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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37화 (37/200)

#37화. 나의 등급은…….

선우영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신의 실력이 도대체 얼마나 향상되었을까.

궁금해 미치겠다.

치이익.

기계의 문이 열리자, 쓰고 있던 헬멧을 벗고 밖으로 나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다들 왜 저래?’

감탄, 경악, 동경.

그들은 각기 다른 감정을 품으며 자신을 바라봤다.

최근 엄청나게 성장했으니···.

꽤 높게 나왔을 것 같은데.

다들 측정값을 보고 충격을 받은 듯싶다.

“어디 보자.”

선우영은 모니터로 다가갔다.

자신의 등급을 한번 확인해봤는데······.

“C급?!”

예상보다 높다.

자신의 오러 총량이 C급에 도달했다니.

최근 오러의 양을 늘려주는 스킬석을 많이 흡수하긴 했는데, 그 효과가 이제 나타났다.

회귀 이전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

‘이 정도면, 금방 B급까지 도달하겠는데?’

선우영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야, 대단하시네요.”

측정값을 보고 있던 서포트 부서 사람이 엄지를 보였다.

엄청나게 놀랐나 보다.

하긴, 신입이 오러 총량을 C급까지 올렸는데 놀라지 않으면 이상하지.

반면 다른 헌터들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번 측정값이 인사고과에 반영되는데, 저런 에이스가 등장했으니 승진은 물 건너갔다 싶다.

왠지 씁쓸함이 감돈다.

추하게 대놓고 질투하긴 그래서 축하한다고 속에 없는 말을 했다.

비록 입가엔 쓴웃음이 걸렸지만.

이후에도 다른 사람들이 기계에 들어가 오러 총량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다들 예전보단 성장했다.

등급이 바뀔 정도의 성장이 아니라서 문제였지.

그리고 김철수의 차례가 되었다.

“이번엔 탱커 기대주인가?”

“설마 저 녀석도 무지막지하게 성장한 건 아니겠지?”

“혹시 몰라 선우영이랑 같이 다녔잖아.”

김철수가 기계에 들어갔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어깨를 으쓱이며 미소를 지었다.

왜 저리 자신만만하나 싶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김철수의 누나는 싱긋 웃었다.

동생 훈련 도와준다고 대련을 펼쳤는데, 자신이 패배했다.

‘단언컨대, 저 녀석 무조건 D급 이상이다.’

그녀는 그리 판단했다.

삐리릭.

기계에서 소리가 나오고.

곧이어 김철수의 등급이 측정되기 시작했다.

“D등급······.”

측정값을 알려주던 서포트 부서 사람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

선우영만큼은 아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어마어마한 발전이었다. 훈련생 신분 벗어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D급에 도달한단 말인가.

남들은 여기까지 오는데 빨라야 2년이다.

“김철수도 대단한데.”

“밑에서 이렇게 치고 올라오니, 승진은 다 틀렸네.”

여기저기서 푸념이 들렸다.

마지막 순번으로 백영희의 차례가 되었다.

그녀가 기계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딱히 관심이 없어 보였다.

‘스킬을 익히지도 않았다며?’

‘오러의 총량을 높여주는 패시브 스킬도 없잖아.’

‘등급이 낮지 않을까?’

그들은 백영희를 묘하게 얕잡아봤다.

스킬을 익히지 않았으니까.

패시브 스킬이 없는 그녀라면 자신들보다 성장 속도가 느릴 줄 알았다.

근데 웬걸?

“D급?! 패시브 스킬도 없는데 D급!!”

측정하던 사람이 놀랐다.

이런 맙소사.

스킬을 단 한 개도 익히지 않은 양반이 D급까지 성장했다니.

그것도 단시간에 말이다.

엄청난 대사건이라 입이 턱 벌어졌다.

“하하하.”

“스킬도 없는데··· D급이래······.”

다들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이젠 놀라기도 지쳤단 기색이 역력했다.

다들 승진은 포기하였다.

도저히 이길 가능성이 안 보이는 천재들이었으니까.

* * *

측정검사가 끝나고.

선우영과 김철수 그리고 백영희는 회의실로 향했다.

김용대 부장의 호출이 있었다.

“자네들, 측정검사에서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더군. 다들 대단하다고 난리야.”

김용대는 선우영 일행에게 칭찬부터 날렸다.

“감사합니다.”

선우영이 대표로 말하였다.

김용대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제 E급에 머물긴 아까운 실력이니, D급 승급시험을 보는 게 어떤가.”

“바라던 바입니다.”

김철수는 목청껏 소리쳤다.

