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스킬융합-42화 (42/200)

#42화. 예선전

다음날.

신입랭킹전 예선이 시작되었다.

거대한 필드.

선우영 일행은 필드로 들어가는 입구에 섰다.

그들의 곁으로 대회 스탭이 다가와 배지를 건네주었다.

“여기 배지입니다. 대회 규칙에 대해선 잘 알고 계시죠?”

“네.”

“그럼, 건투를 빌겠습니다.”

대회 스탭이 그리 말하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선우영은 배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여기에 위치추적 장치가 있다고?’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람을 살폈다.

선우영 일행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참가 팀들이 각자 다른 입구에서 시작하도록 뿔뿔이 흩어놓은 다음 대회가 시작된다.

이유는 간단했다.

같은 입구에 모아놓으면 대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싸움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그걸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덕분에 선우영 일행이 서 있던 곳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위치추적 장치······.”

선우영이 중얼거리자 백영희가 이상하게 여겼다.

“무슨 말씀이세요? 위치추적 장치라뇨?”

“선우영 씨, 혹시 배지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김철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다들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반응이었다.

선우영은 배지의 틈새를 찾으며 어제 있었던 일을 간략히 얘기했다.

“어제 문자가 왔는데······ 정수진이 다른 팀이랑 짜고 우리를 습격한다네요. 배지에는 우리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장치가 있고요.”

“네?!”

“선우영 씨, 그게 사실입니까?”

김철수와 백영희가 흠칫 놀라며 되물었다.

경악스러운 정보였으니까.

선우영도 그게 진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 확인해보겠단 거 아닌가.

“오, 배지에 틈이 있네.”

선우영은 미묘하게 어긋난 부분을 발견했다.

거기에 손톱을 집어넣고 좌우로 쭉 잡아당기자 배지가 갈라졌다.

배지는 조립형이었다.

얼마든지 분해하고 합체하는 게 가능한 상태였다.

그리고 배지의 안에는, 시뻘건 불빛이 불길하게 빛나는 기계 장치가 있었다.

선우영은 그걸 손으로 집었다.

“이거······ 아무래도······ 그 정보가 진짜였던 모양인데요?”

얼마나 경악스럽던지 말이 토막토막 잘려 나왔다.

김철수는 격분했다.

아니, 정말로 위치추적 장치가 나오다니!!

“도대체 대회 운영회는 뭘 하는 거야!! 당장 가서 따져야겠습니다.”

김철수가 씩씩거리며 대회 운영회 쪽으로 걸어가려 하자

“소용없을 겁니다.”

선우영이 팔을 들어 그의 앞길을 막았다.

“아니, 왜 이러세요! 선우영 씨.”

김철수는 흥분했는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선우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백영희가 대신 설명해줬다.

“이번 대회 스폰서는 정수진의 할아버지입니다. 아마 대회 내내 계속 이런 짓이 벌어지겠죠. 이걸 따져도 어떻게든 묻으려 할 거고요.”

선우영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고래고래 목청 높여 추궁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겠지.

하지만 선우영에겐 의문의 조력자가 있다. 이 난관을 헤쳐나갈 방도가 존재했다.

‘정수진을 배신한 놈이 있어. 그 녀석을 이용하면 어떤 난관이 와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선우영은 그리 생각했다.

그는 위치추적 장치를 손바닥에 올리고 잠시 고심에 빠졌다.

입꼬리가 둥그스름한 호를 그렸다.

“이거 이용해보죠.”

선우영이 위치추적 장치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김철수는 눈을 껌뻑거렸다.

“위치추적 장치를요?”

어떻게 이용하면 될지 전혀 모르는 모양새였다.

선우영이 작전을 한 줄로 요약해줬다.

“위치추적 장치로 유인해서 함정에 빠뜨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오호라, 묘안이네요!!”

김철수는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치며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백영희도 찬성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가장 좋겠군요.”

찌이잉.

선우영 일행이 서 있던 출입구의 문이 개방되었다.

모터가 돌아가는 소음.

그게 끝나자 필드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천장은 투명 유리로 되었고.

내부는 흙과 나무 그리고 바위로 빼곡하였다.

부우우웅.

하늘에는 드론이 날아다녔다.

신입랭킹전은 방송국에서도 따로 중계할 만큼 관심사가 컸다.

“그럼 가볼까요.”

선우영은 그리 말하며 목검을 하나 챙겼다.

김철수와 백영희도 각자의 무기를 손에 쥐며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작전대로 움직였다.

* * *

정수진은 필드로 진입했다.

‘크흐흐, 선우영 새끼. 배지에 추적 장치가 있을 줄은 몰랐겠지?’

놈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어플을 통해 위치추적 장치의 신호를 1초 단위로 받았다.

“필드의 동남쪽.”

정수진이 히죽이며 뻐드렁니를 드러냈다.

스마트폰으로 메시지가 왔다.

