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스킬융합-40화 (40/200)

#40화. 신입랭킹전2

선우영은 일행들과 대련장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김철수와 백영희.

그 둘이 선우영과 대련하며 실력을 연마했다.

부웅.

백영희의 목검이 선우영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녀의 쌍검이 허공을 누비며 날카롭고 부드러운 궤적을 그렸다.

변화무쌍한 검술.

타앙!

선우영은 그녀의 목검을 막아 방어했다.

검술은 여전히 백영희가 우위였지만, 선우영은 그 차이를 피지컬로 메꿨다.

아니, 오히려 넘쳤다.

선우영이 목검을 밀어내자, 백영희가 뒤로 물러났다.

힘으로 맞서면 이길 수 없다.

그녀는 그걸 이미 알고 있었다.

“타하하합!!”

이번엔 방패를 든 김철수가 달려들었다.

팔뚝까지만 가능했던 강철변환이 이젠 쇄골 근처로 올라왔다.

몸을 강철로 만드는 그의 능력이 점점 향상됐다.

하지만 아직 선우영을 상대하긴 멀었다.

그는 김철수의 공격을 아주 쉽게 피해내며, 발차기로 복부를 가격했다.

“커억!!”

김철수는 침을 튀기며 뒤로 날아갔다.

대련장을 등으로 쓸던 그의 육체가 간신히 멈췄다.

“훈련이라도 가차 없네.”

김철수는 투덜거리며 바닥을 짚고 일어났다.

선우영의 실력은 이미 C급.

아직 승급 조건을 채우지 못해서 D급이지, 본래 실력은 훨씬 높았다.

김철수와 백영희가 함께 덤벼도 이기지 못한 이유가 다 있었다.

“뭘 멀뚱멀뚱 있습니까! 덤비세요.”

선우영이 목청껏 소리쳤다.

그는 이번 훈련을 통해 김철수와 백영희의 전투력을 한층 더 높일 생각이었다.

물론 그들도 굉장히 강했다.

아마, 이대로 신입랭킹전에 나가도 충분히 활약하겠지.

‘문제는 그게 아니야.’

정수진, 그 망할 놈이 약에 취해 검을 휘둘러도 제압할 수 있을 만큼 강해져야 했다.

그래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그 새끼, 혼자가 아니라 똘마니들도 있으니까.’

선우영이 목검으로 검술자세를 잡았다.

타닷.

백영희가 경공을 사용했다.

가능한 빠른 속도로 돌격해 강력한 찌르기를 선보였다.

괜찮은 움직임이었다.

근육의 탄력성까지 이용한 공격.

팔을 쭉 뻗어 파괴력을 분산시키지 않고 한곳에 집중시켰다.

김철수도 동시에 나섰다.

백영희보다 느렸지만, 복싱의 스탭으로 빠르게 접근해 주먹을 날렸다.

선우영은 허리를 뒤로 젖혔다.

백영희와 김철수의 공격이 그를 빗나가 허공을 갈랐다.

부웅.

선우영은 허리를 돌리며 목검으로 커다란 반원을 그렸다.

퍼어어억!!

김철수는 정통으로 맞아 쓸려나가듯 바닥을 굴렀다.

백영희는 경공으로 간신히 피했다.

하지만 날아오는 두 번째 공세까지 피할 순 없었다.

선우영의 주먹이 그녀의 어깨를 가격했다.

“큭!!”

백영희는 비명을 지르며 목검을 떨어뜨렸다.

김철수가 앓는 소리를 냈다.

“끄응, 이러다 대회에 나가기도 전에 죽겠네.”

훈련이 너무 빡셌다.

선우영은 백영희와 김철수를 번갈아 보았다.

둘을 어떻게 훈련시킬지 정했다.

‘전투 스타일은 문제가 없어. 지금 필요한 건 오러 기술과 스킬석 뿐이야!’

백영희는 스킬이 없으니, 오러를 이용한 다른 기술을 가르쳐주면 됐다.

미래의 그녀가 개발한 기술이면 충분할 거다.

김철수는······

‘오러의 총량을 높이는 게 우선이야.’

그의 처방전은 스킬석이다.

신입랭킹전까진 앞으로 일주일가량이 남았다.

이 단기간에 오러를 급속도로 성장시키긴 어렵다.

“김철수 씨, 오러랑 방어력 높이는 스킬석을 구매해보시는 게 어때요?”

“안 그래도 오늘 경매장 가서 구해보기로 했습니다.”