백영희도 자신감이 가득한 눈빛을 하였다.

젊은이들의 패기가 맘에 들었던 김용대가 웃음소리를 냈다.

“하하하, 그래. 목청이 커서 아주 맘에 들어.”

김용대는 그들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였다.

“서포트 부서에 얘기를 해뒀으니, 가서 게이트 클리어만 하면 돼.”

“알겠습니다.”

선우영 일행이 인사며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김용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저들이 승급시험에 합격하면 어떤 보상을 줘야 하나 고심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인터넷 뉴스 기사를 읽어보니, 다른 길드 쪽에서 선우영에 대해 평가하고 있었다.

“선우영은 다양한 사건을 해결한 만큼 판단력이 뛰어난 헌터라고 생각합니다.”

“헌터 업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인재가 될 겁니다.”

다들 높게 평가했다.

김용대는 저들의 말에 숨겨진 의미를 알고 있었다.

‘선우영을 빼내 가려고 다들 안간힘을 쓰겠구먼.’

다른 길드의 유망주를 대놓고 평가하는 건 상당한 실례였다. 그걸 알면서도 언론에 이야기했단 뜻은 접촉해볼 의향을 내비친 거다.

김용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선우영은 현재 크루그먼 길드 소속이지만, 미래에도 그러리란 보장이 전혀 없었다.

낚시와 비슷한 원리였다.

그물망에 걸렸다고 그 물고기가 반드시 자신의 것이라 확신할 순 없다.

눈 깜박할 사이에 그물망을 빠져나갈 수 있으니까.

‘잡은 물고기에게 관심을 주지 않으면, 딴 놈들이 몰래 채간단 말이지.’

그게 사회였다.

공적에 걸맞은 보상을 주지 않으면 인재를 데리고 있을 수 없다.

‘승진이나 월급 인상.’

둘 중의 하나는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편, 건물 밖으로 나온 선우영 일행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꼭 승급시험 합격하자고요.”

“걱정 마세요. 우리 실력이면 탈락할 일도 없잖아요.”

“그건 그렇죠.”

그들은 각자 한마디씩 했다.

시험에서 미끄러진단 생각은 아무도 안 했다.

“자,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선우영은 백영희와 김철수에게 인사하고 차량에 올라탔다.

승급시험을 위해 각자 다른 게이트를 향해 출발했다.

* * *

선우영을 태운 차량이 도로를 질주했다.

목적지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

이곳에 E급 게이트가 나타나 통행이 제한당했다.

경찰들이 차량을 돌려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크루그먼 길드 차량은 소속을 밝힌 이후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선우영이 차량에서 내렸다.

그를 이곳까지 모셔온 서포트 부서 사람이 브리핑을 해줬다.

이번 몬스터는 구미호.

불을 다루는 여우 몬스터인데, 덩치가 웬만한 호랑이 뺨친다.

불을 다루는 몬스터는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운데, 가까이만 있어도 열기로 인해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우영에겐 문제도 안 됐다.

패시브 스킬 [사자심왕]이 점점 강화되어 이젠 불꽃까지 견딜 수 있는 효과가 생겼다.

구미호의 불꽃?

요만치도 걱정 안 됐다.

“자, 그러면 가볼까.”

선우영은 허리춤에 무기를 매달고 게이트로 향했다.

그의 무기는 박인혁이 만들었다.

검기를 미세하지만 강화해주는 특성이 있으니, 두려울 게 없다.

게이트에 들어가자 후덥지근한 온도가 먼저 그를 반겼다.

푹푹 찌는 더위.

다행히 습도는 낮아 덥기만 했다.

여기에 찝찝함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컨디션 최악을 찍었겠지.

하지만.

불꽃 내성이 생긴 선우영에게 이 정도 더위는 별것 아니었다.

이번 게이트 배경은 평지.

가뭄이 들어 쩍쩍 갈라진 땅이 매우 인상적이다.

“아우우우.”

여우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지척이다.

소리가 매우 가까웠다.

구미호들이 저 멀리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주홍빛 털가죽과 꼬리 끝부분에 달린 불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화르륵.

녀석들의 꼬리가 불덩이를 쏘았다.

시뻘건 화염이 공중을 날며 시커먼 연기를 꼬리처럼 달고 다녔다.

선우영은 화염을 피하지 않고 곧장 구미호들에게 달려들었다.

화르륵.

불꽃이 그의 몸에 닿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화상은 고사하고, 살가죽에 그을음도 안 생겼다. 옷이 좀 불탔을 뿐이지.

선우영은 화염검기를 사용했다.

