘과 체력을 아끼며 싸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언제 어디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는데, 조금이라도 체력을 아껴야 여차할 때 도움이 된다.

모두가 조용석의 덕을 봤다.

“하하하, 다들 걱정하지 말고 싸우세요. 제가 버프 팍팍 넣어드리겠습니다!!”

조용석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선우영은 피식했다.

처음 만났을 때 봤던 기죽은 모습은 이제 안 보였다.

조용석도 어엿한 헌터가 다 됐다.

선우영 일행은 서큐버스한테 홀린 남정네들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뭐, 개중에는 각성자도 있었지만…… 매혹에서 풀려나기 전까지 팔다리를 부러뜨려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야, 독하네.”

김철수는 혀를 내둘렀다.

매혹에 당한 남정네들은 고통도 못 느끼는지, 아픈 기색조차 없었다.

“끄어어어.”

“크어어어.”

저런 소리만 질러 됐다.

김철수는 혀를 차며 제압한 사람들을 밧줄로 묶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매혹당한 사람이 아니라 좀비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만약에 자신도 서큐버스한테 당하면 저렇게 될까? 좀비처럼 끄어어어 소리나 내면서 말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

김철수는 몸서리가 쳐졌다.

특히나 서큐버스의 본래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거다.

‘그런 못생긴 괴물한테 반할 바에야 독신으로 살지.’

선우영은 일행들을 불러 모았다.

앞으로의 작전을 짰다.

“서큐버스는 남자들한테 쥐약입니다.”

선우영의 말에 정운과 김철수, 조용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백영희를 바라봤다.

이번 작전은 여자인 그녀가 메인이 되어야 했다.

“제가 서큐버스를 무찌르겠습니다.”

“저도 같이 가죠. 정신 공격을 방어하는 스킬을 익혔거든요.”

“그건 또 언제 익히셨데요?”

“뭐, 돈 좀 많은 스폰서 양반한테 구해달라고 했죠.”

선우영인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히죽 웃었다.

“그러면 저희는 이곳에 남는 걸로 하죠. 민간인들 보호도 할 겸.”

조용석이 말하자 김철수도 수긍했다.

정운의 경우 선우영과 함께 움직이지 못하는 게 아쉬워 입을 삐쭉였다.

‘쳇, 어쩔 수 없지. 서큐버스 같은 몬스터는 왜 있는 거야?’

그래도 작전대로 행동하겠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때였다.

“잠깐!!”

임병건이 선우영 일행에게 다가왔다.

“같이 가자.”

“상대는 서큐버스입니다. 남자들은 매혹에 홀려서…….”

선우영이 안된단 말을 하려고 하자 임병건이 큰소리로 호통쳤다.

“나도 있다. 정신 공격 방어스킬!!”

“거짓말 아니죠?”

“내가 거짓말할 거로 보이니?”

“그러면 제 지시에 반드시 따르겠다 약속하세요.”

“좋다, 네 말을 안 따르면, 그때부턴 널 아바이라고 부르마.”

그렇게 서큐버스 공략대가 짜였다.

임병건이 이번 작전에 자진한 이유는 간단했다.

‘북조선 사람 돕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지. 북조선 사람을 북조선 사람이 챙기지 않으면 어떡하겄어!!’

자기 나라 사람 챙기겠단 마음 하나였다.

예전엔 식량 때문에 싸웠지만, 그래도 도와주겠다며 남쪽에서 사람이 왔는데…… 더 이상 싸우지 말고 북조선 사람들끼리 챙겨줘야 하지 않겠나.

거기다 서큐버스한테 홀린 남정네들은 엄청 많을 거다.

한 사람이라도 팔을 걷어붙여야지, 안 그러면 모두가 힘들어질 거다.

그런 생각에 나섰다.

선우영은 공략대를 데리고 서큐버스가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위치를 알아내는 건 쉬웠다.

발자국.

서큐버스한테 홀려서 그들을 습격한 사람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면 됐다.

며칠 전, 비가 왔었는지 땅이 축축했다.

덕분에 발자국이 자세히 찍혀 추적하기 좋았다.

자세를 낮추며 조심조심 걸어가는데.

인기척이 들렸다.

바스락.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

선우영과 일행들은 서둘러 나무 위로 올라가 몸을 숨겼다.

곧이어 사람들이 나타났다.

눈빛이 시뻘건 걸 보아하니, 서큐버스한테 벌써 매혹당했나 보다.

게다가 다들 삐쩍 말랐다.

저래서 칼이나 제대로 휘두를지 모르겠다.

서큐버스한테 매혹당한 사람들의 발길은 김철수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건 김철수 씨한테 맡길까.’

선우영은 백영희와 임병건을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X표시를 보였다.

교전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가능한 전투 없이 서큐버스와 싸워 체력을 비축할 요량이었다.

