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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38화 (38/200)

#38화. 애사심의 보상

선우영이 게이트에서 나왔다.

서포트 부서 사람은 그가 나오자마자 얼른 옷을 준비했다.

구미호와 싸우느라 불타버린 옷이 누더기가 되었다.

“여기 옷 있습니다.”

선우영은 차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어디 다치신 곳은 없나요?”

서포트 부서 사람이 묻자 선우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구미호 따윈 상대도 안 됐으니까.

그 모습에 서포트 부서 사람이 박수를 보내며 축하 말을 해줬다.

“이야, 축하드립니다. 이제 D급이 되셨네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내친김에 C급도 도전해보시는 건 어때요? 오러 총량은 이미 C급 수준이 아니십니까. 선우영 씨라면 충분히 가능하실 것 같은데.”

“아뇨, 승급 조건이 D급 게이트 5개 이상 클리어라서, 아직은 불가능하네요.”

선우영이 그리 말하였다.

서포트 부서 사람이 아깝단 듯이 턱을 살짝 숙였다.

“아이고, 선우영 씨 실력이면 C급 승급시험도 합격할 텐데! 굉장히 아쉽네요.”

“하하하, 전부 단계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선우영은 그리 대답했다.

서포트 부서 사람이 자동차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았다.

부르릉.

그들을 태운 차량이 다시 길드로 향했다.

뭐, 선우영은 도중에 내렸다.

게이트를 클리어한 헌터는 바로 퇴근하는 게 길드 방침이었으니까.

“그럼 가보겠습니다.”

“네, 다음에 뵙겠습니다.”

선우영은 서포트 부서 사람에게 인사하고 집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골목길에 누군가 떡하니 서 있었다.

양복을 입은 사내들.

그들은 선우영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볼일이 있는 걸까?

혹시 팬이라면서 사인을 요청하려는 건가?

선우영은 그들을 못 본 척 골목길을 지나가려 했다. 그러자 그들이 그를 불렀다.

“혹시 선우영 씨 되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네오 길드에서 나왔습니다.”

“네오 길드요?”

선우영이 그들을 위아래로 훑었다.

네오 길드에서 왜 찾아왔을까.

“무슨 일이죠. 저 지금 바쁜데요.”

“혹시, 저희 네오 길드로 이직할 마음 없으십니까?”

“······.”

선우영은 허탈한 미소가 번졌다.

자길 영입하러 왔다고?

이거야, 원. 상황이 재미있게 흘러갔다.

이미 길드에 들어가 있는 자신을 이렇게 빼돌리면, 꽤 시끄러워질 텐데.

직원을 빼돌려 먹었다고 신용한이 당장 길길이 날뛰겠지.

자칫 네오 길드와 크루그먼 길드 간에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걸 각오한 스카웃이었다.

이런 걸 결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크루그먼 길드보다 자기들이 더 강하단 판단을 내렸겠지.’

설마, 이렇게 나올 줄이야.

네오 길드의 자만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얼핏 알겠다.

선우영의 대답은 하나였다.

“관심은 감사드리지만, 저는 지금 길드에 만족하고 있어서요.”

선우영이 그리 말하며 다시 제 갈 길을 가려 하자.

“에이, 그러지 말고 좀 더 얘기 들어보세요. 뭐가 그리 급하십니까.”

양복 입은 사내들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원하는 말을 듣기 전까진 순순히 놓아줄 맘이 없어 보였다.

선우영의 눈꺼풀 사이가 가늘어졌다.

“놔주시죠, 저 지금 바쁜데요?”

“그러지 말고 얘기라도 들어주세요. 저희 길드에 오시면 받고 계신 연봉의 2배를 드리겠습니다.”

놈들은 보내줄 의사가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상부에서 어떻게든 데려오란 지시가 있었던 모양이다.

근데. 암만 그래도, 이건 선 넘었지.

선우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돈은 이미 충분해서 얼마를 주시든 관심 없습니다.”

“그러면 무기는 어떻습니까? 5억이나 하는 명품 무기를 드리겠습니다.”

“그것도 필요 없습니다.”

“아이고······ 그러면 뭐가 필요하십니까.”

“그러니까, 필요 없다고요.”

선우영이 어깨에 올라간 손을 치우고, 자기 갈 길을 갔다.

하여튼 귀찮다.

