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스킬융합-46화 (46/200)

#46화. 기자회견

신입랭킹전의 우승자.

선우영.

그는 폐막식에서 트로피를 수여받았다.

그 모습이 생방송으로 중계되며 수많은 사람이 지켜봤다.

인터넷 방송에선 150만 명이 몰리는 기록이 세워졌다.

채팅방의 반응은 뜨거웠다.

[채팅방]

노피아 : 와, 결국 선우영이 우승했네.

노란종이 : 근데 선우영이 어떻게 화염 스킬 가지고 있는 거임?

초록S : 그러게, 궁금하네. 인터넷에서 선우영은 스킬 3개 밖에 못 익힌다고, 루머가 떠돌던데.

파랑문 : 루머가 틀렸나?

사람들의 관심사는 하나였다.

어떻게, 선우영이 화염스킬을 습득하였는가?

그것이었다.

이미 여러 번 뉴스에 등장했던 선우영이다.

그에 대한 정보는 루머 형식으로 인터넷을 이리저리 떠돌아다녔다.

그중엔 맞는 소리도 있고, 틀린 정보도 섞여 있었다.

선우영은 트로피를 들고 경기장을 빠져나와 자신의 경차에 올라탔다.

물론 차량에는 백영희와 김철수도 탔다.

“꺄아!! 오빠 사인해주세요.”

“멋있다, 선우영!!”

“백영희랑 김철수 씨도 최고입니다.”

이미 그들의 팬이 되어버린 몇몇 사람들이 차량을 향해 소리쳤다.

선우영은 그때마다 손을 흔들어줬다.

“꺄아아악!!”

“우와아아!!”

사람들은 그럴수록 환호성을 질렀다.

부우웅.

경차의 타이어가 시원하게 굴러가며 도로를 질주했다.

경기장에서 멀어질수록 선우영의 팬들도 조그맣게 보이며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하하, 사람들 엄청나게 열광하네요.”

선우영이 웃으며 소리쳤다.

김철수도 엄청나게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나저나 이 반짝이는 트로피를 좀 보세요!! 끝내주지 않습니까?”

김철수는 트로피에 뽀뽀를 했다.

백영희도 기뻤는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삐리리.

삐리리리.

선우영의 스마트폰으로 연락이 왔다.

누군가하고 봤더니 회장님이다.

선우영은 화면을 터치해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오, 선우영이!! 우승 축하하네. 자네들 덕분에 우리 길드의 인기가 수직상승이야.”

“하하하, 당연하죠. 앞으로 저희만 믿어주십시오.”

“그래, 그래.”

“근데 무슨 일로 전화하셨습니까?”

“정수진의 할아버님이 자네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길드에 방문하셨네.”

“……그렇습니까?”

“괜찮다면, 지금 길드로 와줄 수 있겠는가?”

“넵. 알겠습니다.”

선우영은 핸들을 꺾어 길드로 향하는 도로를 탔다.

* * *

크루그먼 길드의 회장 집무실.

선우영은 문을 끼이익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정수진의 할애비, 정백산이라고 합니다.”

정백산이 소파에서 일어나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선우영은 소파에 앉으며 정백산을 훑어봤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전부 명품으로 치장한 모습이, 나 부자입니다 하고 광고하는 듯했다.

정백산은 사과의 선물부터 내밀었다. 고풍스러운 검은색 케이스를 탁자에 올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약소하지만, 사과의 선물입니다.”

선우영은 케이스를 열어봤다.

거기엔 단아하게 포장된 스킬석이 들어있었다.

[해독]

독을 해독시키는 패시브 스킬.

제법 괜찮은 스킬석이지만, 선우영은 케이스를 닫고 정백산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정수진은 어떻습니까?”

“선우영 씨에게 혼쭐이 나고 정신 차렸습니다. 술도 끊고 헌터도 그만두겠답니다.”

“그 말 믿어도 됩니까?”

선우영의 싸늘한 한마디.

혹여나 나중에 귀찮은 일이 벌어지면 가만있지 않겠단 눈빛이었다.

그 눈매가 맹수처럼 사나웠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찢어 죽일 듯 노려봤다.

웬만한 사람이었다면 움츠러들었겠지만, 정백산은 그 기세에 짓눌리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표정을 유지했다.

“선우영 헌터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손자는 지금 심리치료를 받는 실정이니까요. 혹여나 손자가 무슨 짓을 벌이면 그땐 제가 나서서 벌하겠습니다.”

다만, 끝까지 송구스러움을 표시했다.

