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제가 바로…….
선우영은 말을 이었다.
“인터넷에 어떤 이야기가 퍼져있습니다. 제가 스킬을 3개까지밖에 익힐 수 없다더라…… 그런 이야기가요.”
타다닷.
기자들의 타자판 두들기는 소리가 사방을 메웠다.
선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야기는 사실입니다. 저는 실제로 스킬을 3개밖에 익힐 수 없습니다.”
선우영은 신용한이 준 스킬석 하나를 집었다.
“하지만, 스킬 융합이 있기에, 그딴 건 별로 상관없습니다.”
그는 신용한이 준 스킬석들을 모두 흡수했다.
전부 패시브 스킬이었다.
오러의 양을 높여주는 스킬석이 3개.
민첩성을 올려주는 스킬석이 2개.
선우영은 그 모든 걸 흡수하여, [사자심왕]과 융합시켰다.
한꺼번에 5개를 말이다!
거기에 더해 [해독] 스킬까지 융합시켰다.
해독의 능력이 [사자심왕]과 합쳐지자 효과가 순식간에 추가되어 상승하였다.
이제 웬만한 독은 선우영에게 통하지도 않는다.
그는 상쾌한 감각을 느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이전보다 한층 더 강해졌다.
그 모습을 관망하던 기자들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어떤 사람은 입을 틀어막았다.
또 다른 기자는 쓰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눈을 비볐다.
“정말로 스킬을 융합했어?!”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저거 완전 사기 아니야!!”
“선우영이 스킬 융합자?? 대박 사건이야! 전 세계 헌터 업계를 뒤바꿀 엄청난 소식이라고!”
충격이었다.
정말로 스킬 6개를 흡수해 융합시켜버렸다.
앞으로 헌터 업계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조차 불가능했다.
취재 관계자 몇몇이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들은 곧바로 이 사실을 상부에 전달했다.
“네, 접니다. 지금 선우영이 발표한 내용 보고 계십니까? 네?! 아직 못 보셨다고요!! 지금 얼마나 중요한 내용이…….”
“얼른 선우영 특집방송 준비해야 합니다. 오늘 자 예능 방송은 휴방하고요!!”
그들은 분주해졌다.
이 특종을 먼저 방송해야 시청률을 확 잡아당길 수 있을 테니까.
한 기자가 손을 들었다.
“혹시, 스킬을 무한히 융합시킬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순간 기자회견장에 정적이 흘렀다.
패시브 스킬만 계속 융합시켜도 선우영의 성장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질 거다.
‘천재! 하늘이 내린 천재다!’
‘선우영은 조만간 한국을 대표하는 헌터가 될 거야.’
‘스폰서가 되겠단 기업들이 줄을 서겠군. 유심히 취재해서 이 부분도 다뤄야겠어.’
기자들의 머릿속이 바빠졌다.
앞으로 선우영과 관련된 내용만 써도 독자들이 질리지 않을 거다.
기자들은 앞다퉈 질문을 던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질문은 다채롭기 그지없었다.
어떻게 그러한 능력을 얻게 되었냐는 둥,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냐는 둥, 어떤 녀석은 뜬금없이 애인 있냐고 물어보더라.
스캔들이라도 잡아볼 생각이었나 싶다.
선우영은 성심성의껏 대답해주고 기자회견을 끝냈다.
기자들이 하나라도 더 많은 기삿감을 따내려고 그를 쫓았지만, 선우영은 자신의 경차에 타며 미소를 보일 뿐이었다.
“선우영 씨, 더 하실 말씀 없습니까?”
“아무거나 말씀해주세요.”
기자들이 간절히 애원하자 선우영은 차창을 열었다.
마치 할 말이 있다는 듯이.
“아, 그러고 보니까…….”
선우영은 특종에 눈이 먼 기자들에게 한 가지 선물을 줬다.
“요즘 스킬석 구해다 주는 루트를 개척하려 노력 중입니다.”
기자들은 그 말에 눈이 반짝거렸다.
뭔 뜻인지 단박에 이해했으니까.
‘스킬석을 구해주는 스폰서 기업을 기다리고 있단 뜻이구나!!’
이거 재미있겠다.
과연 누가 선우영의 스폰서 기업이 될까?
기자들도 호기심에 샘솟았다.
* * *
선우영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나섰다.
‘스킬 융합에 대해 밝혔으니, 질투하거나 훼방 놓는 녀석들도 나오겠군.’
예상하고 있었다.
회귀 이전에도 그랬으니까.
그걸 계산에 두고 발표한 기자회견이다.
회귀 이전에는, 여러 가지 권모술수에 휘말려 꽤나 고생했지만….
‘지금은 달라.’
그 시절에는 자신을 보호해줄 방패막이 없었다.
지금은 크루그먼 길드가 있다.