그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크루그먼 길드에는 동료들이 있다.

김용대 부장님도 좋다.

다들 자신을 인정해주고 믿어준다. 성과에 대한 보상도 확실했다.

그 때문에 선우영은 크루그먼 길드를 고집하였다.

‘나를 인정해주는 길드에 있어야 일할 맛이 나니까.’

여길 나갈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능력 위주로 평가하기 때문에 빠르게 중역으로 갈 기회가 많다. 중역이 된다면 월급 2배가 뭔가, 그것 이상으로 벌어들일 텐데.

선우영도 다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그 장면을 찍는 기자가 한 명 있었다.

찰칵, 찰칵.

선우영에게 인터뷰 따보겠다고 그의 집 앞에서 대기했던 기자가 있지 않았나.

그 녀석이 기어이 특종을 따냈다.

‘특종이다, 특종이야!! 네온 길드가 선우영에게 접촉할 줄이야.’

이거 제대로 된 기삿감을 얻었다.

‘흐흐흐, 얼른 기사 써야지. 조회 수 엄청나게 끌 수 있을 거야.’

기자는 사진이 담긴 카메라를 보물상자처럼 애지중지하며 회사로 돌아갔다.

* * *

다음날.

선우영은 크루그먼 길드로 출근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던 순간.

“선우영 씨!!”

뒤에서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김철수가 손을 흔들며 달려오고 있었다. 아침부터 기운도 참 좋다.

“선우영 씨, 좋은 아침입니다.”

“네.”

“승급시험은 어떻게 되셨어요?”

“당연히 합격했죠. 김철수 씨는요? 설마··· 탈락하신 건 아니죠?”

선우영이 장난기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김철수가 자신의 가슴팍을 두들겼다.

“에이, 저를 뭐로 보시고!! 당연히 합격입니다. 아까 백영희 씨 봤는데, 합격했다 그러더라고요.”

“그럼 셋 다 합격이네요.”

선우영은 만족스럽단 표정을 짓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삼인방은 이제 모두 D급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쳐다보며 부럽단 표정을 지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저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헌터들이 어디 있겠나.

잘하면 A급까지 성장할지 모른단 소문이 은연중 퍼져있었다.

그때였다.

“선우영, 백영희, 김철수.”

김용대 부장이 그들을 불렀다.

그들은 그의 책상으로 다가가 허리를 굽혔다.

선우영이 대표로 말한다.

“부르셨습니까, 부장님.”

“그래, 자네들 이번 승급시험을 모두 통과했다지.”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빠른 시일에 D급이 된 헌터는 우리 길드에서도 없었어.”

김용대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원래 뛰어난 인재한테는 그에 걸맞은 보상이 있어야지. 해서 승진과 연봉 인상이 있을 걸세.”

김철수의 눈빛이 반짝였다.

승진이다!

그러면 이제 대리를 달게 되는 거다.

백영희는 연봉 인상이라는 말에 귀를 쫑긋거렸다.

아버지의 도장을 일으켜 세우겠단 목표가 있는 그녀에게, 돈은 매우 귀중했다.

반면, 선우영은 보상이 맘에 들지 않았다.

물론 승진이나 연봉 인상도 좋지.

그런데 어차피 차려놓은 공방이 있어서, 조만간 큰돈이 들어올 거다.

승진해서 길드 내 권력이 생기는 것도 땅기긴 했지만.

‘그래도 스킬석보단 아니지.’

선우영은 환히 웃는 얼굴로 김용대에게 자기주장을 피력했다.

“승진도 좋고 연봉 인상도 좋지만, 저는 붉은 스킬석을 원하고 있습니다.”

“뭣?!”

김용대의 눈이 큼직해졌다.

굉장히 놀랐다.

붉은 스킬석이 얼마나 위험한 도박인가.

사기급 아니면 쓰레기 스킬.

두 가지 중 하나만 얻을 수 있다.

김용대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네, 익힐 수 있는 스킬이 3개 밖에 없을 텐데······ 이미 3개를 전부 배웠다고 알고 있네만. 아닌가?”

“맞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스킬석에 집착하는가? 생각해보면 이상하군. 육해양 사건을 해결했을 때도······.”

순간 김용대는 말을 멈칫했다.