그의 사인을 본 백영희와 임병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서큐버스에게 홀린 사람들의 행진이 무사히 지나갔다.

선우영 일행은 다시 나무에서 내려왔다.

“우리가 길을 제대로 찾은 모양이네요. 이대로 쭉 갑시다.”

선우영이 다시 공략대를 이끌었다.

한 30분 정도 걸었을까?

근처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군락이 보였다.

나무와 바위를 쌓아 만든 방벽.

삐쩍 마른 남정네들이 사냥과 채집으로 어떻게든 식량을 구해와 서큐버스에게 바쳤다.

임병건은 주먹을 불끈 쥐며 참담한 심정을 애써 삼켰다.

‘저 쫑간나 괴물 새끼가!!’

먹고 죽을 쌀도 없는데, 기껏 구해온 식량이 서큐버스 입속으로 들어간다.

그게 얼마나 분통 터지던지!

다른 사람들은 저것조차 먹지 못해 삐쩍 마르지 않았나.

서큐버스는 그들이 구해온 식량을 먹더니.

쩝쩝.

성에 차지 않아 입맛을 다셨다.

그러고는, 입을 쫘악 벌려 먹을 걸 구해온 남자에게 이빨을 보이는 게 아닌가.

필시 잡아먹으려는 것일 터.

화르륵.

선우영은 얼른 불꽃을 날렸다.

저 사람을 구해야 했으니까.

서큐버스는 느닷없이 나타난 불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녀석은 화염을 피해 옆으로 굴렀다.

타닷.

선우영 일행은 풀숲에서 나왔다.

“이 몬스터가!! 개똥모자 쓴 당간부처럼 인민들 조종하더니, 이젠 먹으려 들어?”

임병건이 분노를 토해냈다.

서큐버스의 전신에서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펄럭, 펄럭.

녀석이 날개를 펄럭이자 묘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그건 틀림없는 페로몬이었다.

매혹은 페르몬을 통해 상대방을 복종시키는 정신공격 계열 스킬이다.

하지만.

선우영과 임병건한텐 통하지 않았다.

“찍찍?!”

서큐버스는 두려움에 젖은 울음소리를 냈다.

임병건의 망치가 서큐버스의 대가리를 깨부수려는 순간, 무언가가 가로막았다.

터엉!!

매우 앙칼진 소리.

병장기끼리 부딪쳤을 때 나는 소음이었다.

누군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너, 너는?!”

임병건은 자신을 막아선 남자를 보고 어깨를 흠칫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때, 이 일대를 주름잡았던 각성자 이박신.

그가 이끌던 생존자 무리는 그나마 몬스터로부터 안전했었다.

그런데 설마….

‘이박신이 서큐버스한테 당했을 줄이야!!’

뒤이어 임병건을 향해 두 개의 창날이 날아들었다.

타앙.

백영희와 선우영이 그 공격을 막았다.

임병건은 자신의 눈앞에 멈춘 창날을 보고 간담이 떨렸다.

“오이수, 오일수?!”

저들도 북한 생존자 무리 중에서는 나름 한가락 하는 형제들이다.

저들이 있는 이상 서큐버스를 이기는 건 힘들 거다, 그게 임병건의 판단이었다.

“도, 도망쳐!!”

황급히 말하느라 목소리가 갈라진 임병건.

그러나 선우영과 백영희는 주눅 든 기색조차 없었다. 아니, 오히려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는 뒤로 빠져서 구경하고 계세요.”

선우영이 자신만만했다.

저들이 이 일대를 주름잡던 각성자라고?

그게 어쨌단 건가.

딱 한 번 날붙이를 맞대어보니, 한 수 아래라는 게 보이는데.

채앵.

백영희와 선우영이 창날을 밀어냈다.

오이수와 오일수 형제는 뒤로 밀려나며 중심이 무너졌다.

힘의 격차가 확연히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백영희가 주먹을 말아 쥐었다.

퍼억!!

그들의 급소를 깔끔하게 때려 기절시켰다.

선우영은 이박신의 배때기에 발차기를 날려 저 멀리 날려버렸다.

녀석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기절해 축 늘어졌다.

순식간이었다.

녀석들이 전투 불능이 된 건.

“끄, 끄륵?!”

서큐버스는 겁에 질려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자, 그러면 사람 이용한 대가를 치러야지. 이 망할 박쥐야.”

선우영은 무릎을 굽혔다.

타닷.

땅바닥에 발도장이 찍힐 정도로 강력한 다릿심을 활용해 낮게 뛰어올랐다.

그 모습은 독수리가 사냥에 나선 듯하였다.

스걱-!!

선우영의 칼날이 서큐버스의 목을 통과해 나왔다.

