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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55화 (55/200)

#55화 욕망을 성취해라.

선우영 일행은 게이트로 들어왔다.

질척질척한 땅바닥.

우중충한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한바탕 비가 쏟아질 건지, 검은 먹구름이 많이 꼈다.

안개도 짙었다.

으스스한 분위기가 사람들을 반겼다.

“으으~으.”

김철수는 소름 끼친다는 듯이 팔뚝을 손바닥으로 비볐다.

꼭 뭐가 나올 것처럼 음산했다.

그래, 귀신같은 게 말이다.

그 예감이 맞은 걸까.

“꾸에에엑!!”

“꾸에에엑~!!”

저 멀리서 해골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스켈레톤들이다.

뼈로 이뤄진 몬스터들이 걸어온다.

텅 비어있는 눈에선 시퍼런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눈동자처럼 말이다.

녀석들의 손에는 이가 빠진 검이 들려 있었다.

깡깡깡.

김철수는 몸을 강철로 만들었다.

무쇠 주먹을 서로 부딪쳐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스켈레톤의 주의를 집중시키기 딱 좋았다.

“덤벼라, 이 백골들아!”

김철수가 우렁찬 소리를 질렀다.

어찌나 크던지, 쩌렁쩌렁하게 메아리가 칠 정도였다.

스켈레톤들이 김철수를 향해 뛰었다.

그는 씨익 웃었다.

강철로 만드는 부분이 가슴까지 확장되었다.

방어력은 더욱 상승했다.

조만간 복부까지 강철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방어력은 최강이다!’

김철수는 정면으로 스켈레톤들과 부딪혔다.

이젠 방패도 쓰지 않았다.

복싱으로 단련된 민첩한 움직임과 무쇠 주먹으로 스켈레톤들을 압도했다.

일반적인 탱커와 달랐다.

방패로 어그로를 끌며 몬스터를 붙잡는 게 탱커가 아닌가.

김철수는 그걸 넘어섰다.

방어력이 높아지면서 강철로 변한 육체도 더욱 단단해졌다.

그의 주먹은 그 자체로 흉기였다.

깡깡깡!

스켈레톤들이 검을 휘둘렀지만, 김철수에게 상처도 내놓지 못했다.

그의 주먹에 모조리 막혔으니까.

일방적인 싸움이 이어졌다.

김철수가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머리를 얻어맞은 스켈레톤.

머리뼈가 부서지며 두개골 파편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크하하하!!”

김철수는 피가 끓어올랐다.

오래간만에 싸우자 짜릿한 엔도르핀이 전신을 헤집었다.

스켈레톤을 때릴 때마다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이 주먹을 자극한다.

김철수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다.

마지막으로, 요즘에 익힌 새로운 복싱 기술을 사용했다.

주먹에 오러를 응축시키고.

극한으로 강도를 끌어올려 단단하게 만들었다.

“스매쉬!!”

그의 주먹이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졌다.

곡선을 그리는 공격!

융단폭격하듯 묵직하고 재빠른 주먹이 날아갔다.

뻐엉-!!

공기압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스켈레톤의 머리가 박살 났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충격이 어마어마했는지 머리를 맞은 스켈레톤이 땅바닥을 튕기며 허공을 빙글빙글 돌다 떨어졌다.

어마어마한 파괴력이었다.

거칠지만 야성이 느껴지는 공격방식이 아닌가.

육중한 들소가 연상될 정도다.

선우영은 제법이라는 얼굴로 김철수를 바라봤다.

‘더 강해졌는데?’

안 보이는 곳에서 얼마나 훈련했을지 감도 안 잡힌다.

‘저 양반도 어마어마한 노력가네.’

맘에 든다.

저 정도는 되어줘야, 애써 영입한 보람이 있지!

백영희는 검을 빼 들었다.

“이러다 김철수 씨가 다 잡겠네요.”

그녀는 질 수 없다는 듯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가 스켈레톤과 싸웠다.

휘이익!

칼날이 바람을 가르며 비바람처럼 몰아쳤다.

삼환검의 묘리를 있는 그대로 펼치며 화려한 보법을 선보였다.

실로 대단한 검술이었다.

선우영이 여태껏 가르쳐줬던 오러 기술까지 사용하며 싸우는데, 어찌나 현란하던지!

스켈레톤의 공격 방향을 미리 읽어내어 카운터와 공격만 이어갔다.

방어 자세 따윈 없었다.

그저 이치에 따라 움직인단 듯이 너무나 편안하게 검을 휘둘렀다.