“혹시 돈 부족하시면 말하세요. 넉넉하진 않지만 조금 보태드릴 수 있거든요.”

“하하하, 보너스 받은 게 얼마인데요. 돈은 충분합니다.”

김철수는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뭐, 이걸로 그에 대한 훈련은 대충 끝났다.

이제 백영희의 차례였다.

그녀에게 알려줄 기술은 하나였다.

“백영희 씨는 <지동>을 배워보죠.”

“그게 뭔가요?”

백영희는 처음 듣는 단어에 관심을 보였다.

선우영이 설명에 들어갔다.

“오러를 얇은 실처럼 퍼뜨리는 기술이죠. 이걸 이용하면······.”

“아!!”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백영희는 깨달았듯 입이 벌어졌다.

“지동이란 기술, 오러를 이용해 적의 공격을 탐지하는 기술이군요.”

“네, 맞습니다. 이 기술의 좋은 점은······.”

“상대방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해 어떻게 공격할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겠네요. 카운터와 방어에 유리한 기술이에요.”

“······네, 맞습니다.”

선우영은 눈을 멀뚱멀뚱 뜨며 대답해줬다.

저렇게 단번에 깨달아 줄줄줄 이야기하는 데 설명해줄 필요가 없었다.

백영희는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선우영 씨 대단하세요. 어떻게 오러를 그런 방식으로 사용할 생각을 하신 거예요?!”

선우영은 미래의 당신이 개발한 기술입니다, 라는 말을 꾹 삼켰다.

대단하다면, 미래의 백영희가 대단하긴 한데.

뭐, 하여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오러를 얇은 실로 만드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선우영이 이야기하는데.

백영희는 눈을 감고 오러를 조종했다.

전신에서 아주 미세한 오러를 실처럼 만들어냈다. 그 실이 피부와 연결되어 있었다.

“후우.”

백영희는 숨을 골랐다.

생각보다 지동을 운용하기가 어렵다 느꼈다.

“꽤 신경을 갉아 먹는 기술이군요.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요구하고 있어요.”

“······.”

선우영은 설명하길 포기했다.

저 여자, 재능이 워낙 대단해서 알아서 다 습득하고 있다.

심지어 어떻게 훈련할지도 정한 듯했다.

그녀는 지동을 유지하며 검을 휘둘렀다. 오러로 만든 실이 워낙 얇아, 겉보기에는 그녀의 주변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했다.

‘뭐, 내가 나설 필요도 없겠네.’

선우영은 허리에 손을 얹었다.

‘그러고 보니······. <지동>은 백영희의 3대 기술 중 하나였던 <심안>을 터득하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이었지.’

지동의 다음 단계가 바로 심안.

미래에선 여러 무인들이 검제의 타이틀을 노리고 그녀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물론, 전부 다 패배했지만.

그런데 이 녀석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어떤 주장을 펼쳤다.

다른 건 몰라도 심안만큼은 까다롭다고.

그녀가 심안을 발동하면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고 표현했다. 정신을 차려보면 물 흐르듯 이미 패배할 상황으로 몰려 있었다고 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마치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듯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고 보니, 본래 미래라면 백영희가 지동을 고안할 시기가 아닌데. 어쩌면 내가 아는 미래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거 아니야?’

문득 그런 예감이 들었다.

선우영의 입꼬리가 둥그런 호를 그렸다.

‘뭐, 어쨌든!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어?’

신인랭킹전에서 우승하는 건 물론이고, 망나니 정수진이 사고 칠 때 막아내는 건 말이다.

* * *

정수진의 할아버지, 정백산.

그는 이번 신입 랭킹전의 스폰서로 활동하고 있었다.

“흐음.”

정백산은 스마트폰으로 온 메시지를 보며 신음성을 흘렸다.

“아이고.”

자꾸만 앓는 소리가 나온다.

손자 정수진이 또 클럽에서 술을 먹고 사람을 폭행했다.

다행히 아직 기사로 나가진 않았다.

정백산이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김 비서.”

“예, 회장님. 무슨 일이 십니까.”

“손자 녀석이 또 사고를 쳤지 뭔가! 자네가 나서서 이 일이 외부로 새 나가지 않게 해주게.”

“평소처럼 기자들 뒷주머니에 돈 좀 찔러주고 무마시키겠습니다.”

“피해자들에겐 합의금을 넉넉히 주게. 병원비도 전부 내주고. 손자 놈이 사과할 리는 없으니······ 자네가 가서 말 좀 잘해주게.”

“걱정하지 마십시오.”

