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그거 안 해요.
문태진의 돌직구 영입.
선우영은 그의 명함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밀어냈다.
“네, 없어요.”
“그러지 말고…….”
“안 돼요. 크루그먼 길드랑 전속 계약 썼어요. 게다가 정부 소속 각성자들은 박봉이잖아요.”
선우영은 딱 잘라 말했다.
정부 소속 각성자는 범죄와 국경 사수에 투입된다, 민간인 대피에도 투입되고!
할 일은 많은데, 공무원이라 월급이 적다.
문태진은 자신의 명함을 잠깐 바라보더니, 마지막 설득에 들어갔다.
“선우영 씨 말씀처럼 정부 소속 각성자들은 헌터들에 비해 큰돈을 만질 수가 없습니다. 대신 다른 걸 얻어가죠.”
“그게 뭡니까.”
국가가 정부 소속 각성자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보상.
그건 ‘정보’였다.
“정보, 결코 돈보다 못한 것은 아니죠.”
“…….”
“어떻습니까?”
정보라는 탐스러운 미끼.
문태진은 그걸로 낚시하듯 선우영을 낚아볼 심상이었다.
“돈과 권력은 정보에서 나온다. 그러니 아는 게 힘이다.”
“잘 알고 계시는군요.”
“네, 비슷한 경험을 몇 번 해봤습니다.”
그 말에 문태진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비슷한 경험을 해봤단 말이 마음에 걸렸다.
선우영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정보가 있으면, 이득을 취하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누군가를 함정에 빠뜨릴 일도 가능하다. 협박마저 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자신도 ‘미래 정보’를 통해 이익을 누렸다.
선우영이 대화를 이어 나갔다.
“큰돈은 줄 수 없으니…… 돈을 벌 수 있는 정보들을 주겠다?”
“국가기밀이나 안보 수준의 내용만 아니라면, 관련 정보 대부분을 공유해드리겠습니다.”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특권이었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100만 원 투자해 1억을 얻을 수 있으니까.
불로소득도 가능해진다.
힘들게 회사 다니면서 200만 원 버는 인간과 집에서 종일 놀다가 ‘정보’를 통해 주식으로 1억을 버는 인간.
둘 중에 어느 인생이 더 좋은가.
정보란 그 정도 가치가 있다.
문태진은 선우영이 그 맛을 알고 있다고 해서, 넘어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래도 싫습니다.”
선우영은 끝까지 단호했다.
물론 정보가 돈만큼이나 대단한 건 맞다.
옳은 소리지.
하지만 딱히 끌리는 메리트가 아니었다.
‘정보가 좋은 건 인정해. 하지만 난 미래 정보까지 다 알고 있어. 정부가 가진 것들보다 더 뛰어난데, 굳이 정부 소속 각성자가 될 필요는 없지.’
선우영이 단호하게 나오자, 문태진은 그 이상 권유하진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명함을 다시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군.’
이 이상, 밀어붙이면 오히려 반감을 가질 수 있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바에야 적당한 선에서 물러나 주는 게 낫다.
문태진은 그에게 붉은 스킬석을 건넸다.
“뭐,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뵙도록 하죠. 이건 약속했던 붉은 스킬석입니다.”
선우영은 얼른 그걸 받았다.
문태진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 앞으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선우영은 어쩔 수 없이 그와 악수했다.
“많이 만나봐야, 제 의견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봤자 미운 정밖에 안 들걸요?”
“그럼 다행이네요. 미운 정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아닙니까.”
문태진은 한마디도 안 졌다.
선우영은 붉은 스킬석을 가지고 경찰청을 나왔다.
부르릉.
그의 포르쉐가 도로를 달렸다.
창문으로 그걸 지켜보던 문태진이 허파에서 깊은숨을 뿜어냈다.
“하아.”
보통 인물이 아니다.
고심하는 눈치조차 보이지 않았다.
정부 소속 각성자가 되어달라고, 다른 사람들을 꼬실 때가 생각났다.
다들 고심 정도는 한다.
그래, 생각하는 시늉이라도 한단 말이다.
근데 선우영은 아니다.
뭔가, 당연하단 듯이 확신에 차서 거절하는데…….
‘무언가 있는 건가?’
그런 느낌이 들 정도였다.
경찰 총경한테 들었던 선우영은 소시민적이고 친서민적 헌터였다.
욕망이 없는 인물.
오직 강해지는 것에 몰두하는 인간.