‘신용한 회장님이 전부 막아주시겠지. 차세대 에이스를 보호해야 하니까.’
뒷배가 든든하니 무서울 게 없었다.
천하의 S급 헌터 신용한을 누가 무서워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곱씹어도 크루그먼 길드만큼 좋은 곳이 없단 말이지.’
그때였다.
스마트폰이 따르릉 울렸다.
딸깍.
전화를 받아보니, 신용한 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보게, 선우영이!!”
“회장님, 기자회견 보셨습니까?”
“그래 봤네. 긴말 필요 없고. 당장 내 집무실로 오게. 지금 당장!!”
신용한의 목소리가 한껏 들떠있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이 양반은 또 왜 이러는 걸까.
선우영은 차량 핸들을 돌려 신용한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똑똑똑.
정중히 노크하며 목소리를 차분하게 깔았다.
“회장님, 선우영입니다.”
“들어오게.”
선우영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신용한 회장은 뒷짐을 지며 창문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의 컴퓨터 모니터에 어떠한 화면이 떠 있었다.
바로 선우영이 스킬융합 능력을 지녔단 뉴스 특보였다.
신용한은 뒤돌아 선우영을 바라봤다.
“자네, 참 재미있는 사람이야. [스킬융합]이라니! 그런 능력을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을 줄은 몰랐지, 뭔가.”
“칭찬 감사합니다.”
선우영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신용한은 빙그레 웃었다.
선우영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제야 모든 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저런 능력자는 계속 붙잡아 둬야 한다.
‘조만간 다른 길드가 선우영에게 관심을 보이고 또다시 꼬이겠지. 나와 척지더라도 말이야! 그걸 사전에 막아야 해.’
지금 선우영의 위치는 그 정도였다.
드르륵.
신용한이 서랍장에서 서류를 하나 꺼냈다.
선우영은 이게 뭔가 살폈다.
[전속 계약.]
1. 향후 5년간 크루그먼 전속 길드원으로 활동한다.
2. 월급을 300% 인상한다.
3. 길드에서 제공되는 기존 복지에 2배를 제공한다.
4. 휴가를 2배 늘린다.
선우영은 계약서를 보고 눈을 껌뻑였다.
내용이 참 노골적이다.
그러니까, 말뚝 박으라는 뜻이 아닌가.
대신 혜택도 대단했다.
‘딱히 크루그먼 길드를 나갈 생각은 없었는데…….’
어차피 맘에 드는 직장이라 나가고 싶지 않았는데, 이런 계약서를 들이밀다니.
‘운이 좋은데?’
선우영은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걸 본 신용한은 흐뭇한 미소와 함께 껄껄 웃었다.
“이제부턴 자네가 뛰어난 실적을 달성할 때마다 붉은 스킬석을 하나씩 주겠네.”
“감사합니다.”
신용한은 여기에 더욱 파격적인 제안을 걸었다.
“자네가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얻은 스킬석의 소유권도 전부 주겠네. 앞으로 보너스 지급도 스킬석을 추가해서 주도록 하지.”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얘기하게나, 자네 든든한 뒷배 얻은 거야!!”
신용한은 화끈한 사람이었다.
그는 선우영을 전폭적으로 밀어주기로 했다.
한번 밀어주기로 했으면, 뒷말 없을 정도로 팍팍 지원하는 스타일이었다.
신용한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전속 계약한 기념으로 붉은 스킬석을 하나 주겠네.”
“넵, 감사합니다.”
“하하하, 앞으로도 우리 길드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게.”
신용한은 크게 웃었다.
그는 선우영을 데리고, 길드에 보관된 붉은 스킬석을 하나 줬다.
선우영은 그걸 흡수했다.
“오오!”
붉은 스킬석을 흡수하자, 어떤 능력을 손에 넣었는지 깨달았다.
[데미지 반감]
어떤 공격이든 데미지를 50% 줄여주는 패시브 스킬.
이거, 좋은 게 걸렸다.
‘김철수가 부러워할 스킬을 얻었군. 게다가 패시브 스킬이야.’
선우영은 얼른 [사자심왕]과 융합시켰다.
몸에 오러가 겹겹이 쌓이는 묵직한 감각이 피부로 느껴졌다.
그런데 웃기는 건, 몸에 힘이 넘쳐흘렀다.
묵직한 촉감이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가 몸을 누르며 보호해준단 느낌이 강했다.
곧이어 그 감각이 옅어지며 스킬들이 완벽히 융합되었다.
‘이젠 탱커 능력까지 얻은 건가.’
이대로라면 혼자서 딜러와 탱커를 맡아도 될 지경이었다.
‘잘하면 조만간 B급 수준에도 올라가겠어.’
맘에 든다.
옆에서 선우영을 지켜보던 신용한은 팔짱을 끼었다.
어떠한 감정이 요동쳤다.
뭐랄까, 욕심이 속 안에서 피어오르는 중이랄까?