스켈레톤은 회피는커녕 방어조차 못 했다.

그건 섭리 같았다.

자연스럽게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며, 스켈레톤들은 꼼짝도 못 했다.

할 수조차 없었다.

그 모든 상황을 백영희가 만들어내고 있었으니까.

선우영은 턱을 만지작거렸다.

‘검기가 예전보다 더 날카로워졌어. 상대방의 움직임을 파악해내는 지동도 매끄럽게 활용하고.’

백영희는 거침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조용석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와, 대단하다.”

F급은 상상도 못 할 높은 경지였다.

선우영은 씨익 웃었다.

“자, 그러면 나도 이제 슬슬 나서볼까!”

그의 칼날에 검기와 화염이 맺혔다. 화염으로 이루어진 검기는 조용석을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선우영은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화염 검기가 스켈레톤을 순식간에 베어내며 시뻘건 잔상을 남겼다.

화르륵.

선우영은 화염을 쏘아 멀리 있는 스켈레톤의 머리를 노렸다.

강력한 화력이 녀석들의 머리를 불태웠다.

코와 눈구멍으로 들어간 화염.

스켈레톤들은 두개골 속에 있는 특수한 구슬로 앞을 보기 때문에, 그게 손상되면 시야가 멀어버린다.

부서질 땐 그대로 사망이었다.

화염은 스켈레톤들의 두개골 속에 있는 구슬을 불태워 녹였고, 놈들은 그대로 쓰러졌다.

이후에도 선우영의 활약은 계속되었다.

그가 쓰러뜨린 스켈레톤의 숫자가 백영희와 김철수를 합친 것보다 웃돌았다.

‘대, 대단하다!’

조용석의 눈이 반짝였다.

멋있다.

너무 멋있어서 존경심이 생긴다.

‘나도 저런 헌터가 되고 싶다! 저렇게 활약하고 싶다!’

욕망이 솟구쳤다.

그럴수록 짐꾼이나 하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자신에 대한 실망감.

자책감이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심지어…….

‘선우영은 나보다 어리잖아.’

자신보다 나이도 덜 먹은 사람이 저렇게 활약하자, 자꾸만 부끄러웠다.

자신이 나이를 헛먹었나 싶고.

돌이켜보면 이 나이가 될 때 동안 이룬 게 하나도 없었다.

‘한심하다. 나는 정말로 한심하다. 정말로 더럽게 한심하다.’

조용석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첫 번째 교전이 끝났다.

선우영은 주변을 경계하며 혹시나 모를 습격에 대비했다.

그동안 조용석은 스켈레톤의 시신에서 마석과 쓸 만한 부산물들을 챙겼다.

이래 보여도 스켈레톤의 뼈는 건축업에 유용한 재료가 된다.

제법 짭짤한 부수입이었다.

조용석의 작업이 끝나자 선우영 일행은 앞으로 걸어 나갔다.

정운은 입을 삐쭉였다.

“나도 나설 수 있었는데…….”

활약하지 못했단 사실에 꽤 분했나 보다.

선우영은 껄껄 웃었다.

“운아, 금방 활약할 때가 올 거야. 조금만 참아.”

“그렇지만…… 나도 아저씨랑 같이 게이트에 들어왔는데, 나 혼자만 아무것도 안 하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너무 강해서 제가 나설 틈도 없다고요.”

“보스전에서 한바탕 날뛰어봐. 아저씨가 도와줄 테니까.”

“정말이요!!”

정운의 목소리가 대번에 밝아졌다.

선우영은 정운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키득키득 웃었다.

머리가 헝클어지는데도 정운은 좋다고 헤실헤실했다.

선우영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커다란 짐을 들고 쫓아오는 조용석이 보였다.

“안 무거우세요?”

“괜찮습니다. 이런 걸로 무겁다니요.”

짊어진 스켈레톤의 뼈 무게만 해도 이미 30kg을 넘어섰지만, 조용석은 괜찮다고 대답했다.

선우영은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야, 마석이나 몬스터 시체 부산물 챙겨주는 짐꾼이 있어서 편하네요. 덕분에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렇다니 다행입니다.”

조용석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우영은 그를 보고 한마디 던졌다.

“근데 진짜 짐꾼이세요?”

“예? 아! 제가 생긴 것 때문에 베테랑 헌터로 종종 오해받습니다.”

조용석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선우영은 그의 속내를 알고 싶어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혹시 꿈같은 거 있으세요?”

“예?”