사전에 매수한 팀들이 어디로 가면 되느냐고 묻고 있었다.

정수진은 스마트폰 화면을 꾹꾹 눌러 답장을 보냈다.

[정수진의 메시지]

필드의 동남쪽으로 가라.

놈은 어깨에 목검을 올리며 득의양양하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

정수진의 뒤를 팀 동료들이 졸개처럼 졸졸 쫓아다니며 아부하기 시작했다.

“헤헤, 형님 대단하십니다. 배지에 위치추적 장치를 넣으시다니.”

“맞습니다. 형님의 지혜에 아우들이 감복합니다요. 심지어 다른 팀을 매수해서 수하처럼 부리시다니!! 역시 자성 그룹의 후계자답습니다.”

놈들이 아부하자 정수진의 어깨가 으쓱해졌다.

녀석은 웃음소리를 높였다.

“카하하하, 당연한 소리를!! 선우영도 이 몸이 나서면 별거 없다고.”

아부 떨던 놈들은 떨떠름한 미소를 지었다.

설마, 저 망나니를 진짜로 존경해서 따르고 있었겠나.

재벌 3세한테 콩고물이라도 얻어 먹어보잔 심정으로 붙어 다니는 거지.

놈들은 손을 싹싹 비비며 열심히 아부를 떨었다.

정수진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서.

정수진 일행은 동남쪽으로 이동했다.

“크크크. 멍청한 선우영.”

뭘 하고 있는지, 동남쪽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찾아내기 쉽게 말이다.

‘매수한 팀은 총 넷. 아무리 선우영이 날고 기어도 한꺼번에 덤비면 못 이기겠지.’

정수진은 그리 판단했다.

그렇게 쭉 올라가 드디어 선우영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음?”

정수진은 스마트폰을 보며 주변을 살폈다.

뭔가 이상하다.

“왜 아무도 없는 거야?”

그때, 근처 나무에서 불빛이 보였다.

빛깔이 붉다.

마치, 위치추적 장치처럼 말이다.

아니, 비슷한 게 아니라······.

‘정말로 위치추적 장치잖아?! 이게 왜 여기에??’

정수진은 입을 턱 벌렸다.

묘한 기류가 싸늘하게 뒷목을 스쳐 지나가는 그때였다.

“으아아악!!”

근처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타닷, 타닷.

누군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나뭇잎을 스치는 다급한 발소리가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도, 도와줘!!”

달려오던 녀석이 소리쳤다.

퍼억.

후두부를 강타하는 타격음이 들렸다.

“커억!!”

녀석은 다리를 후들거리더니, 무너지는 건물처럼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장면에 정수진의 눈 밑이 꿈틀거렸다.

놈은 쓰러진 남자를 쳐다봤다.

‘저 녀석은 내가 돈으로 매수했던 놈이잖아? 왜 저렇게 된 거야?!’

이유를 모르겠다.

자신이 매수했던 녀석이 누구에게 습격당한 걸까.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더 있었다.

‘내가 매수했던 녀석들. 그 새끼들 지금 다 어디 있어? 왜 아무도 없는 거냐고.’

분명 동남쪽으로 가라고 지시했다.

그러면 아무리 못해도 한 놈 정도는 이곳에 도착해있어야 옳았다.

뭔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

터벅, 터벅.

저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온다.

걸음걸이가 차분하다.

그게 불길하게 느껴졌는데, 아니나 다를까 선우영이 등장했다.

그가 나뭇잎을 헤치며 정수진의 앞에 섰다.

“어이, 버릇없는 똥강아지. 예절 주입당할 각오는 됐냐?”

선우영이 목검을 놈에게 겨눴다.

* * *

선우영의 작전은 매우 간단했다.

동남쪽에 위치추적기를 놓고, 이쪽으로 오는 팀들을 하나씩 기습해 쓰러뜨렸다.

실력이 고만고만해서 제압하기 쉬웠다.

각 팀의 출구 지점이 전부 달라서 여기로 오는데 시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녀석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일이 귀찮아졌겠지만.

‘이 바보들은 그럴 머리가 없었던 모양이야. 내가 있는 곳으로 집결해서 함께 싸우려고 했던 걸 보니까.’

선우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딴 놈들은 여기로 오다가 전부 습격당해서 쓰러졌다.”

정수진은 마른 입술로 침을 삼켰다.

젠장, 일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도대체 무슨 수로 선우영이 위치추적 장치를 알아냈을까, 또 자신이 다른 팀을 매수했단 사실은 어떻게 알았고.

놈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당혹감과 경악이 합쳐져 생각이 둔해져 버렸다.

타닷.

그 순간, 선우영이 땅을 박차며 돌격했다.

수풀에서 백영희와 김철수가 튀어나와 공세에 힘을 더했다.

정수진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젠장!!”

녀석이 목검을 들고 반격에 나섰으나, 전부 쓸모없었다.