“항상 자네에게 이런 일을 시켜서 미안하네.”

“괜찮습니다, 회장님.”

정백산은 스마트폰 액정에 뜬 빨간 수화기 그림을 눌렀다.

삐로롱.

통화가 종료되었다.

정백산은 폐에서 헛바람이 흘러나왔다.

참담하다.

“내가 너무 오냐오냐 키운 건가?”

정백산은 집무실 의자에서 일어나 좌우를 왔다 갔다 거닐며 안절부절못했다.

불안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정백산의 나이, 68세.

사실상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은퇴해야 할 연세였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하아, 그놈은 왜 그렇게······.’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고, 비통한 마음이 든다.

‘왜 하필 비행기 사고가!!’

엔진 고장으로 추락한 미국행 비행기에 아들과 며느리가 타고 있었다.

‘결혼기념일이라고 둘이서만 여행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그때 막았어야 했는데.’

결혼기념일 날, 단둘이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던 아들 부부가 죽을 줄 알았다면 어떻게든 막았을 거다.

초등학생이었던 손자는 그때, 자신의 집에서 놀고 있었다.

정백산은 자신의 손자 정수진이 부모 없이 크는 게 걱정되어 오냐오냐 키웠다.

한 번도 혼내본 적이 없었다.

갖고 싶은 건 뭐든지 사줬고, 하고 싶단 건 뭐든지 해줬다.

아이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울까 봐, 그게 걱정되어 건강하고 밝게만 자라주길 빌었다.

하지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오냐오냐 키웠던 손자는 바람과 달리 망나니로 성장해버렸다.

‘내가 아니라 그놈들이 키웠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수진이가 각성하여 헌터가 되겠다고 말했을 때, 참으로 기뻤는데.’

혹여나 철이 들었나 싶어서.

어쩌면 망나니 생활을 청산하지 않을까 했는데.

대형 길드에 들어가도록 손을 쓰고, 신입랭킹전 스폰서까지 자진했건만 다 쓸모없었다.

“하아.”

정수진은 아직도 망나니다.

매일 같이 누군가를 때리고, 툭하면 술독에 빠져 산다.

말리려고도 해봤다.

하지만 각성자가 되더니 더욱 막 나갔다.

막을 수가 없었다.

‘누가 호되게 혼내야 정신을 차리려나.’

골치 아프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무사히······ 정말 무사히 신입랭킹전이 끝났으면 좋겠는데.”

그게 될지 모르겠다.

* * *

“자, 보십시오. 이번 신입랭킹전에 참가할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방송국 기자가 카메라에 대고 소리쳤다.

어느덧 6일이 흘렀다.

오늘은 대회 바로 전날, 즉 개막식이 있는 날이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술과 음식을 즐기고, 잡담을 떠는 파티가 개최되었다.

헌터 업계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다.

당연히 언론사들이 취재를 나왔다.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파티장으로 차량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끼이익.

고급 세단이 레드카펫에 멈췄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 카메라의 후레쉬 세례가 이어졌다.

번쩍이는 불빛이 대회 참가자들의 얼굴에 반사되었다.

방송국 기자가 그를 향해 손짓하며 시청자들에게 외쳤다.

“보십시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유망주 이소율입니다. 최근에 갑자기 성격이 바뀌며 노력하는 천재로 이미지가 굳어졌죠!!”

뒤이어.

“이번엔 정수진입니다. 워낙 구설수가 많은 인물이지만, 실력 하나는 끝내주죠.”

방송국 기자는 연신 떠들어댔다.

아주 신났다.

신입랭킹전은 헌터들의 대결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시청률이 높다.

여기서 제대로 중계만 해줘도 승진이 보장된다.

“역시 유망주들답게 비싼 차와 멋진 드레스 코드를 하였군요. 앗, 저기 차량이 또 오는군요. 이번엔 어떤 유망주가······.”

그 순간.

재잘거리던 방송국 기자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는 눈을 껌뻑였다.

‘뭐야? 경차? 왜 경차가 레드카펫에 멈춰?’

여태까지 억대가 넘어가는 차종들이 나타났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느닷없이 나타난 아기자기한 분홍색 경차가 레드카펫에 멈췄다.

덜컹.

차 문이 열리며 한 무리가 내렸다.

“아, 이제 도착했네.”

분홍색 경차에서 선우영 일행이 나왔다.

중계하던 방송국 기자는 순간 말을 잃었고, 사진을 찍던 사람들의 손가락이 멈칫거렸다.

여러 가지 의미로 충격적인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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