저 말을 들은 선우영은 그제야 분을 가라앉히며, 슬며시 표정을 풀었다.

“정수진의 몸은 어떻습니까?”

“상급 포션 덕분에 이제 걷고 말할 정도는 됩니다.”

선우영은 그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수진, 그 망나니가 앙심을 품고 또 습격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새다.

정백산의 말대로 정수진은 새사람이 되었다.

정확히는 선우영에게 두들겨 맞고 트라우마에 걸렸다.

놈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말이 저주처럼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 “한 번만 더 덤비면 그땐 죽는다? 알겠지?”

선우영이 했던 대사.

저게 정수진을 따라다니며 계속 괴롭혔다.

덕분에 망나니짓을 청산했다.

헌터고 나발이고 전부 관둬버리고, 할아버지 밑에서 일하며 가업을 물려받기로 결심했다.

덕분에 정백산은 최근 웃음꽃이 피었다.

망나니 손자가 정신을 차린 덕분에 한시름 덜었으니까.

정수진이 두들겨 맞은 건 가슴 아프지만, 그 덕분에 정신 차렸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선우영 씨 덕분에 하나밖에 없는 손자가 정신을 차렸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백산이 또다시 고개를 숙였고, 선우영은 스킬석을 받았다.

용서해주겠단 의미였다.

이로써, 정수진 관련 일도 깔끔하게 끝났다.

“혹여나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불러 주십시오. 저희 자성 그룹이 뒤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네. 그러도록 하죠.”

선우영은 제안을 냉큼 받아들였다.

안 그래도, 헌터 무기 사업을 조만간 시작할 건데, 대기업의 도움이 있으면 돛을 단 배가 될 거다.

정백산은 이만 물러갔다.

뒤이어 신용한이 선우영을 불렀다.

“이보게 선우영.”

“넵.”

“그리고 보니, 아직 신입랭킹전에 우승한 보상을 주지 않았군.”

“넵, 그렇습니다-!!”

“보상 얘기하니까, 목소리가 우렁차군.”

“아…… 그게.”

“하하하, 보상받는 재미가 없으면 무슨 맛으로 일을 하겠나!”

신용한은 크게 웃었다.

그도 선우영에게 줄 선물을 꺼냈다.

고급 케이스가 책상에 올라왔다.

무려 5개다.

신용한은 한번 열어보라고 턱짓을 했다.

딸깍.

선우영은 케이스를 열었다.

“헉!!”

케이스 안에는 전부 스킬석들이 들어있었다.

“뭐, 맘에 안 들면 다른 물건으로 바꿔 줄 수도 있네만?”

“아닙니다. 완전히 만족합니다.”

선우영이 슬쩍 웃으며 엄지를 척 내밀었다.

신용한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나 스킬석을 보상으로 채택한 게 옳았나 보다.

선우영은 스킬석들을 한 아름 안아 들고 집무실을 나섰다.

‘이야, 스킬석이 몇 개냐?’

6개의 스킬석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앞으로 더욱 강해지려면 스킬석이 많이 필요할 거다.

‘처음엔 돈이 목적이어서…….’

비싼 돈 주고 스킬석 구매하기 싫었고, 무엇보다 가지고 있던 돈으로 스킬석들을 구매했다간 몇 개 사지도 못했다.

‘그게 쌌으면 내가 300억 대출에다가 전 재산까지 털어먹었겠냐고.’

김철수처럼 운빨로 저렴하게 붉은 스킬석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도 슬슬 더 많은 스킬석을 얻어야 하는데.’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실적을 내서 크루그먼 길드에게 계속 스킬석을 받아내는 것.

둘째, 스폰서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원하는 걸 받아내는 것.

‘첫 번째는 계속하고 있고.’

이제 인지도도 올랐으니 두 번째 방법을 써야 할 차례였다.

“그러면 기자회견 한번 해볼까?”

이제 슬슬 밝혀도 괜찮겠지, 자신의 스킬 융합 능력을!

‘이게 밝혀지면 대기업들이 눈을 부릅뜨고 달려들 거야. 어떻게든 스폰서가 되려고!’

인지도가 높은 헌터는 연예인보다 영향력이 높다.

그들이 쓰는 물품은 판매량이 증가한다.

실제로 특정 브랜드 옷만 입고 다니던 여성 헌터 덕분에 그곳 매장의 수익이 300% 올라간 일도 있었다.

강하거나 잠재력이 높은 헌터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자주 나타났다.

기업가들에겐 얼마나 황홀한 상황이겠나.

그러니, 그들은 앞다퉈 유명 헌터들의 스폰서가 되려고 했다.

