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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54화 (54/200)

#54화 사상최강의 짐꾼.

터벅, 터벅.

후드티를 입은 남자가 길거리를 걸어 다녔다.

시커먼 옷차림새가 으스스했다.

음침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며 걸어가는 사내.

덩치는 크고 키는 180cm쯤 됐다.

어깨도 떡 벌어져 있는 게, 체격이 제법 있어 보였다.

모자를 꾹 눌러써서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얼핏 보이는 낯빛이 사나웠다.

사내는 길을 걷던 도중 슈퍼마켓의 신문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선우영.”

요즘 화제가 되는 유명 헌터, 선우영의 기사가 적혀있었다.

- 선우영, 몬스터 불법 사육장을 소탕하다!

- 이번에도 선우영? 그는 영웅인가?

- 국민 여배우 김아람, 선우영 같은 남자가 좋아.

사내는 빤히 그걸 쳐다보았다.

그때였다.

쨍그랑.

주변에 있는 창문이 깨지며, 은행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얼굴에 마스크를 쓴 녀석.

놈의 손에는 여행 배낭과 권총이 들려 있었다.

놈의 정체는 강도였다.

탕탕탕.

녀석이 방아쇠를 당기며 하늘을 향해 총을 쏘았다.

총구가 불꽃을 쏘고.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꺄아악!!”

“사, 살려주세요.”

“저한텐 먹여 살릴 처자식이 있어요.”

시민들을 벌벌 떨며 엎드렸다.

강도는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권총을 겨누며 언성을 높였다.

“겨, 경찰에 신고하면 주, 죽여 버리겠다!”

떨고 있는 놈의 목소리.

초범이었는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강도가 몸을 돌려 도망치려던 순간.

투욱.

놈이 음침한 사내와 부딪혔다.

“젠장, 넌 또 뭐야!!”

강도가 소리치며 음침한 사내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그러나 음침한 사내는 반응이 없었다.

그저 강도는 매서운 눈빛으로 내려다볼 뿐.

휘이잉.

바람이 불며 음침한 사내의 모자가 벗겨졌다.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빡빡 밀은 군대식 머리가 눈에 띄었다.

쫙 찢어져 날카로운 눈매.

아랫입술에서부터 턱밑까지 내려온 칼날자국이 인상 깊었다.

눈빛이 범상치 않았다.

살기를 드러내듯 실핏줄이 보이는 흰자와 시커먼 눈동자.

강도는 흠칫했다.

‘뭐, 이렇게 무섭게 생긴 놈이 다 있어. 엄청 위험한 놈 같은데.’

하지만 자신에겐 권총이 있었다.

기죽을 필요 없다.

“이 새끼! 나한테는 권총이 있다고. 까불지 마!!”

놈이 소리치며,

철컥.

권총을 사내에게 재차 겨눴다.

그 순간이었다.

사내의 피부가 시뻘겋게 변하기 시작했다. 비정상적으로!!

강도는 식겁했다.

‘설마, 헌터?! 지금 스킬을 쓰려는 건가!!’

놈의 손이 벌벌 떨렸다.

헌터를 상대로 권총은 큰 효과가 없을 거다.

자칫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른다.

음침한 사내가 풍기는 중압감에 강도가 압도되었다.

“아아…….”

놈은 권총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목숨만큼은 제발 살려주십시오.”

강도는 벌벌 떨며 주저앉았다.

삐용, 삐용.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와 함께 도착한 경찰이 강도를 체포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와! 저 헌터가 강도를 잡았어.”

“싸우지도 않고 눈빛으로 제압하다니, 어지간히 강한 헌터인가 봐.”

“머, 멋있다.”

“저렇게 대단한 헌터인데…… 누군지? 혹시 은둔 고수?! 무협지에 나오는 은둔 고수인가??”

사내는 사람들을 스윽 쳐다보고, 음침한 골목으로 향했다.

인적이 아예 없는 곳에 도착하자….

“크하아, 죽는 줄 알았다.”

사내는 벽에 기대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사내의 이름은 조용석.

각성자가 되었지만, 오러를 발산할 수 없는 병에 걸린 사내였다.

오러는 D급 수준으로 쌓여 가는데, 빌어먹게도 발산을 할 수 없으니 싸울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짐꾼으로 밥 벌어먹는 상태였다.

그의 등급은 F급.

총알로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등급이었다.

스킬도 고작 3개밖에 못 익히는 상태였다. 그마저도 돈이 없어서 스킬석을 못 구했다.

