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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43화 (43/200)

#43화. 습격

예선전이 끝났다.

총 8개의 팀이 본선에 진출하였다.

예선을 1등으로 통과한 선우영에게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선우영 씨, 1등으로 예선전을 통과하셨는데, 소감 좀 말씀해주십시오.”

“우승하실 자신 있으십니까?”

“누가 가장 까다로운 상대라고 예상하십니까.”

질문이 폭풍처럼 몰려왔다.

선우영은 질문을 무시하고 실려 나가는 정수진을 바라봤다.

놈은 의식을 회복하고 있었다.

들것에 실려 나가는 와중, 선우영을 충혈된 눈으로 노려봤다.

‘하, 저 새끼 봐라?’

나중에 복수하겠다고 염병을 떨 표정이다.

조만간 또 사고 칠 모양새인데.

‘뭐, 그때는 내가 나서서 저 자식을 완벽히 조져버리지 뭐.’

대회는 보는 눈이 있어서 적당히 상대해줬지만, 그런 게 없을 상황에선 완전히 박살 내놔도 괜찮잖아?

선우영은 그리 생각하며 숙소로 향했다.

기자들은 그에게 한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하지만, 그가 숙소로 들어가자 보안 요원들이 기자들의 출입을 막아섰다.

결국 그들은 기삿거리 하나 받아낼 수 없었다.

숙소 복도를 걷던 선우영.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이소율이 보였다.

“······”

“······”

그들은 잠깐 서로를 응시하더니, 이내 자기 갈 길을 떠났다.

끼이익.

숙소로 들어온 선우영은 문을 닫았다.

정수진은 분명 무슨 사건을 터뜨릴 거다.

‘본래 미래는 마약을 먹고 칼부림을 펼치는 거였지만, 아마도 지금은 나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겠지.’

놈들이 숙소로 침입하기 전에 막을 생각이었다.

여기서 싸우면 애꿎은 피해자만 생긴다.

칼부림이 주변에 일어나는데, 다른 사람들이 휘말리지 말란 보장이 없었다.

‘그러니 녀석이 숙소 근처에 도착했을 때 막아야 해.’

그게 제일 안전했다.

그리고 선우영의 계획이 옳다는 듯 의문의 조력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메시지]

정수진의 성격상 오늘 밤에 습격이 있을 거다.

경비도 매수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해라.

그럼. 건투를 빌지.

선우영은 의문의 조력자가 누구일지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 녀석은 누구지?’

예상가는 인물이 한 명 있었지만, 차차 나중에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선우영은 스마트폰을 책상에 올려두며 몸을 풀었다.

오늘 밤은 바빠질 테니까.

* * *

정수진은 병원에서 스마트폰을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오늘날 알고 지낸 각성자들을 모두 불러 신입랭킨전 숙소를 급습할 계획이었다.

“······.”

정수진은 말을 할 수 없었다.

선우영에게 제대로 턱을 얻어맞아 부러졌다.

얼얼한 통증이 그를 감쌌다.

듣기로는 이빨도 몇 개 부러졌다고 한다.

포션을 통해 빠르게 재생시키고 있었지만, 그래도 치료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정수진은 얻어맞은 기억이 떠오르자 스마트폰을 들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콰드득.

스마트폰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더니 이내 바스러졌다.

‘선우영, 오늘이 네놈 제삿날이다.’

죽을 때까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두들겨 팰 작정이었다.

또한.

‘선우영에게 붙은 배신자도 쳐죽인다.’

정수진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선우영은 배지에 있는 위치추적기를 이용해 매복 작전을 펼쳤다.

배지에 위치추적기가 있단 사실은 정수진과 매수당한 동료들밖에 모른다. 선우영이 그걸 알았단 건, 분명 내통자가 있단 소리.

짐작 가는 놈이 있었다.

‘분명 그놈이야.’

머릿속에서 그 재수 없는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선우영을 습격하는데, 동원했던 녀석들은 대부분이 탈락하였다. 딱 한 팀만이 본선이 진출했다.

이게 뭘 뜻하겠나.

그 팀은 선우영에게 덤비지 않았단 의미가 된다. 매복이 있었단 걸 알고 있었으니까.

정수진은 분노가 들끓었다.

‘가만두지 않겠어!!’

선우영과 배신자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겠다.

자신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컴컴한 밤이 되었다.

정수진은 자신이 부른 각성자들을 데리고 병실을 나와 신입랭킹전 숙소로 향했다.

그의 몸은 온전치 않았다.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자신이 부른 각성자들은 주먹 좀 쓰는 녀석들뿐이었다.

정수진은 자기가 나서지 않아도 선우영 따윈 쉽게 이길 거라 생각했다.

그저, 고통에 울부짖는 모습을 즐기면 된다고 여겼다.

부르릉.

정수진과 녀석의 수하들을 태운 차량이 움직였다.