그냥 돈이나 물품을 주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계약.’

스폰서 기업의 물품만 이용한다는 계약을 맺어야 비로소 수익이 생긴다.

그것도 매달 돈이 꽂힌다.

‘뭐, 지금은 돈이 급하진 않지. 박인혁이랑 만든 공방이 곧 문을 열 거니까.’

선우영이 원하는 건 스킬석.

돈 대신 스킬석을 구해줄 수 있는 기업이 필요했다.

‘내가 노리고 있는 기업이 하나 있지.’

그는 어느 호텔에 전화를 걸어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예약했다.

그다음, 각종 미디어에 자신이 기자회견을 열거란 정보를 뿌렸다.

개인 SNS로도 이 사실을 알렸다.

장소와 시간까지 친절히 적어서 말이다.

당연히 반응은 뜨거웠다.

인터넷에선 선우영의 기자회견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다.

[인터넷 반응]

네이스 :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

붉은 혜성 : 분명 엄청난 얘기일 텐데, 혹시 결혼 발표?!

↳ 네이스 : 우리 선우영 오빠한테 이상한 년 붙이지 마라. 죽여 버린다.

똥트넘 : 혹시 길드 이적인가?

다양한 얘기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져나갔다.

전부 추측성 루머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이번 기자회견에 쏠린단 증거였다.

선우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자, 그러면 나도 준비해볼까.’

얼른 집으로 가서 정장으로 갈아입고, 헤어젤로 머리를 다듬었다.

기자회견에 나설 준비는 완벽했다.

마지막으로 스킬석들을 챙겼다.

그는 기자회견 장소로 예약한 호텔을 향해 차량을 몰았다.

삐리리, 삐리리.

핸들을 잡고 운전하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액정에 ‘신용한 회장’이라고 떴다.

선우영은 무선 이어폰을 끼고 통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선우영, 자네 갑자기 기자회견이라니! 무슨 일인가?”

신용한 회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선우영이 기자회견에서 뭘 할 건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설마, 길드 이적은 아니겠지?”

“그런 거 아닙니다. 예전에 그러셨죠? 제가 스킬석을 계속 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요. 그 의문을 이번에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 * *

기자들은 바빠졌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선우영!

그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하니, 기자들 입장에선 하늘에서 단비가 내리는 기분이었다.

안 그래도 요즘 뉴스거리가 없는 실정이었으니까.

‘신입랭킹전 빼놓고 쓸만한 기사가 없었는데, 선우영이 기자회견을 열다니!’

벌써부터 냄새가 난다.

특종의 냄새가!!

기자들은 서둘러 기자재를 챙기고 차량에 올라탔다.

부르릉.

차량은 호텔 앞에 섰다.

기자회견 장소는 호텔의 다목적 강당이었다.

후다닥.

기자들이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야야, 좋은 자리 뺏길라! 카메라맨 얼른 움직여.”

“이봐, 그쪽 자리는 우리가 먼저 찜했다고!”

“저리 비켜.”

기자회견이다 보니, 여러 미디어에서 우르르 몰려왔다.

덕분에 자리싸움이 시작됐다.

누가 더 좋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느냐로 말이다!

그렇게 30분을 옥신각신한 다음에서야, 기자들의 자리 배치가 완전히 끝났다.

호텔 다목적 강당으로 선우영이 등장했다.

그가 계단을 올라 단상에 섰다.

“저기 선우영이다!!”

“신입랭킹전 우승자의 기자회견이라…… 평범한 이야기는 아닐 텐데.”

기자들이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그의 등장에 시끌시끌했던 주변이 확 조용해졌다. 카메라맨은 그의 사진을 찍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눌렀다.

번쩍번쩍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가 선우영의 뺨에 반사되었다.

기자들은 먹잇감을 노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도대체 어떤 얘기를 하려는 걸까.

선우영은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었다.

“크흠.”

그는 서론을 생략하고 본론부터 이야기했다.

“오늘 이 자리를 만든 이유를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스킬 융합 능력자입니다.”

스피커로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순간 주변에 정적이 흘렀다.

기자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단 표정을 지었다.

‘스킬을 융합한다고?’

‘저게 뭔 소리야?’

그게 가능하면 최강의 헌터가 등장하는 셈이다.

선우영은 기자들이 믿지 않을 줄 알았다.

회귀 이전에도, 자신의 고유능력을 발표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본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

선우영은 이번에 손에 넣은 스킬석 6개를 꺼냈다.

저들이 스킬 융합의 현장을 목격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선우영조차 궁금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