‘뭐가 멋있어야! 겁먹어서 가만히 있었더니, 강도가 제멋대로 착각해서 항복한 건데!!’

외모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어마어마한 강자로 종종 착각하였다.

아까는 그냥 재수가 좋았을 뿐이다.

‘나도 선우영처럼 멋있는 헌터가 돼서 활약하고 싶은데.’

그게 조용석의 꿈이었다.

* * *

다음날.

조용석은 게이트에서 나왔다.

등에는 빵빵한 배낭이 메여있었다.

“헉, 헉, 헉.”

조용석은 탈진할 듯 숨을 들이켰다.

몬스터의 시체 부산물과 마석을 챙기고 나오느라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야이, 굼벵아. 고작 그런 걸로 힘들다고 꺽꺽대냐.”

“크크크, 생긴 거랑 따로 노네.”

“처음에 저 얼굴 봤을 때, 베테랑 헌터인 줄 알았다니까.”

“그러게, 말이야.”

게이트에서 나온 헌터들이 조용석을 조롱했다.

그는 따지지도 못했다.

분하지 않았단 소리는 결코 아니다.

왜 안 분하겠는가.

화가 치솟지.

하지만 여기서 화냈다간 일거리가 끊긴다.

짐꾼의 일자리는 일정치 않다.

게이트에 들어간 헌터들이 고용해줘야 먹고 살 수 있으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프리랜서 신분이다.

“하하하. 제 얼굴이 좀 독특하게 생기긴 했죠, 그렇지 않습니까?”

조용석은 실없는 사람처럼 웃었다.

헌터들은 피식거리며 그의 어깨를 밀치고 앞으로 걸어갔다.

타앗.

안 그래도 짐이 많았던 조용석.

“아앗.”

순간 중심을 잃어버리고 땅바닥에 넘어져 버렸다.

조용석을 흙먼지를 뒤집어썼다.

땀범벅이 된 얼굴에 모래가 촥 달라붙었다.

“퉷퉷.”

그는 입안으로 들어간 흙을 뱉었다.

헌터들은 조용석이 가진 배낭을 빼어가듯 가져가며, 그의 얼굴에 현금을 던졌다.

신사임당 4장이었다.

20만 원 벌자고 이런 대우를 받으며 살아야 했다.

‘참자, 참아.’

조용석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지렁이가 보였다.

어째서일까?

땅바닥을 꿈틀거리는 지렁이와 살아보겠다고 노력하는 자신의 신세가 똑같다고 느껴지는 건.

조용석은 땅바닥에 떨어진 지폐를 주워 지갑에 넣었다.

‘원룸 월세도 빠듯하네.’

그의 입술에서 한숨이 푹푹 쉬어졌다.

보수가 큰 일자리가 필요했다.

‘나도 선우영처럼 강해져서 돈과 명예를 거머쥐고 싶다.’

떵떵거리며 살아봤으면 좋겠다.

돈에 쪼들려 밥그릇 걱정하고, 최악의 대우를 받아도 바보같이 고개를 숙이는 건 비참하다.

‘앞으로도 계속 이러고 살아야 하나?’

한탄스럽다.

몇 년 전만 해도 돈보단 헌터란 꿈을 좇으며 살아갔다.

그래서 이 업계에 발을 담갔다.

잠깐 짐꾼 생활 좀 하면서 생활비 벌고, 남은 시간에 훈련하여 강한 헌터가 되고자 했다.

근데 현실이 이 모양이다.

아무리 훈련해도 강해지긴커녕 제자리걸음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돈은 점점 더 필요해졌다.

월세는 올라가지.

식료품값도 예전보다 확 상승해 버렸다.

공과금이랑 월세 내고 나면 손에 쥔 돈은 쥐꼬리만 했다.

저축은 꿈도 못 꿨다.

요즘은 카드 돌려막기로 연명하는 중이다.

기댈 구석조차 없었다. 명예퇴직을 앞둔 부모님께 손을 벌리자니 죄송스러워서 그리는 못 하겠다.

이러다 보니, 지갑 사정이 너무 빠듯했다.

남에게 비참한 모습을 보이는 게 싫어서 친구들하고도 거리를 벌렸다.

이젠 연락할 사람조차 없었다.

참 비참하다.

젊었을 적엔, 꿈을 좇는 게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좀 먹고 나니까 그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알겠다.

“에휴.”

한숨이 자꾸만 터져 나오고 어깨는 점점 무거워진다.

그때였다.