조용석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꿈이라니!

아픈 부분을 아무렇지 않게 찌른다.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데 말이다.

조용석은 애써 계속 웃음기를 유지했다.

“꿈이랄 게 있나요. 그냥 열심히 살아가는 거죠.”

거짓말을 내뱉었다.

자신보다 나이 어린 선우영에게 너처럼 굉장한 헌터가 되고 싶다고 말할 수 없었다.

막막한 마음이 거짓말을 만들어냈다.

그게 드러난 걸까.

조용석의 눈빛에서 서글픔이 짙게 묻어났다.

선우영은 그걸 눈치챘다.

똑같았으니까.

회귀 이전에, 재능을 깨닫지 못하고 절망했던 자신의 눈빛과 똑같았으니까!!

그리고 공감이 갔다.

조용석의 마음이 어떨지 설명하지 않아도 그대로 느껴졌다.

왜 모르겠나. 저 남자의 맘속에 숨겨진 성공을 향한 의지를!

“포기하지 마세요.”

“예?”

“포기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

조용석은 조용히 선우영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모든 걸 이해하고 있단 듯이 진중했다.

선우영은 진심을 토해냈다.

“욕망을 숨기며 살지 마세요.”

“……”

“욕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갈구하고 간절해야 합니다.”

“……”

“더욱 높은 곳을 노리세요. 실패하더라도, 그 최후가 어떻든지, 욕망을 품은 사람은 결코 멈춰선 안 됩니다.”

“……”

“차라리 부서질지언정 무릎은 꿇지 마세요.”

조용석의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충격이었다.

어째서인지, 선우영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왔단 생각이 들었다.

그걸 극복한 사람이 아닐까?

무엇보다 선우영의 눈동자는 욕망을 쟁취하겠단 맹수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선우영은 헛기침하며 정면을 쳐다봤다.

“크흠.”

젠장, 자신답지 않게 너무 감정적으로 나왔다.

하지만

선우영의 말은 조용석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부서질지언정 무릎 꿇으면 안 된다…… 저게 정답일지도 모르겠네.’

조용석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처음엔 선우영의 무력에 반했는데, 지금은 그의 성품에 반해버릴 것 같았다.

조용석은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그래, 포기하려고 도전한 게 아니야. 실패하더라도 도전해야 한다. 부서질지언정 자신에게 절망하고 포기해선 안 돼!!’

결심이 섰다.

내일부터 다시 죽어라 훈련해서 헌터가 되겠단 꿈을 이루겠다.

그게 자신의 길이었으니까.

선우영 일행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두 번째 스켈레톤 무리가 나타났다.

그들은 전투를 이어갔다.

스켈레톤들은 강하지 않았지만, 숫자가 많았다.

그래도 부상자는 없었다.

“후우. 힘드네.”

김철수가 중얼거리며 턱으로 모여드는 땀을 손등으로 쓸었다.

선우영이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지치면 다음 싸움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잠깐만 쉬면서 체력을 회복하죠.”

그들은 땅바닥에 앉아 쉬었다.

질척질척한 진흙이 바지에 묻었지만, 딱히 상관하지 않았다.

조용석은 자기 작업에 들어갔다.

마석과 스켈레톤의 뼈를 모아 가방에 담았다.

그다음 물을 꺼내 헌터들에게 건넸다.

“목 좀 축이세요.”

“감사합니다.”

백영희는 고개 숙이며 인사하고 물을 마셨다.

다들 휴식을 취할 때, 할 일이 끝난 조용석을 자기 몸에서 오러를 일으켰다.

선우영의 말에 자극받아, 이 짧은 틈을 이용해 훈련해볼 셈이었다.

그의 피부가 급작스레 붉어졌다.

비정상적이었다.

조용석은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한 줌의 오러를 느꼈다.

아주 미약하다.

“후우.”

조용석은 숨을 짧게 뱉어냈다.

어떻게 해야 F급에서 졸업할 수 있을지 생각하던 찰나.

“제가 도와드릴까요?”

어느 틈에 선우영이 자신의 옆자리에 다가와 있었다.

조용석을 화들짝 놀라 움찔했다.

“도와주신다고요?”

“네. 얼핏 보니까, 조용석 씨가 가진 문제가 뭔지 알 거 같거든요.”

“그게 진짜입니까.”

조용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게 사실이라면 자신의 꿈이 이뤄질지도 모른다.

그는 집중하여 경청했다.

선우영이 입을 뗐다.

“그러니까, 조용석 씨의 증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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