실제론 달랐다.
‘정부 소속 각성자 얘기를 꺼내자마자 박봉부터 꺼냈어. 생각보다 물욕이 상당하군.’
욕심이 많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다른 장점들이 더욱 눈에 띄었다.
‘몬스터 방어부 장관이 말을 걸면 조금이라도 위축되기 마련인데….’
그런 낌새가 전혀 없다.
꽤 강심장이니, 판단력이 흐트러지는 일도 없어 보였다.
‘대단한 사람이라며 띄워줘도 안 통했어.’
냉정하다.
아주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을 지녔다.
‘돈 벌 수 있는 정보를 준다고 했지만,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고.’
꼬실만한 카드가 더 이상 없다.
문태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부 소속 각성자로 만들긴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북한 수복전에 필요한 인재라는 건 확실히 알겠다.
‘정부 소속 각성자로 영입하는 건 포기하고…… 크루그먼 길드에서 헌터를 파견 보낸 식으로 처리해야 하나?’
문태진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 * *
부르릉.
선우영은 포르쉐를 몰았다.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지자 브레이크를 밟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
“문태진이가 나섰다 이 말이지?”
슬슬 시작되려나 보다.
‘북한 수복이 말이야.’
급격하게 늘어나는 북한의 몬스터. 놈들이 대한민국으로 쳐들어오기 전에 미리 선제공격하여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겠단 작전이다.
거참, 말은 쉽지.
그게 어디 쉬운 일인 줄 아는가.
북한 영토는 몬스터만 죽인다고 끝이 아니다.
그곳 민간인들도 보호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물자며 인력이며 모자랄 게 뻔하지 않은가.
물론 대한민국 정부도 그걸 인식하고 있었다.
그걸 감수한 수복전을 펼치겠지. 그러니 많은 헌터들을 이번 수복전에 데려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아니겠나.
대한민국 군대가 북한으로 출발하기까지 남은 기간은…….
‘대략 4개월!!’
선우영은 핸들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겼다.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는 길드와 헌터들에게 달콤한 제안을 건네며 싸움에 끌어들인다.
‘본래 미래에선…….’
몇몇 대형길드와 헌터들이 북한 땅을 점령하러 떠난다.
‘하지만 쉽지 않았지.’
수복전에 참가한 헌터들의 30%가 죽어서 돌아왔다.
설상가상 무슨 문제가 터졌는지도 자세히 알 수 없었다.
무언가 사건이 터졌을 땐, 무전기는 고장이 나 있었고, 전투의 흔적 빼고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북한 수복전의 피해로 헌터들의 숫자가 줄어들자, 대한민국에 나타난 게이트를 닫는 일마저 굉장히 버거워졌다.
북한을 수복하는 건, 분명히 필요한 일이었지만 손해가 막심했다.
국제 게이트 방어 안전 점수가 89점에서 단숨에 60점 때까지 팍 깎일 정도였으니까.
게이트 안전 국가에서 평균 수준으로 확 떨어진 것이다.
‘이번에도 내가 나서볼까?’
그런 문제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말이다.
선우영은 문태진한테 받은 붉은 스킬석을 [사자심왕]과 융합시켰다.
그의 모든 능력치가 100% 상승했다.
시원한 쾌감이 몸을 질주한다.
‘이걸로 못해도 B급은 되었겠네.’
회귀 이전의 수준까지 강해졌다.
신호등의 빨간불이 초록으로 바뀌고, 선우영은 액셀을 밟으며 도로를 질주했다.
* * *
어느덧 오후 6시가 됐다.
선우영은 길드를 퇴근하고 PS웨펀으로 향했다.
북한 수복전에 필요한 준비.
그 첫 번째는 무기다.
‘북한은 다양한 몬스터들이 있는 곳이야.’
헌터들의 생존확률을 높이려면 역시나 뛰어난 무기가 필수적이다.
PS웨펀의 무기 제작자 박인혁.
선우영의 기억 속에 그는 언제나 한 단계 앞선 기술로 무기를 제작했다.
북한 수복전에서 헌터들의 생존확률을 높이려면, 박인혁의 기술력을 지금보다 더 빨리 상승시켜야 했다.
그래야, 더 뛰어난 합금기술로 훌륭한 무기를 만들어낼 테니까.
공방에 도착하자 무기 만드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깡깡깡.
투다다다다.
“자자, 서두르자! 물량 맞추려면 야근해도 모자라다!”