띠리링.

스마트폰이 울렸다.

‘뭐지?’

조용석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짐꾼으로 자신을 고용하겠단 문자가 왔다.

‘짐꾼 천국 사이트에 올려둔 프로필을 보고 누가 고용 제안했구나!’

보수도 제법 괜찮았다.

‘일당이 100만 원?! 하루 일당으로 이렇게 큰돈을 준다고??’

보통은 20~30만 원.

좀 짜다 싶은 게 15~18만 원 사이였다.

100만 원을 주는 고용주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도대체 누구지?’

조용석은 문자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어?!”

그의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세상에 맙소사.

“서, 선우영?!”

최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그 인물이 자신을 고용하겠단다.

‘왜 나를 데려가겠단 거지?’

거기다 거금까지 써가면서.

‘아무렴 어때. 돈을 한 번에 왕창 벌 기회인데.’

조용석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이런 비참한 인생이어도 가끔은 재수가 좋나 보다.

‘예정은 5일 뒤인가?!’

당장 게이트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에 예약하려는 모양이다.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선우영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야지. 이렇게 큰돈을 주는 고용주는 얼마 없으니까.’

그나저나 선우영이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다.

뉴스를 보면 완전 영웅이었다.

인품도 괜찮아 보였다.

‘분명 좋은 사람일 거야!’

울상이었던 조용석은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했다.

* * *

게이트 장소는 대치동에 있는 공원이었다.

경찰들이 거리를 통제했다.

차량이 뒤돌아가고, 사람들이 다른 길을 통해 출퇴근하였다.

이곳을 통과하는 차량은 오직 하나.

아기자기한 분홍색 경차.

선우영의 차량만이 이곳을 통과했다.

끼이익.

분홍색 경차가 게이트의 장소에 도착했다.

이번 게이트는 D급.

분홍색 경차에서 사람들이 내렸다.

선우영과 백영희.

뒷좌석에 있던 김철수와 정운도 내렸다.

정운은 하루 만에 D급 헌터가 됐다.

선우영이 가르쳐준 오러를 단숨에 뻥튀기하는 편법을 사용했다.

덕분에 오러가 급상승하였다.

그 외에도 오러의 소모를 줄여주는 패시브 스킬을 3개 정도 익혔다.

물론 신용한이 전부 비용을 대줬다.

대신 정운도 전속계약을 썼지만.

그래도 이게 낫다.

오러의 총량이 높아지고 소모율을 줄인 결과, 고유능력을 오랫동안 쓸 수 있게 됐으니까.

발목을 잡던 족쇄가 풀리자 정운은 순식간에 강해졌다.

고유능력으로 단번에 헌터시험에 합격하더니, F급과 E급을 게이트를 하루 만에 클리어했다.

선우영은 정면을 바라봤다.

게이트 앞에 조용석이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조용석은 미소를 지었다.

선우영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앞으로 잘 고용해줄 것 같아서 약속 시간보다 일찍 왔다.

“일찍 오셨네요.”

선우영은 그리 말하며 조용석에게 인사했다.

“하하하, 제가 좀 부지런한 편입니다.”

조용석은 그리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굉장히 저자세였다.

김철수는 그를 보고 흠칫했다.

‘오우, 저렇게 무섭게 생겼는데…… 그냥 짐꾼이라고? 헌터가 아니라?’

그 생각은 백영희도 했다.

‘생긴 건, 어디 야쿠자처럼 생겼는데. 의외네.’

그 정도로 조용석의 얼굴은 험상궂었다.

하지만 정운은 무섭지 않았다.

‘선우영 아저씨랑 드디어 게이트에 들어간다!!’

정확히는 관심도 없었다.

게이트에 들어가야 하는 헌터의 숫자는 5명.

다른 차를 타고 또 다른 크루그먼 길드 소속 헌터가 도착했다.

“하하하, 늦어서 죄송합니다.”

놈은 고개 숙이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선우영은 그리 말하며 허리춤에서 칼을 빼 들었다.

“그럼, 갑시다.”

선우영이 말하자 일행들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선우영의 목표는 딱 두 가지였다.

첫째, 뛰어난 실력으로 조용석에게 위용을 보여주어 맘을 훔치는 것.

둘째는 별거 없었다.

‘조용석이 자기 능력을 깨닫게 해주는 거지.’

그걸 위해 이번 게이트를 골랐다.

왜냐하면.

‘이번 게이트는 후세에도 회자할 정도로 악랄한 보스 몬스터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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