선우영의 검술은 실로 유려했다.

곡선으로 이뤄진 움직임이 날아드는 정수진의 공격을 너무나 쉽게 회피했다.

“크윽!!”

정수진은 신음성이 터졌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공격이 자연스럽게 빗나갔다.

저 검술은 대체 뭐란 말인가.

“타하아압!!”

선우영이 기합성을 지르며 목검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쳤다.

뻐어엉!!

목검이 정수진의 턱을 호쾌하게 강타했다.

그 타격음이 어찌나 크던지, 마치 공기압이 터지는 듯한 소리마저 들렸다.

“커억.”

정수진은 비명을 질렀다.

놈의 발이 땅에서 띄워져 허공을 한 바퀴 돌았다.

부우우웅, 털썩.

정수진은 허공을 시원하게 한 바퀴 돌고 땅바닥에 엎어졌다.

놈의 입에서 질척한 피와 침이 흘러나왔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턱이 부러졌으니까!

선우영은 목검을 어깨에 걸치며 정수진을 내려다보았다.

“항복할 거냐?”

선우영은 그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그러나 정수진은 눈을 부라렸다.

자신의 목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나며…… 감히 중지를 보였다.

엿이나 까먹으란 뜻이 아닌가!

선우영이 정수진을 노려봤다.

“넌 방금 아주 큰 실수를 저질렀어.”

정수진이 그에게 덤벼들었다.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듯 굉장히 추했다.

선우영은 목검을 꽉 쥐었다.

“네놈이 저지른 큰 실수…. 그건 나를 빡치게 했다는 거다-!!”

선우영의 눈빛이 터프해졌다.

“받아라, 이건 나를 빡치게 만든 몫이다!!”

선우영은 목검을 강렬하게 휘둘러 정수진의 안면을 강타했다.

놈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이것도 나를 빡치게 만든 몫.”

이어지는 연속 타격!!

“그리고 이것도 나를 빡치게 만든 몫이다!!”

속 시원해지는 공격이 태풍처럼 멈출 줄 모르고 쏟아졌다.

정수진은 반격조차 못 했다.

얼마나 두들겨 맞는지, 머리가 좌우로 빠르게 흔들렸다.

“크오오오-!!”

선우영은 온 힘을 주어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퍼억!!

목검으로 가슴을 얻어맞은 정수진은 하늘로 붕 치솟았다.

이미 의식은 없어 보였다.

녀석은 볼품없이 땅바닥에 처박히며 똥강아지처럼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꼬락서니가 우스웠다.

“하하하, 머저리 같은 놈.”

선우영은 정수진을 크게 비웃어주고, 목검을 땅바닥에 꽂았다. 그리고 산뜻한 표정으로 공기를 맘껏 들이마셨다.

“아, 기분 상쾌하다!”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마치 고구마로 꽉 막혔던 목구멍에 사이다를 쏟아붓는 느낌이랄까.

하여튼 최고다.

정수진을 따르던 다른 녀석들은 김철수와 백영희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겁에 질려 항복했다.

“저희가 졌습니다.”

“항복! 항복합니다.”

거짓 항복은 아닌 모양새였다.

저 녀석들, 얼마나 맞았는지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었다.

선우영이 목검을 어깨에 걸쳤다.

그는 정수진의 품을 주섬주섬 뒤져 배지를 찾았다.

“이제 이걸로 5개.”

정수진에게 매수되었던 녀석들을 쓰러뜨리며 얻은 배지와 지금 얻은 것까지 합치니, 합격조건이 완성되었다.

선우영은 김철수와 백영희를 데리고 자신들이 사용했던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

신입랭킹 예선전.

첫 번째 합격자들은 크루그먼 길드였다.

위이이잉.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론들이 그 장면을 찍어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모니터 앞에 모여 신입랭킹 예선전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후끈 달아올랐다.

인터넷은 선우영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되었다.

[댓글]

개 쩐다, 선우영 우승할 듯.

ㅇㅇ 인정

↳ 씨X, 이번 신입랭킹전에 역배 걸었는데!!

↳ 응, 불법 도박충 새끼 정의 구현 ㅇㅈ? ㅇㅇㅈ.

선우영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크루그먼 길드의 회장, 신용한도 지켜보고 있었다.

“허, 녀석들. 대단하군.”

이렇게 압도적인 실력으로 합격하다니!

신용한은 빙그레 웃었다.

그는 모니터에 띄워진 선우영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아무리 기대하지 않으려고 해도 역시나 기대할 수밖에 없단 말이야.’

아마도 우승은 떼 놓은 당상이 아닐까?

‘그러면 보상 줄 준비를 미리 해야 하나.’

선우영이 뭘 원할까?

‘어디 보자, 무기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고. 돈도 최근에 흥미를 잃은 모양이던데.’

혹시나 스킬석을 원하지 않을까?

신용한이 고개를 위로 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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