타이어 굴러가는 소리가 음산했다.

정수진은 신입랭킹전 숙소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내렸다.

덜컹.

트렁크를 열어 연장을 챙기고.

담장을 넘어 신입랭킹전 숙소로 진입했다.

본래 외부인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사설 경비원들이 배치되어 있었지만, 놈들은 이미 정수진에게 매수당한 상태였다.

그곳엔 경비원들 따윈 없었다.

타닷.

놈들의 신발이 넓은 공원을 밟았다.

신입랭킹전 숙소에는 넓은 공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

정수진은 숙소 건물을 보았다.

전부 불이 꺼져있다.

다들 잠을 자고 있겠지, 자신이 침입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사박사박.

놈들이 발걸음을 조심하며 공원을 지나가려던 순간.

“크크크.”

근방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샤샤삭.

정수진 일당은 그곳을 향해 연장을 겨눴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웃음소리 주인의 실루엣이 보였다.

정수진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인데?’

하늘에 어둠이 짙게 깔려 얼굴이 안 보였다.

저놈은 왜 이곳에 있는 걸까.

그것도 이 한밤중에….

‘뭐 하는 새끼지?’

의문이 증폭되던 와중, 사내가 일어났다.

“얌전히 돌아가면 살려주마.”

“······.”

“하지만 맞서 싸우면, 사지 멀쩡하게 돌아갈 수 없다. 명심해라.”

“······.”

정수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겨우 혼자서 모두를 상대하겠단 소리가 아닌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정수진은 공격하란 손동작을 보였다.

그를 따르는 똘마니들이 연장을 붕붕 휘두르며 돌격했다.

사내가 혀를 찼다.

“쯧쯧, 벌을 자초하다니.”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 불덩이가 화르륵 생성됐다.

영롱한 불꽃.

그 빛깔이 주변을 환하게 비추며 사내의 낯빛이 드러났다.

그는 선우영이었다.

“허억?!”

“무, 뭐야.”

선우영의 모습에 정수진의 수하들이 움찔거렸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에게 화염을 조종하는 스킬이 있을 줄은!!

놈들은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불꽃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 너머로 보이는 선우영의 낯빛이 섬뜩했다.

저 광경을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그래, 마치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괴물을 보는 기분이었다.

소름이 돋아났다.

전율이 신경을 타고 전신으로 퍼졌다.

피부마저 오싹한 느낌이다.

“그럼, 시작해볼까?”

선우영이 나지막이 중얼거리자.

화르륵!!

불덩이가 적들에게 날아갔다. 시뻘건 화염이 어두운 밤하늘에 잔상을 남겼다.

어마어마한 열기가 순식간에 적들을 불태웠다.

동시에 선우영이 벼락처럼 움직이며 주먹을 날렸다.

그 위력이 어찌나 대단하던지!

공격당한 녀석들은 미동도 하지 못한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죽지는 않았다.

부상이 심각했을 뿐이지.

살이 타는 냄새가 주변에 자욱이 퍼졌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정수진을 따라온 녀석들이 전부 당해버렸다.

비명을 지를 틈조차 없었다.

기절한 녀석들한텐 더 이상 불꽃이 타오르지 않았다.

선우영의 목적은 살인이 아니었으니까.

‘내 목적은 교화지.’

그 방식이 조금 폭력적일 뿐이었다.

“!!”

정수진은 오금이 저렸다.

선우영이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주변에 쓰러진 적들을 무참히 짓밟으면서!

정수진은 뒷걸음질을 쳤다.

도망치고 싶은데, 발이 얼어붙은 마냥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털썩.

엉덩방아를 찍은 정수진.

놈은 바들바들 떨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선우영이 두려웠다.

화르륵.

선우영이 불꽃을 다시 일으켰다.

이번엔 숫자가 많았다.

그걸 정수진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쏟아버렸다.

“!!”

정수진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턱을 다쳐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바람 빠지는 소리만 픽픽 나왔다.

선우영은 화력을 조절하며 정수진이 정신을 잃지 않고 끝까지 고통을 느끼도록 했다.

정수진은 눈물을 흘렸다.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다.

선우영은 놈의 머리칼을 붙잡아 올리며 시선을 마주쳤다.

정수진의 육체가 축 늘어져 간신히 눈동자만 움직였다.

“잘 들어라.”

“······.”

“한 번만 더 덤비면 그땐 죽는다? 알겠지?”

조소를 머금은 목소리.

선우영이 정수진의 귓가에 대고 싸늘하게 속삭였다.

“그러니까, 행동 조심해. 오래 살고 싶으면. 알았지?”

정수진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보았다.

선우영의 눈꺼풀 사이로 보이는 사나운 눈동자를!!

그건 맹수의 눈빛이었다.

‘서, 선우영을 건드린 건 실수였어.’

퍼억.