칼날이 영롱한 주황빛으로 물들며 화끈한 열기를 내뿜었다.

스걱-!!

구미호들의 가죽이 순식간에 절단되었다.

피가 열기와 만나 증기가 되었다. 구미호들은 상처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위력이 어찌나 강한지 뼈째로 베어냈다.

“깨애앵-!!”

구미호 한 마리가 눈이 뒤집힌 채로 경기를 일으켰다.

생명이 꺼져가자 꼬리 끝부분에 달린 불꽃도 희미해져 갔다.

녀석의 꼬리에서 불꽃이 사라지고, 미세한 연기만이 허공을 맴도는 순간.

구미호는 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선우영은 연달아 검을 휘두르며 다른 구미호들을 사냥했다.

무척이나 쉬웠다.

구미호들은 화염이 통하지 않자 당황한 눈치였다.

그렇다고 이빨이나 발톱이 통하는 것도 아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선우영의 화염검기에 목이 잘려 죽어 나갔다.

놈들에게 승산이 없었다.

“끼이잉.”

기세에 눌렸는지 뒷걸음질 치며 귀를 아래로 내리는 녀석까지 나타났다.

결국 달아나는 놈이 속출했다.

암만 도망쳐봐야 선우영의 손바닥 안이었다.

선우영의 속도가 구미호들보다 빨랐다.

스걱-!

도망가던 구미호들도 가차 없이 모가지가 잘렸다.

순식간에, 그에게 덤벼들었던 녀석들이 다 고깃덩어리로 변했다.

선우영은 녀석들에게서 마석을 채취했다.

그는 앞으로 쭉쭉 나아갔다.

연달아 새로운 구미호들이 나타나 그의 앞길을 막았지만 소용없었다.

선우영이 쓱싹 해치웠으니까.

더위 때문인지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주변 풍경이 흔들려 보였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거대한 여우 한 마리가 다가왔다.

“으르르!!”

분노에 찬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선우영은 다가오는 거대한 여우를 응시하며 피식거렸다.

‘드디어 보스 몬스터 등장인가.’

저 거대한 구미호의 명칭은 여왕 구미호다.

다른 녀석들을 통솔하는 존재.

“크르르!”

녀석은 선우영에게서 동족의 피 냄새가 나자 이빨을 드러냈다.

화르륵.

여왕 구미호의 9개 꼬리에서 화염이 일직선으로 방사되었다.

선우영은 그걸 정통으로 맞았다.

평범한 인간은 이 정도 수준의 화염을 견디지 못한다.

통구이가 된다.

여왕 구미호는 그리 판단했지만.

터벅, 터벅.

그러나 눈앞의 인간은 달랐다.

자신의 불꽃을 정통으로 맞으면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걸어왔다.

여왕 구미호는 움찔했다.

선우영은 대퇴부 근육에 힘을 주고 무릎을 살짝 굽혔다.

타닷.

그가 낮고 빠르게 도약한 순간.

선우영이 딛고 있던 모랫바닥이 치솟으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그의 육체가 섬광처럼 순식간에 여왕 구미호의 앞에 도달했다.

“크르륵?!”

여왕 구미호가 당황해 목을 뒤로 빼며 멈칫거리던 사이.

선우영의 검이 호쾌한 반원을 그렸다.

스걱!

순식간에 여왕 구미호의 머리가 세로로 쪼개졌다.

고통에 눈을 부들거리던 여왕 구미호.

단말마조차 흘리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고깃덩이가 되어버렸다.

승부가 끝났다.

‘너무 싱거운데?’

그간의 급성장으로 C급 수준에 도달했다.

이제 E급이 너무 쉽게 느껴진다.

선우영은 이로써 승급시험에 합격하였다.

그는 여왕 구미호에게서 마석을 채취하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승급시험도 합격했고. 오러 총량이 C급에 도달했단 사실도 밝혀졌어.’

분명 상부에서 보상을 줄 거다.

인재를 잡아두려면, 그에 합당한 대우가 있어야 하니까.

‘그러면······ 뭘 달라고 해볼까.’

승진? 아니면 월급 인상?

사실 둘 다 그렇게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원하는 건 하나.

‘붉은 스킬석을 요구해 볼까?’

선우영은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붉은 스킬석을 함부로 주진 않을 텐데.’

애당초 자신이 스킬을 3개밖에 익힐 수 없단 걸 길드도 알고 있다.

그러니, 스킬석을 줄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따져 물으면 할 말이 없는 상태였다.

‘이걸 어떻게 요구해야 하나?’

선우영은 고심에 빠져 깊은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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