이내 그가 입을 열었다.
“선우영, 자네 여자친구가 있나?”
“아뇨, 없는데요.”
“그래? 그렇단 말이지.”
신용한은 먹잇감을 노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안 그래도 말년에 간신히 얻은 딸내미가 있는데, 사윗감으로 딱 좋은 녀석이 눈앞에 있었다.
‘조만간 자리 좀 주선해봐야겠군.’
신용한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자, 선우영은 오한이 들었다.
‘뭐냐? 왜 이리 춥지?’
그는 눈을 깜빡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 * *
다음날.
선우영은 크루그먼 길드에 출근했다.
그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먹잇감을 뿌렸으니, 조금 있으면 대기업들이 스폰서 하겠다고 줄을 서겠군.’
물론 선우영은 계약할 곳을 마음속으로 정해 놓은 상태였다.
‘녀석들, 아마 최고의 계약조건을 들이밀겠지.’
선우영은 피식 웃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일거리도 없는 날이었다.
‘웹서핑이나 하고 놀까?’
안 그래도 최근에 놀아본 적도 없으니, 편하게 쉬어볼 참이다.
‘길드의 공짜 에어컨 바람을 쐬며, 푹신한 의자에 앉아 열심히 일하는 선배님들 몰래 놀아야지.’
아주 완벽한 계획이다.
오늘 하루만큼은 느긋하게 월급루팡이 되어주겠다.
자기 책상에 앉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어제 있었던 기자회견 때문인 모양새다.
그는 의자에 편히 기대며 이메일을 살폈다.
새로 고침 몇 번 누르자, 이메일 37개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전부 이름있는 기업들에서 왔다.
‘전부 스폰서가 되어주겠단 제안이로군.’
선우영은 제안을 꼼꼼히 살폈다.
조건이 제법 괜찮았다.
‘스킬석을 줄 테니, 자기들 물품을 써달란 내용이 대부분이네.’
참 맘에 든다.
공짜로 물품도 받고, 보상으로 스킬석까지 얻는다.
그야말로 개꿀이었다.
‘아, 헌터무기 판매 업체들의 스폰서 제안은 전부 빼야겠다.’
선우영에겐 박인혁이 있다.
미래의 명인이 될 남자와 함께 공방을 만들고 무기 판매 사업을 벌였는데, 다른 업체 무기를 쓸 순 없었다.
‘근데…….’
선우영은 마우스 휠을 드르륵 내렸다.
맘에 드는 스폰서 제안들은 많았지만, 자신이 기다리고 있는 기업에선 아직 제안이 오지 않았다.
‘흐음, 아마도 거기가 제일 좋은 조건을 줄 텐데.’
왜 안 오는 걸까.
선우영은 팔짱을 끼고 모니터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설마, 스폰서가 될 맘이 없는 건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지금 걔네들 상황이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일 텐데??
그리 고심하며 마지막으로 새로 고침을 눌렀다.
딸깍.
마우스 왼쪽을 누르자 새로 온 메일이 하나 있었다.
선우영은 발신인을 보고 주먹을 움켜쥐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렇지-!!”
드디어 기다리던 곳에서 스폰서 제안이 왔다.
[AMS코리아]
귀하에게 스폰서 제안을 드립니다. 시간이 되시면 연락해 주십시오.
<첨부파일: 스폰서 조건.HWP>
선우영은 곧장 첨부파일을 다운 받아 내용을 훑어봤다.
‘지금까지 온 제안 중에 최고 대우군.’
[스폰서 내용]
1. 을(AMS코리아)은 갑(선우영)에게 스폰서 기간 동안 매달 스킬석 2개를 제공한다.
2. 갑(선우영)은 을(AMS코리아)의 제품을 3년간 이용해야 한다. 을(AMS코리아)의 경쟁업체 물품을 구매할 시 지급된 스킬석의 2배 가격을 위약금으로 낸다.
3. 상호 간 문제가 생겼을 시에 법원을 통해 해결한다.
매달 스킬석 2개를 주겠단다!
다른 스폰서들은 1년에 5~6개 정도 주겠단 내용뿐이었는데.
‘역시 공격적으로 마케팅해야 하니까, 스킬석을 이렇게나 많이 주는구나.’
선우영은 팔짱을 끼었다.
하지만 계약조건이 좋다고 무조건 뛰어드는 건 위험한 짓이다.
특히나 AMS그룹을 상대로는!
‘그 녀석들, 여러가지로 말썽을 일으키는 초국적기업이니까.’
협상이 만만하진 않을 거다.
그래도 우위는 여전히 선우영에게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놈들이 어떤 방식으로 나오고, 어떤 약점이 있는지 전부 알고 있으니까.
‘그럼 어디 한번 만나볼까? 한국의 포션 사업에 뛰어들려고 하는 거대 미국기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