서큐버스는 목과 몸통이 분리되어 죽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매혹에 걸려있던 사람들이 정신지배에 풀려났다.

“어?!”

“뭐가…….”

다들 어리둥절했다.

그들 사이로 임병건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

검을 허공에 휘둘러, 칼날에 묻은 핏물을 털어내는 선우영.

임병건은 그를 쳐다봤다.

강한 줄은 알고 있었다.

근데, 이 정도일 줄은 전혀 몰랐다.

‘히야, 대단하다. 대단해.’

보통내기가 아니다.

마치 무협 소설 속에서나 보던 영웅을 보는 듯했다.

선우영은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매혹에서 풀려난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온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을 보호하러 왔습니다. 지시에 따라 움직여주십시오.”

“남조선에서 사람이??”

“저거 진짜야?”

매혹에서 풀려난 사람들은 혼란스러웠다.

진위가 헷갈렸다.

서큐버스의 매혹에서 막 풀려난 터라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마지막 기억은 하나.

서큐버스와 처음 조우했을 당시뿐이었다.

당연히 그 망할 몬스터로부터 자신들을 구해준 인물이 누군지도 몰랐다.

“남조선 인민이 왜 여기에 있어?”

“저 말이 진짜임까?”

사람들이 어리둥절하며 따르길 주저했다.

선우영은 한숨을 쉬었다.

이제 저들을 어떻게 설득할까 고심하던 그때.

“아, 답답해!!”

임병건이 모두의 앞에 섰다.

그가 시체가 된 서큐버스를 가리키며 목청을 높였다.

“저기 있는 서큐버스는 안 보임까? 다들 눈깔이 삐었슴까? 저 요물한테 홀려서 이용당했는데. 구해준 은인을 몰라 봄니까?”

“뭐? 저 남조선 인민이?”

“우릴 구해줬다고?”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라 똑같은 북한 사람이 하는 말.

동향 사람이 하는 주장이라 더 신뢰가 갔다.

“정말로 저 남조선 청년이?”

“왜 도와줬다니?”

임병건은 가슴을 팍팍 때리며 답답해 죽겠단 마음을 표현했다.

“우릴 구해주겠담다. 우리를 구해주겠다고 남조선에서 왔단 말임다.”

“?!”

그 말을 들은 북한 사람들은 눈을 화등잔만 하게 떴다.

이미 지옥으로 변해버린 북한.

절망 속을 살아가던 북한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그들은 곧장 선우영에게 소리쳤다.

“우리 좀 구해주시라요.”

“이 땅에선 도저히 못 살것슴다. 살려주시라요.”

“남조선은 괜찮습니까? 남조선으로 데려가주시라요!!”

임병건이 선우영을 손짓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이 남조선 청년을 지도자 동지라고 생각하고 따르시라요. 그러면 살 수 있슴다.”

그의 말이 대번에 먹혔다.

사람들은 선우영의 지시라면 뭐든 따르겠다며 소리쳤다.

선우영은 임병건을 바라봤다.

‘오, 이 아저씨가 이런 식으로 활약해 주시네?’

그가 나서준 덕분에 일 처리가 아주 쉬워졌다.

선우영은 사람들을 인솔하여, 동료들이 있는 장소로 돌아왔다.

“어, 선우영 씨!! 돌아오셨습니까.”

김철수가 소리쳤다.

그들은 서큐버스한테 조종당해 자신들을 공격했던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있었다.

선우영은 북한 사람들한테 음식과 물을 제공하고, 환자에겐 포션을 부어 치료해줬다.

그다음 군인들과 함께 쉘터를 만들었다.

기술자들이 지시를 내리자 반나절 만에 쉘터가 만들어졌다.

들어보니, 이미 다 만들어진 부품을 가져와 조립만 하면 돼서 금방 끝났다고 한다.

“이 쉘터라면 D급 몬스터까진 안전할 겁니다.”

기술자들이 가슴을 두드리며 자부했다. 이제야, 한숨 좀 돌릴 수 있는 휴식처가 생겼다.

북한 사람들은 쉘터에 들어가 감탄사를 연신 내뱉었다.

“남조선 기술이 대단하구먼.”

“그러게 말임다. 다 우리처럼 사는 줄 알았지, 이럴 줄은 몰랐슴다.”

따뜻한 밥과 보금자리.

북한 사람들은 몬스터에게 죽어버린 가족들도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싶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도 뭐, 꾸역꾸역 살아남아 보호받았으니……. 신께 감사했다.

뚜벅, 뚜벅.

선우영은 쉘터에 들어가기 전, 서쪽을 바라봤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평양.’

그곳을 다스리는 A급 몬스터 두 마리를 처리해야 한다.

지금 실력으론 정면승부는 자살행위다.

하지만.

‘예로부터 오랑캐는 오랑캐로 무찌르라고 했지.’

선우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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