선우영은 마지막으로 정수진의 안면을 때려 기절시켰다.

이로써 놈의 습격은 실패로 끝났다.

그때였다.

정수진의 바지 주머니에서 스마트 워치가 떨어졌다.

선우영은 그걸 주웠다.

안에 뭔 내용이 있나 살펴보다가, 우연히 의문의 조력자의 정체를 알아냈다.

‘역시 얘였어? 녀석, 특이한 방법으로 은혜를 갚네?’

* * *

다음 날이 되었다.

세간은 어젯밤에 있었던 일로 시끄러웠다.

정수진의 신입랭킹전 습격 사건.

그리고 선우영이 그걸 막았단 사실까지!!

어마어마한 특종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사람들의 입에서 선우영이란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였다.

“야, 선우영이 정수진의 습격을 막았다며?”

“근데, 좀 이상한 이야기가 있더라? 선우영이 불꽃을 사용한다던데?”

“뭐? 예이 설마······.”

사람들은 선우영을 찬양하면서도, 그가 진짜로 화염 스킬을 가졌는지 궁금해했다.

크루그먼 길드의 회장 신용한.

그도 그게 진짜인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사안이 있었다.

신용한이 수화기를 들었다.

“거기 자성 그룹입니까? 정수진이 내 직원을 습격하려 했으니, 이야기하고 싶소만?”

그는 조용히 사건을 끝낼 맘이 없었다.

뭐가 되었든 보상을 받아내 선우영에게 전달해줄 생각이었다.

한편, 선우영은 숙소 침대에 누웠다.

‘[스킬 융합]은 숨기려고 했는데, 정수진이 데려온 수하들이 워낙 많아서 결국 화염 능력을 써버렸단 말이지.’

남들에게 견제당할까 봐 숨겨뒀던 자신의 [스킬 융합].

조만간 [스킬 융합]을 공개할 필요가 있을 듯했다.

‘뭐, 크루그먼 길드는 능력 위주로 평가하니··· 스킬 융합이 밝혀져도 딱히 견제당하진 않겠지.’

선우영은 느긋했다.

‘그나저나 미래가 또 바뀌었군.’

본래였다면 정수진이 마약에 취해 검을 휘두르다 유망주들이 크게 다치고 PTSD에 걸려 헌터의 길을 포기했었는데 말이다.

선우영은 알게 모르게 모두에게 은혜를 베풀었다.

“아, 그리고 보니··· 아직 의문의 조력자한테 고맙단 인사를 하지 않았네.”

선우영은 냉장고에서 캔 커피 두 개를 꺼내고 방을 나왔다.

그는 복도를 걸었다.

발걸음은 306호 방에 멈췄다.

똑똑똑.

노크를 하자 문이 열렸다.

안에 있던 사람은 이소율이었다.

이소율은 흠칫 놀란 표정으로 선우영을 바라보았다.

왜 찾아왔는지 모르겠단 얼굴이다.

선우영이 커피를 흔들었다.

“설마, 아직도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한 건 아니죠? 의문의 조력자 씨?”

“······눈치 하나는 빠르시네요.”

“같이 커피나 한잔하죠.”

이소율의 방으로 들어간 선우영.

그들은 한동안 말없이 캔 커피만 홀짝거렸다.

먼저 말문을 튼 건 선우영이었다.

“그나저나 저를 왜 도와주신 겁니까? 단순히 은혜를 갚으려고?”

“그런 것도 있고······”

“다른 이유도 있나요?”

이소율을 캔 커피를 응시하며 입을 달싹이더니, 진심을 이야기했다.

“본선에서 정정당당히 당신과 겨루고 싶었습니다.”

“네?”

선우영은 뜻밖의 대답에 목소리가 갈라졌다.

이소율은 신념에 찬 눈빛을 했다.

“제가 골렘한테 죽을 뻔했던 일을 기억하십니까?”

“네, 제가 그때 구해드렸죠.”

“저는 우물 안 개구리였습니다. 홀로 대단하다고 여기며 노력조차 하지 않는 멍청이였죠.”

“······.”

“하지만 선우영 씨를 만나고 바뀌었습니다. 절 구해주신 이후, 선우영 씨 같은 헌터가 되자 결심했습니다.”

“저 같은 헌터요?”

“네. 그 때문에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고 싶었습니다.”

선우영은 웃음이 빵 터졌다.

저런 이유로 자신을 도왔다니,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괜찮은 라이벌이 생긴 느낌이라 왠지 모르게 의욕이 샘솟았다.

“정정당당하게 겨루고 싶다라···.”

선우영이 그 말을 곱씹더니.

“기왕 겨룬다면 결승전에서 만나는 게 어떻습니까?”

그리 말했다.

이소율도 옅은 미소를 지었다.

“결승전에서 보죠.”

그들은 가볍게 악수하며 결승에서 만나자 약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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