육해양 사건을 해결하고, 선우영이 스킬석 5개를 받아 간 이야기는 함구해야 했다.

김용대는 헛기침하였다.

그는 선우영의 속내를 예측할 수 없었다.

이유를 모르겠다.

왜 저렇게 스킬석에 집착하는지 말이다.

‘내가 모르는 뭔가 있는 건가?’

김용대는 생각이 깊어졌다.

붉은 스킬석은 길드의 소유이고, 자신의 선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그가 수화기를 들었다.

신용한 회장에게 선우영의 요구사항을 전했다.

“네, 네, 네. 알겠습니다.”

답변을 들은 김용대는 수화기를 전화기 위에 놓았다.

그가 선우영을 바라봤다.

“회장님이 찾으시니 어서 빨리 가보게.”

“알겠습니다.”

선우영은 회장님이 계신 곳으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 신용한의 집무실 앞에 도착한 선우영은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꽤나 긴장되었다.

어떤 이야기로 설득을 해야 할까.

‘여차하면 조건을 걸고 거래를 하는 방향으로 가야겠군.’

그가 집무실 문을 두들겼다.

똑똑똑.

“회장님, 선우영입니다.”

“어, 들어오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신용한 회장이 보였다.

그는 표정이 심각했다.

신용한 일단 본론부터 이야기를 꺼냈다.

“자네 붉은 스킬석은 어디에 쓸 생각인가? 이미 스킬을 3개 전부 익혀서 쓸모가 없을 텐데.”

“그건 지금 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선우영이 고개 숙이며 대답했다.

신용한은 매서운 눈길로 그를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설마 붉은 스킬석을 판매할 생각은 아니겠지? 돈이 필요하면 그냥 말하게. 바로 입금해주지.”

“아닙니다. 그저······”

“그저?”

“말하기 어렵지만, 절대로 길드에 해가 되는 행동은 아닙니다.”

“크흠.”

신용한은 의문을 느꼈다.

스킬도 다 익힌 선우영이 붉은 스킬석을 원하는 이유가 뭘까?

붉은 스킬석으로 대체 뭘 하려는 걸까?

상당한 흥미가 느껴졌다.

신용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길드에 해가 되지 않는다라··· 그렇다면 이득은 될 수 있나?”

“네. 그렇습니다.”

신용한은 말없이 이마에 주름을 잡았다.

고심 끝에 답을 내렸다.

“그래, 한번 자네 믿어보지. 붉은 스킬석을 가져가게.”

“감사합니다.”

선우영은 냉큼 허리를 숙였다.

사실, 조금 의외다.

이토록 쉽게 붉은 스킬석을 주겠다고 할 줄은 예상 못 했다.

신용한이 요구를 들어준 이유는 하나다.

그를 신뢰했으니까.

신용한의 컴퓨터 모니터에 기사가 하나 띄워져 있었다.

[네오 길드, 선우영에게 접근]

네오 길드가 선우영을 이적시키기 위해 접근했지만 실패했다. 선우영은 크루그먼 길드를 떠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네오 길드는 월급 2배와 명품 무기 제공을 걸었지만 끝내 실패했다.

- 데일 미디어, 이진아 기자.

선우영이 네오 길드의 제안을 거절한 기사가 벌써 나왔다.

그 장면을 찍었던 기자는 덕분에 달달한 조회 수를 기록하며, 큰돈을 만졌다.

신용한도 이 기사를 읽고 있었다.

네오 길드의 제안은 크루그먼보다 2배 정도 좋았다.

‘그런 조건을 거절하면서 우리 길드에 남은 녀석이야.’

신용한은 선우영이 크루그먼 길드에 대한 애사심이 크다고 느꼈다.

‘절대 해를 끼칠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에 붉은 스킬석을 주겠단 결심이 섰다.

그를 향한 신용한의 신뢰는 이번 기사를 통해 꼭대기에 올라갔다.

“그럼, 나를 따라오게.”

신용한이 그리 말하며 문을 나섰다.

선우영은 그의 뒤를 따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

각종 보안을 거치고, 간신히 붉은 스킬석이 보관된 곳에 들어갔다.

붉은빛을 뽐내는 스킬석들.

선우영은 신중한 얼굴로 그것들을 살폈다.

‘어디 보자, 뭘 골라야 잘 골랐다고 소문이 나려나······.’

그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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