박인혁이 소리치자 주변에 있던 무기 제작자들이 목청껏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대장!”
“끝나면 치킨 쏘시는 겁니다?”
“그래, 알았다. 이것들아.”
박인혁도 어엿한 공방의 주인이 되었다.
선우영은 그를 불렀다.
“박인혁 씨.”
“어?! 선우영 씨. 여긴 어쩐 일이세요!!”
일하느라 땀을 줄줄 흘리던 박인혁이 선우영을 발견하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선우영은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지나는 길에 생각나서 왔죠.”
“하하하. 그러시구나. 요즘 우리 PS웨펀에 대한 뉴스 들으셨어요? 품질 최고라고 난리입니다.”
박인혁은 허리를 펴며 자신만만하게 자랑했다.
어찌나 얼굴이 폈던지, 처음 만났을 때랑 다르게 웃음이 많아졌다.
“박인혁 씨, 요즘 무기 개발은 어떠세요?”
“무기 개발이라…… 실은 새로운 합금을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진전이 없네요.”
“그렇습니까?”
“이것저것 해보고는 있죠. 근데, 좀처럼 안 되네요. 될 듯 될 듯하면서 매번 실패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선우영은 자신의 서류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건 한 권의 노트였다.
“이건……?”
박인혁이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선우영은 별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답해줬다.
“그거, 제가 알고 있는 무기 제작자님한테 들은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읽어보세요.”
박인혁은 바로 노트를 폈다.
아무 생각 없이 읽어 내려가던 그가 두 번째 페이지를 펼쳤다.
그렇게 다섯 페이지쯤 가서야, 뭔가 단서를 잡았단 표정으로 다시 첫 번째 페이지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처음과 달리 첫 번째 페이지를 유심히 읽었다.
“오호?!”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선우영이 준 노트에는 무기 제작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다.
뭘 어떻게 만들란 얘기는 안 쓰여 있다.
다만, 어떠한 기연을 통해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상세히 적혀있었다.
그걸 어떻게 활용했으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철을 두드렸는가.
사소한 이야기도 자세히 풀이되어 있었다.
박인현은 손이 파르르 떨렸다.
‘이 정도 되는 무기 제작자라면 틀림없이 어마어마한 고수일 거야.’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받았던 노트.
그러나 읽어보면 읽어볼수록 굉장함이 새록새록 다가온다.
‘도대체 누구지, 이 고수는?’
누군지 알기만 한다면 지금 당장 찾아가 엎드려 절하고 가르침을 구할 텐데.
“선우영 씨, 이 무기 제작 고수님을 찾아뵐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불가능합니다.”
“어째서입니까?”
“은둔 고수라서 정차 없이 돌아다니시거든요. 만나 뵙기 힘든 분입니다. 저 노트도 간신히 부탁해서 얻었습니다.”
“아! 이런 분이 은둔 고수라니. 가르침을 청할 수가 없다니-!! 이렇게 한탄스러울 수가!!”
박인혁은 일생의 한이란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선우영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푸흡.”
그는 어떻게든 평정심을 찾고 웃음기를 지웠다.
아, 진짜 미치겠다.
‘저 노트에 쓰여 있는 내용…… 미래의 박인혁이 쓴 자서전인데.’
그렇다.
은둔 고수의 정체는 미래의 박인혁.
현재의 그가 미래의 자신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고작 자서전이지만, 똑같은 박인혁이 쓴 내용이니 실력을 상승시킬 힌트를 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 판단이 제대로 적중했다.
박인혁은 미래의 자신이 쓴 자서전을 읽으며 깨달음을 차근차근 쌓아갔다.
“선우영 씨, 저 지금 시험해보고 싶은 제작법이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시간 잡아먹은 건 아닐지 모르겠네요.”
“아닙니다. 결코 아닙니다. 선우영 씨 덕분에 이렇게 귀중한 물건도 얻었잖습니까.”
박인혁은 노트를 보물처럼 끌어안으며 눈을 반짝였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선우영은 그리 말하며 다시 포르쉐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조심히 가세요!!”
박인혁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선우영은 백미러로 그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아마 조만간 새로운 무기 제작법이 탄생할 거다.
정말로 기대가 된다.
‘그 무기들로 북한에 있는 몬스터를 해치우면, 더 많은 헌터들이 살아남겠지.’
그리고
‘그 무기 판매를 통해 나도 두둑이 돈 좀 만지고 말이야.’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